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비로 환생했다니!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317 챕터
171화 제왕이 암살을 당하다
우문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소월각으로 돌아갔다. 원경능은 등불 아래서 책을 읽고 있었다. 우문호가 싱글벙글하며 들어오자 고개를 들며 물었다."동생은 돌아갔어요?""돌아갔어!"우문호는 다가가 그녀 수중의 책을 흘깃 보았다."칠국지(七国志)? 왜 이 책을 보는 거야?"원경능은 책을 한 켠에 내려놓았다."북당 외에 또 무슨 나라가 있는지 보고 싶어서요."그녀는 일어나 우문호의 겉옷을 벗겨주며 물었다."당신의 동생은....괜찮아요?""무엇인지 보아야지. 외상은 아마 중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마음은 큰 타격을 입은 것 같아."우문호는 원경능의 동작에 따라 겉옷을 벗고는 곁에 휙 던졌다. 그리고는 원경능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았다. 원경능은 담담하게 말했다."참지 못하고 제왕을 때렸어요.""잘 때렸어. 일곱째 동생은 호되게 맞아야 해. 괴로워하지마."우문호가 위로했다."괴로워하는 것이 아니에요. 전 후회하지 않아요. 그저 제왕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네요. 멍청이처럼 아무리 귀띔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네요."원경능은 이렇게 말하면서 불안간 고개를 들고 우문호를 빤히 바라 보았다. 우문호는 그 눈빛에 간담이 서늘해졌다."왜?"원경능은 싸늘하게 말했다."하마터면 당신도 예전에는 제왕과 다름이 없었다는 걸 잊을 뻔 했네요."우문호가 변명했다."내가 어찌 일곱째 동생과 같아?""왜 달라요? 당신도 예전에는 저명취에게 미쳐있었잖아요!"원경능은 "미쳐있었다"는 말을 곱씹었다. 마음이 불쾌하지 그지 없었다. 우문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받쳐 올리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나는 그저 속았을 뿐이야. 하지만 사실을 알게 된 후 멀리했잖아. 누가 젊은 시절에 바보 같은 짓을 한 번도 하지 않겠어?""언제 사실을 알았어요?"원경능은 호기심이 동해 물었다."회왕부에서 호수로 떨어졌을 때인가요?"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주 예전이야.""어떤 일에서요?""어떤 일 때문이 아니라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야. 아무 일도 발생
더 보기
172화 당신이야 말로 병신입니다
제왕은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내 앞에서 말해. 내가 죽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를 속이면 안돼."저명취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소리예요? 이미 큰 부상이 아니라고 의원이 말했잖아요. 조용히 의원의 치료를 받으세요. 왕야에게 할 말이 있어요."제왕은 순식간에 불쾌함이 가득한 저명취의 얼굴을 보며 원경능의 말이 떠올랐다. 일시에 마음속에 만감이 교차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명취는 제왕이 아직도 자신의 심한 부상을 입었다고 생각하는 줄 알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눈에는 실망이 어려있었다. 그녀는 정말 못난이에게 시집온 것이었다. 그녀는 우문호를 보며 엄숙하게 말했다."왕야, 이리로 오시지요!"우문호는 고요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끔 보고는 고개를 돌려 제왕에게 말했다."곧 돌아오마."제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두 사람은 편청으로 갔다. 저명취는 모든 사람을 물리고 문을 닫으려 했다. 우문호가 말했다."문 닫을 필요가 없어."저명취는 고개를 들고는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흘끔 보며 비꼬았다."왜요? 당신에게 나쁜 짓을 할까 봐 그래요? 일년 전 공주부에서 원경능이 했던 것처럼요?"우문호는 자리에 앉았다."공연한 생각을 하는군요. 본왕은 그저 모두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 의심 받을 일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의심을 피한다고요?"저명취는 싸늘하게 웃었다."언제부터 저와도 의심을 피하면서 만나야 하는 사이가 되었나요? 당신은 과연 원경능에게 마음이 동했군요. 일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마음이 변했군요. 당신때문에 저는 마음이 아파요."우문호는 미간을 찌푸렸다."본왕과 이것을 말하려는 것이요? 본왕은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이때의 우문호는 연기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툭하면 얼굴을 붉히는 것은 참으로 꼴불견이었다."도대체 원경능의 뭐가 마음에 든 건가요? 원경능이 비열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저명취는 밖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개의치 않고 질문했다. 어차피 제왕비의 하
더 보기
173화 문밖으로 쫓기다
서일은 이마에 꿀밤 두 대를 맞은 뒤 말을 타고 초왕부로 돌아갔다. 원경능은 아직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에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녹아에게서 왕야가 돌아왔다는 말을 들은 원경능은 바로 나왔다.우문호는 탕양과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말을 타고 돌아왔는지라 기분이 꽤 좋았다. 그리하여 탕양이 제왕부에서 물은 상황에 대해 묻지 않았다."어때요? 부상이 심해요?"원경능은 연신 물었다. 우문호는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문제 될 것이 없어. 아마 칼에 조금 찔렸는지 조그마한 상처가 두 개 났어. 피만 조금 흘렸을 뿐이야.""참 무능한 자객이네요!"원경능은 이렇게 말했으나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제왕이 매우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제왕이 먼저 자신에게 맞은 뒤에 초왕부 멀지 않는 곳에서 자객을 만난 것이었다. 우문호는 탕양에게 물었다."자세한 상황에 대해 말해보거라."탕양이 답했다."네, 제왕 신변의 시위와 마부에게 물었는데 길모퉁이에서 자객을 만났다고 합니다.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렸는데 무술실력이 뛰어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차를 전복시키고는 대치하던 중에 제왕이 칼을 맞았습니다. 시위는 자객을 뒤를 쫓으며 자객을 물리쳤습니다."원경능은 의아했다."무술 실력이 뛰어나지 않는데 달리고 있는 마차를 전복시키고 제왕을 찔렀다고? 제왕도 무술을 익히지 않았는가? 시위는?"탕양과 우문호는 서로를 바라 보았다."보십시오. 왕비도 이상한 것을 보아내지 않습니까?""그래서?"원경능은 멍한 표정으로 우문호를 바라 보았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요?"우문호가 설명했다."이 자객은 무술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일곱째 동생을 죽이지 못한 것도 아니야. 그저 일곱째 동생에게 경상을 입혀 자객을 만나 것처럼 현혹시키려는 것이지. 사람들에게 일곱째 동생과 성문의 일을 연루시키게 만들기 위함이야. 성문의 일을 자세하게 조사한 뒤 만일 누군가가 당시에 고의적으로 소란을 피운 것이라고 반박한다면 어떨까? 이 일은...."원경능은 멍하니
더 보기
174화 감히 하지 못할 게 뭐람
문은 오랫동안 닫혀있지 않았다. 한참 뒤 원경능은 문을 열어 우문호를 들였다. 이번에 우문호는 얌전해졌다. 문 밖에서 냉정을 되찾고 생각하였는데 원경능이 화를 낸 유일한 이유가 자신이 저명취와 단독으로 만난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리하여 우문호는 성실하게 약속했다."이후로 절대 제왕비와 단독으로 만나지 않을게."원경능은 그를 바라 보았다."이번에는 정말 질투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저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화내는 것도 아니에요. 당신의 경계심이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비록 더 이상 저명취에게 애정을 느끼지 않으나 함께 자랐으니 어느 정도 정분이 있을 거예요. 저명취가 이 정분으로 당신을 모함하고 함정에 빠트리려 한다면 얼마나 쉽겠어요? 공주부의 교훈을 모두 잊었어요?"원경능은 자신을 반면교재로 하면서 그를 꾸짖었다. 정말 좋은 의도로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이었다.우문호는 매우 감동되었다. 그와 동시에 원경능이 참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체면으로 당당하게 공주부의 사건을 말한단 말인가? 다만 우문호는 감히 이 말을 하지 못하고 고분고분하게 가르침을 받았다.이 점은 그때 우문호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밖에는 비록 사람이 있었으나 서일을 제외하고 모두 저명취의 하인들이었다. 만일 저명취가 무슨 짓을 꾸몄다면 자신은 아마 지위도 명예도 잃게 될 것이었다.또한 저명취가 절대 해내지 못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 당시는 아마 자신의 말에 멍해졌을 것이다. 우문호는 얌전하게 원경능의 옷을 한 벌씩 벗겼다."왕비의 말이 맞아. 본왕은 이후에 꼭 주의를 돌릴 거야. 지금 먼저 자리에 누워. 그래 이렇게 움직이지 마...."원경능은 화가 나 그의 손을 쳐냈다."당신은 잠시라도 그런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돼요?""무슨 일?"우문호의 손과 입술은 매우 분망했다. 그리고 원경능은 매우 시끄러웠다. "읍...."원경능은 입이 막혔는지라 그저 눈을 크게 뜨고 소리 없이 반항할 수 밖에 없었다. 애정씬을 찍은 두 사람은 부둥켜 안고 잠이 들었
더 보기
175화 그녀를 방패막이로 삼다
냉정언은 웃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왕야와는 관계가 없어요. 듣자 하니 그날 초왕비도 성밖에서 사람을 구했다지요?""맞아."우문호는 그를 바라 보며 먼저 경고했다."왕비를 문제 삼으려 하지마.""꼭 왕비를 문제 삼아야 해요!"냉정언이 말했다. 우문호는 또 탁자를 쾅 내리쳤다."단념해."냉정언은 그를 바라 보았다."왕야, 급해하지 마시고 먼저 저의 말을 들어 보세요."우문호는 손을 내저었다."말해봐. 허나 좋은 방법은 아닐 거야.""왕비가 성밖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대부분 백성들이 보았을 거예요. 요 이틀 동안 경중에서도 초왕비가 선량하고 의술이 뛰어나다며 아름답다는 소문이 퍼졌어요. 만일 이 사건의 덤터기를 쓸 사람이 필요하다면 초왕비가 가장 적합해요.""뭐라는 거야?"우문호는 퉁명스럽게 그를 흘겼다. 냉정언은 웃으며 말했다."현재 태상황이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 누구예요? 현재 왕비 중에서 명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구에요? 초왕비가 사죄하러 가면 폐하께서 정말 죄를 내리실 것 같아요? 폐하께서 그러고 싶으셔도 태상황께서 허락하시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왕비는 홍등군주도 구했으니, 왕야의 황숙도 수수방관하지 않을 거예요.""그러니 협박을 하라는 게 아니야?"우문호는 이 방법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황은 협박을 듣지 않을 것이었다. 만일 정말 노하셔서 원경능이 곤장을 맞는다면, 원경능의 엉덩이는 도마처럼 넓고도 납작해지지 않겠는가? 참으로 타당하지 못했다!냉정언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저의 말이 틀림없을 거에요, 그렇게 해요."우문호는 그를 노려보았다."만일 문제가 생긴다면....""왕야가 절로 감당하십시오!"냉정언이 단호하게 말했다."....뻔뻔하긴!"좋은 놈이 한 명도 없었다. 국자감에서 나온 우문호는 가는 내내 고민에 잠겼다. 또 특별히 말을 타고 원걸이 있는지 성문에 가보았다. 원걸은 그날 사람을 구할 때 어깨와 팔뚝이 다쳐서 붕대를 감고 있었다."왕야!"원걸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
더 보기
176화 보복이 두렵지도 않느냐?
우문호는 그녀가 한두 마디 질투의 말을 내뱉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직접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졌다.바로 일곱째는 확실히 태자의 자리를 굳건히 버틸 수 있는 여러 개의 목숨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이건 아마 저수부가 좀처럼 태도를 표명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은 절대 적절한 때가 아니었다.그도 매우 궁금했다. 그녀는 정말로 태자비 자리에 전혀 관심이 없을까? 태자비가 되면 이후에는 황후가 될 것이다. 물론 그 태자가 제위에 오를 때까지 무사히 살아남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그대는 본왕이 태자 자리를 놓고 다투는 걸 정말 바라지 않는 거야?”우문호가 물었다.원경능은 그를 이상한 눈길로 쳐다봤다.“어째서 제가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로 넘어왔죠? 제가 태자가 되는 것도 아닌데.”“내가 만약 태자가 된다면, 그대는 태자비가 되는 것 아닌가.”원경능이 웃으며 말했다.“태자비랑 왕비가 뭐가 다른데요?”“어떻게 다른 게 없겠어? 본왕 앞에서 모른 척 하지마. 그댄 황후가 되고 싶지 않아?”우문호가 그녀를 쳐다봤다. 원경능은 탁자 위의 잔을 조금 옮기며 조용히 말했다.“마음은 쉽게 끌리지만, 길이 험하잖아요. 할 만한 것이 못 돼요.”대가가 너무 커서 꼭 할 필요는 없다 이 말이었다.“그저….”우문호는 그녀를 보며, 문제를 깊이 파고들기 시작했다.“만약 일곱째가 태자 자리를 무사히 지켜낸다면 그런대로 괜찮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다면, 태자 자리에 오르는 그 사람은 결코 당신과 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 싸우지 않고 가만히 있는대도 결국엔 목이 잘릴 수 있다는 말이야.”원경능의 눈동자가 조금 반짝였다.“당신은 원하고 있는 거예요?”우문호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런 건 아니야. 다만 최악의 상황을 먼저 말하고 있는 거야.”만약 정말 거기까지 가게 된다면, 그도 도망치진 않을 생각이었다. 원경능은 어깨를 으쓱했다.“사실 당분간 크게 걱정할 건 없다고 봐요. 부황께선 아직 젊으시니까요. 지금은 먼저
더 보기
177화 어느 것이 그녀일까?
우문호는 궁문 앞에서 초조하게 원경능을 기다리고 있었다.혼나고 있는 건 아닐까? 맞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몸은 절대 매를 견디지 못할 텐데….서일은 그가 줄곧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왕야, 궁에 들어가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왕비는 입이 험하여 남의 미움을 사기 쉽습니다. 만약 폐하의 진노를 사게 되면 큰일 아닙니까?”“시끄럽다.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우문호는 뒷짐을 지고 있었다.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것인가? 곤장을 맞아도 다 맞았을 시간인데, 걷지 못하면 들려서라도 나올 텐데.서일이 입을 비쭉거렸다.“설마, 왕비가 행패를 부리며 만나는 사람마다 물고 늘어져서 폐하의 미움을 사신 건 아닐까요? 곤장을 맞는 건 그렇다 쳐도 혹시….”우문호는 목을 세우며 그에게 분노를 담아 고함을 내질렀다.“서일, 너는 잠시 말을 안 하면 입에 부스럼이라도 나는 것이냐?”서일이 작게 웅얼거렸다.“소인 걱정이 되어 그럽니다.”그는 일단 걱정이 되면 입을 마구 놀리는데, 그렇게 지껄일 땐 부정적인 말을 하기 십상이었다. 그도 자신을 통제할 방법이 없었다.마침내 희씨 어멈이 원경능과 함께 큰 걸음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녀는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는데 고개를 꼿꼿이 쳐들고 가슴을 편 채 씩씩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의기양양한 그 모습이 마치 갓 승전하고 돌아온 붉은 암탉 같았다.한참 동안 마음을 졸이던 우문호가 마침내 안심했다. 급히 그녀를 맞이하며 그녀의 팔을 잡아 끌며 쭉 훑어보았다.“맞은 건 아니지?”원경능은 그에게 눈을 흘겼다.“말을 그렇게 밖에 못해요? 내가 맞기라도 바라는 거예요?”“걱정이 되어서 그러지!”우문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부축하여 마차에 오르게 했다.“조심해.”원경능이 웃었다.“뭐에요? 제 처우가 확 개선됐네요? 입궁하기 전까진 그다지 좋은 대접을 못 받았는데.”그녀가 마차에 앉자 우문호도 앉았다. 한 손으로 그녀를 안으며 연이어 질문을 퍼부었다.“어떻게 됐어? 부황께서 뭐라고 하셔
더 보기
178화 거짓 임신
저명취는 천천히 걸어와 그의 옆에 앉았다. 그의 손을 끌어당겨 그녀의 아랫배에 가져가며 말했다.“우리의 아이에요. 우리의 황자라고요.”제왕은 갑자기 놀라서 손을 확 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저명취가 그를 보며 냉담하게 물었다.“무엇이 두려운 거예요?”제옹은 정말 두려웠다. 그는 저명취가 이런 속셈을 갖고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그는 현재 친왕의 신분이었다. 아들이라고 해도 기껏해야 세자였다.“명취, 헛소리 하지마.”제왕은 불에 데인 듯 자신의 손을 움츠리며 몸을 옆으로 돌려 누웠다. 팔뚝에 난 상처가 눌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저명취는 그의 뺨이라도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넋이 나갔다. 자신이 이런 쓸모 없는 사람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간신히 미소를 쥐어짜낼 수 있었다.“조부께서 제게 말씀하셨어요. 당신을 태자로 옹립할 것이라고요. 조부는 저더러 당신의 마음을 떠보라고 하셨지요, 아까는 당신을 떠본 것이에요.”제앙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떠보는 거라고?”“네, 조부는 다만 당신이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지, 그럴 용기가 있는지, 이를 책임질 수 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저명취가 쓸쓸하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제왕은 잠시 침묵했다.“수부가 쓸데 없는 생각을 했어. 부황께서 가부를 결정하실 일이야. 더구나 부황은 아직 젊으시니 후계자를 세우는 일은 급하지 않아.”저명취는 속으로 냉소했다. 후계자를 세우는 일이 급하지 않다고? 지금 모든 사람의 눈은 태자의 자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문무백관(文武百官)들조차도 적당한 친왕을 물색하여 접근하고 있는 중이었다.심지어 손왕도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그런데 급하지 않다고? 참으로 어리석기가 극에 달했다. 저명취의 마음은 거의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녀가 몸을 일으키며 담담하게 말했다.“일단은 쉬어요. 잠시 다녀올 데가 있어요.”그녀가 천천히 걸어 나가는데 제왕의 놀라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명취!”그녀가 고개를 돌려
더 보기
179화 파리를 삼키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저명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똑똑한 그녀인데, 어찌 조부가 바둑을 어떻게 둘 것인지 모르겠는가? 조부에게 있어서 그녀는 이미 버린 패나 다름 없었다.그녀는 비분에 가득 차서 예의도 상관 안 하고 차갑게 질문했다.“조부께서는 제가 제왕비 자리에 앉아 있는 걸 원치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누구를 물색하셨습니까? 명양인가요?”“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네 구실만 잘하면 된다.”저수부는 눈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답했다.“왜인가요?”저명취가 원망스레 말했다.“손녀는 한 가지 일밖에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헌데 왜 조부께서는 저를 버리시나요? 제가 성밖에서 죽을 나눠준 일도 조부의 뜻이었습니다. 만약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면, 조부야말로….”‘원흉입니다.’ 라는 다섯 글자는 그대로 저지되었다. 저명취는 아무리 대담하더라도 이 다섯 자를 입밖에 낼 수 없었다.그러나 저수부가 차갑게 말했다.“원흉이라고? 그래, 죽 나눠주는 막사를 짓게 하여 어질다는 명성을 얻게 하려 한 것은 내 뜻이었다. 애석하게도 너는 일을 성공시키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망쳤지. 네가 막사를 널리 열고, 며칠 죽을 나눠준다면 경중에는 자연스레 누군가 너를 칭송할 텐데, 굳이 양 부인과 예친 왕비를 찾아갈 필요가 있었더냐? 모든 일을 할 때마다 너는 항상 파리나 개처럼 도처에 빌붙어 명리를 탐하려 하지. 마치 일이 헛되이 될까 봐 기회를 틈타 잔꾀를 부린단 말이다. 네가 무릇 한 가지 일이라도 착실하게 했다면 오늘 같은 처지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태상황의 병이 위독해 진후, 네가 나를 구실로 삼아 희씨 어멈을 위협했을 때부터 나는 너를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어쨌든 직계 손녀이니, 너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준 것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너는 이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 사단이 터지니, 너는 임신을 구실로 죄를 회피하려고 했다. 조금의 책임도 지려하지 않다니, 어찌 제왕비라 할 수 있겠느냐? 난 네가 제왕의 명성을 훼손하는 걸 절대 용납할
더 보기
180화 실패한 손왕
원경능도 오늘 밤 자신이 마치 파리를 삼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냐하면, 우문호가 말하길 어떻게 그녀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기 때문이었다.그녀의 본명인 원경능으로 부르자니, 너무 단조로운 것 같고 왕비라고 부르자니 너무 차갑고 도식적이란다.경경이… 라고 한마디 부르기만 하면 온 몸에 닭살이 돋아 건강에 좋지 않았다.아능(阿凌)은 아령(阿龄)과 발음이 같았다. 그는 늘 우문령을 아령이라고 불렀다.능이… 이 소리를 내뱉기도 전에 원경능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언제적 부부인데 낯간지럽지도 않은 것인가? 결국 우문호는 그녀를 원씨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순간 원경능의 머릿속에 한 화면이 그려졌다.한 지도자가 머리칼이 희끗희끗한 늙은이의 손을 잡으며 기쁨과 위안을 담아 말을 건넨다.“원씨 선생님, 40년 동안 이 자리에서 고생스럽게 일하셨는데 오늘 영광스럽게 퇴직하시네요!”원경능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원씨라, 참으로 노티가 나는 호칭이었다. 그녀는 현재 열 일곱의 소녀일 뿐이었다.그녀가 퉁명스럽게 물었다.“그럼 난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되는데요?”우문호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영감님이라고 불러!”원경능은 대꾸할 가치도 못 느끼고 벌떡 몸을 돌려 그를 등졌다.우문호는 그녀의 팔뚝을 이리저리 젖히며 말했다.“화났어? 당신이 말해봐, 뭐라고 할지.”“ ‘우문호’요.”“그럼 난 당신을 뭐라고 불러?”“저는 개명하지도, 성을 바꾸지도 않을 거예요. ‘원경능’이요!”우문호는 양손을 베개 삼아 머리 뒤에 받치며 말했다.“그럼 너무 재미없잖아.”어쨌든 그는 원씨라는 호칭이 아주 듣기 좋다고 생각하며 계속 불렀다. 언젠가 그녀는 명실상부한 자신의 원씨 노부인(老元)이 될 것이다.그때 그들은 나이가 든 채 자손들에게 둘러 쌓여 있을 것이다. 얼마나 즐거운 인생이겠는가!반면 원경능의 머릿속은 황제가 과연 저명취를 처벌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우문호가 몸을 짓눌러왔다.“무슨 생각 해?”원경능은 그의 눈에
더 보기
이전
1
...
1617181920
...
32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