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1206 챕터
제161화
하지만 결국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녀가 방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수현이 소파에 앉아있었다.조금 전 선월이 했던 말이 떠오른 윤아는 의식적으로 수현의 옷에 시선이 갔다. 선월의 말대로 그는 검은색 셔츠 한 장만 걸친 채 그와 어울리는 어두운색 계열의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었는데 주위의 기운이 어찌나 우울한지 소파와 한 몸이 되어버릴 듯 파묻히고 있었다.오늘 있었던 다툼은 윤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사실 부부랄것도 없이 둘은 그저 어릴 적부터 잘 지내오던 친한 친구다. 부부보다는 덜 가까운 그런 사이.부부라는 걸 배제하고 봤을 때 수현은 윤아에게 참 많은 도움을 줬었다. 그 때문에 윤아도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뭣 때문인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수현을 바라보던 윤아는 끝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잠시 후 윤아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안방엔 이미 수현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고 다만 몇 통의 문자만 와있었다.윤아가 핸드폰을 들어 확인하니 처음 보는 번호였다.「이거 내 번호니까 저장해. 땅꼬맹이.」윤아를 땅꼬맹이라 부르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으니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윤아는 선우의 번호를 저장하고는 답장했다.「나 이제 키 컸으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아 줄래?」마침 선우도 핸드폰을 보고 있었던 건지 답장이 아주 빨랐다.「그럼 뭐라 불러?」「이름.」그녀와 선우 사이는 서로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가장 적당했다.「이름?」선우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한참 후에야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그래도 되고. 그럼 앞으로 심공주라고 부를게.」심공주... 그 말에 윤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윤아를 심공주라 부르는 사람은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여태 수현밖에 없었다. 그것도 화가 났을 때 부르는 용으로 말이다.윤아가 답장하려고 할 때 마침 선우에게서 또 문자가 왔다.「됐어. 이렇게 부르는 걸로 하고. 난 이만 할 일이 남아서 이만. 잘 자고 내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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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어릴 때부터 수현과 윤아는 수많은 냉전을 거쳐왔지만 매번 둘 사이의 얼음을 먼저 깨는 건 수현이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차가운 표정까지는 어찌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말이다.만약 이때 윤아가 고집스럽게 수현을 모른체 한다면 그는 아마 더 화가 나 이를 바득바득 갈며 그녀와 얘기할 거다.생각 끝에 윤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응.”그제야 얼굴이 좀 펴지는 수현.아침 식사를 마친 후 윤아와 수현은 어김없이 함께 집을 나섰다. 윤아는 원래 스스로 운전 해서 출근할 생각이었으나 그녀가 차에 타기도 전에 수현이 차를 몰고 스르륵 다가왔다. 이윽고 창문을 내리더니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말하는 수현.“타.”생각해 보니 저녁에 함께 모임에 갈 예정이니 윤아도 거절하지 않았다.둘은 회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았고 회사에 도착해서는 각자 갈 길을 갔다.윤아가 사무실에 들어서고 얼마 안 돼 그의 베프 현아가 보내온 문자를 받았다.「요즘 어때? 어르신 수술이 미뤄졌단 얘기는 들었어. 그럼 너희 이혼도 뒤로 미뤄졌겠네?」「응.」「그럼 수술은 얼마나 미루기로 한 거야?」「아직 모르겠어. 할머님은 아직 쉬고 계시니 아무래도 할머님 뜻에 따라야겠지.」「...」의미심장한 점 세 개. 윤아는 단번에 무슨 뜻인지 알아차리고 말을 이었다.「내 걱정은 하지 마. 알아서 잘할게.」윤아의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답장이 오지 않았지만 바쁜 일이 있겠거니 하고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마침 그때 서류를 한 무더기 들고 나타나는 연수.“윤아 님.”연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윤아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어젯밤 대표님과는 별일 없으셨어요?”“별일 없었어요.”“다행이네요.”연수는 들고 있던 서류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어젯밤 연수는 택시에 탄 후 바로 떠나는 대신 밖에서 윤아가 나오기를 기다렸었다. 이윽고 윤아와 수현이 함께 나오는 모습을 봤는데 둘은 곧장 떠나는 대신 길가에서 한참을 대화를 나눴었다.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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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현아의 목소리가 손쓸 새도 없이 방에 가득 울려 퍼졌다. 윤아가 황급히 핸드폰을 꺼버리려고 했으나 이미 현아의 음성메시지는 자동으로 재생된 이후였다.윤아:“...”현아가 급한 업무를 마치고 돌아와 평소처럼 또 사장님 욕이라도 하려는 건 줄 알았는데 아직도 윤아의 일에 관해 얘기할 줄이야.그때 윤아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문을 열어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는 복도를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연수에게 문을 잘 닫고 나가라 당부했으니 아마 문밖에서 서성이진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조금 전 음성메시지도 듣지 못했겠지.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윤아는 몇 걸음 더 걸어나가 주위를 살핀 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야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바로 전에 현아의 메시지를 삭제하고 그녀에게 한 소리 해줬다.윤아가 화를 내자 현아는 방금은 너무 흥분해서 그런 거지 다음부터는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눈치 빠르게 사과했다.윤아와 현아가 한창 문자를 주고받던 그때,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비상계단에는 일남일녀가 서로 마주 본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성민과 연수 모두 표정이 가관이었는데 성민은 웃던 그대로 경직되었는지 웃는 것도 안 웃는 것도 아닌 괴상한 표정이었고 연수는 눈이며 입이며 동그랗게 커져 계란 하나 정도는 거뜬히 삼킬 것 같았다.둘은 그렇게 한참 동안 서로를 마주 보며 서 있었다.일 분 정도 지나자 그나마 진정이 빠른 성민이 먼저 마음을 가다듬고는 말을 꺼냈다.“저희 아까부터 계속 여기 있었어요?”연수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네?”“제 말은 그니까 저 방금 심 비서님 사무실에 간 적 없죠?”연수:“...”연수의 표정을 보고서야 성민은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었다. 지금 눈앞의 연수와 자신이 얼떨결에 알면 안 되는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린 것이다.잠시 후 성민이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심 비서님 아이 아무래도 저희 대표님 아이겠죠?”아직 충격에서 빠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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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어찌 됐건 이 일의 원흉은 진수현이니까.방금은 성민도 너무 놀란 탓에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성민이 말이 없자 연수가 목소리를 깔며 말을 이었다.“그렇지 않아요? 이 조수님. 이건 배신이란 생각 안 들어요?”성민은 말문이 막혔다.윤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그녀 대신 화가 나기도 했다.“말이 없으신 걸 보니 인정한다는 거죠? 그럼...”연수가 목소리를 낮추더니 말을 이었다.“오늘 일은 저희끼리의 비밀로 하죠.”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런 일은 저희가 할 말도 아니긴 하죠.”“그럼 됐어요. 저희는 오늘 아무것도 못 들은 거예요. 윤아 님 지금도 충분히 마음 아픈데 저희까지 짐이 되진 말아야죠.”“하지만...”성민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전 잘 모르겠어요. 심 비서님은 왜 대표님께 말하지 않는 걸까요. 임신 사실을 밝히면 대표님도 소영 아가씨와 더는 만나지 않으실 수도 있잖아요.”“허 참.”연수가 못마땅하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시대가 어느 땐데 아이 갖고 남자를 잡아두란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세요?”성민은 그녀의 말에 머쓱해 났다.“아무튼 오늘 일은 꼭 비밀로 하셔야 해요.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그 사람은 평생 솔로인 거로.”연수의 독한 말에 성민은 잠시 침묵했다.평생 솔로라니. 그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말하는 성민.“다른 거로 바꾸는 건 어때요?”“안 돼요.”연수가 이를 꽉 물었다.“그렇게 신경 쓰이시면 꼭 이걸로 해야겠네. 그래야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 안 하죠.”“그래요.”성민은 어쩔 수 없이 연수와 약속했다.“만약 제가 말하고 다니면 전 평생 솔로로 사는 거예요.”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연수.둘은 그렇게 한참을 얘기하고 각자 다른 마음가짐으로 자리를 떴다.자리로 돌아간 연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윤아의 사무실을 한 눈 보았다. 연수는 우연히 그 비밀을 알게 된 후로 저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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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나쁜 놈!”“뭐라고요?”수현이 불쾌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싸늘하게 물었다. 그러자 순간 뿜어져 나오는 어두운 기운에 성민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뭐야. 나 금방 속으로 욕한다는 걸 소리 내 말한 거야?’성민은 자기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며 쌓인 노하우를 발휘하는 성민.“죄송합니다. 대표님께 하려던 말은 아니고요. 어제 어머니와 함께 막장 드라마를 봤는데 거기 남자주인공이 글쎄 천하의 나쁜 놈이라서요.”‘후. 좋았어. 자연스러웠어.’막장 드라마? 수현은 성민의 변명에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지금 업무 시간인데 머릿속에 온통 그런 거밖에 없나 봐요?”‘쳇. 막장 드라마가 뭐 어때서? 지는 회사 와서 여자랑 데이트나 했으면서. 아악!’물론 이런 생각들을 입 밖으로 내뱉진 않았다.“아뇨 대표님. 오늘 길에 갑자기 생각나서요. 드라마가 워낙 막장이라. 그 남자 주인공이 진짜 저질이거든요. 동시에 두 명의 여자와 썸을 타는데 대표님이 보시기에도 참 나쁜 놈이죠?”“그런 쓸데없는 얘기나 떠들 시간 없습니다. 이 인수 건이나 처리해요.”수현은 성민이 말한 두 여자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다는 그 남자 얘기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귓등으로 흘려보낸 채 서류 하나를 건네주었다.성민은 마음속으로는 수현을 천하의 재수 없는 놈이라 욕하고 있긴 해도 일은 해야 하니 순순히 서류를 받았다.“네네. 알겠습니다.”이 말투...수현은 미적지근한 그의 말투에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마침 이글거리는 눈으로 수현을 노려보고 있던 성민.그도 수현과 함께 일한 지 꽤 되었으나 이런 눈빛으로 수현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이 조수. 지금 막장 드라마 남자주인공에 대한 원한을 나한테 푸는 건가?”눈을 가늘게 뜨며 묻는 수현.성민은 입을 삐죽 내밀고 대답했다.“대표님 모르셨어요? 그런 나쁜 놈들은 대체로 대표님 같은 얼굴입니다. 그래서인지 대표님만 보면 그 남자주인공이 떠오르네요.”수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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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성민은 손에 여러 장의 서류를 들고 사색이 된 얼굴을 하며 사무실에서 걸어 나갔다.그는 머리를 숙여 품에 든 서류를 보았다. 이건 앞으로 사흘 안에 완성해야 할 업무였다. 빙 둘러 비난한 덕분에 얻은 ‘성과’라 할 수 있겠다.에효... 참을 걸 그랬어...하지만 성민은 윤아가 임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현과 소영의 애매한 관계 때문에 수현에게 알리기를 두려워하면서 꾹꾹 눌러 참을 것만 생각하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심 비서님은 속으로 얼마나 힘드실까.그래서 성민은 결심했다. 수현이 앞으로 계속 이렇게 갑질한다고 해도 쓰레기 같은 남자라고 욕하겠다고 말이다.-윤아는 이런 일이 벌어진 줄도 모르고 쌓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그래서 컴퓨터 스크린에 대고 연거푸 하품했다.연수는 윤아에게 물을 가져다주려고 들어왔을 때 마침 이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뭔가 떠오른 듯 빠른 걸음으로 윤아에게 다가가 정성스럽게 말했다.“윤아 님, 힘드시죠? 제가 할게요.”이런 연수의 모습에 윤아는 의아하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할 줄 알아요?”“윤아 님 요즘에 얼마나 공을 들여 절 가르치셨다고요. 그래서 저도 많이 배웠어요. 이 정도는 문제없을 거예요.”윤아가 아직도 망설이고 있는 것을 보자 연수는 직접 윤아를 부축해 일으켰다.“윤아 님, 저기 안에 들어가서 조금 쉬세요. 이건 저에게 맡기고요.”원래 거절하려고 했다. 출근 시간에 몰래 쉬는 건 아무래도 타당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러나 윤아는 지금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결국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전 십 분만 쉬고 올게요.”“알겠습니다.”그리고 윤아는 자신의 휴게실로 들어갔다. 사실 지금 그녀의 신분으로 여기서 하루 동안 쉰다고 해도 다들 뒤에서 불평만 토로할 뿐 그 어떤 짓도 할 수 없을 것이다.게다가 그녀는 다만 십 분만 쉴 생각이었다.휴게실에 들어간 후, 윤아는 아랫배를 살살 만지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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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망했다. 설마 너무 오바했나? 이럴 줄 알았으면 너무 호들갑 떨지 말았을 걸.’하지만 윤아가 임신한 와중에 수현이 다른 여자와 얽혀있는 것을 알았을 때 연수는 그저 윤아가 안쓰러웠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다만 윤아를 돕고 싶었지 다른 생각은 없었다.“네?”연수가 눈을 피하는 것을 보자 윤아는 설마 들었을까 하는 마음에 심장이 덜컹했다.연수는 평소에 겁이 많기는 했지만 머리를 제법 빨리 굴렸다. 그래서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자마자 그녀는 빠르게 대처했다.“아, 사실은 어젯밤 일 때문에요.”연수는 머쓱한 듯 뒤통수를 쓱쓱 긁으면서 말을 이었다.“만약 저만 아니었어도 윤아 님이 이강훈 도련님에게 그런 소리를 듣는 일도 없었을 거잖아요. 그래서 되게 미안했거든요.”‘이렇게 말했으니 윤아 님께서 의심하지 않으시겠지?’역시나 연수의 말을 듣자 윤아의 안색은 조금 나아졌다.어젯밤 일 때문이었구나. 그런 거라면 이해가 되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옅게 웃음을 흘렸다.“어젯밤 일은 그냥 사고였어요. 교훈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잘 기억해 둬요.”“네.”연수는 힘껏 머리를 끄덕였다.“윤아 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제대로 기억할게요. 다시는 그런 실수 하지 않을 거예요.”이렇게 장담한 후, 연수는 곧 화제를 돌렸다.“그래서 말인데요. 윤아 님, 점심에 뭘 드시겠어요? 제가 가서 사 올게요.”“됐어요.”윤아는 연수가 사 온 디저트를 들고 입을 열었다.“어제 일 때문이라면 이 케이크로 퉁 쳐요.”마침 배가 고팠는데 이 케이트면 족했다.연수는 윤아가 자기가 사 온 케이크를 먹는 것을 보자 속으로 아주 기뻤다. 윤아에게 어떤 것을 사주면 좋을지 몰라서 이 정교하고 예쁘게 만들어 진 케이크를 샀는데 마침 그녀의 입맛에 맞았다니, 제법 기분이 좋았다.점심을 사 오지 말라니 그러면 앞으론 윤아에게 작은 디저트나 준비하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말하기를 임신했을 때 맛있는 게 당긴다고 했으니까.아까 반응 빠르게 어젯밤 일을 언급해서 참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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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오 년 전,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했던 선우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그는 더 듬직해졌고 사람들의 시선을 앗아가는 매력이 있었다.“이선우.”룸에 있던 사람들은 일어서서 그에게 인사했다.선우도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면서 주위를 훑어보았다. 보고 싶었던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살짝 허전했다.‘오늘 밤에 오지 않으려는 건가?’아닐 것이다. 수현도 아직 오지 않았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수현과 함께 오겠지.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저기...”“소영아!”여자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룸에서 어떤 사람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소영은 그제야 제대로 찾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선우는 고개를 돌리고는 섹시한 옷차림을 한 소영을 힐끗 보고는 그녀를 향해 머리를 끄덕였다.소영의 눈동자엔 놀라움이 스쳤다. 그녀는 앞에 선 이 남자의 익숙한 눈매를 보자 누군지 금세 알아챘다.“이선우?”소영도 오래전부터 수현과 그의 친구들과 알고 지냈다. 약간 놀란 듯한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을 들어 안경을 위로 밀고는 인사했다.“오랜만이야.”소영의 일행들은 이렇게 젠틀하고 우아한 선우를 보자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와... 너무 잘생겼잖아.소영도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정말 오랜만이네. 선우 너 되게 많이 변했다. 하마터면 알아보지 못할 뻔했어.”이 말을 듣자, 선우는 잠시 멈칫했다. 안경 뒤의 눈동자엔 의아하다는 듯한 정서가 스쳤다. 그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많이 변했다고?”그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기분에 크게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었다. 하지만 방금 그를 본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강렬했다. 수현의 여신님이라고 불리는 이 눈앞의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보니 몇 년간 많이 변한 듯싶었다.하지만 이렇게 많이 변했는데 누구는 그를 보면서 아무 반응도 없었다.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냥 나라는 사람을 아예 신경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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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룸에 있던 누군가가 물었다.“선우 환영식에 진수현 와?”“오겠지. 둘이 얼마나 사이가 좋았다고.”“그런데 왜 아직 안 온 거야?”그러게. 왜 아직 오지 않은 것일까?소영은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한눈 보았다. 여기에 오기 전 수현에게 어디까지 왔냐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 그래서 소영은 그가 운전하느라 답장하기 어려웠다고 추측했다.하지만 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났고 또 자신도 도착했는데 수현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고 답장도 없었다. 소영은 조금 걱정되었다.친구는 소영이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자 좋은 꾐수가 생각났다. 그러고는 사람들 앞에서 높은 소리로 말했다.“소영아, 네가 한번 수현 씨에게 전화 걸어보지 않을래? 네 전화라면 분명 받을 거야.”이 말을 듣자, 소영은 저도 모르게 그 친구를 보았다. 친구는 그녀에게 눈짓을 건네며 빨리 전화 치라고 했다.사실 소영도 친구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그녀와 수현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하지만... 전에 보낸 메시지에도 답장하지 않았던 수현이 전화를 치면 받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만약 수현이 받지 않는다면 사람들 앞에서 큰 창피를 당하는 일이었다.이렇게 생각한 소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됐어.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수현 씨 아마 엘리베이터에 있지 않으면 운전하고 있을 거야. 전화 쳤다고 해도 받지 않을 수도 있어.”안타깝게도 룸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아 뭐 어때. 한번 쳐봐.”“그러게, 소영아. 네가 수현 씨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우린 다 알고 있어. 네 전화라면 운전하면서도 분명히 받을 거야.”이렇게 말하자 다들 떠들면서 소영더러 빨리 전화를 치라고 부추기고 있었다.소영은 조금 난처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저도 모르게 맞은 쪽에 있는 선우를 보았다.하지만 선우는 이 떠들고 있는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 머리를 숙인 채 핸드폰 스크린만 보고 있었다.“소영아, 한 번만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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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만약 둘이 정말 다른 감정이라도 있었으면 사귄 지 오래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입고 나타났을 때 다들 살짝 안타까워하며 참지 못하고 소영을 바라보았다.소영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둘이 이렇게 입고 나타난 순간 그녀의 체면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일이 쉽게 좌우지할 수 없게 되니 혼란스러움만 점점 커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뭘 어찌할 수도 없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한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되었다.이렇게 생각한 소영은 윤아의 곁으로 다가가 친밀하게 그녀의 팔짱을 끼었다.“괜찮아요. 안전하게 도착한 거면 돼요. 윤아 씨 저와 함께 앉을래요?”윤아는 소영의 진짜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그녀가 사람들 앞에서 가면을 쓰고는 연기하기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가 가까이 다가올 때 윤아는 눈을 감았다 뜨고는 거절하는 대신 소영의 옆자리에 앉았다.이 장면을 보자 사람들은 놀라워했고 시선을 가끔 소영과 윤아의 얼굴에 두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수현도 자연스럽게 선우의 옆자리에 앉았다.“왔어?”이 말은 수현이 앉은 후 한 거지만 선우의 시선은 줄곧 윤아에게 머물러 있었다,“응.”수현은 선우를 한눈 훑어보았다. 선우가 어디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뭔가 떠오른 듯 그 쪽에 시선을 돌렸는데 역시 윤아가 있었다. 순간 표정이 굳어졌고 눈동자엔 차가운 한기가 맴돌았다.서늘한 시선이 자신에게 닿은 것을 느낀 윤아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수현과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멈칫하고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아끼는 여자 옆에 앉은 게 불만이라 이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본다고 생각되었다. 쳇, 이럴 줄 알았으면 사람들 앞에서 거절할 거 그랬다. 다만 수현이 그 장면을 보았다면 더 화낼 게 뻔했지만 말이다.소영도 수현을 보고 있었다. 그가 들어와서 자리에 앉자마자 처음으로 본 사람이 윤아인 것을 알아채자,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은 더 커져만 갔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는 입술을 깨물면서 손을 꽉 맞잡았다.네 사람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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