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831 - Chapter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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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비록 남들이 보기에 이 바닥의 사람들은 전부 귀한 출신이거나 재벌 출신이었지만, 이 바닥에서도 여전히 등급을 나눴다.하지만 유승호가 의외였던 것은 강현수가 흔쾌히 허락했다는 것이다.유승호는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로또 1등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기뻐했다. 만약 이 기회를 발판으로 삼아 강현수와 엮일 수 있다면 앞으로 이 바닥에서 그의 지위는 달라질 것이다.강현수와 배여진을 데리고 당구대 근처로 가는 유승호를 보며 임유진은 참다못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참... 걱정하는 일은 항상 일어난다더니...’임유진은 깊게 한숨을 들이쉬고 앞으로 한발 다가가서는 유승호를 향해 말했다.“승호 씨, 먼저 이 서류부터 사인해 줄래요?”“방해 좀 하지 말고 일단 옆에서 기다리세요.”유승호는 다소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혹시라도 그와 강현수가 당구 치는데 방해가 되어 강현수의 라인을 타는 데 영향이라도 갈까 봐 걱정되었다.임유진은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는 강현수의 시선이 자신한테 머문 채 위아래로 훑는 게 느껴졌다.하지만...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했을 뿐이다.“여진아, 당구 해 본 적 있어?”강현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음... 아니요.”배여진은 그의 말에 급급히 대답했다.“가르쳐줄게.”무심하게 내뱉은 강현수의 말에 배여진은 깜짝 놀란 채 얼른 좋다고 답했다.강현수는 배여진한테 게임 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고 당구 큐대로 공을 치는 방법도 가르쳐줬다.청량한 목소리는 그 덤덤한 말투와 함께 오히려 독특한 운치를 더했다.배여진은 강현수가 직접 당구 치는 법을 가르쳐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러자 그녀는 더욱 신이 났지만 옆에 있는 임유진을 보며 그녀는 자매 사이를 챙기는 척 강현수한테 밀당했다.“현수 씨, 유진이도 여기 있는데 아니면...”“유진 씨가 여기 있는건 유진 씨만의 이유가 있는 거겠지, 인사라도 하고 올래?”강현수는 무심하게 내뱉었다.“그건...”배여진은 고민하는 척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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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너무 좋죠. 당구가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배여진은 웃으며 말했다.한편 유승호는 강현수와 배여진한테 아부를 떠느라 바빴다. 뭐 강현수가 잘 가르쳐준 덕분이라는지, 배여진이 당구에 재능 있다는지, 하면서 말이다.반면 곁에 있던 임유진은 마치 잊혀진 존재 같았다.임유진은 배여진이 한 말을 들으면서 사촌 언니가 쇼를 제대로 한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자신의 사촌 언니가 이렇게도 몰입감 있게 거짓말을 할 줄은 상상치도 못했는데 말이다.강현수도 이미 사촌 언니가 어렸을 때 그 여자아이라고 믿었을 것이다.그녀가 당장 달려가서 강현수에게 진실을 말해도 상대방한테 웃음거리로 여겨질 게 뻔했다.무릎 쪽의 통증이 점점 더 뚜렷해지는 것 같았다.임유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며 무릎의 통증을 무시하고 어떻게든 견디려고 애썼다.지금 그녀는 그들이 이 판을 다 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유승호한테 사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임유진은 지금 한 쌍의 눈동자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강현수는 자신이 더 이상 임유진을 신경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둘은 그날 산에서 분명하게 얘기했었다. 그가 찾으려던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여진이었고 그가 보답해야 할 사람도 여진이었다. 전에 그가 종종 느꼈던 감정들은 착각일 뿐이었다.반면 임유진의 마음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지혁이었다.‘다만 왜... 지금 그녀는 여기서 유승호 같은 사람의 화를 참는 거지? 단지 유승호의 사인을 받으려고 저렇게 오랫동안 서있는다고?’‘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강지혁은? 임유진을 그렇게 끔찍이 아끼더니 왜 이제 와서 그녀가 천대받게끔 하는 거지?’강현수의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의 의문이 스쳐 갔다. 청순한 그녀의 얼굴은 불빛을 받아 유난히 창백해 보였다. 그녀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입술은 꼭 깨문 채 참고 있는 것 같았다.강현수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뭐지, 어디 아픈가?’하지만 그는 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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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임유진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더니 무릎에 힘이 빠진 채 앞으로 쓰러질 듯했다.순간 누군가 허리를 감싸안아 그녀가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다리 왜 그래?”강현수는 쌀쌀맞게 물었다. 그는 진작에 그녀가 쩔뚝거리며 걸어오는 것을 눈치챘다.“고질병이에요.”임유진은 짤막하게 대답하고 이내 고맙다고 인사했다.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린 채 허리에 감쌌던 손을 내렸다.‘고질병? 그녀한테 이런 고질병도 있었나?’“유진아, 괜찮아?”배여진은 그제야 동생을 각별히 관심하는 척하며 물었다.“다리가 불편하면 옆에 앉아서 좀 쉬어도 되는데.”임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봤다. 만약 사촌 언니가 진심으로 그녀가 걱정되었다면 그렇게 계속 서 있는 그녀를 신경 쓰지도 않은 채 신이 나서 당구를 칠 리가 없었다.유승호는 멈칫하더니 곧 안색이 어두워져서 물었다.“서로... 아는 사이인가요?”“네, 제 사촌 동생이에요.”배여진은 웃으며 말했다.유승호는 순간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그는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진 채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아니,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그러면 진작에 서명했죠.”“그럼 지금 사인해도 되겠어요?”임유진은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건네며 덤덤하게 물었다.“되죠! 당연히 해드려야죠!”유승호는 갑자기 아부를 하더니 서류를 건네받아 사인했다.임유진은 서류를 다시 건네받고 몸을 돌려 쩔뚝거리며 떠나려던 찰나 몇 걸음도 걷지 않았는데 누군가 그녀의 팔을 잡아챘다.임유진은 고개를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강현수를 바라보았다.“현수 씨, 저한테 무슨 용건 있으세요?”강현수는 넋이 나간 채 임유진을 잡고 있는 손을 빤히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이러지? 분명히 그녀를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아까 그녀가 넘어질 뻔한 것을 외면하지 않을 때부터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어긴 셈이다.하지만 지금 그녀가 쩔뚝거리며 떠나려고 하자 그는 본능적으로 데려다주고 싶었다.‘그녀가 정말 무릎 고질병을 앓고 있다고 해도 그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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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아니, 아닐 거야!언젠가 그녀는 완벽히 임유진의 존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옆에서 끝까지 웃는 자가 될 것이다!-임유진은 버스를 타고 월세방으로 돌아왔다. 두 다리는 거의 들 수 없을 정도로 아팠고, 그녀는 약상자에서 파스 두 장을 꺼내 무릎에 붙였다.한참 후, 무릎 쪽이 뜨끈해 나며 통증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끼자 그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늘 밤, 그녀는 마치 큰 전쟁을 치른 듯이 온몸이 피곤하기 그지없었고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그녀의 무릎관절은 아무리 여름이라 해도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오래 노출되지 않는 게 좋았다.오늘 밤, 강현수와 배여진을 마주친 것은 의외였다. 그녀가 떠나려던 참에 강현수가 팔목을 잡고 강지혁에 관해 물을 때 그녀는 또 한 번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만약 예전이라면 그녀가 늦은 밤에 혼자 업소에 간다면 혁이는 무조건 함께했을 것이다.유승호도 그녀를 오래도록 내버려둘 담이 없었을 텐데 말이다.게다가 그녀의 무릎이 아파 나면 혁이는 조심스레 그녀를 안은 채 손으로 무릎을 주물러줬겠지...하지만 이 모든 건... 이젠 존재하지 않았다.예전의 달콤하고 좋았던 기억은 지금을 더 비참하게 만들어버렸다.이젠 그녀의 혁이는 없었다.임유진은 어제 업소에서 있었던 일이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다음 날 그녀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자 문어귀에서 강현수가 기다리고 있었다.임유진은 그 자리에서 멈칫하더니 눈에는 의아함이 스쳐 갔다.“유진 씨, 지금 여기서 살아요?”강현수는 먼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네.”그녀는 짤막하게 대답했지만 강현수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다만... 강현수가 그녀의 현재 주소까지 알아냈으니 아마 그녀의 현재 상황까지 이미 다 조사했을 것이다.“궁금해서 그러는데, 유진씨가 왜 이런 곳에서 월세 내며 사는 거죠? 강씨네 저택에서 살았었잖아요. 강지혁이 유진 씨를 이런 곳에서 살게 할 리가 없을텐데요.”그는 마치 물음표 살인마라도 된 듯 궁금했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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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지혁이가... 임유진이랑 헤어질 리가 없는데... 애초에 다른 남자가 그녀에게 일말의 대시조차도 허락하지 않았었는데 그녀랑 헤어지다니!강현수와 강지혁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다 보니 그는 자연스레 강지혁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늘 시크했고 여자한테 관심이라고는 없었지만 임유진은 예외였다.강지혁 같은 사람은 사랑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한번 사랑에 빠지면 아마 죽을 때까지 한 명만 바라보는 스타일이다.그런데 지금 둘 사이에 죽을 때까지 한 명만 바라본다는 약속은 파투 났고 그저 간결한 헤어짐뿐이었다.“왜 헤어졌는데요?”그는 밀어붙였다.“그건 우리의 프라이버시니 존중해주세요. 현수 씨.”그녀는 뒤로 두 발짝 물러서며 둘 사이에 거리를 뒀다.“더 이상 용건이 없으면 전 그만 들어가서 휴식해야겠어요.”그녀는 말이 끝나기 바쁘게 키를 꺼내 자물쇠를 열고 곧장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혼자 남겨진 강현수는 여전히 넋이 나간 채 문밖에 서 있었다.굳게 닫힌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강현수는 아까 강지혁과 헤어졌다고 말하는 그녀의 유난히 평온하고 차분했던 표정을 되새기며 도리어 그의 가슴이 먹먹해 났다.그녀의 평온함은 마치 엄청난 고통을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반면 그는... 분명히 그녀를 신경 쓰지 않기로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왜 번마다... 더 신경이 쓰이는 걸까?강현수는 천천히 손을 올려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댔다.심장은 평소보다 더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이한은 오늘 강지혁과 강현수 둘이 여기로 모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무슨 바람이 불어서 귀하신 두 분을 여기까지 오셨을까? 너희 둘 다 평소에 여기 오기도 싫어했잖아? 아니면 사람 더 불러서 포커나 할래?”강현수는 덤덤하게 눈길을 강지혁에게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난 쟤 찾으러 왔어.”“너 그럼 마침 잘 왔네. 지혁이 어쩌다 여기 온 거야.”이한은 한편으로 술잔과 술을 꺼내더니 세 사람에게 각각 한 잔씩 따라 주고는 자신의 술잔을 들고 가볍게 홀짝거렸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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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강지혁은 우악스럽게 강현수의 멱살을 휘어잡았다. 마치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비틀어버릴 것 같았다.곁에 있던 이한은 술잔을 내려놓고 이내 달려가 강지혁의 손을 낚아챘다.“지혁아, 뭐 하는 거야? 현수는 그냥 물어봤을 뿐이잖아, 네가 참아...”이한은 깜짝 놀라 죽을 지경이었지만 반면 멱살을 휘어잡힌 강현수의 얼굴에는 일말의 두려움도 없는 채 입을 열었다.“설마... 나 때문이야?”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지혁은 손가락을 더 조여들었다. 강현수는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고 얼굴빛도 확 달아올랐다.이한은 급해 난 나머지 달려가 제지했다.“지혁아, 손 풀어. 뭐 하는 거야? 너 진짜 현수를 졸라 죽이기라도 할 작정이야?”‘세상에,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이 둘이 그의 구역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이한은 아마 남은 생을 다 말아먹은 셈이다.이한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강지혁의 손을 잡아당겼다.‘진짜...강현수 때문이라고?’강지혁은 빤히 눈앞의 강현수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니, 강현수의 탓이라기보다 그는 나중에 정말 배신당할 날이 올까 봐, 임유진의 마음에 진짜 강현수를 담아두기라고 할까 봐 두려워서 매일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며 하루를 보내기 싫었던 게 더 컸다.그는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다시 걷기 싫었다. 나중에 자신의 생사를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 넣고 싶지 않았다.그의 운명을 장악할 수 있는 건 그뿐만이어야 한다.강지혁은 손의 힘을 풀었다. 강현수는 마른기침을 몇 번 하더니 이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이한은 그제야 시름이 놓였다. 만약 이런 일이 몇 번 더 반복된다면 그는 아마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맞든 아니든, 그게 중요해?”강지혁은 지독하리만큼 차갑게 내뱉었다.강현수는 그를 바라보며 입꼬리 한쪽을 씨익 올리며 자극했다.“뭐, 중요하진 않지. 너랑 유진은 이미 헤어졌다니 앞으로 유진이가 누구랑 사귀든 너랑 상관없는 일이잖아, 안 그래?”그 순간, 강지혁은 살기 가득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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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언니가 입원해 있는 동안 경빈 씨는 왔었어요?”탁유미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아마 지금쯤 S시를 떠났을 거예요. 오히려 그가 떠났으면 좋겠어요. 다시는 그런 우스운 생각을 하지 않게.”말을 이어가던 탁유미는 순간 멈칫하더니 얼굴에 어두운 표정이 드러났다.“그가 복수할까 봐 두려운 게 아니에요. 다만 그랑 계속 엮이게 될까 봐 두렵네요.”왜냐하면 그가 그녀에게 안겨준 상처와 아픔은 지독하리만큼 많았다. 심지어 그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마저도 그녀에게는 아픔이었다.마치 그녀가 한때 사랑이라고 여겼던 게 얼마나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지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앞으로 어쩔 생각이세요?”임유진은 물었다. 필경 이경빈이 앞으로 어떤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아마 난 S시를 떠나 그가 절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겠죠.”탁유미는 덤덤하게 말했다.만약 계속 S시에 남는다면 어느날 갑자기 이경빈이 찾아와서 윤이의 존재를 알게 될지도 모른다.그건 그녀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임유진은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탁유미가 내린 결정이 이해되긴 했다.“만약 언니가 S시를 떠나게 되면 우린 앞으로 자주 만나지 못하겠네요. 그리고 윤이도, 진짜 서운할 것 같아요.”“그래도 영상통화는 자주 할 수 있잖아요. 게다가 지금은 교통이 그렇게 발달해서 막상 만나려고 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요.”탁유미는 약간 감탄한 듯 말을 이어갔다.“사실 나도 이렇게 여기저기 숨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만약 나중에 이경빈이 공수진과 결혼하고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아이를 갖게 된다면 이경빈은 나를 상대할 시간이 없을지도 몰라요. 그때면... 이렇게 숨어 지내지 않아도 되겠죠.”“언니, 정말 제가 사건 뒤집을 필요 없으세요?”임유진은 다시 한번 이 일에 대해 꺼냈다.“애초에 경빈 씨가 일부러 언니를 해치려 한 게 아닐지도 몰라요. 아마 수진 씨가 이간질하는 바람에 경빈 씨는 언니가 계단에서 수진 씨를 밀어서 유산 시킨 장본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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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어쩌면 그녀는 강지혁과 사귈 때 두 사람은 피임 조치를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자궁 손상으로 임신이 어려웠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녀는 임신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적어도 그녀와 강지혁 사이에는 아이가 있을 리 없었다. 헤어지더라도 깨끗하게 끊을 수 있었다.하지만... 마음속에는 아련한 아쉬움이 있었다.만약 아이가 있다면 자신과 피를 나눈 가족이 생기는 셈이지만 현재 아이가 없으니 결국 그녀에게는 가족이라고 아무도 없었다.아마 늙어서도 죽을 때까지도 혼자일 것이다.임유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윤이의 이쁘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보고 나서야 그녀의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그녀는 윤이를 안아 올린 후 연속 뽀뽀를 했다. 그리고 생일날 윤이를 초대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녀는 특별히 케이크를 사와 윤이와 함께 나눠 먹었다.그리고 이 녀석은 신이 나서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직접 임유진에게 건네주었다. 예쁜 샌들 한 켤레였는데 샌들 끝에는 가죽 리본이 달려 있었고 신발은 흰색인지라 여름옷과 매치하기 쉬워 손이 자주 갈듯했다.신발은 대체로 몽환적인 소녀의 로맨틱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임유진은 넋이 나간 채 신발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종류의 신발을 신어 본지 오래되었다.“이 신발은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랑 비슷해요. 이모도 신으면 예쁜 공주가 될 거예요!”윤이는 신이 나서 말했다.녀석은 지금 말을 아주 유창하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보통 그 나이대의 어린아이보다 더 잘하는 데다가 긴 문장까지 말할 수 있었다.임유진은 싱긋 웃더니 윤이가 보는 앞에서 신발을 갈아신었다. 신발은 의외로 사이즈가 딱 맞았다.“윤이야, 고마워. 신발 너무 이쁘다. 이모 너무 마음에 들어.”임유진은 말을 마치고 또 한 번 윤이를 안아 올리고 볼에 뽀뽀를 했다.윤이의 부드러운 볼은 삽시에 붉어지더니 임유진을 보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사랑스럽고 철이 든 아이를 혹시라도 이경빈한테 뺏길까 봐 걱정하는 유미언니도 이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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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눈에 익은 실루엣이 지금 그녀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새까만 눈동자는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강지혁!그가 어떻게 그녀의 월세방에 있는 거지?임유진은 깜짝 놀란 채 방 안에 있는 강지혁을 바라보며 순간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도 잊었다.강지혁은 입술을 꼭 닫은 채 몸을 일으켜 다가오는 발걸음 걸음마다 위압감이 느껴졌다.“ 왜? 날 본 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어!’임유진은 씁쓸해서 생각했다.그녀는 헤어지면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 며칠 동안 계속 그와 마주쳤다.그를 볼 때마다 그녀는 헤어질 때의 아픔, 그리고... 술에 취한 그날, 그가 그녀를 구해줬고 그녀는 취해서 그의 품에 안겼던 기억이 계속 떠올랐다.“강지혁 씨, 우리 집엔 웬일이세요?’그녀는 깊게 한숨을 들이쉬고 침착하려고 애썼다.“널 기다렸지.”그는 짤막하게 다섯 글자를 내뱉었다.‘그래, 그의 능력으로 이 집에 들어오는 건 식은 죽 먹기지, 다만... 그녀를 기다렸다니?’“전 더 이상 강지혁 씨랑 할 얘기가 없어요. 헤어질 때 이미 다 얘기했거든요. 그리고 강씨 저택에서 나올 때 제 물건만 갖고 나왔어요.”그는 안색이 이내 어두워졌다. 그녀가 뱉어내는 ‘강지혁 씨’라는 호칭은 그렇게도 귀에 거슬렸다.‘그래, 그녀는 떠날 때 그가 사줬던 물건들을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값어치 없는 물건들만 챙겼을 뿐, 심지어... 그녀가 예전에 그에게 줬었던 사진까지 가져갔다.’“사진은 왜 가져가는데?”그는 싸늘하게 내뱉었다.그녀는 멈칫하더니 즉시 그가 말한 사진이 뭔지 알아챘다.“그건 제 사진이니까요. 헤어진 마당에 강지혁 씨도 제 사진을 보기 싫겠죠. 나중에 쓰레기통에 버리느니 차라리 내가 가지고 오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그건 네가 나한테 줬던 거잖아.”“그건 제가 혁이한테 줬던 거죠.”그녀는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혁이는 없고 강지혁만 남았다.그녀의 한마디가 마치 그의 분노 버튼을 누르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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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본질적으로 그녀는 단지 놀음 상대일 뿐이었다.“그건 내 일이야.”그의 싸늘한 목소리는 허공에 퍼지더니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그래, 그의 일이지. 그녀는 물어볼 자격조차도 없었다.’“그럼, 사진만 돌려주면 그만 떠나주는 거죠?”임유진은 깊은 심호흡을 반복하며 감정을 끌어내렸다.그는 몸을 멈칫하더니 눈초리도 따라서 가볍게 흔들렸다. 한참 후에야 입에서 한 글자를 내뱉었다.“어.”“그래요. 돌려줄게요.”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서랍을 뒤져 사진첩을 꺼내고는 그녀가 어릴 적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사진을 찾았다.지금 그녀는 단지 그를 빨리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가 이 좁은 방에 머무르는 일분일초마다 그녀의 마음은 따라서 더욱 혼란스러워졌다.그녀는 그를 멀리해야만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를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임유진은 사진을 강지혁에게 건넸다.그는 사진을 건네받고 고개를 살짝 젖히더니 혼이 나간 채 손에 들린 사진을 몇 번이고 바라봤다.한편 임유진은 강지혁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한지영이 그의 뺨을 때렸다고 했던 일을 떠올렸다.정말 지영이가 말한 것처럼 그는 그녀 때문에 지영이를 봐준 걸까?“강현수도 여기 온 적 있어?”싸늘한 목소리는 침묵을 깨고 허공에 울려 퍼지면서 생각에 잠겼던 그녀를 깨웠다.“네?”임유진은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들자 그의 그윽한 시선이 머물렀다.“왔었어?”그는 다시 한번 곱씹었다.“강지혁 씨, 그건 제 프라이버시에요. 사진은 이미 가졌으니 이젠 떠나도 되죠?”임유진은 말을 마치고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려고 했다.다만 그녀의 손이 문고리에 올려지기도 전에 강지혁의 손은 한발 빨리 그녀가 닫친 문을 열려는 것을 가로막았다. 이내 그녀의 온몸으로 그의 따스한 체온이 느껴졌다. 그는 온화한 숨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강현수한테 갈 거야?”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진 채 본능적으로 그를 피하려고 했다. 단지 한쪽으로 비켜섰을 뿐인데 그의 손은 이미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은 채 품속으로 더욱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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