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미친 그날 밤: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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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송연아는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문밖을 나섰는데 복도에서 강세헌과 마주쳤다. 그도 한창 외출 준비를 하는 듯싶었다.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치더니 강세헌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가려고?”송연아가 머리를 끄덕였다.“친구한테 일이 좀 생겨서 가보려고요.”그녀는 마찬가지로 밖에 나가려는 강세헌을 보며 물었다.“세헌 씨도 나가려고요?”“응.”강세헌이 먼저 걸음을 내디디며 그녀에게 물었다.“넌 어디 가는데?”송연아는 좀 전에 확인한 주소를 그에게 알려주었다.강세헌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나도 거기 가.”“네?”송연아는 흠칫 놀랐지만 심재경과 강세헌이 친하다는 걸 알아채고 마음을 다잡았다.“재경 선배가 찾아요?”강세헌이 머리를 끄덕였다.“같이 가.”송연아도 알겠다며 대답했다.강세헌이 운전하고 송연아가 조수석에 탔다.두 사람 모두 침묵을 지켰다.서로 대화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상 떠오르지 않았다.한참 후에야 송연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만나기로 한 선배는 안이슬이라고 하는데 전에 재경 선배와 만났었어요.”강세헌은 심재경의 사생활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 알고 있는 게 별로 없었다.송연아의 말을 들은 후에야 심재경이 왜 요즘 기분이 가라앉았는지 이해가 됐다. 감정에 문제가 생긴 탓이었다.“그래서 두 사람 지금 이별하는 중이야?”강세헌의 물음에 송연아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이슬 선배는 헤어지고 싶은데 재경 선배가 안 놓아줘요. 못 놓아준다고 해야겠죠.”강세헌은 담담한 눈빛으로 더 캐묻지 않았다.그는 딴 사람 일에 지나치게 따져 묻지 않는 듯싶었다.두 사람은 곧바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송연아가 먼저 내리고 강세헌이 뒤따라 내렸다!문을 두드리자 심재경이 와서 문을 열었다.둘이 함께 온 걸 보고 심재경은 썩 놀라지 않았다. 방금 안이슬이 송연아에게 전화할 때 그도 옆에 있었으니까.심재경은 몸을 한쪽 옆으로 피하며 길을 내주었다.“들어와.”송연아는 재빨리 안이슬에게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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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맞아.”안이슬이 쓴웃음을 지었다.“소개팅하러 온 상대 앞에서 내가 여자친구라고 말했고 그 여자는 속았다고 생각해 당장에서 재경이 엄마한테 전화했어. 일을 아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니까...”송연아는 그 당시의 장면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선배가 왜 재경 선배 집에서 나타나요? 두 사람 오해 다 풀었어요?”송연아가 물었다.안이슬은 한참 침묵한 후에야 말을 이었다.“재경이한테 다 얘기했어.”송연아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두 사람 원래 서로 사랑했으니 다 알게 되면 이슬 선배를 더 놓치려 하지 않겠죠? 요즘 재경 선배가 얼마나 위축됐는지 알아요? 매일같이 술로 슬픔을 달래고 사람이 다 홀쭉해졌다니까요. 이슬 선배는 이런 재경 선배가 속상하지 않아요?”안이슬도 다 알고 있었다. 심재경은 그토록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의기소침해졌는지, 그녀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심재경의 엄마는 그녀를 더욱 미워할 것이다. 전에는 가정형편이 별로여서 제 아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겠지만 이젠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여자라고 생각할 것이다!심재경을 떠나겠다고 약속해놓고 인제 와서 또다시 그와 엮이다니.심재경의 엄마가 안이슬을 얼마나 미워하겠냐는 말이다.송연아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달래주었다.“천천히 관계를 개선해나가면 돼요. 재경 선배가 이슬 선배의 마음을 헤아리고 또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으니 재경 선배 어머님도 시간이 지나면 선배의 좋은 점을 서서히 발견할 거예요.”안이슬은 그녀의 말처럼 낙관적이지 못했다.그 당시 심재경의 엄마는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으니까.송연아는 꿋꿋이 그녀를 위로했다.“사실 난 지금이 더 좋다고 봐요. 두 사람 손 잡고 함께 나아갈 수 있잖아요. 전에는 이슬 선배 혼자 감당하느라 얼마나 괴로웠어요. 재경 선배도 덩달아 속상했고요. 지금은 적어도 재경 선배가 그때처럼 힘들어하지 않잖아요. 두 사람을 가로막는 사람은 재경 선배 어머님뿐이에요. 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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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출중한 외모에 정말 홀딱 넘어간 걸까?!“나도 내가 세헌 씨한테 설렐 줄은 몰랐어요. 찬이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데 매번 코앞에 닥치면 좀처럼 말을 꺼내지 못하겠더라고요. 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배 그거 알아요? 난 예전에 단 한 번도 후회 안 했는데 세헌 씨 앞에서 후회한 적이 있어요...”“찬이 낳은 걸 후회해?”안이슬이 눈썹을 들썩거렸다.송연아는 고개를 내저었다.“그날 밤 충동적인 행동이 후회돼요.”찬이를 낳은 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찬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1호이니까.송연아가 후회하는 것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자신의 가장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강세헌에게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비록 강세헌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녀는 늘 마음에 걸렸다.안이슬은 그녀 곁에 다가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연아야, 이건 단지 내 관점이라 다 맞다고 할 순 없어. 네가 만약 평범한 사람을 만나고 그 상대가 너에게 애가 있다는 걸 신경 쓰지 않으면 난 무조건 좋게 봐. 하지만 강세헌 씨는 단연코 평범한 남자가 아니야! 그런 급의 남자는 어떤 여자인들 못 만나겠어? 수많은 미인을 접해 봤을 거야. 지금은 한순간의 짜릿함 때문에 널 좋아할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고 딴 사람의 아이를 마주하게 되면 진짜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사람마다 상상력이 있기 마련이야. 강세헌 씨가 그 아이를 보면서 저도 몰래 네가 딴 남자랑 관계를 나눴던 장면을 떠올릴 거야! 그러다 보면 너희 두 사람의 감정에도 금이 갈 테고!”송연아는 강세헌에게 바로 얘기하지 않아도 실은 이런 걱정을 하고 있었다.어쨌거나 찬이는 강세헌의 아이가 아니니 그가 정말 진심으로 송연아와 찬이에게 잘해줄 수 있을까? 게다가 송연아는 찬이와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다.“내 말이 다 맞다는 건 아니야. 어쩌면 내가 옹졸한 마음으로 판단했을지도 몰라...”“아니에요.”송연아는 안이슬이 자신을 걱정해서 이렇게 말하는 걸 다 알고 있다. 그녀도 안이슬의 말이 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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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인기척 소리에 송연아는 창가 쪽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돌렸다. 강세헌은 그녀를 향해 곧장 다가왔다.“재경 선배는 어떻게 됐어요?”강세헌이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말했다.“병원 일을 관두고 집에서 운영하는 회사로 돌아가 출근하겠대.”송연아는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심재경이 의사 직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인제 와서 포기하다니, 그는 지금 얼마나 속상할까?“잃는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어.”강세헌은 그녀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챈 듯싶었다.“너무 걱정하지 마.”송연아는 그의 외투 단추를 풀어주며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재경 선배 걱정한 거 아니에요.”강세헌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는데 오늘 왠지 어딘가 달라 보였다.송연아는 그의 외투를 옷장에 넣으며 물었다.“씻고 잘래요?”강세헌이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내가 물 받아놓을게요.”송연아는 욕실로 향했다.이때 강세헌이 그녀를 덥석 잡았다.“무슨 일 있지?”송연아가 가볍게 웃으며 되물었다.“그래 보여요?”그녀는 차분하게 강세헌과 지내며 그를 향한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싶었을 뿐이다!송연아의 친절함과 단아함에 강세헌은 가슴이 미치도록 설렜다!그는 허리를 숙여 송연아를 확 끌어안았다.송연아는 그의 목을 안고서 그윽한 눈길로 올려다보았다.“안 씻어요?”강세헌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그녀 위에 엎드렸다.“내가 더러워?”송연아가 머리를 내저었다.“그게 아니라...”“나 아주 깨끗해.”말을 마친 강세헌은 살포시 그녀의 핑크빛 입술을 탐했다. 그는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자신의 셔츠 칼라에 갖다 댔다.“풀어줘.”강세헌의 중저음의 목소리에 송연아는 살짝 수줍은 듯 눈길을 피했다.강세헌은 그녀의 얼굴을 바로잡으며 말했다.“날 봐.”그야말로 터프하고 일방적인 강세헌이었다.송연아는 그를 밀치며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자꾸 나 괴롭힐 거예요?”강세헌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는 송연아의 이런 모습이 너무 좋았다.강세헌은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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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송연아는 온몸이 차갑게 식었다.강세헌은 그녀를 안고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괜찮아, 내가 옆에 있잖아.”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더니 귀밑머리로 흘러내렸다.“난... 아빠가 미워요. 그런데 가슴이 너무 아파.”송연아는 겨우 말을 내뱉으며 몸을 살짝 떨었다.강세헌이 대답했다.“알아.”그 사람은 송연아의 아빠이고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니 어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지금... 보러 가야겠어요.”송연아는 횡설수설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강세헌이 그녀에게 옷을 건넸다.“침착해, 조급해하지 마.”“어떻게 침착해요?!”이때 송연아가 버럭 소리쳤다.그녀는 너무 흥분했다.소리치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아무리 속상해도 강세헌에게 화풀이해서는 안 되었다.“미안해요.”송연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세헌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그녀는 멍하니 강세헌을 바라보더니 불쑥 그의 품에 안겨 어깨를 파르르 떨면서 대성통곡했다!강세헌은 그녀를 꼭 안고 등을 토닥였다.한참 뒤 마음을 진정하고 나서야 옷을 갈아입고 문밖을 나섰다.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송태범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다. 송태범은 이미 영안실에 실려 가 흰 천을 덮고 있었고 백수연이 옆에 엎드린 채 목청이 찢어지게 울었다.송연아는 몇 초 머뭇거린 후에야 걸음을 뗐다.백수연이 그녀를 밀쳤다.“이런 재수 없는 년, 네 아빠가 다 너 때문에 죽었어...”“엄마!”송예걸이 그녀를 가로챘다.“왜 누나 탓을 해? 엄마가 아빠랑 싸우지만 않았어도 아빠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에 이르진 않았을 거야!”송태범이 숨졌을 때 송예걸이 옆에 있었다.그는 아빠의 죽음이 송연아와 전혀 상관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백수연은 아들을 표독스럽게 째려보았다.‘얘가 대체 누구 편이야? 왜 이렇게 어리석어?!’송연아는 차갑고 매정한 눈길로 백수연을 흘겨봤다!송태범의 병이 위독하다고 해도 아직 살날이 좀 더 남아있을 텐데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난 건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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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송씨 집안의 재산을 누구한테 남겨주던 백수연 당신은 말할 자격 없어요. 아빠가 대체 어떻게 죽었는지 반드시 조사해낼 거예요. 만약 당신과 연관이 있다면 나 절대 가만 안 둬.”송연아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백수연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감히 내 아들과 유산을 뺏으려고? 나도 너 가만 안 둬!”“엄마...”송예걸은 엄마를 말리고 싶었다. 아빠가 방금 죽었는데 시신 앞에서 쉴 새 없이 얼굴을 붉히고 말다툼하는 건 죽은 자에 대한 배려가 아니니까!“송예걸, 내 말 똑똑히 들어. 너 절대 아빠한테 가스라이팅 당하면 안 돼. 나야말로 너랑 제일 가까운 사람이야. 송연아가 대체 너랑 뭔 상관이냐고?”백수연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송예걸이 자꾸만 송연아의 편을 들자 그녀는 기분이 너무 불쾌했다.송예걸이 이렇게 된 게 다 송태범 탓이라고 여겼다.아빠가 돼서 아들에게 잘못된 인식만 심어줬다고 원망했다!서로 배다른 남매가 무슨 정이 있겠는가?게다가 백수연도 송연아와 사사건건 맞서니 아들 송예걸은 절대 송연아와 가족이 될 리가 없다!가장 중요한 것은 아직 유산을 나누지 못했기에 아들이 송연아와 가깝게 지내는 걸 죽어도 용납할 수 없다!송연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백수연, 우리 아빠랑 엄마는 아직 이혼 안 했어. 우리 엄마야말로 유산을 상속받을 첫 상속자야. 당신이 갖은 계략을 피워도 내가 허락 안 하면 송씨 집안 재산을 한 푼도 못 받아가!”백수연의 눈가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곧바로 정신을 다잡았다.“네 아빠가 이미 유언장을 작성했어. 모든 재산을 예걸이한테 물려주기로 했다고.”송연아는 송태범의 시신 앞에서 그녀와 계속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옆에 있는 강세헌에게 나지막이 말했다.“우리 가요.”송연아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인한 모습만 보여주다가 병원을 나선 후에야 온몸에 기운이 쫙 빠졌다.강세헌은 그녀의 어깨를 다잡고 품에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데려다줄게.”송연아는 머리를 끄덕였다.별장에 돌아간 후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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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아침의 날씨는 조금 쌀쌀했다.송연아는 두 팔을 껴안고 생각했다.‘엄마한테 좀 더 일찍 말했더라면 두 분 한 번쯤은 만났을 텐데.”송태범이 그다지 평온하지 못하게 숨을 거둔지라 한혜숙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무슨 생각해?”강세헌이 그녀에게 물으며 외투를 그녀 어깨에 걸쳤다!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뚜렷한 그의 이목구비를 쳐다보았다. 빈틈없이 깔끔한 평소와는 달리 지금의 그는 살짝 나른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보니 훨씬 다정다감해 보였다. 그녀는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었다.“방금 엄마한테 전화했어요. 만약 내가 좀 더 일찍 엄마한테 말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 때문에 엄마는 아빠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나지도 못했어요...”“그건 네 탓 아니야. 그분들도 다 본인만의 생각이 있고 알아서 선택하셨을 거야.”만약 두 사람이 서로 사랑했다면 절대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하여 헤어진 것도 결국 두 사람의 결정일뿐 옆에서 좌지우지할 수 없다.게다가 다들 성인이라 본인만의 독립적인 사고방식이 있다.송연아는 전혀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말했다.“아직 시간이 있으니 가서 좀 더 자요. 밤새 제대로 쉬지 못했잖아요.”“괜찮아, 너랑 함께 있어 줄게.”강세헌이 앞을 내다보며 말했다.송연아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그를 쳐다봤다.사람은 가족을 여의었을 때 가장 나약하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 준다면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지켜만 줘도 외로움을 덜 느낄 것이다.심적으로 위로가 되니까!날이 서서히 밝아졌다.송연아는 아침도 안 먹고 바로 나갔다. 강세헌이 함께 가주려 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강세헌도 업무가 바쁘다 보니 한가할 새가 없다. 그는 이미 충분히 긴 시간을 함께해줬고 송연아도 이젠 마음이 훨씬 안정됐다.그녀는 로펌에 찾아가 상속권에 관한 법률에 대해 문의했다.알고 보니 백수연과 송태범이 결혼하지 않았어도 송예걸은 합법적인 상속권을 갖고 있었다.송연아가 송씨 집안 재산을 독차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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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상대 다름아닌 송예걸이었다!“예걸아!”백수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부랴부랴 달려갔다. 그녀는 아들이 잘못될까 봐 너무 두려웠다!백수연은 쇠로 만들어진 틀을 걷히고 기절한 아들을 안으며 얼굴을 가볍게 두드렸다.“예걸아, 정신 좀 차려봐. 엄마 놀라게 하지 말란 말이야. 엉엉...”백수연은 식겁하여 진짜 울음을 터트렸다. 그녀에게 핏줄이라곤 아들밖에 없어 모든 희망을 그에게 걸었다.송예걸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녀도 제 명에 못 살 것이다.이렇게 갖은 애를 쓴 것도 다 아들을 위해서였다!“너 왜 이렇게 멍청해? 너랑 유산을 뺏는 저 여자를 뭣 하러 구하냐고?”송연아는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철철 흘렀지만 상처를 신경 쓸 겨를 없이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119에 전화했다.그녀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송예걸에게 다가가 심하게 다쳤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백수연은 제 아들을 해칠까 봐 그녀를 확 밀쳐냈다.“내 아들 건드리지 마!”송연아는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났다.“예걸이 아무 일 없길 바라면 나한테 보여야 할 텐데. 난 의사예요, 예걸이 해치지 않는다고요.”송연아가 차갑게 말했다.백수연은 아들을 부둥켜안고 쉴 새 없이 울어대며 질책했다.“너만 아니었어도 예걸이 이렇게 되지 않았어...”“당신이 악한 마음을 품어서 예걸이까지 다친 거잖아!”송연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보여주기 싫으면 관둬. 이대로 죽어버리면 나랑 유산을 뺏을 사람이 없어지고 좋지 뭐!”송연아는 일부러 백수연의 정곡을 찔렀다!백수연은 그녀를 한껏 째려봤다.“넌 역시 독해 빠졌어!”송연아는 자기랑 아무 상관없는 척 주인 행세를 하며 빈소를 장식하는 사람들더러 구경하지 말고 얼른 하던 일이나 마저 하라고 지시했다.“으악!”백수연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피, 피야!”송연아는 재빨리 송예걸에게 다가갔다. 송예걸의 이마와 머리카락 사이에 피가 흘렀다.아무래도 머리를 다친 듯싶었다.그녀는 얼른 가서 흉터를 검사했다.백수연도 이번엔 말리지 않았다.“우리 예걸이 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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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그녀는 엄마로서 불합격이었다.아이에게 온전한 가정도 선사하지 못하고 아이 곁에 있어 주지도 못했다.“네 아빠는...”한혜숙이 입을 열었다.송연아는 그제야 고개 들어 엄마를 쳐다봤다. 한혜숙은 낯빛이 어두웠는데 방금 운 게 분명했다.“미안해, 엄마. 내가 일찍 알렸더라면 아빠랑 마지막으로 만날 수는 있었을 텐데.”송연아는 너무 미안했다.한혜숙은 딸을 원망하지 않았다. 저번에 송연아가 한번 언급을 했었고 그녀가 마음에 새겨두지 않았다. 한혜숙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그 사람한테 불만도 많고 원망도 많이 했지만 이젠 이 세상에 없으니 과거의 일은 청산해야지. 그래도 한때 부부였던지라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주려고 왔어. 찬이는 아직 너무 어려. 넌 일단 찬이 데리고 돌아가. 나 혼자 갈게.”한혜숙이 찬이의 물건을 송연아에게 건넸다.송연아는 엄마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내가 함께해줄게...”“찬이 아직 어려서 빈소 같은 곳에 데려가면 안 돼. 나 혼자 갈 수 있어.”한혜숙은 무척 강인해 보여도 실은 침착한 척 할 뿐이다.송연아도 엄마가 아빠에게 미련이 남아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아직도 이혼하지 않겠는가.송태범이 너무 갑작스럽게 죽었으니 한혜숙은 분명 상심이 클 것이다.그녀는 딸아이가 걱정할까 봐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한혜숙은 큰 병치레를 한 후 많은 걸 깨달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송태범과 이혼하지 않은 것도 당연히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잘 알고 있다. 송태범은 그녀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 그는 딴 여자랑 바람이 났으니까.그에게 남은 건 미련일 뿐 절대 그때의 순수한 감정으로 돌아갈 수 없다.그리고 이젠 실망이 더 컸다!“걱정 마, 연아야. 엄마는 예전의 엄마가 아니야. 그때처럼 연약하지 않아. 다시 살아 돌아오면서 많은 걸 깨달았어. 전에는 내가 너무 연약해서 너만 더 고생시켰는데 이젠 더는 그럴 일 없어.”한혜숙이 그녀의 어깨를 다독였다.“이젠 다시 백수연을 마주해도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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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오은화는 말하면서 송연아의 품에 안긴 아기를 보더니 재빨리 달려왔다.“이 아기는 뭐죠?”송연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오은화가 먼저 추측했다.“이슬 씨 아기예요?”안이슬은 송연아를 쳐다보며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온화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저도 그러고 싶은데 운이 따라주지 않네요.”이에 오은화는 더 어리둥절해졌다.“그럼 누구 아이라는 거죠?”“제 애예요.”송연아가 말했다.오은화는 문득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사모님...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 아기가 누구 애라고요?”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설마 도련님 애예요?”송연아는 고개를 내저었다.“아니요.”“네?!”오은화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도련님 애가 아니면 누구 애란 말이에요? 사모님이 딴 남자랑 낳은 애라고요?!”송연아는 부인하지 않았다.“네.”“연아야.”이때 분노기가 어린 중저음의 목소리가 그녀 뒤에서 울려 퍼졌다.송연아가 고개 돌리자 강의건이 지팡이를 짚고 문 앞 계단에 서 있었다. 보아하니 그도 방금 오은화가 한 말을 다 들은 듯싶었다. 강의건은 사색이 되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 따라와.”말을 마친 강의건은 강세헌의 서재로 들어갔다.전 집사도 차가운 눈길로 송연아를 쳐다봤다. 마치 그녀가 무모한 짓을 저지른다고 질책하는 것만 같았다.전에 강의건은 송연아에 대한 인상이 아주 좋았고 그녀에게 기대치도 매우 높았다.그랬던 그녀가 이런 짓을 벌이다니!송연아는 아이를 안이슬에게 건네며 나지막이 말했다.“선배 먼저 방에 가 있어요.”안이슬은 알겠다며 조심스럽게 찬이를 안고 방에 들어갔다.오은화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송연아를 쳐다봤다.“사모님...”송연아는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었다. 강의건이 조만간 알게 될 일이니까.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서재로 들어갔고 전 집사가 문을 닫았다.“이리 와.”강의건이 엄숙하게 말했다.송연아는 책상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너 정말 바람났어? 세헌이 배신한 거야?”강의건이 물었다.비록 그도 이 일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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