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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뼛속까지 익숙한 이목구비와 그 얼굴, 그 사람은 바로 백아영이 전에 5년이나 사귀었던 전 남자친구 오재문이었다!

2년 전 오재문이 바람을 피운 탓에 헤어지게 됐고 이번 생에 더는 볼 일이 없을 거로 여겼는데 이런 시기에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

놀란 것도 잠시, 백아영은 금세 마음을 다잡고 차분하게 물었다.

“네가 병 보이려고?”

그녀는 돈이 시급했기에 역겨운 마음도 뒤로 하고 인간쓰레기 같은 오재문을 치료하기로 했다.

“네가 돈이 급해서 여기저기 일거리를 찾는다는 소문을 들었어. 아영아, 나 아직 너한테 미련이 남아있거든. 그냥 내가 도와줄게.”

오재문은 그녀 앞에 다가와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나랑 다시 만나. 그럼 바로 원하는 대로 돈을 줄게.”

백아영은 울화가 치밀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지막 희망이라 여기며 모든 기대를 걸었는데 오재문에게 기만당하고 농락까지 당하다니!

그녀는 혐오에 찬 표정으로 그의 손을 내리쳤다.

“꿈 깨!”

오재문은 웃음기가 굳어지고 금세 사악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백아영, 넌 백씨 일가에서 쫓겨나고 평판까지 흐려져 이젠 모든 걸 잃었어. 대체 뭘 믿고 아직도 거만한 척이야? 너 여기 온 거 결국 다 돈 때문이잖아!”

그는 옷 주머니에서 5만 원짜리 지폐를 한 뭉치 꺼내 백아영의 얼굴에 톡톡 내리쳤다.

“나 이젠 남아도는 게 돈이야. 네가 서비스만 잘해주면 이 돈 전부 너 줄게. 물론 내 애인이 되고 싶다면 그땐 달마다 백만 원씩 줄 거야. 나 그럴만한 능력 돼.”

차가운 돈뭉치로 얼굴을 맞으니 귀싸대기를 맞은 것보다 더 치욕스러웠다.

백아영은 눈앞의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한때 왜 이런 인간쓰레기를 만난 것인지 후회가 사무치게 밀려왔다. 그녀는 심지어 의사로 번 돈으로 그의 대학 뒷바라지까지 해줄 생각이었다.

다만 오재문은 돈을 벌어 인생 역전을 하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었다!

“오재문, 너 정말 역겨워!”

백아영은 더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

한편 오재문은 절대 그녀를 호락호락하게 놓아줄 리가 없었다. 그는 덥석 백아영을 잡아당겼다.

“여길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백아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야 지금?”

“아영아, 전에는 네가 백씨 일가의 딸이란 이유로 5년 동안 연애하며 털끝 하나 안 건드렸어. 하지만 이젠...”

오재문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

“더이상 참을 필요 없지. 청순한 그 몸매가 대체 무슨 맛인지 어디 한번 맛볼까?”

그가 백아영의 옷깃을 힘껏 잡아당기자 ‘촤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백아영은 순간 윗몸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아 내려다보니 쇄골 아래의 은밀한 부위가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말았다.

극심한 모욕감에 그녀는 당장이라도 오재문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오재문, 다 네가 자초한 거야!”

백아영은 항상 지니고 다니던 은침을 꺼내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오재문의 다리 사이를 찔렀다...

“으악!!!”

순간 오재문이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

헤이데이.

이성준은 검은색 슈트를 입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 그는 준수한 외모를 지닌 남자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형, 여기 헤이데이의 여자들은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재벌들을 찾으러 온 거라 아주 청순해. 놀아보면 꽤 짜릿할 거야.”

구민기가 야유에 찬 눈길로 이성준을 바라봤다.

“형이 무조건 마음에 들어 할 거야. 아니면 내가 한 명 골라줄까?”

“관심 없어.”

이성준은 옆에 있는 각양각색의 미녀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구민기는 어깨를 들썩이며 생각했다.

‘다들 애인 찾으러 헤이데이에 오는데 성준 형은 정말 용건이 있나 봐. 단호하게 눈길 한번 안 주네.’

구민기는 속으로 구시렁대며 무심코 앞에 있는 룸에서 걸어 나오는 화려한 미모의 여자를 발견했다.

그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져 그녀한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대박, 오늘 밤에 정말 큰 거 하나 건졌네. 저 여자 진짜 너무 예뻐. 어디 그뿐이야, 청순하고 매혹적인 자태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내 심장을 바로 저격하잖아.”

이성준은 걸음을 떼지 못하는 구민기를 보더니 귀찮은 표정으로 그를 다그치려 했다. 하지만 시선을 올리고 구민기가 쳐다보는 그 여자를 본 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주변의 공기마저 차갑게 얼어붙었다.

구민기가 말하는 청순한 미인은 다름 아닌 그의 아내 백아영이었다!

백아영은 머리도 헝클어지고 옷깃도 풀어 헤쳐졌는데 겨우 손으로 주요부위를 가렸다.

다만 그 모습은 볼품없이 초라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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