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 Chapter 851 - Chapter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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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1화
한지영은 그의 얼굴에 핀 예쁜 홍조를 보고는 입을 떡 벌렸다.‘세상에, 내가 지금 제대로 본 거 맞지? 백연신이 정말 부끄러워서 얼굴 붉히고 있는 거 맞는 거지?!’그녀는 아주 본능적으로 두 손을 들어 그의 볼을 감싸 쥐었다.갑작스러운 스킨십에 백연신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고 그녀가 매만지는 걸 바라보기만 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연신 씨 얼굴 지금 엄청 빨개진 거 알아요?”그의 몸은 점점 더 굳어버렸고 이윽고 고개를 홱 하고 돌려버렸다.“아니야.”“뭐가 아니에요. 지금도 봐...”백연신은 이제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고 한지영은 말을 하다 말고 손을 들어 그의 귀까지 매만졌다. 따뜻한 걸 넘어서 거의 데일 것처럼 뜨거웠다.“그만해.”백연신은 그녀의 손을 잡아 내리려고 했다.“잠깐만요. 좀 더 만질게요. 기다려 봐요.”한지영은 촉감 놀이에 심취해 지금 자기 행동이 얼마나 야릇하게 느껴지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백연신은 그녀의 손을 지금 당장이라고 떼어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반면 그녀의 손길을 조금만 더 느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누군가를 사랑하면 원래 이런 걸까?한지영 앞에만 서면 그는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가 없었고 모든 신경이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갔다.한지영은 여전히 백연신의 뜨거운 볼과 귀를 만지작거렸다. 그러고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생각보다 훨씬 더 순정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이 남자는 진정 종합선물세트인 걸까?“연신 씨 왜 이렇게 귀여워요.”더는 참지 못한 한지영이 그의 목을 꽉 끌어안더니 있는 힘껏 그의 볼에 뽀뽀해댔다.지금 이곳이 레스토랑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대로 옷까지 벗겨버렸을지도 모르겠다.백연신은 오늘도 한지영 때문에 심장이 남아나지 않는 것 같았다.그렇게 여차여차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는 데 레스토랑 입구에서 마찬가지로 이제 막 밖으로 나가려는 강지혁을 발견했다.한지영은 그를 보고는 바로 얼굴을 굳혔다. 해당 레스토랑은 S 시에서 꽤 유명한 곳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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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한지영의 도발이 먹혔던 걸까? 강지혁의 발걸음이 멈췄고 얼굴은 서서히 어두워져 갔다.그의 옆에 있던 고이준은 강지혁이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심장을 졸였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한지영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다.임유진이라는 이름은 이제 금기사항과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오늘 한지영은 그 이름을 언급한 것도 모자라 주위 사람들에게 다 들리게 큰 소리로 얘기까지 한 것이다!레스토랑 입구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았다.한지영은 말을 마친 후 만족스러운 듯 백연신의 팔짱을 끼고 유유히 자리를 벗어났다. 백연신은 마치 아이 같은 여자친구의 행동에 저절로 실소를 터트렸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였다.아까 레스토랑을 나오기 전 백연신은 강지혁 쪽을 힐끗 바라보았다.강지혁은 정말 더는 임유진을 사랑하지 않는 걸까? 이제 질릴 대로 질려서 헤어짐을 선택한 걸까?한지영은 강지혁의 변덕 때문이라고 씩씩거리며 얘기했지만 백연신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전에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봤을 때, 강지혁의 행동 하나하나에 임유진을 향한 사랑과 애정이 녹아있었다.그런데 그런 여자를 이렇게나 쉽게 포기한다고?게다가 한지영이 강지혁의 뺨을 내려쳤을 때는 술에 취한 임유진의 한마디에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던 그였다.두 사람이 헤어진 이 시점에 강지혁은 대체 임유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백연신과 한지영이 떠난 후 고이준은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대표님.”“가지.”강지혁은 짧게 두 글자를 내뱉고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차에 오른 뒤 고이준이 다시 회사로 향하려고 할 때 뒷좌석에서 강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봐.”대상이 누군지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고이준은 강지혁이 알고 싶은 사람이 임유진이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네, 알겠습니다.”고이준은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임유진의 현재 행방에 관해 물었다.강지혁은 지시를 내린 뒤 시트에 기대앉아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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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임유진과 곽동현은 지금 병원 근처에 있는 한 백반집에서 식사하고 있다.오늘 임유진은 이재하의 상태를 확인하러 병원에 왔다가 또 곽동현과 마주쳐 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자료수집을 하는 동안 곽동현은 그녀 옆에서 자잘한 심부름도 도맡아 하며 그녀에게 도움이 되려고 애썼다.임유진도 곽동현이 아직 그녀를 향한 마음을 접지 않은 것쯤은 눈치챘지만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다. 그저 이대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최대한 여지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쉴 틈 없이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은 벌써 오후 1시를 가리켰고 임유진은 그제야 너무 바쁜 나머지 점심 식사도 못 했다는 걸 알아챘다.물론 곽동현도 그녀를 도와주느라 점심을 먹지 못했다.“오늘은 도와줘서 고마워요. 점심은 내가 살게요.”임유진이 먼저 얘기를 꺼내자 곽동현이 웃으며 말했다.“식사는 남자인 내가 사는 게 맞죠.”“남자 여자가 어디 있어요. 나중에 내가 도움이 되면 그때 동현 씨가 사주는 거로 해요.”곽동현은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병원 근처에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보다는 백반집이나 분식집들이 많았다. 두 사람은 제일 가까이 있는 한 백반집으로 들어갔다.주문한 음식이 나와 한창 식사를 하고 있는데 곽동현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엄마, 무슨 일이세요? 휴... 신경 쓰지 마시라니까. 그리고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그러니까 약속 잡은 거 빨리 취소해주세요.”반찬을 집으려던 임유진의 손이 멈칫했다. 그의 어머니가 뭐라고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소개팅이라도 들어온 듯했다.하지만 곽동현은 방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거절을 했다.‘설마... 그게 나는 아니겠지?’임유진은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져 들고 있던 젓가락을 천천히 내려놨다.그녀는 곽동현이 말한 좋아한다는 여자가 자신이 아니길 간절하게 바랐다.사랑에 다쳐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이 상황에 누군가의 호감은 그저 부담으로만 다가올 뿐이었다.곽동현은 통화를 마친 후 조금 민망한 듯 임유진을 바라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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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네.”“그럼... 그때 그 동생은요?”그의 말에 임유진의 몸이 굳어버렸다.그가 말한 동생은... 아마 강지혁일 것이다. 한때는 누구보다 가까이 있었다가 지금은 누구보다 멀리 있는 사람...“원래 살던 집으로 다시 돌아갔어요. 그때는 저도 잠시만 데리고 있었던 거라.”임유진은 말을 마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마저 먹었다.곽동현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그때, 마치 그녀를 독점하려 했던 ‘동생’이 이제는 그녀 옆에 없다는 건가? 지금 혼자 있다는 걸 보면 그에게도 기회가 있는 건 아닐까...?무수히 많은 생각이 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한편, 식당 안의 두 사람은 지금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가 전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백반집 근처에 정차된 검은색 차 안에서 강지혁은 두 사람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고이준은 지금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그저 몹시도 두려운 눈빛으로 백미러로 보이는 강지혁과 식당 안의 두 사람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몇 분 전 임유진의 행방을 찾아낸 후 강지혁은 바로 고이준에게 그곳으로 향할 것을 명했고 그 뒤로 줄곧 이렇게 지켜보고만 있다.대체 언제까지 보려는 거지?!고이준은 지금 임유진이 눈앞의 남자와 빨리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식사를 마친 후 곽동현은 임유진을 로펌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했다.“어차피 나도 그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이러는 거니까 부담가질 필요 없어요.”“그럼... 알겠어요.”임유진은 그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은 차에 올라탔다.달리는 차 안에서 곽동현은 임유진에게 이재하가 받을 수 있는 보상액이 어느 정도 되는지 물었다.“아마 아주 적을 거예요.”임유진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현재 알아본 바에 따르면 가해자 명의 아래 있던 자산은 진작에 다른 곳에 옮겨졌고 그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어요.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가해자 명의의 다른 자산을 찾지 못하면 소송에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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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헛된 기대에 희망을 품게 하는 것만큼 잔인한 행동은 없을 테니까.마치 그때 누군가가 자신을 이미 타깃으로 정한 것도 모르고 감옥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의는 살아 있다고 믿었던 그녀처럼...곽동현은 그녀의 말에 조금 머쓱했지만, 곧바로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얘기했다.“물론... 내가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거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만약 그때 유진 씨를 알았더라면 나는 무슨 짓을 해서든 도우려고 했을 거예요.”차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임유진은 몸을 돌려 진지한 눈으로 곽동현을 바라봤다.그는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그런 남자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많은 일을 겪어보니 평범한 것만큼 소중한 것도 없었다.“동현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어울리지 않아요. 나는 이미 사랑과 결혼에 기대가 없는 사람이고 지금은 그저 일에만 집중하고 싶어요.”“난 기다릴 수 있어요. 유진 씨가 다시 사랑이 하고 싶고 결혼하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곽동현은 용기를 내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꽉 쥔 그의 손은 그 무엇보다도 단단했고 그녀만 바라보겠다는 듯한 그의 눈은 그 무엇보다도 올곧았다.이 손은 강지혁과는 다른 따뜻하고 포근함이 묻어있는 그런 손이다.하지만...“아니요. 기다리지 마세요. 나 때문에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동현 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아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건 쌍방이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나는 동현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곽동현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하게 변해갔다.아마 임유진이 이다음으로 하는 말은 더 잔인하게 들릴 것이다.애초부터 곽동현은 그녀가 옥살이하고 나온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편견 없이 그녀를 대했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다.그는 정말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고 인간적으로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다.만약 이대로 그를 선택하게 되면 아마 그가 주는 따스함 아래 아무런 걱정 없이 평탄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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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나는... 정말 유진 씨가 좋아요. 내가 유진 씨에게 대단한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유진 씨에게 안정적인 행복은 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유진 씨를 지킬 거고요. 유진 씨는 어떻게 우리는 안 될 거라고 그렇게 단정을 지을 수 있어요? 나와 연애를 해본 것도 아니잖아요. 아직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잘 모르잖아요.”떨리는 목소리는 그가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고백하고 있는지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임유진은 아직 이 세상에 누군가는 자신을 이렇게나 좋아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곽동현은 여태껏 그 무슨 이유에도 굴하지 않고 줄곧 그녀를 좋아해 줬고 그녀가 가장 볼품없을 때 색안경을 끼지 않고 그녀를 존중해줬다.임유진은 그를 밀어내지 않고 그의 품에 자신을 맡겼다. 너무나도 따뜻한 품이었다.하지만 그 품이 너무 따뜻해서 곽동현이 언젠가는 이 따뜻함을 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를 만나기를 바랐다.“동현 씨, 나 좋아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나는 이렇게 동현 씨 품에 안겨 있어도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요. 이런 나인데 굳이 연애까지 해볼 필요가 있을까요?”임유진의 말에 곽동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그녀를 끌어안고만 있었다.한편 멀지 않은 곳에는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정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차 안에 남자는 곽동현과 임유진이 껴안는 모습을 보고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늦은 저녁, 임유진은 자신의 월세방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그녀의 머리맡에는 스탠드가 켜져 있었다. 강씨 저택에서 나온 뒤로 불을 켜고 자는 습관이 또 시작된 것이다.스탠드의 불빛 아래의 임유진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때 월세방 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누군가가 그녀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현관문 쪽의 자동 센서 등이 켜지자 강지혁의 잔뜩 가라앉은 얼굴이 드러났다.강지혁은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침대 곁으로 다가가 잠이 든 임유진의 얼굴을 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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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그리고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 위에 포갰다...“음...”임유진은 잠결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가 입술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해봤지만, 도저히 피해지지 않았다. 서서히 꿈에서 깨고 의식이 돌아올 때쯤 누군가가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당황한 임유진이 눈을 번쩍 떠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시야가 새까맸다.아니, 이건 누군가의 큰손이 그녀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가벼웠던 입맞춤은 어느새 키스로 변했고 점점 더 짙어져 갔다.‘누구야?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 거야?!’그 순간 임유진을 덮친 생각은 두려움이었다.있는 힘껏 발버둥 쳐도 매번 절대적인 힘으로 제압당해 뿌리치지도 못하고 피할 수도 없다.하지만 그때 익숙한 누군가의 숨결이 느껴졌고 이에 그녀는 몸을 움찔 떨었다.이건... 강지혁?!불과 얼마 전까지 가장 가까운 사이였던 두 사람이라 그녀는 그의 숨결을 모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익숙한 느낌은 강지혁이 틀림없었다.하지만 대체 왜 강지혁은 이 시간에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키스를 퍼붓는 거지?‘싫어. 이런 건 싫어!’임유진이 그의 혀를 힘껏 깨물자 입안에 비릿한 피 맛이 돌았고 그의 옅은 신음이 들려왔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더 거센 키스가 몰아쳤고 임유진은 이제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놔... 이거... 놔...”다시 한번 발버둥 치며 눈을 가리고 있는 그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그렇게 간신히 방안의 불빛이 비춰들고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찰나 강지혁은 그녀의 목덜미를 가볍게 내리쳤고 임유진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강지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침대 위에 쓰러진 그녀를 바라봤다.방금 하마터면 이성이 끊어질 뻔했다.은은한 불빛 아래 그의 입꼬리 쪽에서 아까 임유진이 힘껏 깨문 피의 흔적이 새어 나왔다.강지혁은 손가락으로 피를 가볍게 닦아냈다. 그러고는 마치 그녀가 준 이 고통마저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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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임유진은 다음 날 아침 휴대폰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몸을 일으키니 머리가 약간 무거웠고 목덜미 쪽에는 옅은 통증이 일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목덜미를 매만지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자신의 월세방을 쭉 훑어보았다.방안은 어제와 다를 건 없었고 그녀의 잠옷도 단추 하나 흐트러진 것 없이 아무 문제도 없는 듯했다.어젯밤 자고 있을 때 누군가에게 키스를 당했고 상대의 얼굴을 보려는 순간 기절해버렸다. 그 누군가의 얼굴을 결국 보지는 못했지만 키스할 때의 느낌으로 봐서는... 강지혁이 맞는 것 같았다.하지만 어제 발버둥을 치고 난동을 부린 것치고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설마 그게 모두 꿈이었던 건가...? 아직 진정으로 그를 잊은 게 아니라서 그런 꿈까지 꾸는 걸까?임유진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대체 언제쯤 강지혁을 잊어버릴 수 있을까? 한때는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그 남자를 대체 언제쯤 잊어버릴 수 있을까?마음속에서 강지혁을 완전히 지워버리지 않는 한 아마 새로운 시작은 영원히 못 하게 되겠지...임유진은 화장실로 들어와 칫솔을 들고 치약을 짠 다음 거울을 보며 양치를 시작했다. 그러다 자신의 목에 남겨진 붉은색 흔적을 보고 온몸이 굳어졌다.‘이게 뭐야... 설마...!’그녀는 손에 들린 칫솔을 내려놓고 조금은 복잡한 얼굴로 붉게 물든 자국을 매만졌다.거울 속에 비친 그녀는 금방 잠에서 깬 모습에 목에 남겨진 붉은 자국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조금은 야릇해 보였다.역시 어젯밤 그건 꿈이 아니었던 건가?늦은 저녁, 강지혁이 방으로 들어와 그녀의 입에 키스하고 목에 자국까지 남겨 놓은 걸까?하지만 임유진은 곧바로 그건 말도 안 된다며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강지혁이 굳이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건 그답지 않은 행동이다. 헤어지자고 한 상대에게 굳이 야밤에 집에까지 들어와 이런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하지만... 목에 새겨진 이 자국은 누가 봐도 키스 마크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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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뭘요. 내가 해주고 싶어서 한 것뿐이에요. 그리고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언니도 나를 도와줬을 거잖아요.”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탁유미도 그녀를 향해 웃었다.“참, 나 G 시로 이사하려고요.”“G 시요?”G 시는 S 시에서 너무 멀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다. 차로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으니까.그곳은 경치가 아름답고 여행 도시인데도 불구하고 물가가 너무 높지 않아 대도시에 지친 사람들이 자주 이주하는 곳이다.“언제요?”임유진이 물었다.“아마 9월쯤에 갈 것 같아요. 일단 거처부터 정하고 윤이 유치원도 알아보려고요. 윤이가 이제는 보통 애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내 욕심으로는 일반 유치원에 다니게 하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장애가 있는 아이라면 특수학교(유치원 부)에 가는 것이 마땅하나 지금 윤이가 일반 아이들과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보고 탁유미는 아들이 일반 유치원에 들어가기를 바랐다.윤이에게는 못 해준 게 많아 아이의 앞으로의 인생만큼은 순탄하기를 바랐다.인공와우 수술을 받게 해준 것까지는 좋았지만 청력이라는 건 아직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수술도 없기에 아마 윤이는 평생 인공와우나 보청기를 달고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윤이라면 분명히 괜찮을 거예요. 똑똑한 아이잖아요. 저번에 공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뛰어노는 걸 보니 일반 아이들과 아무런 다른 점이 없더라고요. 일반 유치원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더라도 윤이라면 분명히 금방 통과될 거예요.”“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윤이를 받아주는 유치원이 있을 때까지 일단은 꾸준히 연락을 넣어볼 예정이에요. 그러다 보면 분명히 한곳쯤은 받아주는 곳이 있겠죠!”바로 그때 가게 문이 열리고 탁유미 엄마가 윤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윤이는 탁유미를 보더니 한달음에 달려가 안겼다. 하지만 이내 엄마가 복부를 다쳐서 입원까지 했다는 외할머니의 말이 떠올라 얼른 품에서 고개를 들어 물었다.“엄마, 혹시 아직도 아파요?”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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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윤이는 바로 임유진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윤이야, 이모랑 이번 주 일요일에 놀이공원 갈까?”임유진의 말에 아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러고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언니, 이번 주 일요일은 내가 윤이 데리고 있을게요.”임유진이 탁유미를 향해 말했다.“유진 씨 피곤하지 않겠어요?”“피곤이라죠. 나는 윤이랑 노는 거 좋아요.”만약 탁유미가 G 시로 이사하게 되면 그때는 윤이를 마음껏 볼 수 없을 테니 지금 실컷 추억을 쌓고 싶었다.“그리고 일요일이면 의사 선생님이 정기검진 받으러 오라고 하신 날이잖아요. 두 분은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시고 병원에 가세요. 윤이는 제가 잘 돌볼게요.”“그럼... 부탁할게요.”탁유미가 조금 미안한 얼굴을 했다.“우리 엄청 재밌게 놀 거지, 그치? 윤이야.”임유진은 고개를 숙여 품속에 있는 아이의 볼을 매만졌다. 그러자 윤이가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춰왔다.탁유미는 오랜만에 편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이 평화를 꼭 지켜야 한다. 특히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윤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경빈 씨, 경빈 씨?”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이경빈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는 잡념에서 빠져나와 공수진을 보며 물었다.“응, 왜?”“이 드레스 어떠냐고요.”공수진은 순백의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러고는 이경빈의 시선이 자기 쪽에 머무르지 않자 일부러 턴까지 돌며 매력적인 자태를 뽐냈다.이경빈은 예쁘게 흔들리는 드레스와 공수진의 모습을 보며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예전에 또 한 명의 여자가 지금처럼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눈앞에서 예쁘게 웃었다.그때 그 여자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그를 향해 말했었다.“나 탁유미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이경빈뿐이야! 경빈아,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너는 어떤 이름을 지어줄 거야? 경빈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서 나는 너무 행복해...”잊었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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