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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4화 어머니의 부고

“지안 씨 만났다고?”

고청민은 냉랭한 목소리로 바로 물었고, 그의 지나친 냉담함은 도윤지를 당황케 만들었다.

고청민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온화하고 친절하며 다른 사람을 절대 아랫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도윤지는 곧 깨달았다. 무조건 성씨가문이 청민선배를 괴롭히는 바람에 선배가 일자리를 잃고 돌변한 것이다.

“만났어요. 스승님 진료를 예약하고 싶다던데 그게 어디 쉽나요.”

도윤지는 스승님 곁에 오래 있었다고 자신이 스승이기라도 한 듯 뿌듯하게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다.

“청민 선배님?”

“스승님은 이번 달에 예약 자리 있고?”

“없어요. 선배님이 보고 싶다면 제가 바로 말해드릴게요. 스승님도 만나보려 할 거예요.”

“아직은 필요 없어.”

고청민의 얼굴에서 아무런 표정도 읽어낼 수 없다.

“나중에 심지안이 또 연구소에 가면 나한테 말 좀 해줘.”

“네. 그러죠.”

도윤지는 봄날의 소녀애처럼 맑은 목소리로 얼른 대답했다. 그리곤 무언가 떠오른듯 걱정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선배님, 정말 성씨 가문과 사이가 틀어졌어요?”

“해결할 수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네. 전 선배님 믿어요. 빨리 기운 내요!”

고청민의 치켜올린 입꼬리에 조소가 조금 묻어있다.

“그래.”

통화를 마친 도윤지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청민에게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꼈다. 성씨 가문은 청민 선배님을 괴롭히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안 되겠다. 자신은 꼭 선배를 위해서라도 심지안 그 쓰레기에게 복수해 주어야 한다.

도윤지는 고민 끝에 새 전화번호를 사서 암표상의 신분으로 심지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십니까. 엄교진 원장님의 예약 표를 판매 중이니 원한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

한편 귀족학교 교문 앞.

가방을 메고 나온 성우주는 한눈에 심지안을 발견했다.

그가 두 눈을 반짝이며 엄마를 향해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엄마!”

“우리 우주!”

심지안은 조금 전까지의 불쾌하던 마음이 아이를 본 순간 기적같이 가라앉음을 느꼈다.

“아빠는 요즘 어때?”

방매향의 장례식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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