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끝 연애 시작: Chapter 151 - Chapter 160
658 Chapters
제151화 약 발라줄게
“저, 그게…….”이진은 말을 꺼내려고 했는데 너무 놀라 그만 말을 버벅거리고 말았다.윤이건은 겉으로는 엄숙한 척을 했지만 사실 이진의 이런 모습을 보자 엄청 재밌었다. 그녀에게 귀엽다는 말이 어울리진 않지만 그녀의 이런 모습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윤이건 씨, 결정을 내리기 전에 저한테 먼저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제가 동의를 해야 들어올 수 있죠.”“솔직히 자기가 날 거절할 이유는 없지 않아? 우린 합법적인 부부잖아, 안 그래?”윤이건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꺼내자 이진은 이를 악물었지만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정말 잘 곳이 없다면 억지로 쫓아낼 순 없잖아? 쫓아냈다가 길바닥에서 자기라도 하면 어떡해.’윤이건은 그녀를 위해 모진호에 온 것도 모자라 최선을 다해 그녀를 도왔다. 그러기에 그녀는 절대로 윤이건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동의했다고 해서 마음이 편안한 건 아니었다.윤이건은 얼음처럼 차가운 이진의 얼굴을 보더니 더 이상 서두르진 않았다. 이미 첫 단계를 성공했기에 앞으로는 점점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윤이건은 이곳에 와서도 많은 회사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러기에 비서는 짐을 보낼 때 그의 컴퓨터와 서류들도 함께 보내왔다.두 사람은 오후 내내 일을 했는데 한 사람은 소파에 앉아있고 한 사람은 책상 앞에 앉아있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보기 좋았다.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윤이건과 한시혁이 한 테이블에 앉았는데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이진은 젓가락질을 할 필요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계속 먹기만 해도 접시에는 계속 음식이 놓여있었다. 윤이건과 한시혁은 마치 시합이라도 하는 듯이 그녀에게 계속 요리를 집어주었다.이진은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딱히 뭐라 말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마음이 답답한 것도 모자라 입안이 음식으로 가득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정희와 임만만은 그들의 이런 행동에 불편함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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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임자가 있다
아무리 참을성이 좋은 남자라고 해도 상처를 일부러 세게 누른다면 참지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준비도 되지 않은 채 갑자기 상처를 누르자 한시혁의 이마에는 순식간에 식은땀이 가득했다.이진은 그들을 보더니 다시 되돌아와 윤이건의 앞에 서있었다. 한시혁은 그들 두 사람을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윤이건과 이진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이진은 손을 내밀어 윤이건 더러 연고와 붕대를 내놓으라고 했다.그러자 윤이건은 억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건을 건넨 뒤 그럴듯하게 손뼉을 쳤다.이진은 윤이건의 모습을 보더니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윤이건은 정말 어린애 같다니까.’이진은 연고를 골고루 바르고 붕대를 조심스럽게 싸맨 후 손을 뗐다.“자, 이제 돌아가서 쉬어. 잘 때 상처 좀 조심하는 거 잊지 마.”이진은 이 말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손이 흥건했다. 그의 상처는 어깨 뒤에 있었기에 잘 때 엎드려 자야지 상처가 닿지 않을 거다.“걱정 마, 조심할게.”이진의 모든 관심은 한시혁에게 있어서 달콤한 사탕과도 같았다. 심지어 지금 더 다친다고 해도 그는 아무렇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문쪽으로 걸어갔는데 욕실은 방문에 바짝 붙어 있었다. 한시혁은 윤이건이 계속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별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나가려는 찰나 이진은 샤워하러 욕실을 들어가려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한시혁은 손잡이를 잡고는 소파에 있는 윤이건을 쳐다보며 이를 악물었다. “윤 대표님.”한시혁이 자신을 쳐다보자 윤이건은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눈빛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저한테 볼일 있어요?”한시혁의 눈빛을 따라 욕실을 보더니 윤이건은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일어나 그와 얘기를 나누러 방을 나섰다. 이 시간 호텔의 복도는 매우 조용했다.“어쨌든 윤 대표님께서 오늘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윤 대표님이 아니셨다면 오늘 저희가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거예요.”이 말을 전혀 진심이 담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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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힘이 넘치다
한시혁은 무슨 말로 이 대화를 끝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는 방으로 돌아온 후 문을 세게 닫았는데 화가 난 나머지 상처가 조금 찢어진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소파에 앉아 화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하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진정이 되었다.그는 이진과 윤이건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저 일종의 계약관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서로 감정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3년 전에 이미 생겼을 것이다.한시혁은 이런 생각들을 하고는 숨을 크게 내쉬었고 그제야 마음이 조금 덜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결혼이 빈 껍데기 일뿐이라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니 이렇게 된 이상 그가 포기할 리는 없다.그는 절대로 윤이건의 뜻대로 되지 못하게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이때 이진은 욕실에서 나와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그러다가 소파 위에 앉아 일을 처리하고 있는 윤이건을 보더니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운을 보고는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그러나 그녀는 자기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당황해 보인다는 걸 몰랐다.“윤 대표님께선 왜 아직도 제 방에 계세요? 힘이 넘치시나 봐요? 잠 안 자도 돼요?”그러자 윤이건은 고개를 천천히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은 다소 의혹스러워 보였다.“낮에 얘기했잖아? 오늘 나 여기서 자는 거 아니야?”“그건 얘기한 게 아니라 당신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신 거죠, 안 그래요?”이진은 말을 하며 의자에 앉았는데 약간 의기소침해 보였다.오늘은 정말 피곤해서 그녀는 그저 빨리 자고 싶을 뿐이다. 이후에는 분명 더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기에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그러나 윤이건은 그녀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은 채 여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해댔다.“그게 왜 나 혼자 내린 결정이지? 내가 얘기할 때 너도 반대하진 않았으니까 동의한 거 아니야?”“YS 그룹에선 계약을 체결할 때 만약 상대방이 반대하지만 않는다면 바로 돈을 주나요?”이진이 빠르게 반격을 해오자 윤이건은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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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누구 여친인데?
모든 일을 다 처리한 후 이진은 더 이상 윤이건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녀는 창문 앞으로 가서 침대 머리의 작은 스탠드를 끈 후 눈을 감고 자려고 했다.윤이건은 그녀를 보더니 저도 모르게 웃었는데 이 웃음은 분명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반한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은 모두 이런 감정을 의식하지 못했거나 그저 알아차렸을 뿐이었다.윤이건은 드라이기를 놓고 나서야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그는 하루 종일 고생을 하고는 아직 씻지도 않았다.욕실 문이 닫힌 순간 침대에 누워 있던 이진은 갑자기 눈을 떴다. 비록 몸은 매우 피곤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정신이 또렷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편히 잠들 수 없을 것이다.윤이건과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그녀는 신혼 날 밤조차 객실에서 잤었다. 그들이 출장을 한 번 오게 된 것뿐인데 갑자기 호텔 한 방에서 자게 될 줄은 그녀는 상상도 못했다. 이진은 이런 생각을 하더니 마음속으로 윤이건을 수천 번이나 욕했지만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결국 눈은 감았지만 귀는 찡긋 솟아있었다.20분 뒤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이진은 몸을 갑자기 떨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두 손으로 이불 시트를 꽉 잡았다.가볍고 축축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이진은 윤이건이 점차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곧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결국 윤이건이 침대에 올라온 것을 느낀 순간 이진은 더 이상 참지 않고 눈을 떴다.“윤이건 씨는 소파에서 자세요!”“아직 안 잤어?”윤이건은 농담 섞인 말투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지만 이진은 지금 이런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었다.윤이건의 타월은 그다지 꽉 묶이지 않아서 이진의 각도에서는 그의 야무진 근육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도 불빛이 매우 어두워 윤이건은 이진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보지 못했다.“말 돌리지 마시고 소파에서 자든지 나가든지 하세요!”윤이건도 더 이상 장난을 치진 않고는 그녀의 말을 따랐다. 사실 그는 적어도 이날만큼은 이진과 한 침대에서 잘 생각은 없었다. 그는 그저 이진이 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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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타고난 아름다움
보통 이런 일이라면 당연히 정희가 첫 번째로 말을 꺼낼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정희는 풀쩍풀쩍 뛰며 손을 들고는 흥분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어제 일로 인해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게 분명했다.“이진아, 어쩌다가 관광 구역에 오게 된 건데 모진호를 좀 돌아보는 게 어때?”이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에 동의하였다. 이진도 모진호에 두 번 온 것이 모두 일을 위한 것이기에 오늘 한가한 틈을 타 구경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윤이건과 한시혁을 보았는데 역시나 그들도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호텔에서 출발하여 모진호 관광 구역까지 가려면 시간이 좀 걸렸는데 이진은 이 틈을 타 잠을 보충했다. 차 안은 매우 조용했는데 모진호에 도착하자마자 윤이건의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 윤이건은 이진을 가까이할 틈조차 없었다.“괜찮으니 하던 통화마저 하세요.”이진은 윤이건의 다소 울적한 표정을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말을 듣자 윤이건은 마음이 따뜻해진 느낌이 들었는데 반면 더욱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원래 그는 정희가 모진호에 가자는 말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다. 비록 둘뿐만이 아니지만 그는 이것을 이진과의 첫 여행이라고 생각하고는 내심 기뻐했는데 갑자기 회사 측에 문제가 자꾸 생겨버리는 것도 모자라 그것들은 꼭 그가 직접 처리해야 될 일들이었다.윤이건이 괴로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고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는 모습을 보자 이진의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윤이건에게 이렇게 어린애처럼 화가 잔뜩 났으면서도 어쩔 줄 모르는 모습도 있다니.’그녀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볼 뿐만 아니라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사실 그들이 모진호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들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두 명의 아름다운 여자 뒤에 두 명의 잘생긴 남자가 따라다니니 다들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방금 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한시혁에게 모자와 선글라스를 쓸지 물어본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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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다 널 위해서야
“한시혁 씨, 뭐라고 하신 거죠? 방금 제가 잘 못 들은 거겠죠?”윤이건의 갑작스러운 동작에 이진은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한시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윤이건은 먼저 입을 열었고 이진을 끌어안던 그의 손은 더 힘을 주었다.“이진은 제 부인이에요.”방금 한시혁에게 연락처를 물었던 소녀는 의기소침했었는데 이 말을 듣자 어두웠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러고는 한시혁을 한참 동안 가까이 쳐다보더니 뭔가 낯이 익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혹시…….”한시혁은 윤이건이 꺼낸 말을 듣고 매우 괴로웠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이때 방금 그 여자가 이렇게 묻자 한시혁은 정체가 들키기라도 한 것 같아 당황했다.한편 윤이건은 이 기회를 틈타 이진을 껴안은 채 이곳을 떠났다.윤이건과 이진이 떠나자 갑자기 한시혁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기 시작해 물샐틈없이 붐볐다.한시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모진호의 새로 건설한 관광지가 그곳에 있는 줄 알았다.“헐, 이 사람 한시혁이잖아!”“맞아, 역시 한시혁이었어! 아까부터 낯이 익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확실해!”“대박, 정말 한시혁이야! 내가 한시혁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어.”소녀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아직 한시혁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도 그를 향해 다가오며 비명을 질렀다.“한시혁 씨, 사진 한 장만 찍어주면 안 돼요? 전 한시혁 씨의 오랜 팬이에요.”“제 옷에 사인 좀 해주세요, 제발!”정희는 원래 한시혁의 멀지 않은 곳에 서있었는데 이런 상황을 보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그녀는 한시혁을 도와주거나 그를 잡고 도망가려고 했다. 많은 인터뷰들을 보면 종종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기에 그녀도 한번 해보고 싶었다.하지만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자 정희는 옆으로 밀려나고 말았다.사람들은 무리로 모여있을 때 저도 모르게 흥분 상태에 도달한다. 더군다나 놀러 나왔다가 갑자기 인기 있는 가수를 만나니 그야말로 엄청나게 운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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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도와주세요
그들 두 사람은 모두 상인으로 장사의 이해관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의 회사는 더군다나 작은 기업은 아니었다.윤이건은 두말없이 많은 인력과 돈을 모진호에게 투자했는데 솔직히 말해서는 이진이 조금이라도 편할 수 있도록 혹은 안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아직도 GN 그룹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진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이기에 이렇게 하게 된다면 많은 걱정을 덜어주는 셈이다.이 일을 알게 되자 이진은 매우 감동된 데다가 윤이건에게 매우 감사했다.그러나 윤이건은 도리어 그녀가 오해하기라도 할까 봐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이진은 입을 오므리고는 눈이 약간 촉촉해졌는데 아마도 너무 오랫동안 감동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이씨 가문의 딸로서 그녀는 수없이 많은 비교와 불공평을 겪었는데 그것마저 모두 지나간 일들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더 심해졌기에 그녀는 그때부터 마음을 굳게 닫기 시작했다.한 편으론 남에게 투쟁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마음을 연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기 때문이다.여자아이가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더 이상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을 거다.그러나 그녀의 눈앞에 있는 명목상의 남편은 그녀를 위해 한 번 또 한 번 노력해왔다.그녀는 덤덤했지만 결코 냉혈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상대적으로 일반 사람들보다 더 민감하고 섬세하기에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오늘 모진호의 날씨는 매우 좋았고 햇빛은 따뜻하지만 눈부시진 않았다.이진은 빛이 윤이건의 뺨 반쪽에 비친 것을 보았는데 그 모습은 매우 부드러워 보였다. 그녀는 마음이 간질간질해진 느낌이 들어 고개를 숙이고 몰래 웃었다.윤이건은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자 심장이 빠르게 뛰어 뻗으려던 손이 멈추고 말았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얇은 입술은 점점 이진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고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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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반했나 봐?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떠들어대자 이진은 기분이 매우 착잡하여 마이크를 들고 그들더러 조용하라고 소리치고 싶었다.다행히도 이때의 날씨는 아직 너무 춥지 않았기에 호수 물의 온도도 너무 낮진 않았다. 그런데도 이진의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고 이마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후 윤이건은 아이를 안고 호수 밖으로 헤엄쳐 나왔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그제야 다가가 윤이건과 아이를 끌어올렸다.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물에 뛰어들어가 아이를 구한다면 힘들 것이니 윤이건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이진은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긴 했다.윤이건의 품에서 아이를 건네받은 이진은 재빨리 아이를 풀밭에 올려놓고 구급조치를 시작했다. 이쪽의 소란으로 인해 한시혁 쪽의 관심도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사람들은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고 그들 쪽으로 걸어왔는데 한시혁은 마침 이진이 등지고 무릎 꿇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신분과 이미지는 신경 쓰지도 않은 채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데 전념하고 있는 이진의 모습을 보자 한시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한시혁은 얼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 기능을 켜고 이진의 뒷모습을 향해 여러 장을 연속으로 찍었다.아직 점심이 전이라 햇빛은 따뜻하기만 할 뿐 뜨겁지 않았다.게다가 모진호의 풍경과 햇빛에 의해 굴절된 나무들의 그림자로 인해 그 장면은 무척 따뜻해 보였다.게다가 이진의 행동은 더욱 두드러져 핸드폰으로 찍어도 엄청나게 예쁘게 찍혔다.한편 이진은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인공호흡을 했다. 방금의 긴장된 마음과 걱정된 마음이 사라지자 갑작스레 밀려오는 피로는 그녀의 눈을 약간 붉어지게 했다.그녀는 이마 앞의 잔머리가 양쪽 볼에 붙어 낭패스러운 모습이었고 윤이건은 한쪽에 서서 거칠게 숨을 헐떡였지만 눈은 계속 이진을 바라보았다.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주위 사람들은 감히 숨소리조차 내지도 못했다. 아이의 엄마는 한쪽에 무릎 꿇은 채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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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선 넘지 마
차가 계속 흔들거리자 정희도 점점 졸려와 눈을 뜨지 못했다.차 안에는 유독 한시혁만이 깨어 있었다.백미러를 통해 뒤에 있는 두 사람을 보자 한시혁은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호텔로 돌아온 후, 윤이건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진을 따라 그녀의 방으로 돌아갔다.이진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녀가 샤워를 마친 후 욕실에서 나오자 윤이건이 소파 위에 앉아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그의 이런 모습을 보자 이진은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려왔다.이 남자의 시끄러운 모습에 적응되었는지 그가 갑자기 이렇게 조용해지자 그녀는 조금 어색했다.“뜨거운 물로 샤워하시면 좀 나아질 거예요.”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는데 약간의 명령스러운 말투도 있었지만 사실은 그가 걱정되었을 뿐이다.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윤이건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진을 향해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욕실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30분 정도 지나자 욕실에서 나왔다.타월로 갈아입으니 그는 다시 기운이 넘쳐 보였다.이진은 그를 보더니 드라이기를 들고는 그에게 손짓을 했다.윤이건은 이진이 그의 머리를 말려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뭐지? 직접 내 머리를 말려준다고?’ 윤이건은 한시혁 못지않게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윤이건은 시간이 될 때마다 틈틈이 헬스를 해왔기에 근육 정도는 쉽게 보아낼 수 있었다.그러나 차가운 호수에서 한참을 헤엄치다가 아이를 끌고 올라오니 확실히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피곤한 것 빼고는 불편한 점은 없었다. 이진의 뜻밖의 관심과 걱정은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는데 아이를 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내 머리는 그냥 내버려 둬도 마를 건데 굳이 말릴 필요가 있을까?”“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요.”이진은 모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한 번 또 한 번 달래는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윤이건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괜히 계속 깐죽거렸다가 그의 성격이 화끈한 부인을 화나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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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여자라니
모진호에서 돌아온 후 이진은 한시혁에게 부탁해 정희와 임만만을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이 환자를 데리고 별장으로 되돌아갔다.하인을 시켜 약을 가져온 후 체온을 재니 다행히도 감기로 인한 미열일 뿐이었다.“몸은 좀 어때요?”이진은 한쪽에 서서 윤이건이 약을 먹는 것을 보더니 마음이 착잡했다. 그는 윤이건의 나약한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그에게 나약한 모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그가 아픈 이유는 바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차가운 호수에 뛰어들어 알지도 못하는 아이를 구했기 때문이다.‘꽤 따뜻한 사람이었네.’이진은 가볍게 웃으며 부엌에 들어섰다.윤이건은 이진을 보더니 단번에 정신을 차리고는 얼른 일어나 부엌으로 따라들어갔는데 이진의 바쁜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자기야,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배즙.”그가 몸이 불편한 데다가 사람을 구했기에 이진도 그의 호칭을 따지진 않았다.윤이건은 이진의 대답을 듣자 미소를 지었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부엌 입구에 기댄 채 서있었는데 머리는 어질어질했지만 매우 만족스러웠다.배즙이 완성되자 윤이건은 이진이 그에게 한 그릇을 떠주는 것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모습은 마치 사탕을 달라는 어린아이 같았다.“왜 그렇게 쳐다봐요? 따뜻할 때 빨리 마셔요.”“내가 지금 손에 힘이 안 들어가거든. 만에 하나 그릇을 놓치기라도 한다면 자기가 힘들게 끓여준 배즙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하인들이 뒷정리까지 해야 되겠지.”이 말을 듣자 이진은 이를 악물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그래서 뭘 원하는 거죠?”“자기가 먹여줘.”평소에 그가 이런 말을 꺼냈다면 이진은 가차 없이 배즙을 윤이건의 머리에 쏟았을 것인데 지금의 그녀는 참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그녀가 먼저 일을 벌였으니 억지로라도 그의 요구를 만족할 수밖에 없다.그녀는 의자를 하나 끌고 오더니 윤이건의 맞은편에 앉고는 배즙 한 그릇을 한 숟가락 한 숟가락 그에게 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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