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지존 사위: Chapter 2031 - Chapter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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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1화
심택연은 어느샌가 이곳을 떠났다.임강호가 서울에서 진행되는 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부산 2인자인 심택연이 부산 전면적인 업무를 책임지게 되었다.그의 한마디는 유홍기의 말보다 훨씬 힘 있었다.공정하게 법대로 진행하겠다는 말에 아무도 태클을 걸지 못했다.김예훈은 빨리 이곳에서 풀려나기를 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이 기회에 이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 누군지 알고 싶었다.공평 공정을 고집하는 심택연이 나타남으로써 마침 흐름이 원했던 대로 흘러갈 수 있었다.표정이 어두운 심택연과 유홍기가 떠난 뒤로 변장우 등은 김예훈의 수갑을 풀어준 것도 모자라 푸짐한 아침 식사까지 대접했다.잘난 척 텃세를 부리지 못하고 이제는 겸손한 태도였다.고위층들이 어떻게 싸우든 김예훈의 능력과 인맥을 무시하고 원래처럼 막 나갔다는 경찰제복을 벗어야 할지도 몰랐다.상대방의 우호적인 태도에 김예훈 역시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김에훈은 그날 저녁에 있었던 일들, 후지와라 미유가 자기 방에 와서 했던 말까지 빠짐없이 했다.1호 팬의 대우라든지, 남자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라는지 등등.변장우 이들한테는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김예훈의 죄가 확실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진술을 들어보니 더 진실에 가깝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김예훈의 신분과 사회적지위를 봐서는 전혀 애를 쓰지 않아도 원하는 여자를 쉽게 얻을수 있었다.하지만 명확한 증거 없이는 함부로 김예훈을 풀어줄 수도 없었다.김예훈이 공평하게 법대로 처리해달라면서 무례하게 행동하지도 않는 모습에 변장우 등은 골치가 아팠다.너무나도 덤덤한 모습에 마치 심문받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들 같았다.…김예훈이 심문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무도관이 즐비한 부산 내, 야마자키파 개인용 고급 무도관.방호철이 일본 장칼을 휘두르자 허공에 새하얀 빛이 반짝거렸다. 이어 맞은편에 있던 말뚝에 깊숙한 칼자국이 나면서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이로써 방호철의 검도 실력이 최고의 경지에 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의 뒤에는 똑같이 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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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2화
사쿠라가 피식 웃었다.“저는 아닙니다. 심옥연 세자님께서 아침에 슬쩍 언급하셨는데 심택연 씨가 바로 사람을 데리고 부산 제1 경찰서로 향한 것입니다. 방금 들은 소식인데, 임강호 씨의 조력자인 유홍기 씨가 더는 김예훈의 일을 간섭하지 못하게 되었답니다. 임강호 씨와 임시아 씨는 현재 서울에 있고요. 그쪽 일이 좀 복잡해서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김예훈이 아무리 힘 있고 사회적지위가 높다고 해도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할 것입니다.”사쿠라는 원래부터 심옥연을 마음에 들어 했다.“심옥연 세자님께서는 정말 김예훈을 짓밟아 놓으려는 건가 봐요!”방호철이 담담하게 말했다.“사쿠라, 정말 속담 같은 거 몰라? 도대체 못 알아듣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도움이 되기는커녕 하는 일마다 망치고 있다고! 이래도 못 알아듣겠어?”사쿠라는 아직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좋은 일 아닌가?’방호철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심택연을 이 사건에 개입시키지 말았어야 했어.”사쿠라가 멈칫하고 말았다.“방 도련님,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부산 2인자가 나서지 않으면 부산 1인자의 최측근인 유홍기 씨가 언젠가 김예훈을 풀어줄 거 아니에요. 그러면 저희가 계획한 거 모두 물거품이 될 거잖아요.”방호철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첫째, 심택연이 주동적으로 나섰든, 등 떠밀려 나섰든 우리가 김예훈한테 심씨 가문과 이익을 전제로 손잡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 둘째, 김예훈을 감옥에 집어넣는 건 어렵지 않아. 어려운 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만드는 거지. 그러니까 나는 임강호가 유홍기한테 사적인 일 때문에 권력을 남용하게 만든 것도 두렵지 않아. 이것이 바로 나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지. 유홍기가 권력을 남용하는 순간 임강호도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이대로라면 임강호를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우리랑 사이좋은 사람을 앉힐 수 있는 거지.”방호철이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네가 쓸데없는 짓을 한 바람에 임강호도 끌어내리지 못하고 우리가 심씨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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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3화
방호철은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하는 말마다 소름이 끼쳤다.그는 사쿠라의 턱에서 손을 떼고 창가로 걸어가 멀지 않은 곳에 우뚝 서 있는 부산 센터를 쳐다보았다.“그리고 한가지. 심씨 가문과 심택연이 절대 같은 편이라는 생각을 하지 마. 심택연은 일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이라 그만큼 진급도 빨랐던 거야. 어떤 능력과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전혀 체면도 세워주지 않고 공평하게 법대로 처리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야. 10대 가문이든 일반인이든 그 사람한테는 다 똑같은 거야. 그런 사람을 개입시켰으니 우리한테는 좋은 점이 하나도 없어. 글쎄 임강호가 관여하지 못하게 알리바이를 잘 보존하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춰야 해. 더는 흔적이나 실수를 남겨서는 안 돼! 심택연한테 잡히는 순간 이중으로 손해 볼 거야. 지금 알리바이를 확보했다고 해도 뒤집어엎기는 쉬워. 지금 이 사람들이 한 치 앞을 못 보고 한 가지에만 신경 써서 그래. 이럴 때일수록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돼. 그 실수를 만회하려고 했다간 심택연한테 일부러 김예훈을 모함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거야.”방호철은 모든 것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고 해도 실수하기 마련이었다. 최대한 빈틈없이 계획한다고 했지만 원하는 대로 흘러갈지는 하느님의 뜻을 봐야 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사쿠라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일본이 몇 년 동안 왜 한국을 접수하지 못했는지 이제야 알 것만 같았다.방호철이 직접 말하지 않았다면 그의 계획을 알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사쿠라는 심지어 두렵기도 했다.방호철은 소문처럼 여색을 탐하고 비현실적으로 지나친 이상만 추구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소문대로라고 해도 서울 4대 도련님이 된 것만 봐도 그의 능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이번엔 저희의 실수였습니다. 방 도련님께서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사쿠라는 한마디 변명 없이 깔끔하게 잘못을 인정했다.방호철이 한참 동안 말하지 않자 물었다.“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말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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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4화
하은혜 세글자에 방호철은 그제야 흥미를 느끼고 뒤돌아 사쿠라를 쳐다보았다.“은혜 씨는 아주 재미난 사람이야. 상류사회 부잣집 따님 중에서 가장 성격이 있고 똑똑하다고 볼수 있지. 분명 김예훈을 걱정하고 있으면서, 내가 거래를 제의했을 때 마음이 흔들렸어도 결국엔 거절했어. 내가 보기엔 김예훈을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게 아니야. 자신이 있는 거지. 자기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김예훈이 알아서 풀려날 거라고 믿고 있는 거지. 우리한테는 좋은 일이 아니야.”방호철은 한껏 아쉬운 표정이었다. 비록 하은혜가 왜 자신만만해 있는지 몰랐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사실이었다.그는 김예훈이 절대 이 큰 부산에서 판을 뒤집어 놓을 능력이 못 된다고 생각했다.국내외 수많은 시선이 오고 가는 부산에서 꼼수를 부리기란 성남에서보다 훨씬 어려웠다.사쿠라가 잠깐 생각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방 도련님, 설마 은혜 씨가 저희의 의도를 알아차린 건 아닐까요?”방호철이 담담하게 말했다.“의도를 파악하기 어렵진 않지만 이런 유혹을 물리치기란 쉽지 않아. 우리의 계획대로라면 내가 제의한 거래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여야 했어. 그런데 거절하는 바람에 김예훈을 짓밟을 기회를 잃어버린 거지. 너무 아깝잖아!”사쿠라는 살짝 고개를 쳐들더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분위기가 다시 심각해지고, 사쿠라는 한참 후에야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오면서 미소를 지었다.“방 도련님, 저희 앞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되나요? 그렇다면 저랑 함께 일본에 다녀오는 건 어떠세요? 방 도련님께서 좋아할 만할 곳을 봐뒀거든요.”방호철이 껄껄 웃었다.“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하란 말이 아니야.”그는 천장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후지와라 미유가 죽긴 했어도 내 기억엔 걔한테 돈에 미친 엄마가 있다고 들었어. 이런 존재가 나타나면 우리가 직접 나서기보다 천배, 만 배는 나아. 그러니까 이 사건에 우리가 개입했던 흔적이 남아서는 안 돼. 내 말 무슨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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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5화
“내 딸을 다시 살려내! 살려내라고! 세상에 어떻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가 있을 수 있어! 살인자 김예훈을 엄하게 처벌하라!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돈이 있으면 다야?”커다란 글씨가 쓰여있는 현수막 외에 스크린에도 후지와라 미유의 동영상들과 김예훈한테 잡혔던 장면까지 방송되고 있었다.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집중되고, 어떤 여행객들은 심지어 촬영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구경거리를 좋아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라 어쩔 수 없었다.몇몇 아줌마들은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내 딸을 살려내! 살려내라고!”애타게 울부짖는 목소리는 불쌍하기 그지없었다.어떤 아줌마들은 훌쩍거리면서 후지와라 미유의 사진을 돌리기 시작했다.그러다 결국 소문이 퍼져 기자들이 몰려오기까지 했다.여론을 이용해 일을 크게 만들어 경찰서에 부담을 줘서 이 사건을 하루빨리 종결시키려는 의도였다.증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현재 알리바이를 봤을 땐 김예훈에게 엄청 불리한 상황이었다.단순하고 유치한 방법이었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었다.사람은 약자를 동정하기 마련이었다. 이런 일이 밝혀지면 여론조성 때문에 경찰서에서도 하루빨리 이 사건을 종결시키려고 할 것이 뻔했다.“제기랄!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아줌마들이야! 분명 회장님을 궁지로 몰아가려는 거잖아!”“그리고 이 타이밍에 우리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일쑤라고!”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온 최산하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없었다.그는 흥분한 나머지 몇십 명의 부하를 데리고 현장을 발칵 뒤집고 싶었다.“산하 씨! 흥분하지 마!”조용히 구석에 세워져 있던 마이바흐 차량에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낀 우현아가 내렸다.그녀는 사람 몇몇을 데리고 와서 최산하를 진정시켰다.“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이대로 뛰어 들어갔다가 김예훈을 더 난처하게 만들려고? 빨리 죽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최산하가 냉랭하게 말했다.“현아 씨, 제가 예전에 무슨 일을 했던 사람 같아요? 길거리에서 시위하는 건 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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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6화
우현아, 최산하, 진윤하 등은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아줌마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밝히려는 모양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의 신분이 밝혀지는 순간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샤라락!분위기가 얼어붙은 이때,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건물 꼭대기에서 수많은 수표가 떨어지고 있었다.누군가 얼굴에 떨어진 수표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돈! 돈이야!”“세상에! 무슨 돈이 이렇게 많아!”구경만 하던 사람들은 눈꽃처럼 떨어지는 수표를 보더니 벌 떼같이 달려들었다.이런 상황에서 뉴스, 진실, 김예훈의 신분에 관해 관심 가질 사람이 없었다.기자들마저도 흥분한 모습이었다.이들은 큰 기사를 하나 내는데 받는 보너스가 고작 20만 원이었다.운만 좋으면 이 수표들로 한 달 치 월급을 모을 수도 있었다.멍때리고 이 장면을 지켜보던 아줌마들 중에 누군가 확성기를 뿌리치고 돈을 줍기 시작했다.이 거리에서는 더는 애타게 울부짖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거리에 수표가 수북이 쌓일 때마다 함성이 들려왔고, 사람들은 저마다 원래의 목적을 잃고 말았다.우현아 등은 입이 떡 벌어진 채 감탄했다.폭력보다 더 좋은 방법은 바로 돈이었다.돈을 뿌린 덕에 아줌마들도 해결하고 하마터면 대서특필될 기사마저도 잠재운 것이다.브라보!이들은 흥분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수표가 하늘을 뒤덮고 있을 때, 렉서스 LS 한대가 천천히 부산 교외에 있는 영국풍의 별장 앞에 도착했다.이 별장 앞에는 온통 근조화환이 세워져 있었고 가끔 곡소리도 들려왔다.대신 울어주는 사람을 고용한 것이다.낯선 차량이 나타나자, 상복을 입은 한 보안요원이 차갑게 물었다.“이곳은 상갓집이니 이대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창문이 내려지고, 부산 버뮤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던 하은혜는 아리따운 얼굴을 내밀면서 말했다.“오려원 씨한테 전해주세요. 하은혜라는 사람이 거래 때문에 찾는다고. 제가 누군지 알거예요.”...몇 분 뒤, 하은혜는 아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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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7화
이때, 다시 악독한 표정으로 돌아온 오려원은 일을 그르친 아줌마들을 욕하기 시작했다.이런 일은 실패한 순간 다시 시도해 보려고 해도 기관에서 허락하지 않았다.오려원은 고개 들어 누구나 질투할 만한 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있는 하은혜를 쳐다보았다.하은혜는 향만 올릴 뿐 무릎을 꿇지도, 허리를 숙이지도 않고 그저 아무렇지 않게 오려원의 앞으로 가 앉았다.“오려원 씨,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게요.”“감사합니다. 하은혜 씨.”오려원은 하은혜를 알고있는 듯 주위 사람들한테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다.“은혜 씨가 저랑 거래를 하고 싶다면서요? 어떤 거래인지 여쭤봐도 될까요?”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김예훈 씨가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할 만할 증거를 원합니다.”오려원이 멈칫하더니 대뜸 화를 냈다.“하은혜 씨, 심씨 가문의 손녀라고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아세요? 김예훈 그놈은 제 딸을 죽였다고요. 어떻게 이곳에 와서 결백을 증명할 만한 증거를 달라고 할 수 있죠? 생각이 짧은 거예요 아니면 저희 오씨 가문을 만만하게 본 거예요?”오려원은 하은혜를 찢어 죽이고 싶을 만큼의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이 시대의 진정한 막돼먹은 여자였다.“오려원 씨. 굳이 말을 돌려서 하지 않을게요... 저처럼 나약한 여자가 어떻게 당신을 건드릴 수 있겠어요.”하은혜는 아무렇지 않게 가방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 오려원에게 건넸다.“당신은 일본 국적을 따내기 위해 남편마저 살해한 사람이잖아요. 당신을 건드렸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까 봐 겁나네요.”하은혜의 담담한 말투에 오려원은 눈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건네받은 사진을 보고 특히나 그랬다.낡아빠진 사진들을 하나씩 보면 느끼는 바가 없을 테지만 선후 순서대로 보면 오려원이 남편을 살해한 과정을 알수 있었다.오려원은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침착한 척했다.“하은혜 씨, 왜 저한테 이런 사진을 보여주는 건데요? 제 남편은 일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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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8화
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관심 없으시다? 그러면 흥미를 느낄만한 일에 대해 말해볼까요?”하은혜는 계좌이체 기록이 담겨있는 자료들을 꺼냈다.“이 은행 계좌들은 오려원 씨가 해외에서 사용하시는 계좌이죠? 따님이 죽기 전, 이 돈들이 여러 루트를 통해 입금되었더라고요. 저마다 거래 내용이 있긴 한데 조사해 보니 전부 가짜 거래더라고요. 누군가 돈세탁을 하기 위해 당신의 명의를 빌렸을 뿐이죠. 액수는 많지 않던데... 400억 원이었나?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네요? 어떻게 고작 400억 원 때문에 따님을 팔아넘길 수 있죠? 제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도박으로 빚진 6천억 원마저도 모두 청산되었더라고요? 따님의 몸값이 꽤 높았나요?”하은혜는 또 자료 몇 개를 꺼내 오려원의 앞에 가지런히 놓았다.오려원은 하은혜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예전에 누군가 저한테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안 믿었거든요. 오늘 은혜 씨를 보니 이제야 알겠네요. 심씨 가문은 역시 충청 부잣집이 맞네요! 말씀해 보세요. 원하는 게 무엇인지!”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저희 김 대표님은 무사히 풀려나야 합니다. 이미지에도 손상가면 안 되고요.”오려원의 미소는 어색하기만 했다.“제 딸이 자살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세요? 그리고 이 증거는 김예훈 씨가 모함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고요?”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네.”오려원은 차가운 표정으로 하은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고작 김예훈 같은 이방인 때문에 어떻게 죽은 사람을 건드릴 수가 있어요? 저주를 받을까 봐 두렵지도 않으세요?”하은혜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아니요. 저한테는 또 다른 자료도 있거든요. 당신은 어떻게든 딸을 이용해 영주권을 따내고 싶어 했죠. 영주권을 따내기 위해, 일본 성씨를 가지기 위해 당신의 딸은 여러 남자들의 애인이 되어야 했죠. 결국 몇 년이 안 지나 원하던 것을 따내긴 했지만 그때는 어려서 몰랐던 사실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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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9화
“정말 따님을 잘 두셨어요!”하은혜가 비꼬면서 말했다.“따님이 목숨 걸고 따낸 돈으로 잘 먹고 잘 사는 거 양심에 찔리지도 않으세요? 급히 부정할 필요도 없어요. 그 표정, 그 눈빛, 그 행동을 보니 모든 것이 설명되는 것 같네요. 만약 모르는 사실이었다면 가만히 듣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저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겠죠. 안 그래요?”오려원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냉랭하게 말했다.“하은혜 씨, 만약 김예훈이 제 딸 때문에 억울하게 잡힌 거라고 생각되면 이 자료를 들고 경찰서에 가서 억울함을 풀어주면 될 거 아니에요. 왜 굳이 시간 낭비하면서까지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하은혜가 솔직하게 말했다.“사실 이 자료들은 부정행위를 통해 얻은 자료들이에요. 증거로 제출해봤자 인정도 안해줄 거예요.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이나 마찬가지죠.”오려원이 피식 웃었다.“그러면 꺼지든가! 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어!”하은혜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저한테는 쓸모없는 물건이지만 오려원 씨한테 유용할 거예요.”오려원은 하은혜를 째려보았다.“이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 딸은 이미 죽었는데 나한테 어떻게 김예훈의 결백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있겠냐고! 도대체 무슨 논리야! 이 말을 믿어줄 사람이 있을 것 같아?”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믿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경찰분들만 믿으면 되니까. 그리고 당신 따님이 했던 짓들을 보면 정말 의심 많고, 똑똑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더라고요. 죽기 직전까지도 어떻게든 돈을 뜯어내려고 했잖아요. 그런 사람은 분명 증거를 남겨뒀을 거예요. 상대방이 돈을 안 줄까 봐 증거로 남겨둔 거죠. 그래야 당신이 돈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증거는 바로 당신한테 있을 거라고요. 안 그래요?”오려원은 극도로 어두워진 표정으로 하은혜를 째려보았다.“이 년이 그만하지 못해? 그 잘난 얼굴에 흠집을 내줘? 내 딸이 아무리 자작극을 벌였다고 해도 어떻게 나한테 말할 수 있겠냐고! 내가 죽을힘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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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0화
하은혜의 담담하고 차분한 모습에 오려원은 피식 웃고 말았다.“역시 서울 하씨 가문과 부산 심씨 가문의 후계자는 다르네. 10대 명문가는 상상력마저도 일반인들보다 뛰어난가? 그런데 똑똑히 말해주는데, 당신이 원하는 증거 따위는 없다고! 이 자료들이 쓸모 있다고 해도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나를 재판장님 앞에 세우려면 일본에 보내야 할 텐데? 대한민국 법은 나한테 아무 소용이 없어. 이 사실이 공개되어 사람들이 날 비난한다고 해도 내가 신경 쓸 것 같아? 딸마저 죽은 상황에서 이런 걸 신경 쓸 것 같냐고! 내 딸을 죽인 범인을 죽일 수만 있다면 이미지 따위는 필요 없어.”하은혜가 담담하게 말했다.“오려원 씨, 말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죠. 부산 버뮤다 거리에 시위하라고 보낸 아줌마들은 이미 법을 어겼어요. 용연옥에서도 관심 가지고 보고 있다는데 이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면 경찰이 가만둘 것 같아요?”오려원이 음흉하게 웃었다.“그렇구나. 누가 돈이 그렇게 많나 했네. 감히 거리에 돈을 뿌려가면서 내 일을 망쳐? 충청 갑부 심현섭의 손녀라면 말이 달라지지. 그런데 그게 뭐 어때서? 지금부터 법을 잘 지키고 일본에 가서 살면 되지. 왜, 날 죽이기라도 할 건가?”하은혜는 한숨을 내쉬더니 마지막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야마자키파에서 부산 버뮤다 H 번지를 그렇게 욕심내고 있던데 이 땅을 선물로 드리는 대가로 김 대표님의 결백을 증명해달라고 하면 들어주지 않을까요? 당신이 잘 협조해 주지 않으면 어렵게 얻은 영주권을 다시 잃을 수도 있겠죠? 영주권이 없어지만 그 은행 계좌가 어떻게 될까요?”오려원은 아까와는 다르게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그녀에게는 영주권이 인생의 전부이기도 했다.이것을 잃어버리면 죽기보다 못했다.“제 거래를 받아주면 200억 원을 더 드릴게요. 깨끗한 돈이니 걱정하지 말고요. 이 돈이면 충분히 남은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어때요? 대신, 부산에서의 모든 재산은 김 대표님의 소유로 들어가는 거예요. 다른 선택지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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