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091 - 챕터 1100
1158 챕터
제1091화
웃을 듯 말 듯 하는 유진우의 얼굴을 본 후에야 술광은 정신을 차리고 툴툴거렸다.“인마! 그렇게 할 짓이 없어? 저리 썩 꺼져.”그러고는 다시 의자에 드러누워 자려 했다.“그만 자고 일어나요. 할 얘기 있어요.”유진우는 나무 상자 두 개를 꺼내 상 위에 내려놓았다. 나무 상자 안에 천년 청련과 칠색 영지가 고이 담겨 있었다.“이번에 서울에서 수확이 꽤 컸어요. 마지막 두 영약을 다 구했거든요. 인제 수명단을 제조할 수 있어요.”“그래? 이렇게나 빨리?”술광은 느긋하게 허리를 펴고 앉았다.“며칠 남지 않았다 생각했는데 그 귀한 영약들을 다 구할 줄은 몰랐어. 넌 정말 운도 좋단 말이지.”“쓸데없는 얘기 그만하고 전에 줬던 영약이나 다 꺼내요.”유진우가 다그쳤다.“알았어, 찾을 시간 좀 줘.”술광은 기지개를 켜더니 수납장을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실랑이 끝에 영약들을 전부 다 찾아냈다.“왕현 씨, 문 잘 지켜요. 아무도 들여선 안 돼요.”유진우가 돌아보며 분부했다.“네.”대답을 마친 왕현은 의자를 가져와 문 앞에 자리 잡고 앉더니 두 손으로 검을 짚으면서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윤아야, 가서 약재 좀 사다 줘.”유진우는 처방전을 적어 임윤아에게 건넸다. 평안 의원은 다 좋은데 환자가 많지 않아 약재가 매우 적다는 게 흠이었다.“네!”임윤아는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자리를 비웠다. 잠시 후 양손에 여러 가지 약재를 잔뜩 들고 헐레벌떡 뛰어왔다.“난 지금부터 폐관에 들어갈 건데 얼마나 걸릴지 몰라. 내가 나오기 전까지 아무도 방해해선 안 돼.”유진우는 당부의 말을 남긴 후 약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바로 수명단 제조를 시작한 게 아니라 고대 서적 한 권을 꺼내 꼼꼼히 연구하기 시작했다.수명단의 정식 명칭은 구전수명금단이다. 고대 서적의 기록에 따르면 환골탈태하고 기사회생하는 효과가 있으며 특히 오쇠 증상이 나타난 사람에게는 유일한 약이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백
더 보기
제1092화
“응?”폭발해버린 단로를 본 유진우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할 수 있었는데 대체 왜 갑자기 폭발한 걸까? 그동안의 고생이 전부 헛되이 됐단 말인가?“말... 말도 안 돼!”유진우가 고개를 내젓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실패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유진우는 깨진 단로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흔적과 약 찌꺼기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모습은 굶주린 늑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미치광이가 따로 없었다.한참 뒤지던 유진우가 갑자기 멈칫했다. 약 찌꺼기 맨 밑에 반짝이는 금색이 쓱 스쳤다. 주변의 약 찌꺼기와 비교해볼 때 그야말로 어두운 밤 속의 한 줄기 빛 같았고 무척이나 빛났다.유진우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손을 내밀어 금색 주변의 약 찌꺼기를 조심스럽게 털었다. 긴장한 마음을 안고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모든 약 찌꺼기를 털어냈다.드디어 완벽한 금색 단약 한 알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롱하고 동글동글한 금색 단약은 마치 황금처럼 빛이 났고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속 깊이 스며들 정도의 약 향기가 풍겼다.“성... 성공했어?”유진우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하하... 성공했어! 제조에 성공했어.”그는 한껏 흥분한 얼굴로 크게 웃었다.조금 전 단로가 폭발하여 절망에 빠질 뻔했지만 이런 결과가 펼쳐질 줄은 몰랐다. 마지막 순간에 수명단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동안 귀한 영약을 힘들게 찾아다닌 보람이 있었다.“영감님!”유진우는 약실 문을 발로 걷어차고는 수명단을 두 손으로 받들고 신바람 나게 걸어 나갔다.“이거 와서 봐봐요.”인기척에 술병을 안고 비틀거리던 술광이 고개를 돌렸다. 술광도 놀란 나머지 입을 쩍 벌렸다.“대박! 진짜로 성공했어? 사실 나 장난인 줄 알았어, 믿지 않았다고.”고대 서적에 수명단이 천인오쇠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적혀있었지만 그 또한 전설일 뿐이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더 보기
제1093화
세 사람에게 더 따라줄 생각이 눈곱만치도 없었다.유진우 등 세 사람은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볼 뿐 할 말을 잃었다. 결국 술광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항아리 하나를 다 비웠다.“시원하다!”쭉 다 들이킨 술광은 트림까지 했다. 정신이 활기에 차 있었고 컨디션도 아주 좋아 보였다. 술광은 그제야 수명단을 입에 넣었다.꿀꺽.수명단을 삼키자마자 금색 에너지로 변하면서 사지로 뻗어나갔다.이 에너지에 엄청난 생명력이 숨어있었는데 술광의 몸에 끊임없이 영양을 공급해주었다. 그러자 말라비틀어진 경맥이 점점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창백하던 안색도 핏기가 돌았다. 그리고 혼탁하던 눈빛에도 금빛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지와 오장육부, 피부와 근육, 모발까지 모두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진짜 거의 백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술광의 몸은 마치 가뭄에 단비라도 내린 듯 금색 에너지를 흡입하면서 생기를 되찾았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술광의 백발도 검게 변했고 주름이 자글자글했던 피부도 매끄럽고 탄력이 넘쳤다. 뼈와 근육도 눈에 띄게 튼튼해진 건 물론이고 고질병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그야말로 환골탈태가 따로 없었다.“정말 신기해.”완전히 달라진 술광을 보며 유진우 등 셋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수명단은 병을 치료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삶을 얻게 했다. 허약하고 삐쩍 말라 걸어 다니는 산송장이 따로 없었던 술광은 이젠 우람한 체격에 얼굴도 훨씬 젊어졌고 기운도 강해졌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느 것 하나 달라지지 않은 데가 없었다.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하하... 너무 개운해.”술광이 웃으면서 기지개를 켜자 관절에서 뚜두둑 소리가 났다. 수명단의 효능이 아주 신기했고 전설 속의 성약이라는 점은 반박할 여지조차 없었다.천인오쇠 증상을 치료한 건 물론이고 새로운 삶을 얻게 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영감님, 어때요?”유진우가 떠보듯 물었다.“말할 필요 있나? 당
더 보기
제1094화
그날 오후 서울 동강 병원의 한 특수 병실.남궁보성이 의식을 잃은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백지장처럼 창백한 얼굴에 가는 숨을 내쉬고 있었고 심장 박동도 느려졌으며 몸도 매우 차가웠다. 얼핏 보면 정말 죽은 사람 같았다.한 무리 교수와 전문가들이 병실 안에서 증상을 논하며 치료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런데 시간만 흐를 뿐 다들 속수무책이었고 치료 방법을 생각해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도란영, 남궁은설, 유연지, 한솔 일행은 옆에서 애만 태울 뿐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었다.“강 교수님, 제 남편 상태가 어떤가요? 치료할 수 있나요?”한 무리 의사들이 한참 동안 논의해도 결과가 없자 도란영이 참다못해 물었다.“어르신의 병 정말 이상합니다. 저희가 의서를 다 뒤졌는데도 이런 증상을 찾지 못했어요. 정말 도와주고 싶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네요.”경력이 가장 많은 강상민이 고개를 저으면서 안타까워했다. 이런 불치병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었기에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도 몰랐다.“네? 교수님들도 방법이 없다면 아무도 치료 못 한다는 소리예요?”도란영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전에 약신궁에도 연락했었다. 그런데 약신왕이 잠시 다른 곳에 간 바람에 당장은 돌아오기 힘들다고 했다. 약신궁에서 장로를 보내왔지만 장로도 마찬가지로 속수무책이었다.“아무래도 연경에 가서 명의를 모셔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거긴 명의들이 많아서 실력 있는 자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강상민이 제안했다.“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 연경에서 명의를 모셔올 때까지 버티겠는지도 모르겠어요.”도란영이 얼굴을 찌푸렸다.“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명의 모셔왔어요.”그때 남궁진혁이 갑자기 들어왔다. 그의 뒤로 의사 가운을 입은 한 대머리 중년 남자와 조력자 두 명이 따라 들어왔다. 그리고 조력자들은 커다란 약상자를 하나씩 메고 있었다.“여러분께 소개할게요. 이분은 금오국의 호시노 미치오 씨입니다. 유나가 말에 차여서 죽을 뻔했을 때 미치오 씨가 치료해줬거든요. 이분의 의술은
더 보기
제1095화
“용국의 의사들은 정말 형편없네요. 반나절이나 토론해도 아무런 치료 방법도 못 내놓고. 역시 미치오 씨밖에 없다니까요.”유연지가 감탄했다.“맞아요. 정말 쓸모없는 의사들이에요. 미치오 씨 반의반이라도 좀 따라가지.”남궁 가문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아부하기 시작했다.용국의 수많은 전문가와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전부 속수무책이었다. 그런데 호시노 미치오는 보자마자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것이 바로 차이라는 것이다.“미치오 씨, 치료 방법을 아신다면 지금 바로 치료해 주시죠.”도란영이 다급하게 말했다.“약 가져와.”호시노 미치오가 손을 흔들자 두 조력자가 약상자를 앞에 내려놓았다. 그는 약상자를 열고 이리저리 뒤지다가 검은색 약병 하나를 꺼냈다.“이 약은 금옥탕이라는 건데 108가지 귀한 약재를 달여서 만든 거예요. 경맥을 뚫어주고 기혈을 고르게 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죠.”호시노 미치오가 자랑스럽게 말했다.“환자분께서 이 약을 복용하시면 3분 안에 깨어나실 겁니다. 하지만 가격이 좀 비싸요.”“얼만데요?”도란영이 떠보듯 물었다.“600억입니다.”호시노 미치오가 생각지도 못한 금액을 말했다.“600억이요?”그 소리에 용국의 의사들은 입을 쩍 벌렸다.‘차라리 빼앗지 그래? 약 한 병에 600억? 말도 안 돼.’“문제없어요. 우리 남편만 치료할 수 있다면 그 돈 드리죠.”도란영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600억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긴 하지만 그 정도 능력은 있었다. 남편의 목숨에 비하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네, 사모님께서 흔쾌히 동의하셨으니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호시노 미치오는 씩 웃어 보이더니 남궁보성을 일으켜 약 뚜껑을 열고 입에 넣으려 했다.“그 약 마시면 남궁보성 씨 3일을 넘기지 못할 겁니다.”그때 누군가의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문 앞에서 들려왔다.“뭐야?”사람들이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유진우가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남궁은설의 전화를 받자마자 유진우는 부리나케 서울로 달려
더 보기
제1096화
“헛... 헛소리 지껄이지 마!”모든 게 까발려지자 호시노 미치오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두 눈은 동공 지진이었다. 금옥탕의 원가가 몇만 원 정도로 아주 저렴하다는 건 사실이었다. 물론 그의 명성과 의술이 더해지면 몇만 원짜리 약도 엄청난 값에 팔 수 있었다.“헛소리? 그럼 나랑 가서 약 성분 검사해볼래?”유진우가 계속하여 몰아붙였다.“내 생각이 맞다면 금옥탕에 흥분제 같은 것도 넣었을 거야. 응급 상황에서 효과는 있지만 되레 환자의 목숨을 해치는 거지. 넌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야!”“닥쳐! 난 금오국의 명의야. 너희들이 우러러보는 존재라고. 그런 날 모함해? 명령하는데 지금 당장 사과해!”호시노 미치오가 노발대발했다.“사과? 넌 사과받을 자격도 없어.”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사과 안 하겠다 이거지? 그래, 그럼 치료 안 해. 죽든 말든 알아서 해!”호시노 미치오가 화를 내면서 약상자를 들고 떠나려 했다.“미치오 씨.”그 모습에 남궁진혁이 재빨리 잡으며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진정하세요. 저놈은 그냥 미친놈이에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상대하지 말아요. 지금은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죠.”“네, 미치오 씨. 사람 목숨이 달렸어요. 어르신 치료할 수 있는 분은 미치오 씨밖에 없어요.”사람들이 나서서 타일렀다.“유진우, 당장 입 다물어! 한 번만 더 헛소리 지껄였다간 확 내쫓을 거야.”남궁진혁이 고개를 돌리고 호통쳤다.“유진우, 무슨 배짱으로 미치오 씨께 대들어? 당장 사과해.”유연지도 큰소리로 말했다.“맞아. 당장 사과해!”한솔도 맞장구를 쳤다.지금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이 유진우를 성난 눈빛으로 째려보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오자마자 의심부터 하고 모함한 것도 모라자 호시노 미치오를 억지로 내쫓을 뻔까지 했다.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난 사실만 말했는데 왜 사과해야 하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돈밖에 모르는 이런 의사는 병을 치료 못 하니까 그냥 가게 내버려 둬요. 이 병 내가 치료할게요.”“네까짓
더 보기
제1097화
입을 열려던 그때 도란영이 호통치며 가로챘다.“그만들 해! 지금 싸울 때가 아니야. 사람부터 구해야지!”“맞아요, 진우 오빠. 얼른 아빠 좀 구해주세요.”남궁은설이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호시노 미치오의 명성이 대단하긴 했지만 유진우를 더 믿었다.“잠깐!”유진우가 치료를 시작하려는데 남궁진혁이 막아섰다.“사람 목숨이 달린 일에 네가 뭔데 나대? 이 병은 미치오 씨한테 맡겨야 해!”“내가 말했지? 저 사람은 치료 못 하고 오히려 환자만 더 해친다고.”유진우가 냉랭하게 대답했다.“미치오 씨마저 치료 못 한다면 넌 더 말할 것도 없지.”남궁진혁의 시선이 갑자기 도란영에게 향했다.“작은어머니께서 결정하세요. 미치오 씨를 믿으세요? 아니면 저 자식을 믿으세요?”“그게...”그의 말에 도란영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유진우의 의술을 그녀는 두 눈으로 똑똑히 봤었는데 정말 대단했다. 딸의 희귀병도 유진우가 치료해 줬으니까.하지만 호시노 미치오는 명성이 자자한 명의고 의료계에 종사한 지 수십 년이다. 경험으로 보나 의술로 보나 유진우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결국 그녀는 안전하게 호시노 미치오를 선택했다.“엄마, 진우 오빠 실력 아시잖아요. 엄청 대단한 거. 진우 오빠한테 맡기면 문제없을 거예요.”남궁은설이 불쑥 말했다.“은설아, 아빠 목숨이 달린 일인데 어떻게 이름도 없는 사람한테 맡겨? 혹시라도 잘못되면 누가 책임져?”남궁진혁이 눈살을 찌푸렸다.“그래, 은설아. 저놈은 딱 봐도 믿을 놈이 아니야. 미치오 씨가 더 실력 있어.”유연지도 나서서 설득했다.“미치오 씨의 의술이 뛰어나니까 무조건 고칠 수 있어. 그런데 유진우 저놈이라면 아버님 위험해질 거야.”한솔이 경고했다.사람들이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한마디씩 하자 남궁은설도 이젠 확신이 없어졌다. 가뜩이나 귀도 얇은데 옆에서 자꾸만 부추기니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사모님도 남편분이 괜찮길 바라시죠?”호시노 미치오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저...”도란영은 말을 잇지 못하
더 보기
제1098화
“진우 오빠!”유진우가 떠나려 하자 당황한 남궁은설이 재빨리 쫓아가서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오빠, 정말 미안해요. 나도 미치오 씨가 올 줄은 몰랐어요. 다 내 탓이에요. 그러니까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은설 씨, 나 화 안 났어요. 의사로서 나도 은설 씨 아버님 치료해 주고 싶어요. 하지만 날 믿지 않는데 어쩌겠어요.”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여러 번이나 경고했는데도 듣지 않는다면 그도 별수가 없었다.“난 진우 오빠를 믿어요. 하지만...”남궁은설이 말을 잇지 못했다. 집안일은 부모님이 결정권을 갖고 있어 딸이라고 해도 함부로 결정할 수 없었다.“괜찮아요, 은설 씨. 먼저 병실로 돌아가요. 난 밖에서 커피나 마시고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요.”유진우는 웃으면서 남궁은설의 어깨를 토닥였다.“알았어요.”남궁은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꾸만 돌아보며 병실로 들어갔다. 괜한 걸음 하게 해서 얼마나 미안한지...“은설아, 저 자식 왜 신경 써? 그냥 가게 내버려 둬. 쟤가 뭐가 대단하다고. 보험이나 파는 놈을 이렇게 신경 쓸 필요가 있어?”남궁은설이 들어오자 유연지가 또 부채질하기 시작했다.“그러게 말이야. 미치오 씨가 있는데 저 자식이 함부로 하게 해서는 안 되지.”한솔이 밖을 힐끗거리며 하찮다는 표정을 지었다.“미치오 씨, 이젠 아무도 방해 안 하니까 빨리 치료해 주시죠.”도란영이 다그치기 시작했다.“그래요. 당신들 성의를 봐서 한 번 더 도와줄게요.”호시노 미치오는 아량을 베푸는 척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검은색 약병을 꺼내 금옥탕을 남궁보성에게 먹였다. 그러고는 약상자에서 은침을 꺼내 남궁보성 몸의 혈 자리에 놓았다. 한꺼번에 침 열몇 개를 꽂고 나서야 멈췄다.“침을 맞으면 경맥을 뚫어주고 기혈을 고르게 하는 효과가 있거든요. 거기에 귀한 금옥탕까지 마셨으니 환자분 꼭 기사회생하실 겁니다.”호시노 미치오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렇다면 너무 잘됐네요.”도란영은 긴장감이 감도는 얼굴로 침대에 누워
더 보기
제1099화
사람들이 비아냥거리자 병실 안에 있는 교수들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의술이 호시노 미치오보다 못하긴 하지만 그들도 여기서는 인재들이었다. 같은 나라 사람에게 무시당하니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감히 건드릴 수 없어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못 들은 척하는 수밖에 없었다.“미치오 씨, 우리 남편 언제쯤 깨어날 수 있나요?”도란영이 떠보듯 물었다.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오긴 했지만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기에 걱정되는 건 마찬가지였다.“조급해하지 말아요. 침을 뽑으면 깨어나실 겁니다.”호시노 미치오는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재빨리 은침을 뽑았다. 은침을 다 뽑자 남궁보성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더니 몇 초 후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두 눈에 핏빛이 스쳤다.“깨어났어요. 드디어 깨어났어요.”사람들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역시 미치오 씨입니다. 말씀대로 정말 깨어났네요. 진심으로 존경합니다.”남궁진혁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괜히 명의가 아니네요. 용국의 의사들보다 백배 더 뛰어나요.”유연지 등 몇몇도 아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고맙습니다, 미치오 씨. 이제부터 당신은 우리 집안의 은인입니다.”도란영이 기쁨에 겨운 얼굴로 말했다.“난 불치병을 전문으로 치료하거든요. 이런 병 나한테는 일도 아니에요.”호시노 미치오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그러면서 조력자가 건네는 물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그런데 침대에 누워있는 남궁보성의 두 눈이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했고 얼굴이 일그러졌다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으악!”남궁보성이 갑자기 포효하듯 소리를 지르더니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모습은 흉악하기 그지없었고 핏줄도 다 튀어나와 무서운 악마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코와 입에서 검은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뭐야?”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미치오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우리 남편 조금 전까지 멀쩡했잖아요.”도란영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더 보기
제1100화
“죽... 죽었어?”갑자기 숨을 거둔 호시노 미치오를 보며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하나같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남궁보성이 갑자기 미쳐 날뛸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것도 아무런 조짐도 없이 호시노 미치오의 숨통을 끊어버렸다.‘단 일격에 죽여버렸어. 어떻게 이런 일이... 큰 문제 아니라며? 정상적인 현상이라며? 침으로 해결할 수 있다더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젠장.’“으악!”남궁보성은 포효하면서 호시노 미치오의 시신을 확 던져버렸다.쿵!호시노 미치오의 시신이 벽에 부딪히면서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맥없이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왔다.“미치오 씨!”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특히 유연지와 한솔 등 몇몇은 마치 친부모가 죽은 것처럼 슬퍼하며 가슴 아파했다.“얼른! 얼른 가서 작은아버지 붙들어!”남궁진혁이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명을 내리자 부하들이 남궁보성을 잡으려 했다. 그런데 이미 미쳐 날뛰기 시작한 남궁보성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고 아주 폭주했다. 게다가 실력까지 강해서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그에게 다가가기만 하면 누구든지 전부 날려버렸고 눈에 뵈는 게 없었다.“여보, 사람 다치게 하지 말아요!”“아빠, 정신 차리세요. 다 아빠 가족이라고요!”도란영과 남궁은설은 끊임없이 소리 지르며 남궁보성을 깨우려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목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되레 남궁보성의 주의만 끌게 되었다.“죽어! 다 죽어!”남궁보성은 소리를 지르면서 남궁은설을 덮치려 했다. 그의 두 손은 마치 칼처럼 날카로웠고 손가락 사이에 원기가 감돌아 쇠도 손쉽게 부러뜨릴 수 있었다. 일반 사람이 그 공격을 맞는다면 바로 즉사할 것이다.“여보, 안 돼요!”도란영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남궁은설에게 달려가며 몸으로 치명적인 일격을 막으려 했다. 당장 누구 하나 죽어 나갈 것 같던 위기의 순간, 은침 한 개가 갑자기 날아왔다.슉!문밖에서 날아온 은침은 전광석화처럼 남궁보성의 목을 그대로 찔렀다. 남궁
더 보기
이전
1
...
108109110111112
...
116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