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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서글픈 이도윤의 목소리에 소지아는 고개를 들어 물기 젖은 그 눈동자를 마주했다. 도윤은 마치 버려진 강아지 같은 행색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지낸 이도윤 맞아? 강아지한테 영혼을 뺏긴 게 아니고?’

지아가 무뚝뚝하게 물었다.

“뭘 어떻게 도우면 되는데?”

도윤은 지아의 손바닥 위를 꾹꾹 눌렀고 지아는 얼굴이 시뻘게져 터질 것만 같았다.

이어 지아가 다급하게 거부했다.

“싫어, 안돼, 거절할게. 꿈도 꾸지 마.”

지아는 도윤이 이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아야, 걱정하지 마. 절대 네 몸에 손끝 하나 대지 않을게.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지아는 실크 잠옷 바지를 입고 있었고 얇은 잠옷 바지 위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도윤의 억제하는 듯한 숨소리가 귓가에 흩어지고 지아는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두 손으로 제 눈을 가린 지아가 계속해서 구시렁거렸다.

“이도윤, 넌 정말 개자식이야.”

“그래 난 나쁜 놈이지. 그런데 이렇게 나쁜 놈한테 걸린 넌 평생 도망갈 수 없을 텐데.”

“나랑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도, 널 평생 사랑할 수 있게 해줘.”

지아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조용히 해, 이 나쁜 놈아.”

도윤의 호흡이 더 가빠졌다.

“지아야, 사랑해. 내 목숨도 줄게.”

허벅지에 느껴지는 온도에 지아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만하지?”

“이걸로 어떻게 되겠어? 지아 너잖아.”

도윤이 고개를 돌려 아무 예고 없이 지아의 입술에 키스했다.

30분 후.

지아는 도윤의 부축을 받으며 안에서 걸어 나왔다. 지아의 걸음걸이가 엉성하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가득했다.

그에 반면 도윤은 깨끗하게 씻겨지고 정신 상태도 아주 좋아 보였다.

등 뒤가 흠뻑 젖은 지아가 표독스러운 눈길로 도윤을 노려보았다.

“개자식.”

구시렁거리며 지아는 다시 욕실로 돌아가 샤워했고, 병실로 돌아오자 도윤이 주변에 핑크색 하트가 뿅뿅 거리는 게 느껴졌다.

도윤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지아야,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까, 우리도 이만 자자.”

자자는 말에 지아의 얼굴이 또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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