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할머님.”선월이 의심하지 않게 하려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말을 보탰다.“전 어릴 때부터 물고기를 안 좋아했어요. 처음엔 되게 맛있는 건 줄 알고 한번 먹었다가 얼마나 토했다고요. 그래서 지금은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 나요. 트라우마 남았나 봐요.”역시, 이 말을 들으니 의심 가득 담긴 선월의 표정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어릴 때 먹고 토했다고? 그렇다면 커서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겠지.’이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선월은 아직도 조금 걱정되었다.“정말 아무 문제 없는 거 맞지? 그러지 말고 병원 가서 검사 한번 받아 봐.”“아니에요, 할머님. 저 이젠 정말 괜찮아요. 저 보세요. 지금도 아파 보여요?”선월은 윤아를 훑어보았는데 안색이 확실히 아까보다 나아졌다. 아무 문제 없는 것 같다고 여긴 선월은 손을 뻗어 윤아의 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요 앙큼한 것, 물고기를 못 먹는다고 왜 말 안 했어?”“움.”윤아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애교를 부렸다.“할머님께서 좋아하시잖아요. 그래서 저도 어릴 때 토했다고 커서까지 그러겠어 하는 마음에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했는데... 하핫, 잘 안되네요. 죄송해요, 할머님. 다음엔 못 먹는 게 있으면 미리 말할게요. 절대 오늘처럼 할머님 놀라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 그래. 알겠다. 어휴, 응석이나 부리고. 배고프지? 빨리 뭐라도 먹어야겠구나.”“네, 전 단맛 나는 죽 먹고 싶어요.”“도우미보고 만들라고 할게.”“좋아요.”이 말을 마치고 윤아는 몸을 일으켜 선월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옆에 서있던 소영이 나긋나긋하게 말을 걸어왔다.“윤아 씨, 내가 할게요. 아까 그렇게 토하느라 힘도 다 빠졌잖아요.”윤아는 소영을 한눈 보고는 그녀가 선월의 앞에서 점수 따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결국 거절하지 않았다.소영이 선월의 휠체어를 밀고 멀리 걸어갔다. 윤아도 그들의 뒤를 따라 가려 할 때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릴 때 물고기 먹다가 토한 적 있어?”
"그래요."수현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잘 보살펴줘요."선월은 오랜 시간 동안 요양원을 나가지 않았다. 그래서 밖에 나간 후 해볕을 쪼이기만 해도 요양원의 화원보다 좋은 것 같았다. 거리에서 오가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보는 것도, 그리고 겉모양이 바뀐 별장들을 보는 것도 그저 신선하게 다가왔다.소영은 선월을 밀면서 함박웃음을 지은 채 부드럽게 얘기를 나누었고 윤아는 그들의 뒤를 따르면서 이 장면을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었다.정말이지 소영은 부드럽고 상냥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는 두말할 필요 없이 선수였다. 그리고 선월을 즐겁게 하며 그녀의 환심을 사는 일도 참 잘했다.온 오전 동안, 선월은 소영의 말에 몇 번이나 배꼽을 잡았다.열한 시가 될 무렵, 조금 피곤해진 선월을 본 소영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할머님, 피곤하시죠? 이젠 돌아가서 좀 쉴까요? 거의 점심이잖아요. 만약 할머님께서 또 나오고 싶으시다면 저 내일에도 와서 할머님 모시고 나갈게요."그러자 선월이 머리를 끄덕였다.그 후, 소영은 또 선월을 밀며 앞으로 걸어갔고 윤아도 천천히 뒤따랐다. 이걸 본 범수도 걸음을 늦추었다."사모님."범수가 윤아를 부르자 그녀는 의혹의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아저씨, 왜요?”범수는 진씨 집안에서 오래 일하면서 윤아와 수현이 자라는 것을 거의 지켜봤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윤아는 가끔 범수를 친절하게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한다.의혹이 가득 담긴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윤아를 보자 범수는 속이 답답해 났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목소리를 낮추며 윤아에게 말했다.“사모님, 적극적으로 다가가시지 그러셨어요.”“네?”윤아는 애초에 집사가 말한 적극적이다가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나중에 알아채고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할머님께서 즐거우시면 돼요.”이 말에 범수는 못마땅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사모님께서 어르신과 얘기를 나누셔도 기뻐하실 텐데요. 사모님께선 손자며느리 되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더 기뻐하시겠지요.”이 말에
별장으로 돌아가서 선월을 방 침대에 잘 눕힌 후 소영은 윤아를 보며 고맙다고 말했다.산책하는 동안, 소영은 늘 선월에게 다가갈 기회를 찾고 있었다. 만약 윤아가 말리고 싶다면 분명 쉽게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묵묵히 뒤에서 따라왔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전에는 내가 윤아 씨를 많이 오해한 것 같아요. 약속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 여겨서 미안했어요.”선월이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수술을 미룬 것, 실은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소영은 전혀 믿지 않았다. 선월에게 임신했다는 사실이라도 말해 그녀의 협조를 받아 수술을 미뤘다고 음침하게 생각했다. 애초엔 정말 이렇게 여겼다.소영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소극적이고 어두운 사람이라는 것을. 다만 그걸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선월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듯했다.그리고 윤아도 자신이 선월에게 다가가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을 보고 나니 소영은 자신이 건 도박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윤아는 역시 진 신세를 갚는 사람이었다.이 말을 들은 윤아는 입꼬리를 간신히 올리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저 오늘 이만 돌아가야겠어요. 너무 오래 있다간 할머님께서 이상한 낌새라도 눈치채실 것 같아서요. 대신 내일도 오고 싶은데, 윤아 씨가 나 초대해주면 안 돼요?”소영의 말에 윤아는 예쁜 눈썹을 찌푸렸다.“오고 싶으면 오면 되지 굳이 내가 초대해야 해요?”“할머님께서 의심하실까 봐 그러죠. 나 혼자 와봐요. 그러면 분명 의심하실 게 뻔하잖아요. 만약 윤아 씨가 나 초대해 주면 그냥 우리 사이가 좋다고 생각할 거예요.”윤아는 선홍빛 도는 입술을 꾹 다물고는 앞에 서 있는 소영을 쳐다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윤아를 본 소영은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 윤아와 사이좋은 모습을 하며 낮은 소리로 웃었다.“왜 그래요, 윤아 씨. 윤아 씨도 자기가 떠나고 할머님께서 혼자 슬퍼하시는 걸 바라지는 않겠죠? 제가 지금 많이 뵈러 오면서 할머님
윤아는 연수가 빨리 일을 손에 익혀 인수인계를 끝내고 싶었다. 비록 열심히 하고 있긴 하지만 너무 서두른 탓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곤 했다.아니나 다를까 윤아가 노트북을 켜고 연수와 연락하자마자 그쪽에서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울음을 터뜨리며 말하기 시작했다.“흑흑, 윤아 님. 드디어 오셨네요. 흐어어 만약 윤아 님 안 오시면 저 정말 실수만 저지르다 죽을 지도 몰라요... 흑.”“...”“일은 왜 이렇게 힘든 거예요. 이 며칠과 비교했을 때 예전에 회사 생활은 너무 행복했어요. 윤아 님은 예전에 어떤 생활을 했어요... 어우, 전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연수의 자질구레한 푸념을 한동안 들은 윤아는 소리 내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알겠으니까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문제가 있으면 천천히 해결하면 돼요. 언젠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일들이잖아요.”지금은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그녀가 앞에서 버텨주고 있지만 앞으로 계속 그런다면 아마 된통 혼 날 것이다.진수현은 결코 부드러운 상사가 아니었다.그녀를 회사에 데려가 업무를 배우게 했을 때 그는 더 엄격했다. 그와 소꿉친구로 함께 자란 윤아마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실수를 저지르기만 하면 그는 사정없이 꾸짖었고 심지어 부하직원들 앞에서 그녀의 체면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직접 까발려 놓고 혼내기까지 했다.처음에 윤아도 화났고 아주 슬펐다. 아마 그때 수현에게 이상야릇한 감정이 있어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수현에게 혼나기만 하면 되게 창피하다고 느꼈다.윤아도 참지 않고 수현에게 화를 냈었는데, 뜻밖에도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몇 마디 혼낸 거 가지고 이렇게 슬퍼하면 어떡해. 앞으로 뭘 더 배울 수 있는데. 아니면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눈물만 뚝뚝 흘리면 단가?”그때 정말 많이 화났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손으로 눈물을 닦아버리고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다음번엔 반드시 지금보다 잘할 거야.”그 후, 그녀는 확실히 점점 잘해갔다.수현은 여전히 엄격했다
진수현!왜 저기에서 나와?윤아는 정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업무 처리하러 가지 않았어? 왜 서재에 있는 건데... ‘너무 조용하게 있었는지라 윤아는 들어올 때부터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나 아까... 아기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필 이때 들어온 거 보면 설마 들었나? 아니면...’윤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잔뜩 긴장한 마음으로 수현을 보면서 간신히 입술을 깨물며 진정했다.수현도 윤아가 서재에 올 줄 몰랐다.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을 보며 수현은 눈썹을 살짝 추켜게세웠다. 요즘 자꾸 화들짝 놀라던데 마치 뭔가 숨기고 있는 듯했다.수현은 입술을 꾹 다물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는 예리한 시선으로 윤아의 창백한 얼굴을 훑었다.“아까 누구와 대화했어?”윤아는 살짝 멈칫했다.이렇게 묻는다는 건 뭘 말했는지 듣지 못했다는 뜻인가?하지만 윤아도 장담할 수 없었다. 만약 수현이 제대로 듣고 일부러 시험이라도 하려고 이렇게 물어보는 걸 수도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조금 진정되었다.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수현에게 물었다.“수현 씨가 왜 여기 있어? 회사 간다고 하지 않았어?”동문서답.“온라인 회의거든. 회사 안 가도 돼.”“아, 그래?”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난 수현 씨가 회사 간 줄 알고 잠시 서재를 빌렸어. 연수 씨가 모르는 일이 많대서 가르쳐줬거든.”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어투로 말하고 있다고 여겼다.수현은 느릿한 시선으로 윤아의 얼굴을 조금씩 훑어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어둡고 그윽한 눈동자는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기라고 하는 것 같았다.“너 되게 긴장한 것 같다?”“...”수현은 윤아에게로 다가가서는 거의 붙을 기세로 서 있었다. 그러자 수현 특유의 호르몬 기운이 순식간에 그녀를 휘어잡았다.윤아는 저도 모르게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살짝 움직였을 때 커다란 손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잡으면서 앞으로 끌어당겼다. 조금만 힘을 썼을 뿐인데 윤아는 수현의 넓은 가슴
수현은 윤아의 턱을 잡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뭔 상관인데.”윤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웃긴다. 내가 언제 상관했다고 그래? 마음대로 해.”그러자 아무 표정 없이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수현.“그러면 통화기록이나 내주시던지.”“진수현, 너 돌았어?”“마음대로 해라며.”“네 마음대로 하라는 거지 나에게 그렇게 하라는 뜻은 아니잖아. 독해 능력이 이래서야 되겠어?”“왜 이렇게 흥분하는 거야. 연수 씨와 통화했다면서 기록도 못 내놓냐? 아니면 다른 사람과 통화했어?”“...”“설마 너의 그 잘난 찬영 오빠야?”“...”이제야 알 것 같았다. 수현이 왜 자신을 시험하려 했는지, 왜 이렇게 삐딱하게 말하는지.그냥 말하는 소리만 들었지 내용은 제대로 듣지 못한 거였다. 그래서 그녀가 당황한 모습만 보고 연수가 아닌 찬영과 통화했다고 오해했구나.강찬영...세번째였다. 수현이 찬영 때문에 화낸 게.이렇게 생각하자 윤아는 침묵했다. 동시에 불안에 벌렁벌렁 뛰고 있던 심장도 점차 진정되었다.이것 때문이라면 상관없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윤아를 보자 수현의 표정은 썩을 대로 썩어있었다.“심윤아, 왜 아무 말도 안 해?”침묵은 묵인을 뜻한다. 설마 진짜 강찬영과 통화한 거야?비록 내용은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말투가 아주 부드러웠다는 것만은 똑똑히 들었다. 그에겐 한 번도 이런 말투를 써주지 않았다.심지어 어렴풋이 ‘자기’라는 단어와 ‘먹다’, ‘쉬다’ 도 들은 것 같았다. 결국 수현은 ‘아기’를 ‘자기’로 들은 것이다.조합해 보면 상대방을 자기라고 부르면서 뭘 먹은 후 쉬라고 했을 것이다.아직 자신과 한 침대에서 함께 자는 이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자기라고 한 것만 생각하면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더 화난 부분은 윤아의 대수롭지 않다는 담담한 태도였다. 그가 따지고 있는 와중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 올려 보이질 않겠는가,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말 할 필요 없으니까. 네
윤아는 작은 입으로 한마디에 한마디를 이어 말했는데 수현은 하나도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윤아의 말재주가 참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처음 윤아를 비즈니스 협상에 데려갔을 때 그녀는 이런 수준의 업무를 접해본 적이 없는 데다가 나이까지 어리니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녀는 점점 더 잘해갔고 입만 열면 압도적인 아우라를 뿜어냈으며 논리나 사로도 아주 또렷했다.그래서 매번 상대방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지금도 그녀는 자신을 이런 식으로 대하고 있었고 수현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소영이 집에 왔던 건 사실이었고 확실히 그녀의 옷을 입었다.아무 말도 못 하는 수현을 보며 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서늘한 웃음을 지었다.“이번엔 네가 침묵하네? 진수현, 바꿔서 생각해 봐. 내가 다른 남자를 데려와서 네 옷까지 입혔어. 어때?”“...”윤아가 한 말만 들어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게 만약 진짜 벌어진 일이라면...수현이 더는 입을 열지 않는 것을 본 윤아는 그 틈을 타 그를 밀어내고는 노트북을 가진 채 자리를 떴다.방에 돌아온 후, 윤아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까 그렇게 말해 놓았으니, 수현은 분명 머리가 흐릿했을 것이다. 그러니 다른 건 꼬치꼬치 캐묻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아무래도 좋으니, 그녀의 비밀만은 들키지 않으면 되었다.윤아는 노트북을 잘 챙겨두고 아래층에 내려가 주방에서 먹을 것을 찾아보았다.점심 재료를 준비하고 있던 요리사는 그녀가 온 것을 보자 얼른 인사했다.윤아는 주위를 한눈 둘러보고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저씨, 오늘은 간식 있어요?”“네, 그럼요.”요리사의 이름은 김성철이었다. 그는 재빨리 몸을 돌려 뒤쪽에 있는 궤짝을 열고는 그 안에서 예쁜 간식을 꺼내 윤아에게 건넸다.이걸 본 순간, 윤아의 두 눈은 반짝거렸다. 하얗고, 통통하며 동글동글한 찹쌀떡과 슈크림이었다.윤아의 눈빛을 본 성철은 이 간식을 만든 게 옳은 선택임을 깨닫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 저도 그냥 아무렇게나 추측해 본 거예요. 오늘 아침에 만든 물고기 국이 얼마나 맛있었다고요. 비린내가 조금도 없었어요. 그런데 사모님께서는 맡기만 했을 뿐인데 그렇게 심하게 토하지 않으셨어요. 제 새언니도 임신했을 때 그랬거든요. 비린내는 절대 못 맡아요. 그냥 일반인보다 예민해져서요. 그리고 입맛도 많이 바뀌었어요.”성철은 들으면 들을수록 더 놀라웠다.이 도우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었다.만약 윤아가 정말 임신하기라고 했다면 그는 반드시 식단을 조절해야 했다.성철은 재빨리 머릿속에서 이 포인트에 동그라미를 쳤다.-윤아는 두 개의 찹쌀떡과 여러 개 슈크림을 먹고는 아주 만족한 마음에 배를 가볍게 두드렸다.예전엔 왜 맛있는 줄 모르고 살았지?배 속에 아기가 먹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았다.“벌써 식탐 많은 거 봐.”배를 톡톡 치며 낮은 소리로 사랑스럽다는 듯 말했다.임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윤아의 배는 아직 평평했고 임신한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니 아기가 그녀의 말에 반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하지만 그렇다 해도 윤아는 아기에게 혼잣말하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졸음기가 몰려온 윤아는 이를 닦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조금만 자려고 했으나 오후 두 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시간을 보고 벌떡 몸을 일으킨 윤아.벌써 두시라고? 늦잠을 자버리다니!방안은 제법 조용했다. 옷을 갈아입고 급히 아래층에 내려갔더니 거기도 무척 조용했다. 도우미 한 명이 윤아가 내려온 것을 보고는 그녀에게 인사했다.“사모님, 깨셨어요?”“네.”윤아는 도우미를 보며 물었다.“할머님께서는 깨셨나요?”“네. 이미 점심 식사까지 하셨어요.”선월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려 했을 때 도우미는 말을 이었다.“지금은 대표님께서 어르신 모시고 밖에 나가셨어요.”“어딜요?”“그건... 저희도 잘 모릅니다.”윤아는 사실 남자인 수현이 선월을 꼼꼼하게 보살피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전화를 쳐서 어디 갔냐고 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