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서 강민정의 말을 엿들은 권하윤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밖에 있는 민도준은 약 2초간 멈칫하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자아냈다.“오호? 제수씨가 바람을 피운다고?”강민정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도 우연히 발견한 건데 승현 오빠한테 말해야 할지 고민이에요.”말하는 도중에 그녀는 민도준의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어찌 됐든 여자에게는 명성이 가장 중요하잖아요.”그녀의 몸에서 나는 짙은 향수 냄새에 민도준은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누가 여기 앉으라고 허락했지?”“네?”강민정은 순간 멍해졌다. ‘이미 반나절이나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돌변한다고?’그녀는 민도준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감히 묻지 못하고 서러운 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죄송해요. 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그리고 옷자락을 움켜쥔 채 침대 옆에 물러서더니 주눅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민도준은 불쌍한 척 구는 그녀의 수단에 놀아나지 않고 손을 휘휘 저으며 독한 향수 냄새를 흩어 보낸 뒤에야 입을 열었다.“할 말 있으면 빨리하지.”강민정은 그의 대도에 놀라 말까지 더듬었다.“어, 그, 그게 새언니가 바람을 피웠는데, 그러니까 승현 오빠도 아직 모르는 게 안 좋은 것 같아서…….”민도준은 그녀의 말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긴 손가락으로 담뱃재를 툭툭 털었다.“누구랑 바람피웠는지는 알고?”강민정은 민도준이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전혀 놀라지 않는 태도를 보이자 오히려 멈칫했다.“알고 있었어요?”‘설마 한민혁이 이미 말했나? 양아치 놈한테 그런 배짱이 있다고? 그럼 내가 말하면 오히려 민 사장님 체면 구기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하지만 그 시각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은 또 있었다. 그건 바로 권하윤이었다. 그녀는 강민정이 뭐라도 말할까 봐 두려운 게 아니라 민도준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그 “상간남”이란 걸 인정할까 봐 두려웠다.때문에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욕실 문 앞에 쪼그리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