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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어색한 침묵만 맴도는 가운데 같은 룸에 있던 성격이 괴팍해 보이는 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예쁜 비서님. 뭐 하러 장소를 바꿔요. 저 도련님이랑 우리 다 친군데 못 볼 게 뭐가 있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비서님. 보면 안 될 일이라도 하면 눈 감고 있을 테니.”

그의 말에 윤아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저속한 말을 함부로 내뱉고 있는 그 남자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수현과 함께 지낸 시간이 길어지면서 윤아에게서도 문득문득 수현과 비슷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윤아의 찰나의 눈빛에 신나게 나불대던 남자도 순간 흠칫하더니 입을 다물고 목을 움츠렸다. 윤아가 시선을 거두자 그제야 반응이 돌아온 그는 뒤늦게 분노했다.

‘제길! 방금 뭐야? 나 지금 저 콩알만 한 계집애한테 쫀 거야? 내가 뭐에 씌운 게 분명해.’

“심 비서님. 장소를 바꾸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 냄새가 불쾌하면 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죠. 어때요?”

강훈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양의 탈을 쓴 늑대 같았다.

옆에 있던 친구들도 그의 말에 거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야야 들었냐? 다들 담배 꺼. 우리 심 비서님 숨이라도 막히면 어쩌려고 그래? 오늘 계약하러 오셨는데 일 잘 안 풀리면 너희들 감당할 수 있어?”

말 속에 말이 있는듯한 느낌에 윤아는 몹시 불쾌했다. 연수만 아니었어도 그녀는 진작에 이곳을 빠져나갔을 것이다. 윤아는 냄새가 얼추 빠질 때까지만 있다가 연수를 데리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윤아의 뒤에서 졸졸 따라오던 연수는 이제 윤아가 떠나면 자신이 이런 일들을 다 해야 할 거란 생각에 몇 걸음 앞으로 나와 윤아의 옆에 나란히 섰다.

그들이 있는 룸은 사람이 많은 탓에 시끄럽고 정신 사나웠다. 윤아는 의자 중 그나마 가장 깨끗해 보이는 곳으로 가 앉았다. 연수도 윤아의 곁에 다가와 앉더니 쓸데없는 말 없이 바로 계약서를 꺼내며 강훈에게 말했다.

“이강훈 도련님. 이건 저희가 일차적으로 작성한 계약서예요. 먼저 보시고...”

그녀의 말이 아직 채 끝나기도 전에 강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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