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151 - 챕터 160
1206 챕터
제151화
어색한 침묵만 맴도는 가운데 같은 룸에 있던 성격이 괴팍해 보이는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예쁜 비서님. 뭐 하러 장소를 바꿔요. 저 도련님이랑 우리 다 친군데 못 볼 게 뭐가 있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비서님. 보면 안 될 일이라도 하면 눈 감고 있을 테니.”그의 말에 윤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저속한 말을 함부로 내뱉고 있는 그 남자를 매섭게 쏘아보았다.수현과 함께 지낸 시간이 길어지면서 윤아에게서도 문득문득 수현과 비슷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윤아의 찰나의 눈빛에 신나게 나불대던 남자도 순간 흠칫하더니 입을 다물고 목을 움츠렸다. 윤아가 시선을 거두자 그제야 반응이 돌아온 그는 뒤늦게 분노했다.‘제길! 방금 뭐야? 나 지금 저 콩알만 한 계집애한테 쫀 거야? 내가 뭐에 씌운 게 분명해.’“심 비서님. 장소를 바꾸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냄새가 불쾌하면 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죠. 어때요?”강훈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았다.옆에 있던 친구들도 그의 말에 거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야야 들었냐? 다들 담배 꺼. 우리 심 비서님 숨이라도 막히면 어쩌려고 그래? 오늘 계약하러 오셨는데 일 잘 안 풀리면 너희들 감당할 수 있어?”말 속에 말이 있는듯한 느낌에 윤아는 몹시 불쾌했다. 연수만 아니었어도 그녀는 진작에 이곳을 빠져나갔을 것이다. 윤아는 냄새가 얼추 빠질 때까지만 있다가 연수를 데리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윤아의 뒤에서 졸졸 따라오던 연수는 이제 윤아가 떠나면 자신이 이런 일들을 다 해야 할 거란 생각에 몇 걸음 앞으로 나와 윤아의 옆에 나란히 섰다.그들이 있는 룸은 사람이 많은 탓에 시끄럽고 정신 사나웠다. 윤아는 의자 중 그나마 가장 깨끗해 보이는 곳으로 가 앉았다. 연수도 윤아의 곁에 다가와 앉더니 쓸데없는 말 없이 바로 계약서를 꺼내며 강훈에게 말했다.“이강훈 도련님. 이건 저희가 일차적으로 작성한 계약서예요. 먼저 보시고...”그녀의 말이 아직 채 끝나기도 전에 강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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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놀러 나왔는데 한잔 마셔요.”시끌거리는 가운데 윤아의 서늘한 시선이 강훈에게 향했다.“제가 당신과 놀러 왔습니까?”윤아의 말에 강훈의 입가의 웃음기가 살짝 걷혔다. 예전 같았으면 수현의 체면을 봐서 몸을 사렸을 것이지만 최근 들려오는 윤아에 대한 소문에 다시 그녀를 탐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고개를 쳐들었던 것이다.생각 끝에 강훈이 다시 입꼬리를 올리더니 윤아의 앞에 놓여있던 술잔을 들고 말했다.“심 비서님. 일 때문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진지할 필요가 있나요? 그동안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얻은 게 뭐가 있다고? 그 자식은 심 비서님 보는 앞에서도 당당하게 그 여자를 회사에 들였다죠? 이렇게 된 마당에 자기 앞길 생각이나 해야 하지 않겠어요?”오늘 강훈이 지나치게 건방지다 했더니 그 소식을 듣고 온 탓이었구나. 윤아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강훈을 한 눈 봤다. 비록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았지만 그 눈빛은 이미 그에게 말해주고 있었다.‘수현 씨와 내가 헤어진다고 해도 너한테 기회가 있을 것 같아?’윤아의 눈빛에 강훈은 하마터면 얼굴이 굳어버릴 뻔했다.윤아는 한 번도 강훈을 눈에 담은 적이 없다. 그녀의 집이 망했을 때도 강훈이 기를 쓰고 윤아를 꼬셔보려 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또 이런 눈빛으로 날 보네요.”강훈이 불쾌한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심윤아. 심씨 가문도 망한 마당에 진수현한테 빌붙어서 그 자리에 있는 주제에 당신이 뭔데 날 무시해? 아직도 예전에 떵떵거리며 살던 부잣집 아가씨인 줄 아나 봐?”강훈은 수현만 못한 남자다. 만약 그런 그가 윤아를 얻게 된다면 절대 수현처럼 만족할 줄 모르고 다른 여자를 회사에 들이진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눈앞의 이 여자는 대체 왜 좋은 줄 모르는가 말이다!심지어 강훈이 눈앞에서 화를 내는데도 여전히 덤덤하고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윤아.“말해봐요.”강훈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여기서 말하길 바라요?”“그래요.”윤아가 드디어 반응을 보이자 강훈의 눈이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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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윤아는 강훈의 얼굴이 흙빛이 된 걸 보아 그때 일이 떠올랐음을 눈치채고 말했다.“어때요? 강훈 도련님 설마 그때 했던 말을 잊은 건 아니죠?”그의 옆에 있던 사람이 궁금한지 다가와 물었다.“도련님. 뭐라 하셨는데요?”그러나 강훈은 이미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어있었다. 이때까지 윤아가 자기의 가문을 우습게 여기고 더 세력 좋은 사람과 함께 하길 원하는 거라 생각해 왔는데 그때 자기가 했던 그 말들을 다 들은 거였다니.그때 일로 윤아를 놓쳤다는 생각이 들자 강훈은 자기 뺨이라도 세게 치고 싶었다.“그런 게 아니라!”강훈이 이빨을 꽉 깨물더니 잔뜩 충혈된 눈으로 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때 그 말은 그저 재밌자고 한 헛소리였어요. 절대 조롱하려고 그런 건 아니라고요.”그가 정말 윤아를 그저 갖고 놀 심산이었다면 온천에 간다는 소식에 그 먼 곳까지 그녀를 찾으러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재밌어서?”윤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곱씹었다. 잠시 후 다시 입을 떼는 윤아.“그런 말들이 당신껜 재밌나 보군요.”“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난...”“됐어요. 오늘 온 용건이나 말하죠. 저흰 계약하러 온겁니다. 진 씨 그룹과 계약할 생각이 없다면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가 없겠군요.”그러나 이제야 원인을 알았는데 윤아를 그냥 이렇게 보낼 리 없는 강훈.윤아가 몸을 일으키려 할 때, 그가 손을 뻗어 윤아의 가녀린 손목을 잡았다.“심 비서님. 내 말 좀 들어줘요.”윤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거 놔요.”“아니. 먼저 내 말 좀 들어줘요. 그때는 그저...”쾅!그때, 반쯤 닫혀있던 문이 누군가에 의해 차이면서 활짝 열렸다. 난데없는 굉음에 방에 있던 사람들 모두 놀란 눈으로 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는데 웬 검은 슈트 차림의 건장한 남자 몇 명이 룸으로 우르르 들어오고 있었다.“너희들 뭐야? 누가 들어오라고 했어?”용기 내 말을 내뱉자마자 강훈의 조수는 우락부락한 남자의 손에 의해 무참히 차가운 바닥에 머리가 꽂혔다.룸의 주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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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도련님? 누군데요?”윤아의 질문에 그는 대답 없이 그저 웃으며 상태를 유지하기만 할 뿐 그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그래도 윤아는 일단은 이 남자가 자신을 험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입술을 달싹이는 윤아를 보며 그가 물었다.“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윤아는 그제야 옆에 앉아있는 연수를 보며 말했다.“이 친구는 먼저 보내도 될까요?”남자는 잠깐 멈칫하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물론입니다.”도련님이 모시고 오라던 사람은 윤아 한 명뿐이니 다른 사람들이야 상관할 바 아니었다.남자의 대답에 윤아는 완전히 안심했다. 연수를 먼저 내보내도 된다고 하는 걸 보아 나쁜 일을 하려는 건 아닌 듯 하니 윤아의 적은 아니었다. 만약 그들이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연수를 보내고도 혹여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노심초사했어야 할 것이다.“윤아 님. 저 안 가요.”그때 연수가 윤아의 팔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전 윤아 님과 함께 할래요.”연수의 말에 윤아가 미간을 찌푸렸다.“먼저 가요.”윤아가 눈짓을 보낸 걸 눈치챈 건지 팔을 빼고 일어나는 연수.그녀는 수시로 윤아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많은 사람의 시선 속에서 느릿느릿 나가더니 룸을 벗어나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가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_“아가씨. 이제 가실까요?”다시 한번 윤아에게 말을 건네는 남자. 윤아는 몸을 움직이는 대신 차분하게 물었다.“그쪽이 말한 도련님이 누군데요?”두 번째 질문에도 그는 입을 다물었다.“말씀 안 해주시면 저도 따라가지 않겠어요.”윤아는 말하면서 상대방의 한계를 가늠하고 있었다.윤아의 뜻밖의 태도에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윤아 아가씨. 저희 도련님은 아가씨의 옛 친구입니다.”옛 친구? 예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란 말인가?여러 이름이 윤아의 뇌리를 스쳐갔다. 윤아는 이 남자의 공손한 태도로부터 대충 몇 명으로 추려볼 수 있었다.어쨌든 지금 저 사람들이 자신에게 악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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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룸에서 빠져나가고 곧바로 수현에게 연락하다니. 윤아는 연수가 이렇게 똘똘한 행동을 할 줄 몰랐다.평소라면 영리하다고 칭찬했을 윤아지만 요즘은 수현과 냉전 중이기에 칭찬이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진수현 성격에 오늘 밤 일을 알게 되면 분명 뭐라 한 소리 할 게 뻔했다. 수현의 꼰대 같은 엄격함을 떠올리자 윤아는 짜증이 나고 속이 답답해졌다.보통의 남자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한테는 다 봐주려 하고 행여나 그녀가 겁낼까 목소리도 나긋나긋하게 할 텐데 수현이 윤아를 대하는 태도는 사나운 정도가 마치 훈련병을 대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게 바로 윤아가 수현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된 원인이었다.윤아가 생각에 잠겨있는데 마침 밖에서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문지기들이 누구를 향해 인사하는 우렁찬 소리도 울려 퍼졌다.“이 도련님.”이 도련님? 이?윤아는 어딘가 익숙한 성씨에 잠시 멈칫했다.“사람은?”익숙한 듯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아 아가씨는 안에 계십습니다.”“그래. 내려가 봐.”낮고 묵직한 목소리...윤아는 미동 없이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잠시 후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고 나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옛 친구라 했을 때 윤아의 뇌리에 스쳤던 수많은 이름 중에 유독 그만 없었던 것이다.이선우.왜? 왜 하필 그일까? 이선우는 윤아가 어릴 적 가장 싫어하던 사람이다. 비록 수현의 친구지만 윤아는 한 번도 선우를 곱게 본 적이 없다. 그 당시 선우는 만날 때마다 윤아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치지 않으면 틈만 나면 윤아를 땅꼬맹이라고 불러댔다. 그것 말고도 윤아가 가장 싫어하는 게 있었는데 바로 윤아의 앞에서 수현과 소영을 엮어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다.“어제 소영이네 생일 파티에 왜 안 왔어? 진수현이 소영에게 엄청 예쁜 목걸이도 선물했던데. 봤냐?”이것 뿐이 아니다.“어제 강소영이 수현이랑 같이 가면무도회에 갔대. 환상의 단짝이라던데. 넌 왜 안 왔냐?”“어제 소영이 직접 만든 맨투맨을 진수현한테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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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선우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윤아의 뒤에서 들려왔고 잇따라 옅은 담배 냄새가 그의 청신한 향기와 어울려 은은하게 풍겨왔다.윤아는 몸을 일으켜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5년이나 흐른 지금, 선우는 소년의 앳된 모습은 옅어지고 청년 남성의 중후함과 날카로운 느낌이 들었다. 살짝 올라간 눈썹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하얀 셔츠와 어두운색 슈트도 주름 하나 없이 말끔했다. 라이트 플로럴 계열의 넥타이에는 회색 넥타이핀도 끼워져있었는데 마침 윤아의 시선이 넥타이핀에 꽂혔다.5년이나 지났는데 이 넥타이핀을 아직도 갖고 있다니. 윤아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윤아의 뜨거운 시선에 선우는 눈썹을 살짝 올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왜? 나 못 알아보겠어? 이 땅꼬맹아.”땅꼬맹이라는 말에 윤아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누구더러 땅꼬맹이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화가 잔뜩 나 빵빵해진 윤아의 볼을 보며 선우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잔뜩 부푼 복어 같이 굴면서 꼬맹이가 아니라고?”복어?윤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선우를 올려다봤다.“나 볼 때마다 별명 만들지 말아줄래?”“그래그래.”선우는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다가와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럼 한번 안아보자.”안아?윤아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몸을 숙이는 선우. 덕분에 옅게 맴돌던 담배 냄새가 점점 짙게 풍겨왔다.선우는 눈앞의 윤아를 두 팔로 꼭 끌어안았다. 그의 코끝에 닿은 싱긋한 꽃향기에 그는 만족스러운 듯 두 눈을 꼭 감았다.오 년. 무려 오 년 만의 포옹이다. 오 년 동안 선우는 윤아를 품에 안을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그가 출국하던 날 윤아가 배웅하러만 와줬어도 이렇게 기다리진 않았을 텐데.선우는 윤아를 품에 안고 있는 이 생생한 느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달되며 몸 곳곳에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이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공허했는데 아무래도 윤아를 놀라게 할까 봐 더 꽉 끌어안지 못한 탓인 듯싶었다.“꼬맹이. 많이 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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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마음의 준비는 했다지만 수현의 주먹이 그에게 꽂혔을 때 선우는 수현의 거친 힘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수현은 주먹을 날리고는 남자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곧바로 윤아의 손목을 붙잡고 자기 몸 뒤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경고 섞인 차가운 시선으로 윤아를 쳐다봤다.윤아:“...”아무 말도 안 했지만 수현의 표정은 이미 그녀에게 말해주는 듯싶었다. 정신이 있는 거냐고 없는 거냐고. 상대방이 안아오는 걸 왜 뿌리치지 않냐고 말이다.“쯧.”선우는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우습다는 듯 수현을 한 눈 보고서야 입을 뗐다.“귀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큰 선물을 주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진수현?”익숙한 목소리에 수현이 잠시 멈칫하더니 시선을 돌려 선우를 바라봤다.이윽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물렸고 순간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가 방안을 맴돌았다.잠시 후 얼떨떨해하던 수현이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 듯 그늘진 얼굴로 서늘하게 운을 뗐다.“돌아왔구나.”선우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우아하게 손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내가 반갑지 않은가 보네?”수현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검은 눈동자에 서린 불쾌함을 애써 누르며 서늘하게 말했다.“방금 뭐 하고 있었어?”그의 말에 선우가 웃음기 어린 눈빛으로 윤아의 새하얀 얼굴을 한 눈 보고는 이윽고 수현과 눈을 맞추며 살짝 웃어 보였다.“윤아한테 우리 둘이 안고 있으면 진수현 네가 어떻게 나올지 보자고 했거든.”수현:“...”수현은 잠시 멈칫했다. 이윽고 그를 맴돌던 서늘한 냉기도 조금 수그러졌다.반응을 보려고 했던 거였다니. 수현은 설마 이선우가 윤아를...수현이 말이 없자 선우가 눈썹을 올리더니 말했다.“쯧. 네 반응이 이렇게 거셀 줄은 몰랐는데.”수현은 입을 앙다물더니 그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윤아의 손을 잡으며 그에게 말했다.“말도 없이 언제 왔어?”선우는 꼭 잡은 두 손을 한 눈 보고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아침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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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수현이 차갑게 대답했다.“갔어.”“혼자 갔어?”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하는 수현.“그럼 여기서 너 기다리겠어? 너 여기가 어떤 덴 줄 알기나 해?”윤아:“...”또다. 훈련병 훈계하는 듯한 이 말투. 매번 이런 식이지.윤아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반박했다.“당연히 알고 있어. 그래서 뭐? 내가 가면 연수 씨가 내 업무를 다 봐야 할 텐데 미팅 같은 일은 같이 와서 봐줘야 하지 않겠냐고.”그녀의 말에 수현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더니 말했다.“미팅을 이런 데서 해?”“그렇지 않으면?”수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뭐라고?”윤아는 안 그래도 오늘 밤 이강훈을 만난 걸 생각하면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이강훈이 윤아를 얕잡아보는 건 다 최근 수현이 소영을 회사에 드나들게 하는 바람에 회사에 안 좋은 소문이 퍼진 탓이 아닌가. 지금 사람들은 윤아를 수현이 버린 전처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러나 윤아는 수현에게 신세를 진 게 있으니 그를 원망해서도, 원망할 자격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윤아를 모욕하던 인간들을 처리해 준 것도, 윤아의 아버지를 몰래 도와준 것도, 게다가 윤아를 회사에 데려와 많은 걸 가르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 것도 모두 수현이였다.윤아는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근데 왜...원망은 그녀도 모르는 새에 스멀스멀 자라나 어느새 마음속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증오의 꽃을 피웠다.윤아는 이러면 안 되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늘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누르며 수현과 소영을 미워하지 않도록 절제하고 참았다. 둘 다 그녀를 도왔던 사람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가끔 회사 사람들의 날 선 눈빛을 마주할 때면 참기 어려워지곤 한다.왜?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분명 할머님 수술만 무사히 마치면 다 끝날 걸 알면서. 윤아는 얼마 남지 않은 이 타이밍에 꼭 강소영을 회사에까지 데리고 와 자신을 힘들게 하는 진수현이 미웠다.‘난 왜 널 좋아했을까. 그때 널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윤아의 이런 속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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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돌아가는 차 안, 윤아와 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현은 그늘진 얼굴로 운전대를 잡았는데 힘을 어찌나 세게 주는지 핸들이 뽑혀 나갈 것 같았다. 그는 차에 타기 전 윤아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였다.윤아가 그 문제에 대해 말을 꺼내기 전까지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선 아예 생각을 못 했었다. 때문에 오늘에야 수현은 뭔가 알게 된 기분이었다.그는 윤아를 힐끗 보았다.윤아는 차에 탄 후 몸을 웅크리고 마치 온 세상을 차단해 버리고 혼자만 남겨두려는 듯이 두 눈을 꼭 감았다.함께한 세월이 있으니 윤아가 얼마나 자신을 증명해 내려 업무에 갖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수현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 윤아의 그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된 것이었다.수현은 연수의 전화를 받고 오는 길에 그녀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었었다. 그러나 마지막쯤에 가서 연수는 말끝을 흐렸다. 그걸 그냥 놓칠 리 없는 수현이 곧바로 그녀에게 캐물었고 윤아의 최측근답게 연수도 냉큼 말해줬다.“대표님. 그럼 화내지 말고 들으세요. 그리고 윤아 님한테 제가 말해드렸다고도 절대 얘기하지 마시고요.”미간을 찌푸리는 수현.“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얘기하죠.”“그럼, 저 말 해요?”연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이강훈 도련님이 윤아 님한테 일 열심히 하지 말라고 했어요. 대표님은 벌써 다른 여자를 회사에 들였으니 윤아 님은 곧 버려질 거라고요. 그리고 윤아 님은 집안도 망했으니, 그때가 되면 누구든 윤아 님을 함부로 대할 텐데 그래도 대표님은 절대 나서주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그 말에 수현이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뭐라고요?”서늘한 목소리에 연수는 다급히 자기가 한 말이 아니라며 거듭 강조했다.수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누르며 알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현재, 그는 아직도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여 머리가 지끈거렸다.반 시간 후,별장에 도착한 수현은 차를 지하 주차장에 세웠다. 마침 몸을 웅크리고 있던 윤아도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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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역시나 선월은 윤아를 기다리느라 여태 자지 않고 있었다. 윤아가 돌아와 그녀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서야 선월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네가 괜찮으면 됐어.”선월이 윤아의 손을 꼭 잡은 채 가볍게 두드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 수술이 잘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만약 잘 안된다면 더 이상 너흴 볼 기회가 없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이 나이 먹고 무슨 소원이 있겠냐만 이 할미는 그저 너희 같은 젊은이들이 탈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선월의 말에 윤아의 표정이 바뀌더니 말했다.“할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수술은 꼭 성공적일 거예요. 할머님은 꼭 저희 곁에 오래오래 계셔야죠. 앞으론 그런 불길한 얘기는 하지 마세요. 또 그러시면 저 화낼 거예요.”윤아의 말투며 표정이 바뀐 걸 눈치챈 선월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날 걱정해 주는 건 우리 윤아가 제일이구나. 알겠다. 이 할미 꼭 오래오래 살아서 너희들 곁에 있으마.”선월은 빵빵하게 부푼 윤아의 볼을 콕 찌르며 말을 이었다.“윤아 요것... 이 할미가 비밀 하나 알려줄게.”“비밀? 무슨 비밀이요?”윤아가 궁금한 듯 선월에게 다가가며 물었다.“수현이 그 자식 말이다.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는 글쎄 옷도 제대로 못 입고 뛰쳐나가더구나. 어찌나 허겁지겁 가던지 이 추운 날에 외투도 안 걸치고 말이다.”윤아는 잠시 멈칫했다.선월이 수현을 대신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아마 그녀도 요즘 윤아와 수현의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윤아가 말이 없자 선월이 넌지시 물었다.“저번에 싸운 일로 아직도 화해 안 했니?”윤아는 수현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기도 뭐해서 입을 앙다물다 낮은 소리로 말했다.“아뇨. 이번엔 다른 일이에요.”“응?”선월을 설득하긴 쉽지 않을 게 뻔하니 윤아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는 어쩔 수 없이 적당한 핑계로 대충 둘러댔다.“업무상 의견충돌이 좀 있어서요...”그러나 쉽게 넘어가지 않는 선월. 그녀는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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