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1438 챕터
제161화 천천히 놀자고
오늘따라 민도준은 유난히 집요했다.방 안이 조용해질 때쯤, 권하윤은 반쯤 혼이 나간 채 멍한 눈으로 누워있었다.담배를 피우고 난 민도준은 고개를 돌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더니 웃음을 머금은 채 희롱했다.“방금 똑똑히 봤어? 내가 다쳤는지 안 다쳤는지?”권하윤은 그런 그를 상대하기도 귀찮았다.‘다치긴 무슨!’죽으면 오히려 손뼉 치며 쾌재를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는 민도준을 노려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그녀의 눈에는 아직 물기가 촉촉하고 야릇했기에 민도준을 위협하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욕구를 불러일으켰다.그는 마른침을 삼키더니 이내 권하윤은 끌어안았다.“괜찮아?”권하윤은 온 힘을 다해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하지만 민도준은 포기하지 못하고 손을 이불 안으로 쑥 밀어 넣었다.“정말 안 돼?”“아껴 쓰는 게 어때요? 그래야 저도 민도준 씨 오래 모실 수 있지 않겠어요?”권하윤이 어렵사리 꺼낸 말에 민도준은 피식 웃으며 손을 뒤로 뺐다.“그래, 그럼 킵해두자고. 다음에 갚아.”권하윤은 더 이상 그와 실랑이를 벌일 힘이 없어 피곤한 눈을 스르르 감았다.잠시 눈만 붙이려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완전히 잠들어버렸다.어두운 밤.아까 급하게 들어온 나머지 커튼을 닫지 않은 탓에 불빛과 달빛이 한데 어우러진 채 그녀의 얼굴에 드리웠다. 그 때문인지 빨간 손자국이 난 얼굴이 더욱 불쌍하게 느껴졌다.민도준은 그런 그녀를 보며 눈썹을 치켜떴다.엊그제만 해도 거짓말만 늘어놓으며 여우처럼 굴던 그녀가 다친 모습을 보니 마치 상처 입은 어린 동물처럼 느껴져 보호 욕구를 자극했다.권하윤은 매번 이렇게 그의 흥미가 사라지려고 할 때쯤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그렇다면 나도 거절할 이유가 없지. 우리 천천히 놀자고.’-병원.“지금 거신 번호는 전원이 꺼져있어 삐 소리 이후…….”약 9통의 전화를 했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는 전화에 조 사장은 진기태에게 무슨 일이 났다는 걸 직감했다.그때 마침 사람을 찾으러 나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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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오늘 밤 내 방으로 와
그 후 며칠 동안 권하윤은 줄곧 민도준을 보지 못했다.하지만 며칠 전 차갑게 대하던 그의 태도는 조금 변했다. 그는 가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늦은 밤 그녀에게 전화해 야릇한 말들로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도록 유도했다.권하윤은 그가 자기를 보러 올 시간마저 없을 정도로 바쁘다는 걸 대충 알고 있었다.하지만 요즘은 왠지 그녀가 뭔가를 물을 때마다 민도준은 화제를 전환해 결국은 야릇한 농담으로 끝을 맺곤 했다.그렇게 지체하다가 끝내 민상철의 생일연회 날이 다가왔다.권하윤은 민씨 집안 예비 며느리로서 아침 일찍 민씨 가문 본가에 가 이것저것 거들었다.민상철의 생일만 되면 아침마다 먼저 선조들의 제사를 지내는 가풍이 있다.물론 집안 메이드들이 해도 충분하지만 효심을 나타내기 위해서 도와줄 수밖에 없다.아침 6시부터 8시까지 제사상 준비는 끝마쳤다.오늘은 올 사람이 유난히 많았기에 제사상은 야외 응접실에 차렸다.그리고 8시반 쯤 되자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민승현의 집안은 다섯째이기에 위치가 맨 끝자리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권하윤이 자리에 앉기 바쁘게 따가운 시선이 그녀를 쏘아댔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민승현이었다. 지난번에 싸우고 난 뒤 그는 한 번도 집에 돌아온 적이 없었다.그는 사실 일부러 권하윤을 방치해 그녀가 혼자 마음고생하게 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더욱 화사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씨발 이년 설마 또 그 자식 만나러 간 거 아니야? 걸레 같은 년! 제사 끝나고 따져 물어야겠네!’9시가 되자 민상철이 민시영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왔다.하지만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주위를 빙 둘러봤다.“도준이 얘는 또 어디 갔어?”그의 말에 민시영이 싱긋 웃었다.“아마 할아버지를 위해 큰 선물 준비하나 보죠. 곧 올 거예요.”“흥. 걔가 무슨 큰 선물을 준비하겠어? 내 화만 돋우지 않는다면 효도지.”그러던 그때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가 제 선물 받고 싶지 않다면 다시 가져갑니다.”모든 사람이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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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마음이 간지럽다
권하윤은 점점 멀어져 가는 민도준이 떠나는 뒷모습에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그녀는 사실 민도준에게 잘 보여 그가 오늘 하루만 자기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행동을 한 거였는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줄이야.하지만 그녀가 한참을 생각하고 있을 때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 그녀를 미는 바람에 몸이 휘청거렸다.눈살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리자 민승현이 눈을 보릅뜬 채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거기 서서 뭐 해? 쪽팔리지도 않아?”권하윤은 치맛자락을 털며 허리를 세웠다.“약혼녀가 여기에서 아주 대자로 넘어지는 게 네 체면이 선다면 더 힘껏 밀지 그래?”“너!”목소리를 조절하지 못해 주위의 이목을 끌게 되자 그는 할 수 없이 입을 다물었고 의심의 눈초리를 받자 권하윤은 이내 그의 팔짱을 끼면서 밖으로 나갔다.안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든 밖에서는 잘 지내는 척 연기해야 했다.하지만 팔짱을 낀 권하윤 때문에 민승현은 오히려 불편했다. 그의 각도에서 고개를 숙여 보자 마침 권하윤의 목덜미가 보였고 희고 가는 목덜미 위에 부드러운 머리카락 몇 가닥이 붙어 있어 그녀의 여성미를 더해주었다.하지만 권하윤이 다른 놈과 붙어먹었다는 생각을 하자 순간 가슴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에 그는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낮게 경고했다.“너 요즘 또 그 자식과 붙어먹었지? 내가 말해두는데, 너 만약 또다시 그 자식과 붙어먹으면 나 너랑 바로 파혼이야!”“걱정 마, 나 절대 한민혁 씨랑 붙어먹는 일 없을 테니까.”‘네 둘째 형하고 붙어먹으면 모를까.’너무 진정성 있는 태도와 말투에 민승현은 그녀가 이미 충분히 반성했다고 생각했는지 몇 마디 더 경고한 뒤에 입을 다물었다.본채 거실.제사를 지르는 동안 생일상은 이미 준비되었으며 요리들은 저마다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띠고 있었다.식구들 대부분이 모두 자리에 앉고 나서야 민상철이 천천히 등장했고 그 뒤는 민도준이 건들거리며 뒤따랐다.방금 제사가 끝난 뒤 민상철은 민도준을 서재에 불러들여 대화를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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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누구랑 문자 해?
민도준은 그의 말에 활짝 웃으며 의자에 기댔다.“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전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그의 말에 민상철은 분노가 치밀어 버럭 소리쳤다.“저 고얀 놈! 저!”“할아버지.”분위기가 또다시 경직되자 이번에도 민시영이 분위기를 풀었다.“오늘 할아버지 생신인데 화내지 마세요.”“그래요, 할아버지.”민재혁이 활짝 웃으며 끼어들었다.“저한테 좋은 소식 있어요.”민상철도 민도준을 진짜로 쫓아낼 생각이 없었기에 이내 화를 가라앉히며 되물었다.“무슨 소식이냐?”“둘째 숙부와 숙모의 시신에 관한 소식이에요.”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민도준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민도준의 부모님은 해외에서 일어난 폭동으로 돌아가셔 지금껏 시신도 찾지 못했었다.민씨 가문에서도 여러 번 소식을 알아봤지만 지금껏 시신을 찾지 못해 그저 빈 묘비만 세워두고 있다.“제가 오래전부터 사람을 시켜 조사해 보게 했거든요. 들리는데 의하면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식구로 착각해서 묘지에 묻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얼마 지나지 않으면 유골이 국내로 운송될 거예요.”민재혁은 민도준을 향해 온화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마치 독사처럼 차갑기 그지없었다.“운송 과정에 별일 없었으면 좋겠네요.”지금껏 아들과 며느리를 여의고 시신도 찾지 못한 민상철은 줄곧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들이 겨우 조국의 땅에서 편히 잠들 수 있다는 소식에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었다.“도준아, 얼른 형님한테 고맙다고 해야지.”“하.”하지만 민도준의 잇새에서는 그저 조롱 섞인 나지막한 웃음만 튀어나왔다.“참 고생했네. 죽은 사람들한테 에너지를 쏟아붓느라.”그의 말에 민상철은 눈살을 찌푸렸다.“너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네 부모님이잖느냐!”“그렇죠. 제 부모님이죠. 그런데 할아버지의 아들과 며느리이기도 하잖아요.”민도준은 눈 밑에 드리운 비아냥거림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그 일이 아니면, 두 분 그렇게 빨리 돌아가시지도 않았을 거예요.”“…….”그 말을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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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안 오면 내가 갈 테니까
권하윤은 당연히 민승현에게 문자 내용을 들킬 수 없었기에 손을 등 뒤에 숨긴 채 끝까지 핸드폰을 지켰다.“이건 내 사생활이야. 내가 왜 너한테 보여줘야 하는데?”“씨발, 너 딴 놈이랑 붙어먹기까지 했으면서 무슨 사생활 타령이야? 당장 가져와!”민승현은 문자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권하윤의 팔을 잡아당겼다.“놔! 나 아프다고!”그 시각 마침 매원에 도착한 민도준은 마침 그 대화를 듣고는 강수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승현이 이놈 아주 좋은 시간 보내고 있나 보네요.”그 말에 강수연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채신 없이 구는 권하윤을 욕했다.“하하하, 내가 객실 청소하라고 일러둘 테니 앉아있어.”강수연은 얼굴에 미소를 띠었지만 속으로는 당황하기 그지없었다.그는 민도준이 갑자기 오늘은 매원에서 자겠다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지라 메이드를 불러 방을 치우게 하고 과일을 준비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급할 거 없어요.”민도준은 거실에 다리를 꼰 채 앉아 마치 주인인 것처럼 편하게 행동했다.그리고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승현이랑 대화를 못 나눈 것 같은데…….”강수연은 그의 암시가 섞인 말을 듣자 억지미소를 지었다.“내가 승현이 바로 불러올게.”이내 2층으로 올라간 그녀는 활짝 열린 방문 사이로 보이는 장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시각 민승현은 권하윤을 창가에 누른 채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너희 둘 뭐 하는 거야?”민승현이 고개를 돌리는 틈에 권하윤은 재빠르게 그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 온 뒤 옆으로 도망쳤고 순간 그녀를 놓친 민승현은 그녀를 다시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당장 이리 오지 못해? 너…….”“그만하지 못해?”강수연은 권하윤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민승현을 호통쳤다.“소리는 왜 지르고 난리야? 네 둘째 형이 아래에서 너 기다리니 내려가 봐.”민도준이 왔다는 소리에 방 안에 있던 두 사람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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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야밤에 방을 나서다
어둠 속에서 권하윤은 조심스럽게 문손잡이를 움켜쥐고는 자꾸만 뒤쪽을 확인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게 바로 그녀의 이런 모습을 말하는 것인듯 싶다.그녀는 숨을 죽인 채 민승현의 상태를 확인했고 가벼운 코 고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조금 안심했다.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천천히 문손잡이를 돌렸다.어느 때보다도 조심해야 했기에 그녀는 평소처럼 대범하게 문을 열지 못하고 소리라도 날까 봐 문손잡이를 조금씩 천천히 내리눌렀다.하지만 고요한 밤이라 그런지 낮은 “찰칵”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그 소리와 함께 멈춘 코 고는 소리에 권하윤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녀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하지만 깨어난 줄 알았던 민승현은 그저 몸을 뒤척이며 잠꼬대하더니 곧이어 안정된 호흡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낮은 코골이 소리가 다시 울리자 권하윤은 그제야 안심하고 문을 열었다.복도의 빛이 문틈 사이로 방에 흘러들자 그녀는 이내 몸을 빼내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는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가슴이 북을 치듯 쿵쾅거렸다.민도준의 방은 그들이 묵은 방의 사선 쪽에 위치해 있었다. 그 말인즉 권하윤이 중간 복도를 에둘러 가야 한다는 뜻이었다.그녀는 허리를 숙인 채 주위를 살피더니 아무 사람도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맨발로 잽싸게 민도준 방문 앞으로 걸어갔다.그리고 소리가 날까 봐 노크도 하지 못한 채 민도준에게 전화하려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그녀는 문을 등지고 선 채 핸드폰을 귀에 대고 누구라도 나올까 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누가 나오기라도 하면 나 진짜 끝장인데. 입이 열 개라도 결백을 증명할 수 없게 된다고. 아니지, 나 원래도 결백하지는 않잖아.’권하윤이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을 그때,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때마침 긴장하고 있을 때 기습을 당한 거라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소리 질렀다.“아…… 읍…….”그와 동시에 등 뒤의 남자가 그녀의 입을 막으며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소리는 왜 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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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바람피운 일
권하윤은 순간 입을 다문 채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설마 민승현이 발견하고 찾아왔나?’하지만 그녀가 창문으로 뛰어내릴까 주저하고 있던 그때 밖에서 애교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민 사장님, 혹시 주무세요?”‘이 목소리는…… 강민정이잖아? 강민정이 이 시간에 왜 왔자?’권하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반쯤 벌이고 멍하니 있었다.그때 민도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허리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오늘 참 시끌벅적하네. 강민정이 만약 하윤 씨가 내 방에 있는 걸 보면 어떤 반응일까?”권하윤은 그의 말에 놀라 두 손으로 그의 팔을 꽉 붙잡았다.“안 돼요. 가라고 해요.”“음흠?”민도준은 눈썹을 치켜뜨며 권하윤에게 물려 핏자국이 생긴 손가락을 흔들었다.“강민정이 하윤 씨보다 말 더 잘 들을 것 같은데.”그의 말에 권하윤은 말문이 막혔고 방금 전 벌인 일을 후회했다.‘어쩌면 민도준이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거 그새 잊었지?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더라면 절대 물지 않았을 텐데.’하지만 그녀가 속으로 후회하고 있을 때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민 사장님? 저 승현 오빠와 새언니 일로 드릴 말씀이 있는데 혹시 지금 시간 돼요?”문밖에 있는 강민정은 애교가 철철 흘러넘치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사실 속은 타들어 갔다.만약 이 기회를 놓치면 언제 도 기회가 올지 모르기에 그녀는 어렵사리 얻은 기회를 이대로 날릴 수 없었다. 하지만 민도준이 거절하기라도 할까 봐 그녀는 민승현을 핑계로 삼았다. 어찌 됐든 동생의 일이라면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아니나 다를까 새언니라는 단어를 들은 순간 민도준의 눈빛은 흥미로 가득 찼다. 그는 강민정이 노크한 순간부터 고분고분해진 권하윤을 바라보며 웃음기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하윤 씨랑 승현이 일이라는데? 어쩌지? 나 너무 궁금한데.”권하윤은 본인을 곤경에 빠트린 강민정을 향해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지만 민도준을 먼저 진정하게 하는 게 더 급했다.그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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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새언니가 누구랑 바람피우는지 알아요?
욕실에서 강민정의 말을 엿들은 권하윤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밖에 있는 민도준은 약 2초간 멈칫하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자아냈다.“오호? 제수씨가 바람을 피운다고?”강민정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우연히 발견한 건데 승현 오빠한테 말해야 할지 고민이에요.”말하는 도중에 그녀는 민도준의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어찌 됐든 여자에게는 명성이 가장 중요하잖아요.”그녀의 몸에서 나는 짙은 향수 냄새에 민도준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누가 여기 앉으라고 허락했지?”“네?”강민정은 순간 멍해졌다. ‘이미 반나절이나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돌변한다고?’그녀는 민도준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감히 묻지 못하고 서러운 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죄송해요. 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그리고 옷자락을 움켜쥔 채 침대 옆에 물러서더니 주눅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민도준은 불쌍한 척 구는 그녀의 수단에 놀아나지 않고 손을 휘휘 저으며 독한 향수 냄새를 흩어 보낸 뒤에야 입을 열었다.“할 말 있으면 빨리하지.”강민정은 그의 대도에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어, 그, 그게 새언니가 바람을 피웠는데, 그러니까 승현 오빠도 아직 모르는 게 안 좋은 것 같아서…….”민도준은 그녀의 말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긴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툭툭 털었다.“누구랑 바람피웠는지는 알고?”강민정은 민도준이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오히려 멈칫했다.“알고 있었어요?”‘설마 한민혁이 이미 말했나? 양아치 놈한테 그런 배짱이 있다고? 그럼 내가 말하면 오히려 민 사장님 체면 구기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하지만 그 시각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은 또 있었다. 그건 바로 권하윤이었다. 그녀는 강민정이 뭐라도 말할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민도준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그 “상간남”이란 걸 인정할까 봐 두려웠다.때문에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욕실 문 앞에 쪼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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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함께 미쳐가다
몇 번의 조련 끝에 풋풋하기만 하던 권하윤은 마치 농익은 과일처럼 한 입만 깨어 물어도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그런 농염함은 민도준의 손을 거쳐 직접 배양해 낸 것이기에 유난히 달콤했다.권하윤이 반쯤 넋이 나가 있을 때 민도준은 짓궂은 손길로 그녀의 감각을 다시 일깨웠다. 곧이어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권하윤의 귓가에 맴돌았다.“승현은 하윤 씨가 지금 내 침대에 있는 걸 아나 몰라?”갑자기 엄습해 오는 수치심에 권하윤은 고개를 돌린 채 입술을 깨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민도준은 그녀를 쉽게 놓아주기는커녕 일부러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살거렸다.“아마 조금 뒤면 내 침대에서 내려 또다시 승현 침대로 올라가겠지?”“그, 그만 해요.”권하윤은 온몸이 벌겋게 달아올라 몸 둘 바를 몰랐다.“듣기 싫어? 듣기 싫다면서 반응은 왜 이렇게 크지? 응?”권하윤은 민도준의 짓궂은 말에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짜릿했다.그녀는 마치 민도준과 함께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어두컴컴한 밤마저 야릇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고 저녁 바람이 매원의 꽃과 나무를 스치며 꽃향기를 방 안으로 들여보냈다.“일어나.”권하윤은 흐리멍덩한 눈을 가늘게 떴다.그녀는 민도준을 본 순간 지금 자기가 민도준의 개인 별장에 있다고 착각했는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왜 깨워요?”민도준은 침대 옆으로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아직도 붉은 그녀의 뺨을 문질렀다.“자고 나더니 머리가 어떻게 됐어? 이게 몇으로 보여?”민도준은 일부러 손가락으로 숫자를 그리며 물었다.그제야 방 안 배치를 똑똑히 본 권하윤은 이성이 순식간에 되돌아 펄쩍 뛰며 일어나더니 허둥지둥 옷을 입었다.“저 왜 잠들었어요? 지금 몇 시죠?”“거의 7시가 돼가.”민도준은 손목시계를 힐끗 보더니 대답했다.“잠든 건 아마 너무 기분 좋아서 정신을 잃었나 보지 뭐.”하지만 권하윤은 그의 희롱에 대꾸할 새도 없이 옷만 걸치고 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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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민성철의 호출
권하윤은 자는 척 조용하게 누워있다가 민승현이 다시 침대에 눕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이로써 그녀는 무사히 한고비를 넘겼다.하지만 긴장이 풀린 탓인지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왔고 그녀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잠들어 버렸다.“다섯째 작은 사모님, 얼른 일어나세요.”마지못해 눈을 뜬 권하윤은 눈앞에 나타난 메이드에 어리둥절했다.일반적으로 메이드가 말을 전하러 올 때면 문밖에서 부르곤 하는데 방까지 들어왔으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한참 동안 눈여겨보고 난 뒤에야 권하윤은 그녀가 지난번에 자기와 민도준이 저질러 놓은 사태를 수습해 준 민도준 측 사람이라는 게 떠올랐다.권하윤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물었다.“왜요?”“본채 거실로 오라고 하십니다.”“본채 거실이요?”뜬금없는 요구에 권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왜요? 누가 저 부르던가요?”메이드는 뒤를 힐끗 살피더니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말을 전하러 온 메이드 말로는 어르신께서 작은 사모님께 할 말이 있다며 불렀다고 합니다. 따져 물을 게 있다고. 그림에 관련된 거라고 했던 것 같아요.”‘그림…….’권하윤은 그제야 무슨 이유인지 알아차리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알았어요, 준비 마치고 바로 갈게요.”권하윤이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자 메이드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분위기가 엄청 살벌하대요. 아주 심각한 일인 것 같은데 민 사장님께 알릴까요?”“그럴 필요 없어요.”권하윤은 단호하게 거절했다.“이 일은 얘기할 필요 없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이 일은 그녀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설령 진짜로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그녀는 민도준에게 도움을 청할 리는 없다.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위기를 해결했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관계를 의심해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으니.권하윤이 이미 마음을 굳힌 걸 보자 메이드는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그 시각 문밖으로 나온 메이드는 한참 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다. 권하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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