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노숙자가 알고보니 유명그룹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1057 챕터
제861화
물론 이경빈이 자신에게 이것저것 잘해주려 한다는 건 느껴지지만 가장 중요한 뭔가가 빠진 듯 어딘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탁유미가 감옥에 들어가기만 하면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려나 했지만, 그는 항상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혼식 얘기를 언급하는 것조차 피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니 공수진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경빈 씨와 결혼하고 싶어요. 이것도... 해줄 거예요?”공수진은 입술을 깨문 채 눈앞의 남자를 똑바로 바라봤다.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이경빈이 S 시에서 탁유미를 찾아냈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공수진은 매일매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S 시에서 조금 더 머물겠다고 한 것도 아마 탁유미 때문일 테지...다만 그가 왜 예정일보다 일찍 돌아왔는지는 몰랐다. 전에는 말끝마다 탁유미에게 복수하려 찾는 거라고 하지 않았었나?그녀를 찾은 지금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돌아온 이경빈을 보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 같았다.그리고 탁유미에 관해서는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대체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공수진은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려 그의 행적을 조사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들켜버리기라도 하면 오히려 그의 반감만 살 것 같아 이렇게 옆에서 기분을 살필 수밖에 없다.이경빈은 공수진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공수진은 그의 눈빛이 마치 자신을 꿰뚫어 보려는 것 같았다.“해줄게.”기나긴 침묵이 끝이 나고 이경빈의 입에서 짤막한 세글자가 흘러나왔다.“정말... 나와 결혼할 거예요?”“2주 뒤 파티에서 결혼 날짜를 아예 공표하는 건 어때? 내가 좋은 날 받아 올 테니까 최종 날짜는 네가 선택해.”이경빈은 이 말을 꺼냈을 때 탁유미가 유리 조각으로 제 배를 찌른 장면이 떠올랐다.그 장면은 마치 악몽처럼 며칠 동안이나 그의 꿈속에 나타나 그를 괴롭혔다.더 이상 그 여자 생각은 하지 마!이경빈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듯 외치고는 눈앞의 공수진을 보며 이 여자야말로 내가 평생 지켜주고 아껴줘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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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요 며칠 곽동현이 보이지 않아 드디어 생각 정리를 마친 줄 알았는데... 지금 그의 눈빛을 보니 아직 포기한 것 같지는 않았다...“어쩌죠? 오늘은 내가 친한 언니네 아이와 함께 놀이공원을 가기로 해서요. 지금도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거든요. 동현 씨가 말하려는 단서는...”임유진은 조금 곤란해졌다.지금 약속을 취소하면 윤이가 실망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요한 단서일지도 모르는 그를 이대로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단서가 많아지면 이재하 사건을 조금 더 유리한 쪽으로 끌어갈 수 있을 테니까.그리고 무엇보다 임유진은 진심으로 이재하를 도와주고 싶었다.“그럼 아이 데리러 가는 길에서만이라도 내 얘기 들어줄래요?”곽동현의 제안에 임유진은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아 그의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 곽동현은 차를 몰면서 임유진에게 사고 당시의 디테일한 부분을 전했다.그때 이재하의 차와 충돌한 차량에서 내린 사람은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모두 같은 쪽에서 내렸다.그 말에 임유진이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그녀가 봤던 경찰 조서에 의하면 한 사람은 운전석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조수석에 앉아있었다고 적혀있었다. 만약 곽동현의 말대로 두 사람이 같은 쪽에서 내렸다면 한 사람은 운전석 다른 한 사람은 바로 그 뒷좌석에 앉아있었던 게 된다.가해자가 굳이 거짓 진술을 했다는 것은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다는 것이다. 가령 애초부터 가해자가 다른 사람이었다던가...“틀림없어요?”임유진이 물었다.“네, 틀림없어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을 때 경찰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묻지 않아 이제까지 까먹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어제 누군가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당시 상황이 떠올랐어요. 디테일한 부분이긴 하지만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유진 씨를 찾아온 거고요.”임유진은 생각에 잠겼다. 사건 기록을 되짚어 보면 교통사고가 났던 곳에 CCTV가 없는 바람에 해당 사건은 모두 당시 현장 상황과 증인의 증언을 토대로 결론이 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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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마치 주인의 허락을 기다리는 것 같은 곽동현과 눈을 반짝이는 윤이를 보며 임유진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고 결국에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세 사람은 놀이공원으로 향했고 가는 길에 곽동현은 적극적으로 아이와 소통했다.가장 의외였던 것은 역시 윤이였다. 아이는 전혀 낯을 가리지 않았고 곽동현이 추억의 장난감에 대한 주제를 꺼냈을 때는 눈을 반짝이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들었다.놀이공원에 도착한 후 세 사람은 자유이용권을 구매했다.윤이는 신기한 듯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옆에 줄에 있던 한 또래의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타 활짝 웃는 것을 발견했다.임유진은 멍하니 한곳을 바라보는 윤이를 발견하고 그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바라봤다.윤이는 어릴 때부터 탁유미와 외할머니 손에 컸고 아버지라는 사람은 한번 만나긴 했지만 그게 아버지인 것도 모를 테니 아마 아이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꽤 낯설고 그리운 존재일 것이다.그러니 지금처럼 아버지가 아이에게 목마를 태워주는 행동도 무척이나 부러울 테고...임유진은 그의 시선을 돌리려 맛있는 음식을 사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곽동현이 다가와 윤이와 눈을 맞추더니 자상한 얼굴로 말했다.“아저씨가 윤이 목마 태워줘도 될까?”그러고는 아이가 뭐라고 답하기도 전에 윤이를 번쩍 들어 올려 자신의 어깨에 앉혔다.곽동현 이 남자는 생각보다 더 섬세한 사람이었다. 윤이가 맞은 편에 있는 여자아이를 부러워한다는 걸 빠르게 알아채고 이런 행동을 한 것이 분명했으니까.“이모, 나 이제 이모보다 더 커요!”윤이의 신난 목소리에 임유진의 시선이 다시 아이에게로 향했다. 윤이의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오늘 곽동현과 함께 놀이공원을 온 건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세 사람은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해가 질 때쯤에야 다시 집으로 향했다.집으로 가는 길, 윤이는 임유진의 품속에서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오늘 고마워요.”임유진이 고마움을 전했다.곽동현은 오늘 잠시였지만 윤이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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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동현 씨라면 충분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나한테...”임유진은 이미 상처가 너덜너덜해져서 그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없었다.곽동현은 윤이 식당 앞에 차를 세워두고 조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누군가가 이미 마음속에 들어왔는데 또 다른 누군가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잖아요. 앞으로 유진 씨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어요.”임유진은 그에게 더 이상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라... 강지혁과 사귀게 되었을 때 그녀라고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정신없이 몰아치는 강지혁의 애정 세례에 임유진도 그저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의 곁에 있는 것을 선택했다.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고 그녀의 마음은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다.윤이를 데려다준 후 곽동현은 임유진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유진 씨, 괜한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나도 사람이라 유진 씨가 몇 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때는 나도 포기할게요.”곽동현의 말에는 임유진을 향한 배려가 잔뜩 묻어있었다. 그녀가 어떤 상황인지 알기에 자신의 마음이 부담으로 다가가지 않게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다.임유진은 그에게 인사를 한 후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바로 침대에 뛰어들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하지만 곧바로 방 소파에 앉아 있는 한 사람 때문에 몸이 굳어버렸다.강지혁!강지혁이 그녀의 월세방에 나타난 건 이번이 벌써 두 번째이다. 그는 마치 이곳이 자기 집인 것처럼 당당했다.“왔어?”강지혁은 고개를 들어 그 예쁜 눈동자에 그녀를 담았다.그의 매혹적인 눈동자는 단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았다.임유진은 제자리에 선 채 고고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검은색 정장이 그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모델 같은 그의 몸매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게다가 잘생긴 얼굴은 오늘따라 더 빛이 났고 오뚝한 콧날과 탐스러운 입술은 여전히 섹시하고 매력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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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이게 왜... 네 휴대폰에 있는 거야?”임유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말에 강지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예쁜 웃음인데 왜일까, 지금은 그의 웃음이 두려운 걸 넘어 오싹하게 느껴졌다.“왜 이게 내 휴대폰에 있으면 안 되는데?”강지혁이 피식 웃으며 반문했다. 마치 그녀가 어리석은 질문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월세방에도 쉽게 드나드는 사람인데 그깟 영상쯤은 손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원하기만 한다면...임유진은 아까 놀이공원에서 누군가가 자신들을 몰래 찍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찍힌 영상은 과연 이거 하나일까? 아니면 오늘 곽동현과 함께 윤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을 가는 모습마저 그의 감시 아래 있었던 걸까?여러 가지 가능성이 떠오르자 점점 더 소름이 돋았다.“너 이거 사생활 침해인 건 알아?!”임유진이 정색하며 말했다.일거수일투족을 전부 감시당하고 있다는 이 느낌을 그 누가 좋아할까. 게다가 이미 헤어진 사이에 대체 강지혁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강지혁은 웃으며 몸을 일으키더니 천천히 임유진에게로 다가갔다.“그래? 그럼 이젠 내가 질문할 차례인가? 넌 곽동현과 놀이공원은 왜 갔어?”“내가 놀이공원을 누구랑 가든 그건 내 자유야.”임유진은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자유?”강지혁은 코웃음을 치더니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잡았다.“이거 안 놔?”임유진은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떼어내도 그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강지혁은 서서히 몸을 숙이더니 자신의 볼을 조금 차가운 그녀의 볼에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담담한 말투로 속삭였다.“그럼 내가 너한테 자유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네가 자유니 뭐니 얘기할 수 있을까?”임유진은 등골이 오싹해 졌다.이건 또 무슨 뜻이지?!그녀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비적거리는 그의 행동은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전에도 그는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자주 얼굴을 비벼왔다. 그녀와는 어떻게 닿아도 또 닿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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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폭군이 따로 없는 그의 키스는 그날 밤의 키스를 떠오르게 했다.정신이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이 느낌만큼은 소름 돋게 비슷했다.결국, 그날 그녀에게 입을 맞춘 건 강지혁이 맞았던 걸까?집어삼킬 듯 다가오는 그 때문에 임유진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기나긴 키스가 끝이 나고 임유진은 숨을 세차게 헐떡였다. 강지혁은 자신의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대고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 남자 좋아하지 마.”그의 말에 임유진은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강지혁, 네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웃기다는 생각은 안 해?”이 남자는 자기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으면서 이제는 그 헤어진 상대에게 다른 남자를 좋아하지 말라는 말이나 하고 있다.비웃음 가득한 그녀의 말에 강지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아까 임유진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 홀로 이곳 소파에 앉아 그녀가 곽동현과 함께 즐겁게 노는 영상을 봤을 때 그의 기분이 어땠을지, 임유진은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그 순간만큼은 질투라는 감정에 먹혀버린 것 같았다.영상 속에서 임유진이 곽동현을 향해 웃어주고 그의 넥타이까지 다시 매줬을 때 강지혁은 심장이 난도질당하는듯한 느낌이었다. 너무 고통스러워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그래서 기어코 그 남자를 좋아하겠다고?”그의 목소리가 점점 더 무섭게 가라앉았다.그리고 임유진의 몸은 알 수 없는 한기에 흠칫 떨렸다. 만약 그렇다고 대답하면 정말 강지혁에게 자유를 빼앗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실제로 그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되면 아마 곽동현에게도...임유진은 자신 때문에 그 착하고 바보 같은 남자가 험할 꼴을 당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아니. 나 동현 씨 안 좋아해.”그녀는 결국 그에게 진실을 털어놓았다.강지혁은 그 말이 진실인지 감별이라도 하려는 듯 그녀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입꼬리를 씩 올려 웃었다.“그래야지.”“그럼 이제 나 좀 놔줄래?”놔 달라고?강지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끌어안은 손을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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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무슨 뜻이지?강지혁을 바라보는 임유진의 동공이 흔들렸다.강지혁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항상 가족을 원했었잖아. 그러니까 계속 내 누나 하라고.”임유진은 그의 말을 곱씹어보더니 되물었다.“그러면 나는 계속 네 누나인 거고 너는 계속 내 동생이 되는 거야?”“응. 싫어?”강지혁이 물었다.“강지혁, 너는 지금 네가 얼마나 우스운 소리를 하는지 알아?”임유진은 소리 내어 웃었다. 아니 비웃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네가 사귀자고 해서 사귀었고 네가 헤어지자고 해서 헤어졌어. 그런데, 뭐? 이제는 또다시 나와 누나 동생 놀이를 하자고? 장난해?”강지혁의 얼굴이 차분히 가라앉았다.“난 진심이야. 너는 내 누나가 되는 거고 그렇게 되면 이제 이곳에서 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필요 없어!”임유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리고 너는 내 동생이 아니야.”한때 미치도록 사랑했던 남자를 어떻게 다시 동생으로 볼 수 있을까!“내 누나가 되는 게 그렇게도 싫어?”강지혁의 예쁜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나는 너처럼 모든 게 쉬운 사람이 아니야.”임유진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나와 같이 있는 게 힘들다고 한 것도 너였고 헤어지자고 한 것도 너야. 나도 네 인생에 간섭 안 할 테니까 너도 내 인생에 간섭하지 마!”그녀는 마치 강지혁이 무슨 짓을 해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사람처럼 단호했다.왜 자신은 이토록 고통스러운데 그녀는 이렇게도 쉽게 자신을 밀어낼 수 있을까?오늘 임유진이 다른 남자와 함께 놀이공원에 가서 행복하게 웃는 모습만 떠올리면 질투가 끓어올라 미칠 것 같았다.강지혁은 고개를 숙여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싫...! 읍...!”임유진은 있는 힘껏 그의 혀를 물어버렸다. 그러자 피 냄새가 입안 가득 퍼져갔다.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대로 멈추기는커녕 점점 더 거세게 키스를 퍼부어왔다.비릿한 피 냄새가 점점 더 진해졌고 임유진은 또다시 그날 밤을 떠올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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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지금 해야 할 건 오늘 곽동현이 그녀에게 얘기해줬던 디테일한 부분을 수사 자료와 비교해 그녀의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찾는 일이다.한편, 강지혁을 태운 검은색 승용차는 강씨 저택 앞에 도착했다.하지만 강지혁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뒷좌석 시트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 놓여 있는 휴대폰에서는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영상 속에는 오늘 임유진과 곽동현 그리고 윤이가 즐겁게 노는 장면이 찍혀있긴 했지만 아까 임유진이 봤던 거와는 다른 영상이었다.그리고 이러한 동영상이 강지혁의 휴대폰에는 많고도 많았다.마치 CCTV처럼 임유진이 오늘 놀이공원에서 무엇을 했는지 전부 다 찍혀있었다.운전석에 앉아있던 고이준은 그에게 말을 걸기조차 어려웠다.차 안에는 온통 세 사람의 즐거운 웃음소리뿐이었고 그들이 즐거워하면 할수록 공기는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대표님, 도착했습니다.”한참이 지나서야 고이준이 말을 건넸다.“알아.”다행히 대답은 해주었다.동영상 속의 목소리는 강지혁에게 고통만 줄뿐일 텐데 그는 영상을 꺼버리지 않았다.이미 헤어진 사이지만,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녀가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그녀의 미소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향하면 질투 때문에 고통스럽기까지 했다.그 누구보다 꼭대기 자리에 있는 남자가 지금은 이까짓 질투라는 감정도 마음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임유진이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누나’라는 핑계를 이용하면 그녀를 옆에 묶어둘 수 있지 않을까?!“혁아, 너는 나처럼 누군가를 많이 사랑하지마. 너무 많이 사랑하면 네 삶의 주도권이 그 사람에게로 넘어가게 될 거야. 그러다 그 사람이 너를 더는 사랑하지 않으면 그때는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릴 수 있어.”아버지의 목소리가 또다시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버려지는 게 싫어 먼저 버렸다. 삶의 주도권을 내어 주는 게 싫어 그녀를 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눈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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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그런데 뭐가 문제죠? 유진 씨 추측대로라면 가해자는 소지혜가 되는데 운전대 위에는 김은아의 지문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두 사람이 차에 오르는 당시 모습이 찍혔던 길가의 CCTV에도 전부 김은아가 운전석에 있는 것으로 나오고요.”차 변호사가 반박했다.“네, 맞아요. 하지만... 시간이 조금 이상해요.”“시간?”차 변호사가 계속해보라는 듯 눈짓했다.“네, 오늘 아침 택시를 타고 직접 시험해봤어요. 두 사람이 차에 탔던 곳부터 과속 단속 카메라에 잡혔던 당시 차량의 시속으로 달려보니 사고 발생지점까지 정확히 15분 정도 걸렸어요. 하지만 사고 당시 두 차량이 부딪치고 나서 목격자인 곽동현 씨가 바로 경찰에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총 23분이나 걸렸어요. 1, 2분도 아닌 8분이라는 시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길지 않나요?”이건 차 변호사도 놓쳤던 부분이다. 차로 이동하는데 8분은 확실히 의심할 만한 시간이긴 했다.“게다가 그들의 차가 CCTV에 잡힌 건 기껏해야 10분 정도였고 그 뒤로는 CCTV가 없는 지역이었어요. 바로 이 CCTV가 없는 곳에서 두 사람이 모종의 이유로 자리를 바꿨으면요?”임유진의 말에 차 변호사가 잠시 고민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불가능한 일은 아니네요.”“제가 소지혜를 만나 보고 올게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단서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해당 사건은 이미 수사를 마친 상태이고 단지 임유진의 의심만으로 경찰이 재수사를 해 줄 리가 없다. 사건을 뒤집으려면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확실한 증거는 증인 신분인 소지혜에게서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차 변호사는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좋아요. 하나 명심해야 할 게 우리가 소지혜를 의심하고 있다는 건 절대 들키면 안돼요.”“네, 알겠습니다.”소지혜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인스타를 찾아보면 단번에 어딘지 알 수 있었으니까.임유진은 방송국으로 찾아와 그녀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다음 사고 당시 상황에 관해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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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말을 하는 중간에도 기억을 되짚어보듯 목소리가 조금씩 끊겼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그녀의 눈빛이 암기했던 무언가를 기억해 내려는 듯한 그런 눈빛이었다는 것이다.만약 아까 했던 답변들이 전부 소지혜가 미리 준비한 것들이라면 임유진의 가설에도 더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당당하다면 굳이 이런 준비를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그렇게 계속 생각을 이어나가려는데 누군가의 호통이 들려왔다.“거기 뭐야! 당장 카메라 앞에서 안 나가?”임유진이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그녀는 어느새 다른 촬영 스튜디오의 카메라 앞에 서 있었다.“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그녀는 황급히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어디 감히 엑스트라 따위가 촬영을 망쳐? 그리고 너...”감독으로 보이는 사람의 호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여자 엑스트라 아닙니다.”임유진이 고개를 돌려보니 강현수가 그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감독은 강현수의 등장에 조금 놀란 듯하더니 바로 자세를 낮췄다.“현... 현수 씨... 현수 씨가 여기는 웬일로...”“제 지인이니 금방 데리고 나갈게요. 촬영 계속하세요.”그는 말을 마친 후 임유진을 데리고 스튜디오를 나갔다.“여긴 어쩐 일이에요?”강현수가 임유진을 향해 물었다.“옆 스튜디오에서 드라마를 찍고 있는 여배우가 제가 조사하는 사건의 증인이라 물어볼 게 있어서 왔어요. 아까는 고마웠어요.”말을 마친 임유진은 다시 갈 길을 가려고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녀의 손목은 곧바로 강현수에게 잡혀버리고 말았다.“강현수 씨? 저한테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으세요?”강현수는 눈앞에 있는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임유진의 얼굴은 촬영장 열기 때문인지 옅은 붉은 색을 띠고 있었고 머리는 간단하게 포니 테일로 묶어 올렸다. 그리고 그 예쁜 눈은 지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방금 임유진의 손을 잡은 건 정말 자기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아마 이대로 그녀를 보내기 싫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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