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남편은 억만장자: Chapter 1821 - Chapter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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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1화
하예정은 차갑게 웃었다.“어쩌죠? 저도 태윤 씨를 딴 여자랑 공유하기 싫거든요. 차연 씨, 제가 자리 비켜주길 원하는 거라면 태윤 씨한테 가서 말하세요. 태윤 씨가 나가라고 하면 바로 전씨 일가 사모님 자리를 넘겨드릴게요.”도차연이 말했다.“예정 씨는 태윤 씨한테 안 어울려요...”“태윤 씨랑 결혼한 사람도 저고, 태윤 씨 합법적인 아내도 저예요.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우리 부부가 판단할 일이지 차연 씨 같은 외부인들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 않나요?”작정하고 내연녀가 되어 누군가의 결혼생활에 끼어들겠다는 것은 도덕과 윤리를 다 버리고 파렴치함의 끝을 달리겠다는 뜻이다.“차연 씨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랑 태윤 씨가 어울리냐 마냐 판단하는 거죠? 차연 씨랑 태윤 씨가 무슨 사이인데요? 주제 파악 좀 해줄래요? 태윤 씨 할머니, 태윤 씨 부모님, 그 아무도 나랑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차연 씨가 뭐라고 그딴 말을 내뱉는 거냐고요?”“...”도차연은 하예정의 반박에 할 말을 잃고 전화를 꺼버렸다.하예정은 통화가 끊긴 후 욕설을 퍼부었다.“집안도 좋겠다, 여러모로 참 괜찮은데 머리가 이상하단 말이지.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왜 내연녀가 되겠다는 건데?”도차연과 비교하니 하예정은 사촌 언니 성소현이야말로 진정한 명문가의 딸이고 완벽한 조건에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란 걸 느꼈다.“내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내연녀는 서현주야. 물론 지금은 감방에서 허우적대고 있지.”하예정은 혼잣말로 구시렁댔다. 대체 그런 여자들은 왜 내연녀가 되고 싶어 하는 걸까?떳떳하게 살면 얼마나 좋아?기어코 남 보이기 부끄러운 짓을 하고 평생 내연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뿐더러 본인들이 낳은 아이가 내연녀의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람들에게 차별대우를 받게 될 텐데.하예정은 뻐근한 허리를 문지르며 가서 세안을 마친 후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가 늦게 일어나다 보니 할머니는 어느덧 식사를 마치고 1층 거실에서 TV를 시청하고 계셨다.발걸음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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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2화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어젯밤에 아마도 누군가의 계략에 빠졌고 전태윤은 그녀의 해독약이 되어준 것이다. 어쩐지 아침에 깨나니 허리가 뻐근하더라니.하예정은 더는 할머니와 이 화제를 이어갈 수 없어 마지못해 아침을 먹었다. 전태윤이 돌아오거든 다시 따져 물을 생각이었다.그 시각 전씨 그룹.대표이사 사무실에 귀한 손님 장연준이 찾아왔다.전태윤은 사인펜을 내려놓고 책상 위의 커피잔을 들고서 한 손으로 바지 주머니의 휴대폰을 꺼내 사랑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는데 장연준이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를 본 전태윤은 잠시 전화를 내려놓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형.”장연준은 그에게 인사한 후 제멋대로 맞은 편에 앉았다.“뭐 마실래?”전태윤이 사촌 동생에게 물었다.“괜찮아. 목마르면 알아서 물 마실게.”전태윤도 더는 동생에게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 목이 안 마르다니 전태윤은 정말 온수 한 잔도 따르지 않았다.“어쩐 일로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또 뭔데 그래?”장씨 집안 사람들은 늘 겸손한 편이다. 장연준 일행이 전태윤과 가깝게 지낸다 해도 지금처럼 전씨 그룹 사무실까지 찾아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오늘 이리로 걸음한 걸 보니 도움을 청할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뭐겠어? 성소현 씨 때문이지.”전태윤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장연준을 빤히 쳐다봤다.“왜? 그간 못 본 사이로 성소현 씨 좋아하게 된 거야?”장연준은 재빨리 부인했다.“아니야 그런 거. 실은 이경혜 사모님이 날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하셨어. 나더러 소현 씨를 좋아하는 척하며 대시하라는 거야. 뭐 그렇게 해야 예준하 씨가 알아서 물러간다나 뭐라나.”“사모님은 여전히 예준하 씨가 못마땅하신가 봐. 딸을 너무 멀리 시집보내기 싫으신 거지. 내가 볼 때 예준하 씨가 소현 씨를 좋아하고 결혼하고 싶어 하는 건 그 집안에서 좋아해도 모자랄 판이겠는데. 성소현 씨는 관성에서 평판이 그다지 안 좋아. 게다가 형을 짝사랑해서 대부분 사람들이 아예 생각조차 안 한단 말이야.”성소현은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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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3화
“그 사모님뿐만 아니라 성기현 그 녀석까지 강온양면책으로 안간힘을 쓴다니까. 두 모자가 아주 날 잡아먹을 기세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장연준은 이해되지 않았다. 성씨 집안에서 저토록 끈질기게 나오다가 성소현과 예준하를 정말 갈라놓거든 그녀가 평생 혼자 살까 봐 걱정되지는 않는 걸까?성소현은 절대 부모님과 가족에게 휘둘려 결혼을 정할 사람이 아니다.애초에 전태윤에게 대시할 때도 모두가 반대했었다! 다만 그녀는 끝까지 견지하며 본인이 직접 부딪혀보고 나서야 마음을 접었다.성소현의 고집불통도 아마 가족 유전일 듯싶다. 온 가족이 똑같은 성격이다.고집과 집착이 심하고 아무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전태윤도 속절없긴 마찬가지였다.“나도 이모님 설득 못 해. 네 형수도 수없이 설득해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어.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모님 도와주겠다고 대답했어?”장연준이 답했다.“아직이야. 이 일 때문에 골치 아파서 형한테 하소연하러 온 거잖아. 난 지금... 자제하지 못하고 성소현 씨를 좋아하게 될까 봐 걱정이야.”성소현은 감정에 대해 집착이 매우 강하다. 예전에 전태윤을 짝사랑할 때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그녀는 지금 예준하를 좋아한다. 온 가족이 반대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예준하와 연애 중이다. 시간이 길어지면 가족들이 동의해줄 거라고 믿는 바였다.장연준은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이 돌아설 거란 걱정은 없다. 그저 본인이 마음 단속을 못 하고 성소현을 좋아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결국 상처받을 사람은 본인일 테니까.이경혜는 과연 장연준이 마음이 단호한 사람이라고 믿는 걸까?그가 본 성소현은 소문처럼 엉망이긴커녕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이 딱 장연준 스타일이었다.전태윤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장연준을 빤히 쳐다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그는 장난 조로 말했다.“연준아, 너 이렇게 불안해하는 거 처음 보네. 성소현 씨를 좋아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장연준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지금은 아니야. 그러니까 내 말은 만약 사모님 요구를 들어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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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4화
예준하가 들었다면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이봐요, 태윤 씨. 나 당신 섭섭하게 한 적 없잖아요.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요?”그 말에 전태윤이 또다시 맞받아칠 것이다.“경쟁을 해야 압력도 받고 우리 처형도 더 잘 보살펴줄 거 아니에요. 저는 지금 소현 씨 친정 쪽 신분으로 당신 시험하는 거예요.”“요즘 세월에 장가가기 참 힘드네요!”예준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소지훈 씨 어디 아파?”장연준은 빅이슈라도 캐낸 듯 흥미진진하게 물었다.“형, 소지훈 씨 어디 아프냐고? 그 방면으로 잘 안 되는 거야? 어쩐지 동명 형이랑 비슷한 나이대에 아직도 싱글이라더니. 난 또 좋아하는 사람 못 만나서 그런 줄 알았는데 몸이 아픈 거였네.”늘 제일 먼저 가십 정보를 얻었던 소지훈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그도 드디어 누군가의 입에 오르는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그 방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감정이 없는 병에 걸렸어. 본인과 인연이 닿는 여자를 만나야 진짜 남자가 될 수 있대. 만약 못 만난다면 평생 환관이나 다름없어. 소씨 집안에서 소지훈 씨 결혼을 다그칠 때 본인이 일부러 우리 앞에서 얘기한 거야. 진짜인지는 나도 잘 몰라.”전태윤이 다 말한 후 장연준은 머리만 끄덕일 뿐 감흥을 잃은 눈치였다.“분명 가짜일 거야. 소지훈 씨 나이도 있으니 집안에서 결혼 다그치는 건 너무 정상이야. 결혼하기 싫으니까 마땅한 이유를 둘러대서 부모님 마음 접게 하는 거지.”“그런데 소지훈 씨 우리 할머니 찾아왔을 때 할머니가 대단한 역술인 한 분 알고 계시잖아. 바로 그분이 나랑 네 형수가 부부의 연이 있다고 해서 할머니가 나더러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며 네 형수랑 결혼을 강요한 거야. 그 역술인이 소지훈 씨한테 뭐라고 말했는지 그 뒤로 소씨 집안에서 더는 소지훈 씨한테 결혼을 다그치지 않았어.”장영준이 두 눈을 깜빡였다.“설마 소지훈 씨가 한 말이 진짜라고? 그건 대체 무슨 병인데? 왜 난 들어본 적이 없지?”“나도 의사가 아니라서 잘 몰라. 소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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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5화
“지금 바로 소지훈 씨 찾아가서 얘기해봐야겠어.”전태윤이 바쁜 걸 알고 장연준도 하소연을 마치고는 자리를 떠났다.“뭐가 이렇게 급해? 소지훈 씨 집에 없으면 어떡하려고? 일단 정남이한테 여쭤보고 찾아가. 괜히 헛걸음하지 말고.”소지훈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스타일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장연준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서두르고 싶지 않은데 이경혜 씨가 부추기는 게 정말 너무 두렵단 말이야. 그분은 누군가를 모험할 때 늘 소리 없이 진행해서 다 파놓은 함정에 뛰어든 후에야 알아채게 된다고. 그땐 이미 빠져나오기가 힘들어.”전태윤이 가볍게 웃었다.“이모의 계략을 당했다는 건 네가 그만큼 훌륭하단 뜻이야. 이모네 가족들이 소현 씨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관성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아주 완벽한 남자가 아니고서야 그분들 성에 안 차.”“형, 이거 칭찬이야 깨고소하게 놀리는 거야?”“둘 다.”장연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정남 형 좀 찾아가야겠어. 이경혜 사모님 일로 나 요즘 일도 손에 안 잡혀. 이 손해는 반드시 성기현 씨한테 돌려받아야 해. 요즘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성기현 씨한테 맡겨서 돈을 좀 벌어볼 생각이야!”“좋은 아이템 있으면 나도 꼭 불러. 적극적으로 투자해줄게. 서로 협력하고 이익 창출하는 거지, 아니야?”“당연한 소릴.”장연준은 웃으며 계속 밖으로 걸어 나갔다.전태윤도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를 배웅한 게 아니라 사무실 안을 서성이다가 창가 앞에 서서 창밖의 하늘을 바라봤다. 그는 문득 휴대폰을 꺼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깼어 여보?”하예정이 웃으며 답했다.“아직이요. 꿈에서 당신 전화 받고 있어요.”전태윤도 가볍게 웃었다.“밥은 먹었어?”그는 관심 조로 아내에게 물었다.“그 국 꼭 마셔야 해. 몸보신해야지.”“마셨어요. 여보, 나 어젯밤에 누구한테 당했죠? 술 마신 뒤로 아무 기억이 안 나요. 아침에 깨나니 허리가 또 뻐근하고요. 밤새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태윤 씨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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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6화
하예정은 전태윤이 이 사건에서 이득을 봤기에 손을 쓰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또한 상대가 그녀를 겨냥한 게 아니었으니 망정이지 전태윤 성격에 앞에서 손을 안 써도 뒤에서 무조건 그 자식을 반쯤 죽여놨을 것이다.전태윤은 그녀의 생각을 바로 캐치한 듯 한마디 더 보탰다.“그 자식이 당신을 겨냥한 건 아니지만 그런 파렴치한 놈은 나 절대 쉽게 안 봐줘. 걱정 마, 당신 남편이 대신 화풀이해줄게.”“난 또 도차연 씨가 뒤에서 꼼수 부린 줄 알았어요. 방금 전화 와서 대놓고 태윤 씨를 좋아한다고 말했어요. 태윤 씨한테 첫눈에 반했대요. 당신 여복이 차 넘쳐요 아주. 결혼 전이나 후나 대시하는 여자가 끊이질 않잖아요. 게다가 죄다 젊고 예쁜 여자들이네요.”하예정은 결국 질투가 차올랐다.이를 눈치챈 전태윤이 그녀에게 되물었다.“질투 났어?”“아니거든요. 내가 뭣 하러 질투해요?”전태윤은 가볍게 웃었다.“여보, 항상 보면 이렇게 시치미 떼는 사람들이 현실에선 그 반대더라고. 내가 바로 그 당사자야.”하예정이 피식 웃었다.“질투 난 거 맞아요. 하지만 내가 충분히 대적할 수 있어요. 라이벌이 많다는 건 내 남자가 우수하다는 걸 증명하고 나도 그만큼 행운스럽단 뜻이잖아요. 내 남편이 모두가 원하는 남자이니 진정한 행운아는 바로 나예요.”하예정이 행운아인 건 사실이다. 전태윤 같은 훌륭한 남자와 결혼했으니까. 다만 그가 그만 좀 삐지고 아내한테 자꾸 소홀히 한다고 원망만 안 했으면 더 나을 듯싶었다.하예정은 원래 오늘 출장 갈 예정인데 현재 컨디션을 보아 내일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태윤 씨 바쁘죠? 가서 일 봐요. 나도 이만 사적인 일을 처리해야 해서요.”“뭔데 그게?”전태윤이 곧바로 되물었다.“김진우 만나고 싶은 거지? 오랜만에 봐서 서로 할 얘기가 많은 거지?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지금 갈게. 네가 누굴 만나든 전부 따라갈 수 있어.”‘또, 또 시작이야!’어젯밤에 김진우를 딱 한 번 마주친 일로 전태윤은 의심병이 도졌다.김진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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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7화
“당신이 고생이 많아.”전태윤이 미안함 가득한 마음으로 사과했다. 그는 처신을 잘하고 있지만 여자들이 자꾸 들러붙으니 어쩔 수가 없다.하예정이 진지하게 말했다.“태윤 씨 마음이 아직 내게 있으니 이렇게 지켜주는 거예요. 무릇 한눈팔 의향이 조금만 있어도 나 절대 안 봐줘. 태윤 씨랑 결혼하고 싶다는 여자 있으면 바로 물러날 거예요. 여자가 끊기지도 않는 자석 같은 남편을 나라고 보호해주고 싶은 줄 알아요?”“여보, 사랑해. 평생 오직 당신만 사랑해. 이번 생에 내 아내는 오직 당신뿐이야! 절대 날 밀쳐내면 안 돼.”“칫, 표현 봐서요. 나 끊어요, 볼일 봐요.”하예정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이어서 그녀는 간만에 할머니께 전태윤의 단점을 일러바쳤다.“할머니 보배둥이 손자가 자꾸 저를 의심해요.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똑같아요. 앞으로도 쭉 이럴 거예요. 못 고쳐요 이건.”할머니가 말했다.“어젯밤에 이미 꾸지람했어. 나중에 또 네가 소홀히 한다고 원망하면 그땐 바로 나한테 얘기해. 이 할미가 진정한 소홀이 뭔지 철저히 느끼게 해줄 거야.”하예정이 흥미진진하게 물었다.“뭔데요 할머니? 방법 알려주세요.”“태윤의 모든 연락처를 차단하고 나랑 함께 여행 가서 보름 동안 돌아오지 않는 거야. 그래야 태윤이도 진정한 소홀이 뭔지 깨닫게 돼 있어.”하예정이 말했다.“전에 태윤 씨가 나 차단하고 나중에 또다시 추가하려고 모진 애를 썼어요. 그때 분명 말해뒀거든요. 우리 사이에 한 번만 더 차단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땐 아예 끝장이라고요.”“그래? 그럼 휴대폰 새로 하나 사서 번호를 태윤이한테 알려주지 마. 지금 쓰는 휴대폰을 집에 두고 가면 걔 똑같이 연락 못 해.”“그렇지만 조사해낼 수 있죠.”“이 할미가 있는 한 내가 아니라고 하면 절대 조사해낼 수 없어. 그러니까 안심하고 나랑 여행 가자, 응? 예정아, 할머니랑 멀리 여행 가.”할머니는 손주며느리와 함께 여행 가려고 극구 설득했다.“저 내일 출장 가요. 며칠 걸릴 거예요.”“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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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8화
“예씨 집안 어르신은 나보다 운이 좋아.”전씨 할머니가 부러운 듯 말했다.예씨 집안 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시지만 남편이 살아계시고 늘 옆에 함께해주며 아들, 딸과 손자, 손녀가 지극히 효도하여 그야말로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계신다.전씨 할머니도 자식이 넘실거리지만 남편이 돌아간 지 오래되어 마음속에 항상 적막함이 남아있다. 할머니를 제일 아껴주시고 헤아려주시던 그 남자가 없으니까.아무 일도 안 하면 더 외롭기만 할 뿐이니 어떻게든 일거리를 찾으시는 할머니였다.그래서 이토록 많은 일을 벌이시는 거고.“예정아,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얼른 가봐. 나도 정리 좀 하고 이따가 나가야겠어.”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와 외출하기 전, 그녀는 188호 별장 일을 잘 해결해야 한다.그와 동시에 언니에게 전화해 여름방학 끝자락에 우빈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겠다고 전했다.하예진은 한창 아들과 함께 새로 맡은 가게에서 동생의 전화를 받고는 흔쾌히 허락했다. 하예정은 우빈이를 데리고 여행 갈 수 있게 됐다.여름방학이 다 끝나가는데 하예진은 아들을 데리고 나가서 놀아주지도 못했다.지금도 그녀는 여전히 시간이 없다.주우빈은 엄마와 이모의 대화를 듣다가 전화가 끊긴 후 고개를 들고 엄마에게 물었다.“이모가 나 데리고 어디 놀러 간대요?”“어딘지는 안 말했고 그냥 너 데리고 나가서 놀 거래. 9월1일이 개학이니까 그 전에 돌아올 수 있을 거야.”우빈은 알겠다며 대답한 후 신나서 물었다.“그럼 언제 출발한대요?”“오후에. 우리 일단 집에 가서 엄마가 갈아입을 옷 몇 벌 챙겨줄게.”우빈은 환하게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할머니는 말 그대로 행동파였다. 오후에 정말 하예정과 우빈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하예정은 강성에 가서 흥미진진한 구경을 하려고 사업차 출장 가는 일도 성소현에게 떠넘겼다.성소현도 마침 집을 떠나고 싶었다. 엄마가 줄곧 그녀와 예준하를 반대하고 어떻게든 장연준과 엮이게 하려고 애쓰다 보니 성소현도 짜증 나고 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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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9화
“사모님은... 집에 안 계세요.”전태윤은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돌려 박 집사를 쳐다봤다.“어디 갔어요?”“말씀하지 않았어요.”집에 돌아와서 아내를 못 보니 전태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연결음만 들릴 뿐 그녀는 도통 전화를 받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후 그가 다시 박 집사에게 물었다.“누구랑 나갔어요? 할머니랑?”집안에 TV 소리가 안 나니 할머니도 안 계실 듯싶었다.“네, 우빈이도요.”전태윤은 고개만 끄덕이고 더 묻지 않았다. 그는 하예정에게 줄 선물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할머니는 집에만 계시질 못하는 성격이니 아마 하예정을 데리고 야식 먹거나 바람 쐬러 나갔을 것이다.박 집사는 전태윤을 따라가며 하려던 말을 멈췄다.전태윤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집안에 들어온 후 선물을 탁자에 내려놓고 본인도 소파에 앉아서 다시 한번 하예정에게 전화했지만 여전히 받지를 않았다.“왜 안 받지?”전태윤은 이번에 문자를 보냈다.[여보, 뭐해? 왜 전화를 안 받아? 할머니랑 같이 ‘나쁜 일’ 하러 간 거야?]전에 아버지한테 들었는데 전태윤의 어머니와 금방 결혼했을 때에도 할머니는 자주 어머니를 데리고 나가서 ‘나쁜 일’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 전태윤의 어머니랑 도저히 성격이 안 맞아서 할머니도 더는 며느리와 함께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하예정은 그의 어머니와 성격이 다르다. 그녀는 할머니와 사이가 매우 돈독하니 할머니가 함께 나가시려고 하면 분명 신나게 따라갔을 것이다.하예정은 답장이 없었다.이에 전태윤이 혼잣말로 구시렁댔다.“설마 룸살롱 가서 호스트나 구경하는 건 아니겠지?”그의 할머니라면 충분히 이런 일을 하실 분이다. 할머니는 룸살롱 호스트들이 제일 멋있다고 했다. 전에 어떤 정보를 캐내려고 룸살롱에 몇 번 갔다가 넘실거리는 호스트를 구경했다고 하셨다. 전태윤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는 안색이 확 어두워지셨다.“아닐 거야. 우빈이도 있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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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0화
전태윤은 믿을 수가 없었다.“할머니가 예정이랑 우빈이 데리고 여행을 떠나요? 왜 예정이는 아무 말도 없었죠? 전화해도 안 받고 문자 보내도 답장이 없어요. 남편 집에 버리고 혼자 놀러 간 거예요?!”“처형, 예정이가 날 점점 소홀히 해요. 이렇게 큰일도 미리 상의 없이 떠나가 버렸다고요. 평소에는 일 때문에 출장이 잦고 한 번 출장 가면 사흘에서 닷새가 걸려야 집에 돌아와요. 항상 저를 중시 안 하는 기분이라고요.”“평소에는 그렇다 쳐도 여행 가는 것까지 아무런 말이 없네요. 이런 큰일도 얘기 없다는 건 아예 날 집에 버려둔다는 뜻이에요. 조금이라도 말해줬다면 내가 매달려서라도 함께 갔을 텐데...”하예진이 말했다.“예정이도 요즘에 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잠깐 바람 쐬러 나간 거예요. 제부를 소홀히 한 거 절대 아니라고요.”제부 전태윤은 처형 하예진에게 고자질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부부가 갈등만 빚으면 전태윤은 무조건 하예진에게 일러바치며 동생을 혼내라고 한다.하예정이 말하길 이젠 사소한 트러블만 생겨도 전태윤을 외출하지 못하게 가로막고 전화도 못 하게 한다고 한다. 또 언니한테 일러바칠 게 뻔하니까.전태윤은 고자질뿐만 아니라 하예정이 자신을 소홀히 하고 자신을 향한 사랑이 부족하여 항상 불안감에 떤다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작은 팬던트가 되어 하예정의 몸에 걸린 채 종일 함께하고 싶다고 한다.하예정은 그야말로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처지였다.“처형, 예정이는 저를 버렸어요.”전태윤이 잔뜩 서운해하며 말했다.“전화도 안 받고 문자 보내도 답장이 없어요.”“그래요? 제가 전화해서 얼른 제부한테 전화하라고 할게요. 예정이도 임시로 결정한 일이라 제부 업무에 방해될까 봐 미리 안 알려줬을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요. 제가 일단 전화해볼게요.”하예진은 전태윤과 통화를 마치고 동생에게 전화해보았는데 역시 받지 않았다. 할머니께 해봐도 전화가 꺼진 상태였다.하예진은 하는 수 없이 전태윤에게 전했다.“제부, 예정이 제 전화도 안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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