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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헛된 기대에 희망을 품게 하는 것만큼 잔인한 행동은 없을 테니까.

마치 그때 누군가가 자신을 이미 타깃으로 정한 것도 모르고 감옥에 들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정의는 살아 있다고 믿었던 그녀처럼...

곽동현은 그녀의 말에 조금 머쓱했지만, 곧바로 확신에 가득 찬 말투로 얘기했다.

“물론... 내가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거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만약 그때 유진 씨를 알았더라면 나는 무슨 짓을 해서든 도우려고 했을 거예요.”

차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임유진은 몸을 돌려 진지한 눈으로 곽동현을 바라봤다.

그는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그런 남자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힘이 있는 사람이었다. 많은 일을 겪어보니 평범한 것만큼 소중한 것도 없었다.

“동현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어울리지 않아요. 나는 이미 사랑과 결혼에 기대가 없는 사람이고 지금은 그저 일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난 기다릴 수 있어요. 유진 씨가 다시 사랑이 하고 싶고 결혼하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곽동현은 용기를 내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꽉 쥔 그의 손은 그 무엇보다도 단단했고 그녀만 바라보겠다는 듯한 그의 눈은 그 무엇보다도 올곧았다.

이 손은 강지혁과는 다른 따뜻하고 포근함이 묻어있는 그런 손이다.

하지만...

“아니요. 기다리지 마세요. 나 때문에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 동현 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아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건 쌍방이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나는 동현 씨를 좋아하지 않아요.”

곽동현의 얼굴이 점점 더 창백하게 변해갔다.

아마 임유진이 이다음으로 하는 말은 더 잔인하게 들릴 것이다.

애초부터 곽동현은 그녀가 옥살이하고 나온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편견 없이 그녀를 대했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는 정말 너무나도 좋은 사람이고 인간적으로 배울 게 많은 사람이다.

만약 이대로 그를 선택하게 되면 아마 그가 주는 따스함 아래 아무런 걱정 없이 평탄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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