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1206 챕터
제131화
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윤아를 바라보는 그의 검은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감돌며 서늘한 기운을 풍겼다. 수현에게서 전해지는 압박감에 윤아는 그가 또 뭔갈 하려는 줄 알았으나 예상외로 수현은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윤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자소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문밖에 서 있는 소영은 초조하게 두 손을 꼼지락대며 기다리고 있었다. 소영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조금 전 수현의 목소리에는 분명 짜증이 섞여 있었다. 마치 중요한 일이 그녀 때문에 끊긴것미냥.소영은 현재 몹시 초조했다. 자신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도 한참이 지났는데도 수현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그녀는 더욱 불안해졌다.도대체 방 안에서 뭘 하고 있었길래 한참이나 문을 열어주지 않았단 말인가?그때,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소영의 앞에 문을 열고 나타난 수현.소영은 고개를 발딱 들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방금과 같은 옷에 외투도 벗지 않은 걸 보아 별일은 없었던 듯싶다. 비록 전보다 옷매무새가 많이 흐트러졌지만, 소영은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애써 자신을 이해시킨 후 그녀는 시선을 돌려 수현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그의 입가의 붉은 핏자국. 소영은 순간 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걸 느꼈다.핏자국이 옅어 자세히서 관찰하지 않으면 못 알아챌 정도였지만 소영의 눈을 피하진 못했다. 수현은 소영의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듯 무뚝뚝하게 물었다.“왜 왔어?”소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머쓱하게 입술을 깨물었다.“나... 나 입을만한 잠옷이 없어서 윤아 씨 옷 좀 빌리려고 했지.”윤아의 옷을 빌린다고?수현은 저도 모르게 눈썹을 올렸다.“도우미 아줌마가 준비해주지 않았나?”소영은 고개를 저었다. 수현은 소영의 말에 언짢은 듯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자 그 낌새를 눈치챈 소영이 다급하게 말했다.“수현 씨. 화내지 마. 내가 오늘 너무 갑작스레 찾아왔으니 못 준비했을 만도 하지. 윤아 씨 옷 빌리면 돼. 그래도 될진 모르겠지만.”수현은 악에 받쳐 있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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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커다란 드레스룸에 오직 소영과 윤아 둘만 있다.소영은 옷을 고르는 대신 윤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윤아도 소영의 시선을 느꼈지만,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걸 눈치채고 그저 가만히 기다렸다.아니나 다를까 몇 초 후 결국 소영이 참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윤아 씨. 약속을 어겼죠.”윤아가 멈칫하더니 물었다.“제가 언제 약속을 어겼다고 그래요?”소영은 살기 어린 눈으로 그녀의 입술을 노려보며 말했다.“방에 들어가기 전엔 립스틱을 바른 상태였죠.”윤아는 그제야 소영의 말을 이해했다. 그녀는 왜 자신의 립스틱이 지워졌냐고 묻고 있었다. 소영도 이렇게 된 마당에 더 숨기려 하지 않았다.“그니까 심윤아 씨는 약속을 어겼죠. 원래 이렇게 약속을 안 지키는 사람이에요?”“아니요.”윤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약속한 건 지켜요. 할머님을 위한 일이 아니면 전 절대 그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아요.”윤아의 그 말은 소영에게 꽤 큰 충격을 주었다. 소영은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윤아 씨 말은 수현 씨가 먼저 당신에게 들이댔다?”윤아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장난 그만 해요. 수현 씨가 그랬을 리가 없잖아요.”소영은 자신이 이렇게 돌아왔는데 수현이 어떻게 아직도 윤아를 놓지 못할 수 있겠냐 생각했다.소영의 말에 윤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소영 씨. 제가 뱉은 말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소영 씨가 지금 이곳에 서 있는 일은 없었을 거예요. 만약 그랬다면 전 그저 할머님께 찾아가 전부 일러바치기만 하면 되니까요.”김선월 얘기에 소영의 낯빛이 어두워졌다.“할머님은 왜 갑자기 수술을 안 하신 거죠? 당신이 할머님께 뭐라 한 거 아니에요?”분명 멀쩡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수술을 안 한다고 한단 말인가. 소영은 윤아가 선월에게 뭔가를 슬쩍 알려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소영의 말에 윤아는 얼굴이 굳어지더니 말했다.“전 그 누구보다 할머님이 괜찮아지시길 바라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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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수현의 말에 윤아는 그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무슨 상관인데?”“…”“고작 이삼 분이야. 그 새로 내가 괴롭히기라도 했을까 봐?”윤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그 말에 수현은 눈썹을 올리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그런 뜻이 아니고...”“그럼 무슨 뜻인데? 여자들끼리 얘기까지 너에게 보고해야 해?”수현은 지금 윤아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는 걸 느꼈다. 요즘 윤아는 과거 착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김선월의 앞에서 연기해야 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수현을 완전히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고 있지 않은가.수현은 윤아의 그런 태도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거 윤아와 수현이 이런 관계가 아니었을 땐 분명 꽤 잘 지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수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윤아는 곧장 옷을 들고 씻으러 가버렸다.윤아는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침대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물론 그 과정에 수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덕분에 수현은 잔뜩 그늘진 얼굴로 샤워를 하고 침대로 올라갔다.윤아와 수현은 비록 같은 침대 위에 있지만 가운데에 기다란 베개를 둬 선을 확실히 그었다. 둘은 마치 38선을 가운데 두고 동상이몽을 하는 듯했다.윤아는 전날 밤잠을 잘 자지 못한 탓에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마음 정리를 하고 나니 밤새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아침에 윤아가 눈을 떴을 때 옆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윤아는 어느새 여덟 시가 훌쩍 넘어버린 걸 확인하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늦잠을 자버린 탓에 윤아는 부리나케 침대에서 내려와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윤아가 거실로 나왔을 땐 이미 그녀를 뺀 모든 사람이 식탁에 모여앉아 있었다.그때, 걸음을 옮기던 윤아는 선월의 옆자리에 앉아 그녀를 극진히 보살피고 있는 소영을 보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강소영은 지금 그녀의 미래를 위해 선월에게 잘 보이려 하고 있다.윤아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차피 곧 수현과 이혼하니 선월의 손자며느리도 더는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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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윤아가 우유를 마시려 하자 마침 도우미가 물고기 국을 가져왔다.“어르신. 오늘 아침은 이걸 드시죠.”여태까지 아침 메뉴로 주스나 우유 같은 음식들만 먹었었지 국이 나온 적은 없었다. 사실 윤아도 몸매관리를 꽤 신경 쓰고 있기에 요리사도 그녀를 위해 하는 모든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한 후에 메뉴를 선정했었다.그래서인지 물고기 국을 본 윤아는 살짝 어리둥절해 났다. 선월이 돌아왔다고 요리사가 메뉴를 조정한 듯 보였다. 이건 윤아가 요구한 일은 아니니 아마 선월이 요리사에게 부탁했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윤아가 어리둥절해서 하고 있는데 선월이 웃으며 말했다.“너 너무 말랐어.”윤아는 국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해요. 할머님.”가끔가다 한번은 괜찮을 거다. 살찌면 찌는 거지 뭐. 게다가 윤아는 지금 임신 중이라 확실히 전처럼 절제하며 먹는 것이 아닌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했다.아이 생각에 윤아는 숟가락을 들어 국을 한술 떴다. 그러나 윤아가 한 입 먹으려고 입에 가져다 댄 순간 속이 뒤집힐 듯 울렁거렸다.윤아는 순간 낯빛이 어두워지며 다른 반응을 보일 겨를도 없이 숟가락을 내던지고 입을 막으며 뛰쳐나갔다.윤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놀라서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버렸다. 수현만이 가장 빨리 반응을 보이며 눈살을 찌푸린 채 일어나 뒤쫓았다.곧이어 반응이 온 사람은 선월이였다.“왜 이래? 괜찮니?”선월이 걱정스레 물었다.그제야 다른 사용인들도 정신을 차리고 얼른 뒤따라갔다. 몇몇은 마음이 급한 탓에 아예 선월이 앉아있는 휠체어를 밀고 윤아에게로 데려갔다.소영만이 그 자리에 멍하니 굳어있었다.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트린 바람에 국물이 옷에 튀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귀신이라도 본 듯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채 앉아있었다. 머릿속엔 오직 한가지 생각만이 가득하였다.‘지금 입덧 한 거야? 임신 때문에?’분명했다. 그게 아니면 왜 국을 입에 가져다 대기만 했는데 헛구역질을 하겠는가. 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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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예상치 못한 윤아의 몸 상태에 집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윤아는 힘없이 수현의 품에 안겨 있었는데 머리가 윙윙 울리는 느낌이었다.그때, 그들을 뒤따라가던 소영이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수현 씨. 병원은 너무 멀잖아. 이 근처에 내 친구가 하는 진료소가 있어. 거기로 가지 않을래? 윤아 씨 아무래도 음식을 잘못 먹은 것 같아.”소영은 겉으로는 침착하게 조언을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불안해 미칠 것 같았다. 지금 수현이 윤아를 데리고 병원에 간다면 임신 사실이 드러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꼭 진료를 받으러 가야겠다면 기왕이면 친구가 하는 곳으로 가는 게 소영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소영은 불현듯 일전에 윤아가 열이 펄펄 나면서도 절대 병원에 가지 않으려 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는 윤아가 자기 때문에 일부러 수현의 앞에서 불쌍한 척 관심을 끈다고 생각했다. 그 일로 심기가 불편했던 소영은 윤아가 참으로 천박하다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야 윤아가 왜 죽어도 병원과 약 먹기를 거부했던 건지 알 것 같았다.“진료소?”수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소영의 제안을 거절했다.“그래도 병원이 더 정규적이고 좋지.”일부러 소영의 의견에 반대하려는 것은 아니다. 수현은 윤아가 그 정도로 구역질을 하는 걸 보아 아마 몸이 한계에 도달했을 거라 여겨져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아보게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수현의 말에 소영은 표정을 구기더니 그의 뒤에 멍하니 서 있었다.‘지금 내가 소개하는 곳이 정규적이지 못해서 싫다 이건가?’하지만 수현의 신경은 온통 윤아에게 가 있어 소영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때, 수현의 품에서 윤아의 가냘픈 목소리가 들려왔다.“멈춰.”그녀의 말에 수현이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내려 윤아를 바라봤다.윤아는 이제 좀 괜찮아진 듯 수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내려달라 했다.하지만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수현에 윤아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한번 입을 뗐다.“내려줘.”수현은 잠시 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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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이 말을 들은 소영은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을 이었다.“수현 씨가 디저트 싫어하는 거랑 비슷하잖아.”아무리 싫어해도 이렇게 구역질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수현은 품에 안겨있는 윤아는 한눈 보더니 왜인지 모르게 윤아가 자신에게 뭔가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문득 집사가 저번에 말했던 그 찢어진 진단서가 떠오르자, 수현의 표정은 조금 어두워졌다.그가 더 깊이 생각하기 전, 품에 있던 윤아는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이거 내려줘. 몇 번을 말하게 하는 거야?”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정말 병원에 안 갈 거야?”그 말에 깊게 숨을 들이쉰 윤아.“아픈 데가 없는데 왜 가겠어. 그냥 저 물고기국 먹기 싫어서 그런 거야.”윤아의 안색은 많이 나아졌다. 입술도 다시 선홍빛이 돌았고 창백하던 얼굴도 이젠 핏기를 회복했다. 그래서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그제야 수현은 윤아를 내려놓았다.발이 땅에 닿기 바쁘게 소영은 다가가 윤아를 부축하며 걱정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아까 속이 울렁거렸으니 조금 있다가 이 국 대신 담백한 거로 먹어요. 얼마 전에 열까지 났으니, 속이 많이 안 좋을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론 기름진 음식은 줄여봐요.”윤아를 걱정하는 것 같지만 실은 소영이 하는 한마디마다 모두 그녀의 임신 사실을 숨겨주고 있었다.이런 소영을 보며 윤아는 잠시 의아해했지만, 곧 그 이유를 알아챘다.두 사람 사이에 한 약속이 있으니 윤아 자신뿐만 아니라 소영도 그걸 지키려는 거라고 생각했다.“네.”“내가 부축해 줄게요. 만약 나중에라도 몸이 안 좋으면 내가 함께 병원 가줄게요. 검사라도 받아 보게.”“그래요.”이 대화를 마친 후, 소영은 윤아를 부축한 채 돌아갔다.수현은 제자리에 서서 나란히 붙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자 마음속의 의혹은 더 깊어만 갔다.저 둘, 사이가 언제 이렇게 좋아졌지?-수현이 윤아를 안고 급히 밖으로 나갈 때 선월도 원해 따라가려고 했었다. “어르신, 진정하세요. 대표님께서 계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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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네, 할머님.”선월이 의심하지 않게 하려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말을 보탰다.“전 어릴 때부터 물고기를 안 좋아했어요. 처음엔 되게 맛있는 건 줄 알고 한번 먹었다가 얼마나 토했다고요. 그래서 지금은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 나요. 트라우마 남았나 봐요.”역시, 이 말을 들으니 의심 가득 담긴 선월의 표정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어릴 때 먹고 토했다고? 그렇다면 커서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겠지.’이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선월은 아직도 조금 걱정되었다.“정말 아무 문제 없는 거 맞지? 그러지 말고 병원 가서 검사 한번 받아 봐.”“아니에요, 할머님. 저 이젠 정말 괜찮아요. 저 보세요. 지금도 아파 보여요?”선월은 윤아를 훑어보았는데 안색이 확실히 아까보다 나아졌다. 아무 문제 없는 것 같다고 여긴 선월은 손을 뻗어 윤아의 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요 앙큼한 것, 물고기를 못 먹는다고 왜 말 안 했어?”“움.”윤아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애교를 부렸다.“할머님께서 좋아하시잖아요. 그래서 저도 어릴 때 토했다고 커서까지 그러겠어 하는 마음에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했는데... 하핫, 잘 안되네요. 죄송해요, 할머님. 다음엔 못 먹는 게 있으면 미리 말할게요. 절대 오늘처럼 할머님 놀라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 그래. 알겠다. 어휴, 응석이나 부리고. 배고프지? 빨리 뭐라도 먹어야겠구나.”“네, 전 단맛 나는 죽 먹고 싶어요.”“도우미보고 만들라고 할게.”“좋아요.”이 말을 마치고 윤아는 몸을 일으켜 선월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소영이 나긋나긋하게 말을 걸어왔다.“윤아 씨, 내가 할게요. 아까 그렇게 토하느라 힘도 다 빠졌잖아요.”윤아는 소영을 한눈 보고는 그녀가 선월의 앞에서 점수 따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결국 거절하지 않았다.소영이 선월의 휠체어를 밀고 멀리 걸어갔다. 윤아도 그들의 뒤를 따라 가려 할 때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릴 때 물고기 먹다가 토한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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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그래요."수현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잘 보살펴줘요."선월은 오랜 시간 동안 요양원을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밖에 나간 후 해볕을 쪼이기만 해도 요양원의 화원보다 좋은 것 같았다. 거리에서 오가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보는 것도, 그리고 겉모양이 바뀐 별장들을 보는 것도 그저 신선하게 다가왔다.소영은 선월을 밀면서 함박웃음을 지은 채 부드럽게 얘기를 나누었고 윤아는 그들의 뒤를 따르면서 이 장면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었다.정말이지 소영은 부드럽고 상냥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는 두말할 필요 없이 선수였다. 그리고 선월을 즐겁게 하며 그녀의 환심을 사는 일도 참 잘했다.온 오전 동안, 선월은 소영의 말에 몇 번이나 배꼽을 잡았다.열한 시가 될 무렵, 조금 피곤해진 선월을 본 소영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할머님, 피곤하시죠? 이젠 돌아가서 좀 쉴까요? 거의 점심이잖아요. 만약 할머님께서 또 나오고 싶으시다면 저 내일에도 와서 할머님 모시고 나갈게요."그러자 선월이 머리를 끄덕였다.그 후, 소영은 또 선월을 밀며 앞으로 걸어갔고 윤아도 천천히 뒤따랐다. 이걸 본 범수도 걸음을 늦추었다."사모님."범수가 윤아를 부르자 그녀는 의혹의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아저씨, 왜요?”범수는 진씨 집안에서 오래 일하면서 윤아와 수현이 자라는 것을 거의 지켜봤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윤아는 가끔 범수를 친절하게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한다.의혹이 가득 담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윤아를 보자 범수는 속이 답답해 났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낮추며 윤아에게 말했다.“사모님, 적극적으로 다가가시지 그러셨어요.”“네?”윤아는 애초에 집사가 말한 적극적이다가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나중에 알아채고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할머님께서 즐거우시면 돼요.”이 말에 범수는 못마땅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사모님께서 어르신과 얘기를 나누셔도 기뻐하실 텐데요. 사모님께선 손자며느리 되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더 기뻐하시겠지요.”이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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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별장으로 돌아가서 선월을 방 침대에 잘 눕힌 후 소영은 윤아를 보며 고맙다고 말했다.산책하는 동안, 소영은 늘 선월에게 다가갈 기회를 찾고 있었다. 만약 윤아가 말리고 싶다면 분명 쉽게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묵묵히 뒤에서 따라왔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전에는 내가 윤아 씨를 많이 오해한 것 같아요. 약속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 여겨서 미안했어요.”선월이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수술을 미룬 것, 실은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소영은 전혀 믿지 않았다. 선월에게 임신했다는 사실이라도 말해 그녀의 협조를 받아 수술을 미뤘다고 음침하게 생각했다. 애초엔 정말 이렇게 여겼다.소영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소극적이고 어두운 사람이라는 것을. 다만 그걸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선월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듯했다.그리고 윤아도 자신이 선월에게 다가가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보고 나니 소영은 자신이 건 도박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윤아는 역시 진 신세를 갚는 사람이었다.이 말을 들은 윤아는 입꼬리를 간신히 올리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저 오늘 이만 돌아가야겠어요. 너무 오래 있다간 할머님께서 이상한 낌새라도 눈치채실 것 같아서요. 대신 내일도 오고 싶은데, 윤아 씨가 나 초대해주면 안 돼요?”소영의 말에 윤아는 예쁜 눈썹을 찌푸렸다.“오고 싶으면 오면 되지 굳이 내가 초대해야 해요?”“할머님께서 의심하실까 봐 그러죠. 나 혼자 와봐요. 그러면 분명 의심하실 게 뻔하잖아요. 만약 윤아 씨가 나 초대해 주면 그냥 우리 사이가 좋다고 생각할 거예요.”윤아는 선홍빛 도는 입술을 꾹 다물고는 앞에 서 있는 소영을 쳐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윤아를 본 소영은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 윤아와 사이좋은 모습을 하며 낮은 소리로 웃었다.“왜 그래요, 윤아 씨. 윤아 씨도 자기가 떠나고 할머님께서 혼자 슬퍼하시는 걸 바라지는 않겠죠? 제가 지금 많이 뵈러 오면서 할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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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윤아는 연수가 빨리 일을 손에 익혀 인수인계를 끝내고 싶었다. 비록 열심히 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서두른 탓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곤 했다.아니나 다를까 윤아가 노트북을 켜고 연수와 연락하자마자 그쪽에서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며 말하기 시작했다.“흑흑, 윤아 님. 드디어 오셨네요. 흐어어 만약 윤아 님 안 오시면 저 정말 실수만 저지르다 죽을 지도 몰라요... 흑.”“...”“일은 왜 이렇게 힘든 거예요. 이 며칠과 비교했을 때 예전에 회사 생활은 너무 행복했어요. 윤아 님은 예전에 어떤 생활을 했어요... 어우, 전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연수의 자질구레한 푸념을 한동안 들은 윤아는 소리 내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알겠으니까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문제가 있으면 천천히 해결하면 돼요. 언젠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일들이잖아요.”지금은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그녀가 앞에서 버텨주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그런다면 아마 된통 혼 날 것이다.진수현은 결코 부드러운 상사가 아니었다.그녀를 회사에 데려가 업무를 배우게 했을 때 그는 더 엄격했다. 그와 소꿉친구로 함께 자란 윤아마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실수를 저지르기만 하면 그는 사정없이 꾸짖었고 심지어 부하직원들 앞에서 그녀의 체면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직접 까발려 놓고 혼내기까지 했다.처음에 윤아도 화났고 아주 슬펐다. 아마 그때 수현에게 이상야릇한 감정이 있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수현에게 혼나기만 하면 되게 창피하다고 느꼈다.윤아도 참지 않고 수현에게 화를 냈었는데, 뜻밖에도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몇 마디 혼낸 거 가지고 이렇게 슬퍼하면 어떡해. 앞으로 뭘 더 배울 수 있는데. 아니면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눈물만 뚝뚝 흘리면 단가?”그때 정말 많이 화났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손으로 눈물을 닦아버리고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다음번엔 반드시 지금보다 잘할 거야.”그 후, 그녀는 확실히 점점 잘해갔다.수현은 여전히 엄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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