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171 - 챕터 180
1206 챕터
제171화
이 말을 할 때 소영은 수현의 마음을 시험해보려는 의도였다.요즘 수현의 행동이 너무 이상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윤아가 진 신세로 협박하지만 않았으면 윤아가 수현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더 웃긴 건 윤아가 그녀의 연적이라고 해도 약속을 지키는 점에선 믿을 만하다는 거였다. 그렇지 않으면 소영이 갖은 수단을 써가면서까지 윤아더러 신세 지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소영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룸안의 사람들은 더 떠들었다.“어떤 신분인데?”다들 웃으며 물었다.“소영아, 설마 유부남 신분이라고 말하는 거야?”“세상에, 저 둘 가짜 결혼이잖아. 쇼윈도라고. 수현 씨 마음속엔 너뿐이라는 거 누가 몰라.”“그러게. 저 두 사람이 소꿉친구잖아.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 그러니 둘 사이에 어떻게 사랑이 생기겠어.”한마디에 한마디를 이어 말하는 소리를 들은 수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저도 모르게 윤아를 보았다.윤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과일 주스를 홀짝거렸다. 한입 마셔보니 제법 맛있자 기분이 좋은지 눈동자마저 반짝거렸다. 그리고는 또 한 모금 홀짝이더니 꿀꺽꿀꺽 마셨다.수현: “...”윤아는 임신하고 나서부터 입맛이 이렇게 바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예전엔 이런 과일 주스를 즐겨 마시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너무 맛있었다.일 분도 지나지 않아 주스는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소영의 친구인 박나래도 이런 윤아를 발견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가 이렇게라도 민망함을 감추려 한다고 여겼다.오늘 저녁 이룸에서 대부분 사람은 술을 시켰고 술을 마실 수 없는 일부분의 사람들은 과일 주스를 시켰다. 그중에 윤아도 있었고, 소영도 술을 마실 수 없다며 우유를 시켰다. 윤아는 그 냄새가 별로였다.하지만 뜻밖인 것은 선우 앞에도 과일 주스가 놓여있었다. 술을 마시지 못한다며 웨이터를 불러 주스를 시켰다.윤아는 주스를 다 마시고는 컵을 손에 들고는 조금 아쉬워했다.민망하긴 했지만, 웨이터에게 한 잔 더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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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주연아...”소영은 친구의 팔을 끌어당기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그만 말해.”“소영아, 왜 날 끌어당기는 거야? 난 그저 윤아 씨와 사이좋게 얘기 나누고 있었을 뿐인데. 윤아 씨도 이런 거 신경 쓸 정도로 속 좁지 않죠?”황주연이 이렇게 말하고 있을 때 윤아는 저만치에 있는 와인잔을 들고 살랑살랑 흔들었다. 와인잔 속 붉은색 액체는 불빛 아래에서 일렁이며 아름다운 빛깔을 내고 있었다.이러는 윤아를 보자 주연의 안색은 황급히 변했다.“어머, 뭐 하려는 거예요?”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의아한 눈빛으로 주연을 보았다. 잠깐 후 그녀는 알겠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왜요? 내가 뿌리기라도 할까 봐요? 걱정하지 말아요. 난 속 좁은 사람이 아니니까. 와인과 그쪽 얼굴이 사이좋게 부딪치는 일은 없을 거예요.”윤아는 비록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비꼬아서 말한 덕분에 주연의 표정은 더 안 좋아졌다. 참지 못하고 화내려 했을 때 옆에 있던 소영이 그녀의 팔을 잡으며 눈짓을 건넸다. 주연은 그제야 진정했지만 불쾌한 티를 팍팍 내며 입을 삐죽 내밀었고 눈엔 살기로 가득했다.“윤아 씨, 미안해요. 내가 주연이 대신해서 사과할게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그러니까 용서해 주면 안 돼요?”이 말을 듣자, 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당연히 용서해야죠. 난 마음이 넓은 사람이니.”강소영: “...”쌍년!소영은 가만히 주먹을 꽉 주웠다.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소영 옆의 갈색 머리 여자가 비꼬면서 입을 열 때부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나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역시 그 여자는 그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상했던 만큼 스케일이 크지는 않아 조금 아쉬웠다. 본처인 윤아가 너무 담담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저 갈색 머리 여자가 아무리 비꼬면서 윤아의 기를 채우려고 팔짝 뛰어도 상대방이 대수롭지 않게 내뱉은 한마디에 철퍼덕 땅바닥에 엎어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다들 속으로 갈색 머리 여자를 멍청하다고 욕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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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순간, 룸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차가운 공기로 가득했다.아까 떠들던 사람도, 강 건너 불구경하던 사람도 지금은 그저 침묵만 유지했다.수현은 자리에 앉아 갈색 머리 여자를 차갑게 쏘아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사람을 베어버릴 것만 같았다.그 갈색 머리 여자는 소영의 친구 황주연이었다. 수현의 눈빛에 주연의 거만한 기세는 순간 수그러들었고 목을 움츠리고 감히 고개를 들 엄두를 못냈다.아까 실수로 수현과 눈을 마주쳤는데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았다. 주연은 너무 두려워서 소영의 뒤에 숨었다.지금 소영은 더 이상 웃음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자기 몸 뒤에 숨은 주연을 한눈 보고는 별수 없어 수현에게 사정했다.“수현 씨, 화내지 마. 주연은 그저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입바른 소리를 자주 해. 대신 나쁜 애가 아니라서 악의는 없어.”이렇게 말한 후, 그녀는 또 주연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주연아, 빨리 윤아 씨에게 사과해. 얼른.”주연은 내키지 않았다. 윤아에게 사과하는 일은 그녀 자신을 죽이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 하지만 수현의 그 사나운 눈빛을 떠올리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윤아를 보며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내가 잘못했어요.”“윤아 씨, 주연이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화 풀어요. 네?”윤아는 조용히 앉아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대신 수현이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사과만 하면 끝인가? 아까 뭐 하려 했지?”이 말에 주연은 황급히 변명했다.“아,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어요.”“손찌검하려고 했잖아. 아닌가?”“아니에요. 난 그저...”“수현 씨.”소영이 황급히 수현을 불렀다. 분명 사정까지 했는데 수현은 왜 아직도 주연을 물고 놔주지 않는 걸까.소영의 부름에 수현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눈앞의 여자는 붉어진 눈시울을 하고 있었는데 당장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았다.애초에 목숨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그를 구해준 사람이었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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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주연은 황급히 소영의 옷자락을 잡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소영아...”사실 그녀가 감히 이렇게 날뛸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소영이 수현의 마음속에서 흔들릴 수 없는 무게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소영이 그에게 사정하면 수현은 분명 따지지 않을 거라 여겼다.하지만 오늘 이렇게 망할 줄은 전혀 몰랐다.“소영아, 나 도와줘.”주연은 소영의 옷자락을 잡으며 낮은 소리로 빌었다.소영의 속도 얼기설기 엉켜있었다. 주연을 도와주면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수현의 마음속에서의 무게를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수현의 의지는 너무 강했다. 심지어 그녀에게 시선도 주지 않을 정도였다.저쪽 끝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양훈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강소영, 말리지 마. 수현이 지금 엄청나게 화난 상태야. 말려도 소용없어.”이 말을 듣자, 소영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수현을 한눈 보았다.그는 눈을 축 내리깔았는데 검고 긴 속눈썹이 눈동자에 담긴 감정을 절반이나 감춰주었다. 하지만 온몸에서 풍기는 사나운 아우라는 감추지 못하고 선명히 드러났다.그는 지금 화내고 있었다.소영은 이제야 뼈저리게 느꼈다. 만약 이때 계속 주연을 위해 사정한다면 그녀가 수현 마음속에서의 이미지가 안 좋아 질 수도 있다는 것을.이렇게 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반드시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했고 그 누구에게도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되었다.이렇게 생각한 소영은 주연의 손을 내치면서 나긋나긋하게 말했다.“미안해, 주연아. 오늘 저녁엔 먼저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이 말에 주연은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소영을 바라보았다. 소영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그녀에게 눈짓을 건넸다.소영이 이렇게 쉽게 자신을 내칠 줄 몰랐던 주연은 아주 불만스러웠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욕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밉보여서는 안 되었고 그들의 눈엣가시로 될 수는 없었다. 심윤아만 빼고.‘심윤아!’주연은 독기 가득 들어찬 시선으로 사납게 윤아를 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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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화
누구의 시선인지 뻔했다.하지만 윤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컵을 들고 머리를 숙여 한 모금 마셨다.역시 아까 마셨던 것과 같은 맛이었다.가까이에 있으니, 선우는 컵에 대고 조금씩 홀짝이는 그녀의 앵두 같은 입술이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보고 있자니 목구멍이 말라 드는 것 같았다.그는 손을 들어 안경을 스윽 밀고는 간신히 시선을 옮긴 후 조용히 물었다.“이제 더는 신경 안 써?”이 말에 윤아는 잠시 멈칫했다.선우는 빙그레 웃으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내 뜻은 사람들 말하는 거 신경 안 쓰냐고.”사실 앞뒤 물음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신경 쓰지 않으니까 사람들 말하는 게 대수롭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사실이잖아.”수현과 그녀는 원래부터 쇼윈도 결혼이었으니 감출 필요도,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윤아의 말에 안경 뒤에 감춰졌던 선우의 눈에는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그는 솔직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러는 윤아를 보니 오히려 더 가슴이 지끈거렸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윤아의 머리를 만졌다.“컸네. 많이 성숙해졌어.”온몸이 순간 굳어졌다.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선우를 쳐다보았다.이 인간 왜 이래?‘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내 머리를 만지기 좋아하다니. 어린애였으면 몰라도 지금은 아니잖아.’의혹에 잠겨있을 때쯤 수현은 이미 몸을 일으켜 차가운 시선으로 선우를 쏘아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따라 나와.”선우는 옅게 미소 지었다.“먼저 마시고 있어. 수현이 나한테 할 말 있나 봐.”“응.”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둘이 나간 후 룸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에게 눈짓을 건네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윤아 곁에 다가가 물었다.“윤아야,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는데 선우는 아직도 너한테 잘 대해주는구나.”잘 대해준다고?윤아는 전에 자신이 듣기 싫은 말만 골라 하는 선우 때문에 너무 화난 나머지 울 뻔한 사실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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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6화
양훈은 자신의 술잔을 들고는 윤아의 옆자리에 앉은 후 웃으며 그녀의 잔과 부딪혔다.“누가 함부로 떠들어 댔는지 현이가 제대로 밝혀낼 겁니다.”그 말인즉 헛소문을 퍼뜨린 게 수현이 아니라고 그녀에게 알려주는 것이다.윤아는 그와 잔을 부딪치며 고맙다는 뜻으로 머리를 끄덕였다.“도와줘서 고마워요.”양훈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수현이 친군데 그 녀석 아내를 돕는 건 당연하죠.”여기까지 들은 윤아는 시선을 돌렸다. 양훈이 쇼윈도 결혼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나서주는 것일 수도 있었다.하지만 바로 이때 양훈은 말을 이었다.“현이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줘요.”윤아는 멈칫하고는 양훈을 바라보았다.그는 목소리를 일부러 낮게 깔면서 말했다.“사랑이라는 게 뭔지도 몰랐을 때 소영이가 그의 목숨을 구해줬어요. 그래서 어떤 감정인지 쉽게 혼동해요.”윤아는 이제야 양훈이 무얼 말하려는지 말 것 같았다.“그런가요?”그녀는 담담하게 웃었는데 그 어떤 감정의 기복도 보이지 않았다.이런 윤아의 모습을 본 후 양훈은 입술을 꾹 다물다가 나중엔 한숨을 내쉬었다.“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서 알 거예요. 심하게 물에 빠진 뒤로 트라우마가 남았어요. 그래서 소영이 목숨을 구해준 게 수현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있었던 거예요.”“알아요.”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이게 수현에겐 아주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후회되었다.그날 왜 그를 구하러 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도대체 무얼 하다가 현장에도 가지 않은 건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물에 빠진 후 크게 아팠던 것 같다. 만약 그때 수현을 구한 게 자신이었으면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하지만 때론 이렇게 생각했다. 좋아하는 감정이 만약 다른 어떤 거에 쉽게 흔들리고 심지어 다가가기를 거부하는 거라면 그건 정말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까.“그래서 시간을 조금 주라고 말한 거예요.”“시간을 왜 줘요?”그녀는 잘 몰랐다.“자기 마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말이에요.”양훈은 답했다.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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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7화
윤아는 찬물을 한 웅큼 떠서 얼굴을 썼었다. 찬물이 닿으니 흥분되었던 감정도 많이 사그라지면서 조금 진정되었다.손을 세면대에 반쯤 짚고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아까 양훈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차분하게, 진지하게 마음으로 느껴보라고?뭘 느끼라는 거야.윤아는 아직도 잘 몰랐다. 아까 양훈은 정도껏 말했고 게다가 룸엔 사람들도 많으니 계속 물어볼 타이밍이 아니었다.그저 조금 터무니없었다. 양훈의 생각이 수현과 다르다는 것이. 제대로 이해한 게 맞았다면 양훈은 자신과 수현을 엮는 것 같았다.왜? 엮더라도 소영과 엮어야 하지 않나?이제는 생각하기도 귀찮아진 윤아는 티슈로 손을 닦고는 밖으로 걸어갔다.“소영아, 더 이상 슬퍼하지 마. 일이 이렇게 된 건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아무 말이나 지껄이지만 않았어도 수현 씨가 이렇게 널 대하지는 않았을 텐데.”익숙한 목소리에 윤아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원래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으로 화장실 입구에 있는 몇몇 사람들을 보았다.강소영과 그녀의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아까 윤아에게 손찌검하려고 했었던 주연도 있었다.친구들 사이에 서 있는 소영은 지금 낮은 소리로 흐느끼고 있다.“너 때문이 아니야. 넌 그저 입바른 소리를 해서 그렇지, 앙심 없는 거 알아. 수현 씨도 분명 알 거야. 다만... 지금 나에게 마음이 없는 것뿐이야.”이 말을 듣자, 주연의 얼굴엔 독기가 스쳤다.“다 심윤아 그 계집년 때문이야. 그년이 지금 자기가 공식적인 수현 씨 아내라는 것만 믿고 수현 씨 꼬신 게 분명해. 그렇지 않은 이상 수현 씨가 어떻게 너한테 이래. 소영아, 걱정하지 마. 우리가 반드시 되갚아줄게.”“됐어.”소영은 주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는데, 눈가엔 눈물을 머금고 있어서 그런지 더 애처로워 보였다.“오늘 나를 위해 나서는 바람에 이렇게 됐는데 너한테 더 민폐 끼칠 수는 없어. 하지만 걱정하지 마. 수현 씨가 화 풀거든 내가 널 대신해서 사과할게.”“소영아, 우리 절친이잖아. 그러니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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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소영의 친구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주연이 말로만 욕하면 했지 진짜 손찌검을 할 줄은 몰랐다.소영과 만나고 다니는 사람들은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이었다. 집안 회사는 비록 강 씨네 그룹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유명했다. 그런 집안의 여식들이 교양 없는 짓을 하며 집안에 먹칠할 리가 없었다.그래서 밖에서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욕하고 심지어 손찌검을 하는 일은 거의 하지 않았다.하지만 주연이 이렇게 충동적일 줄은 몰랐다.이 장면을 본 소영도 매우 놀라웠다. 윤아가 아주 싫었고 또 따끔하게 혼내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다.하지만... 진짜 손찌검이라도 했다간 수현과의 관계가 더 틀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 방법은 한 번도 그녀의 계획에 없었다.소영은 이 장면을 보았을 때 무의식적으로 말리려고 했다.하지만 앞으로 반걸음 나갔을 대 그녀는 멈췄다.왜 꼭 말려야 할까. 이런 다툼 속에서 윤아의 아기가 잘못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임신 초기일 때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없애치우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계속 남겨둔다면 끝내 화근으로 될 게 뻔했으니까.그리고 끝내 들통난다 해도 그녀가 직접 손을 쓴 게 아니니 염려될 건 없었다.생각을 정리한 후, 소영은 그 자리에 서서 너무 놀란 나머지 어쩔 바를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고 그녀의 친구들은 정말 놀라서 일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다.윤아는 비록 빨리 물러나긴 했지만 머리를 잡히고 말았다.순간, 두피가 찢어질 것 같았다. 찌릿한 아픔과 함께 밀려온 것은 바로 짜증이었다.그녀는 의기양양해 있는 주연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정말이지 사람을 맞고도 가만히 있는 바보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윤아는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는 아픔을 참으면서 사정없이 주연의 발가락을 밟았다.오늘 하이힐을 신지 않았지만 신발 뒤꿈치로 발가락을 밟아놓으면 꽤 아플 것이다.역시나 주연은 너무 아픈 나머지 고통스럽게 소리 질렀고 표정도 순식간에 고통으로 일그러져 아주 추해 보였다. 윤아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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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소영은 이마가 계단에 부딪는 순간, 자신이 과했다는 걸 깨달았다.그냥 살짝 넘어지려고 했지 얼굴을 망가뜨리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 얼굴을 감쌌지만 그래도 심하게 넘어져 버렸다.쿵!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고 급히 소영에게로 달려갔다.“소영아!”그녀의 친구들도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잇달아 다가갔다.이때 마침 룸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몰려왔다.윤아는 그 자리에 서서 아까 손을 뻗었던 동작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손바닥을 보며 눈을 살짝 찌푸렸다.분명 소영에게 닿지 않았는데... 어떻게 넘어진 거지? 발목을 삐끗했나?이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수현과 선우도 여기에 도착했다.“왜 그래?”윤아는 드디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수현은 머리가 헝클어진 윤아를 보자 안색이 급변했다. 그는 즉시 그녀의 어깨를 잡고는 몸을 자신 쪽으로 돌리게 하였다.“너한테 손댔어?”이 순간, 윤아는 멍해 있으면서 믿기지 않다는 표정으로 앞에 있는 수현을 바라보았다. 제일 먼저 자신을 봤다는 점이 제법 놀라웠다.수현의 마음속엔 영원히 소영만 있는 줄 알았다.양훈이 마음으로 보라고 했던 말도 이 뜻이었을까.하지만 이 말을 더 깊이 생각하기 전에 저쪽에서 누가 수현을 불렀다.“대표님, 소영이 얼굴에서 피나요!”이 말을 듣자,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수현을 바라보았는데 마침 수현의 그윽한 눈동자에 푹 빠져들었다. 그도 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 속엔 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윤아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음으로 느껴보라고.그럼, 이번 한 번만, 딱 이번만 마지막으로 마음으로 느껴볼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순간 윤아의 동공은 미세하게 흔들렸고 한껏 부풀어 올랐던 마음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그녀는 수현의 손을 한눈 보았다. 수현도 눈치챘는지 입술을 꾹 다물면서 결심한 듯 낮은 소리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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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손을 뿌리치면서 밀친 게 소영이었다고?만약 정말 윤아가 밀친 거라면 소영이 너무 심하게 다쳤잖아.다들 조심스러운 눈길로 윤아를 바라보았고 윤아는 그저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녀는 수현이 소영을 훌쩍 들어 안고는 서늘한 표정으로 말하는 것을 보았다.“다른 일은 먼저 신경 쓰지 말고 병원부터 가자.”그는 소영을 안고 윤아를 스쳐 지나갔다.소영의 친구들도 모두 따라갔고 윤아 곁을 지날 때 주연은 심지어 의기양양해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해명할지 두고 볼게요.”이렇게 독설을 퍼붓고 주연은 절뚝거리며 따라갔다.전에 룸에 있던 사람들도 지금은 제법 머쓱해서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다.어쨌든 선우의 환영식인데 이렇게 망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선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선우도 제법 젠틀하게 괜찮으니 먼저 돌아가라고,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모이자고 했다.일이 이렇게 되고 나니 그들도 더는 남기 난처해서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대부분 사람이 돌아갔을 때 윤아도 몸을 돌려 밖을 향해 걸어갔다.선우는 그런 윤아를 보자 손을 뻗어 막아 세웠다.“데려다줄게.”윤아는 그의 손을 밀며 말했다.“호의는 고맙지만 혼자 갈게.”이렇게 말을 끝내고 선우가 어떤 반응인지 신경 쓰지 않은 채 밖으로 걸어갔다.모퉁이를 지날 때 혼자 서있는 양훈을 보았다.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양훈은 말하려다가 말았으나 윤아는 그를 향해 웃으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먼저 갈게요. 다음번에 시간 되면 다시 모여요.”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 참으며 양훈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조심해서 들어가요.”“고마워요.”양훈은 가녀린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며 끝내 사라질 때쯤 시선을 거두고는 허탈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 진짜 인연이 아닌 걸까.-저녁의 바람은 제법 세게 불었다. 얼굴에 닿으면 아플 정도로.윤아는 홀로 호텔 입구의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는데, 거기에선 현아의 격분한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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