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461 - Chapter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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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화
“임상희...”그의 묵직하고 느릿느릿한 목소리가 사람을 긴장시켰다.나상준의 목소리를 들은 전민수는 고개를 들었다.“네, 상희 맞아요. 당신이 상희 외삼촌이라고 상희가 알려줬어요. 당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결혼 생활 3년 동안 아이도 갖지 않은 거라고 그랬어요. 당신은 줄곧 그녀를 사랑했다고 들었어요. 상희도 그 여자를 외숙모라고 불렀었고요.”“상희도 당신의 와이프가 아닌 당신이 사랑하는 그 여자를 외숙모로 생각한다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상희가 우리에게 당신이 사랑한다는 그 여자의 사진을 보여줬어요. 나도 봤어요. 그 사람은 누나가 아니었어요.”일반 사람이었다면 전민수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같은 남자로서 나상준에게서 위험을 느낀 전민수는 그가 들었던 사실을 얘기했다.이 얘기는 나상준에게 하는 말이 아닌 차우미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그도 나상준과 차우미의 관계를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날 밤 나상준이 차우미를 데려갈 때 전민수는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임상희가 전민수에게 외삼촌과 외숙모의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임상희가 그에게 외삼촌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차우미가 나상준의 사랑이라 믿었을 것이다.하지만 사진을 보고 난 전민수는 안심했다.그 사진 속의 여자는 차우미가 아니었다.지금 다시 만난 나상준이 또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전에보다 더 강렬한 위험을 느낀 전민수는 반드시 똑똑하게 말을 해야만 했다.차우미는 전민수의 말을 들으며 멍해졌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소년의 견고한 표정을 보며 왠지 모르게 웃고 싶어졌다.그녀는 전민수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전민수가 이런 행동을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그들은 한 번밖에 본 적이 없었다. 전민수는 차우미의 이름도, 뭐 하는 사람인지도, 심지어 나이도 몰랐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 다른 것 같았다.차우미의 눈에는 전민수가 아이로밖에 보이지 남았다. 잘생긴 동생이었다. 전민수와 그녀에게는 뛰어넘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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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나도 사진 좀 보자.”평온하게 말하는 나상준의 목소리에서 어떠한 불쾌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상시에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던 모습처럼 조금의 이상함도 없었다.눈앞에 있는 나상준이 평온하게 말하는 모습에 전민수는 멈칫했다. 그가 듣기에 나상준의 말투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전민수가 차우미의 손을 잡고 있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한 나상준의 모습은 마치 차우미에게 관심이 없는 듯한 느낌을 줬다.전민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왜냐하면 나상준의 모습은 차우미의 친척 같았기 때문이다. 윗사람으로서 차우미가 어디가 좋은지 전민수에게 묻는 것 같았다.전민수는 차우미의 손을 놓고 바로 핸드폰을 꺼낸 뒤 주혜민의 사진을 나상준에게 보여줬다.“봐보세요, 바로 이 사진이에요.”이 시각 전민수는 아주 협조적이었다. 그는 더 이상 차우미의 손을 잡지 않았다.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차우미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이렇게 물을 줄 알고 있었지만 평온한 목소리로 물을 줄은 몰랐다.주혜민이 나상준과 상관없는 사람들한테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다녔기에 나상준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똑똑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방금 전민수에게서 외숙모에 대한 말과 나상준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차우미는 그 여자가 주혜민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만약 전민수가 임상희에게서 들은 말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차우미도 확신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임상희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확신했다.나상준은 전민수의 폰을 건네받은 뒤 사진을 확인했다.정교한 화장, 대범해 보이는 얼굴, 계략과 이익으로 가득한 눈을 가진 주혜민이었다.사진을 보고 있는 나상준의 눈빛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마치 그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나상준이 입을 열었다.“주혜민...”나상준은 임상희 이름을 불렀을 때처럼 묵직한 목소리로 주혜민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주혜민? 사진 속 사람 이름이 주혜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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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나상준은 전민수에게 핸드폰을 돌려준 뒤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전민수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는 나상준과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차우미를 번갈아 보며 조급해했다.차우미와 나상준의 관계에 대해 확실하게 아는 게 없었던 전민수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막대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어렵게 차우미를 만나게 된 전민수는 차우미와 이대로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나게 될지 몰랐다.차우미는 전민수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고 진민수도 차우미에 대해 아는 게 없었기에 어떻게 찾을 방법도 없었다.전민수는 몹시 다급했다. 차우미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나상준이 그의 앞을 가로막은 채 압박감 가득한 무서운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을 때 차우미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결국 진민수는 차우미를 쫓아가지 못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차우미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낙담한 진민수는 시선을 거두고 나상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날 밤 로앤에서요...”전민수는 그날 밤에 있었던 일들을 나상준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줬다.숨기지도 않고 감추지도 않았다.마치 어른의 물음에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말하는 모습이었다.전민수의 말을 들은 나상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전민수의 말을 다 듣고 난 나상준이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대답을 마친 나상준이 뒤돌아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전민수는 멍해졌다.‘가... 간다고? 이렇게 간다고? 그건 안되지!’전민수는 재빨리 나상준을 쫓아가 입을 열었다.“형...”‘형이라 부르는 거 이상한가?’나상준은 임상희의 외삼촌이다. 전민수와 임상희는 나이가 비슷했기에 그도 상희처럼 외삼촌이라고 불러야 했지만 임상희와 전민수는 친척 관계가 아니었기에 외삼촌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합하지 않았다.예의는 차려야 했기에 진민수가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아저씨.”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던 나상준은 전민수의 부름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이 순간 나상준 주위 공기가 고요해졌다.나상준이 멈춰 서는 것을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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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너 몇 살이야?”멈칫하던 전민수의 눈에 한 줄기 희망이 스쳐 지나갔다.“저 올해 만 스물입니다. 이년 뒤에 결혼할 수 있어요.”나상준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스무 살이라고? 정말 젊네...’전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긴장했다. 그는 자신이 어리기 때문에 차우미와 차우미 가족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한참 생각하던 전민수가 입을 열었다.“제가 어려서 아저씨가 걱정하시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저 한결같은 사람입니다. 변함없이 한 사람만 영원히 좋아할 수 있어요. 누나와 함께하기로 했다면 헤어지지 않고 쭉 함께할게요. 누나가 원하는 건 모든 해드릴 자신 있어요. 누나가 밤하늘의 별을 원한다면 최대한 따려고 노력할게요. 최선을 다해서 누나와 누나 가족분들의 요구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아저씨, 저와 저희 전씨 가문을 믿어주세요.”전민수가 매우 확고하고 진지하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가 방금 한 말은 절대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는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전민수는 자신이 있었다.나상준은 전민수의 말을 들으며 팔에 걸친 정장 외투를 꽉 잡았다. 그는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전민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전씨 가문이라...”전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이 조금 전보다 더 반짝거렸다.“네, 전씨 가문이요. 제가 전 씨...”“내가 너에게 차우미가 결혼했다고 이미 말했을 텐데.”나상준이 전민수의 말을 가차 없이 잘랐고 전민수의 얼굴에 있던 희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전민수가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제... 제 기억에... 하지만...”“전요한과 장미애가 하나밖에 없는 자기 아들이 이미 결혼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면, 네가 봤을 때 그들이 어떻게 할 것 같아?”나상준이 부모님의 이름을 말하자 전민수의 눈이 순간 동그래졌다.“아저씨... 우리 부모님과 아는 사이세요?”나상준은 예전에 자신의 촌수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전민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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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며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들을 보았다.김온과 이영진 변호사에게서 온 것들이었다.아마 주혜민에 관한 일로 이 변호사가 그녀에게 전화했지만 그녀가 연락되지 않아 김온에게 연락을 넣은 것 같았다.차우미는 바로 핸드폰 잠금을 열고 부재중 전화가 걸려온 시간을 확인한 뒤 김온이 보내온 문자를 확인했다.[차우미, 바빠? 이 변호사가 그러는데 주혜민 쪽 변호사에게서 연락이 왔대. 오늘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혜민 쪽 변호사가 온다는데 너 언제쯤 시간 돼? 이 변호사가 경찰서에서 너 기다리고 있어.]차우미가 시간을 보니 아홉 시 십 분에 보내온 문자였다.그녀가 조금 전에 부재중 전화를 확인해 봤을 때 이영진 변호사에게서 여덟 시 반에 두통, 아홉 시에 두통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김온게서는 아홉 시 칠 분에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와있었다.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문자를 남긴 거였다. 그녀의 추측과 같았다.차우미는 바로 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 뒤 김온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그녀에게서 답장이 없자 김온이 열한 시에 그녀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차우미, 문자 보면 연락줘.]차우미가 일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김온은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와 두 통의 문자메시지만 보냈다.그녀가 바쁜 일을 다 해결하면 자신에게 답장하리라는걸 김온은 알고 있었다.차우미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은 열한 시 삼십오 분이었다.그녀는 김온에게 답장을 보냈다. 이와 동시에 핸드폰에서는 전화 연결음이 선명하게 들려왔다.그녀가 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 변호사는 받지 않았다.차우미가 메시지를 전송하려는 찰나 이 변호사가 전화를 받았다.“차우미 씨.”차우미는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는 전화기를 귀 옆에 가져다 댔다.“이 변호사님, 죄송해요. 오늘 오전에 일이 좀 있었는데 핸드폰을 챙기지 않아서 이제야 이 변호사님과 온이샘에게서 온 연락들을 확인했어요.”“괜찮아요. 제가 그쪽에 차우미 씨의 연락을 기다려야 된다고 답하니 그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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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바라봤다.김온에게서 온 문자였다.[알았어. 그럼 나도 한시름 놓을게.]그녀는 김온에게 상황을 대충 설명해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지금 김온에게서 온 문자를 본 차우미는 웃으며 그에게 답장을 해준 뒤 옷을 갈아입으러 드레스룸으로 향했다.차우미는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묶은 뒤 깔끔한 모습으로 드레스룸에서 나갔다.차우미가 나오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바라봤다. 김온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전화를 받았다.“온이샘.”차우미는 통화를 하면서 가방을 가지러 갔다. 가방 안을 살펴보니 필요한 증명서가 모두 들어있었다.“오늘 바빴어?”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온화한 목소리에 마음이 편안해 졌다.가방 검사를 끝낸 차우미는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갔다.준비를 마친 그녀는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응. 요 며칠 좀 바쁠 거야.”김온이 걱정할까 봐 병원에 입원했던 사실은 말하지 않고 그녀는 그저 바쁘다고만 했다.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그녀의 웃음소리에 김온도 별로 의심하지 않고 한시름 놓았다.“아무리 바빠도 건강 챙겨. 건강이 제일 중요해.”“알았어. 온이샘도 건강 챙겨.”차우미는 김온의 외할머니가 생각났다.“온이샘. 외할머니는 좀 어때? 괜찮아?”문에 다다른 차우미는 문을 열려 했다.그녀가 문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댔을 때 문이 열렸고 그녀는 순간 멈칫하며 뒷걸음질을 쳤다.문밖에 있던 사람의 모습이 이내 시야에 들어왔다.큰 키의 나상준이 어제 옷차림을 한 채 팔목에는 정장 외투를 걸치고 문밖에 서 있었다.문이 열리자 나상준이 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그는 차우미를 보고는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통화를 하고 있는 차우미를 보며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문밖에 서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방금 옷을 갈아입을 때도 경찰서에 갈 준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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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열한 시가 넘어서 차우미의 연락을 받은 김온은 한 시름 놨다.연락이 되지 않는 차우미를 걱정하지 않는 건 불가능했다.만약 온종일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김온은 바로 회성으로 달려왔을 거다. 하지만 반나절 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 건 기다릴 수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온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그녀의 문자를 받은 그 순간 김온은 한시름 놓으며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가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고 있다는 연결음이 들려왔다. 그는 차우미가 이 변호사와 통화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지금은 그녀가 주혜민의 사건을 처리하러 경찰서로 가는 길일 거라 짐작했다.귓가에 온이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응. 지금 가는 길이야. 일이 좀 있어서 나중에 다시 통화해.”온이샘은 멈칫하며 그녀의 목소리가 달라진 걸 알아차리고는 말했다.“그래.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응.”그녀는 전화를 끊고 고개 들어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전화를 받고 있어서인지 무엇 때문인지 그는 아리송한 표정에 차가운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과 온이샘 사이를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한참 생각하던 차우미는 입을 열었다.“나와 온이샘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결혼 기간 3년 동안 나와 온이샘은 연락을 해 본 적이 없어. 우리가 이혼하고 나서 연락하는 거야.”예전에 차우미는 그에게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다. 이미 이혼을 했기에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아침 그와 대화를 나눈 뒤로 차우미는 그에게 설명해야겠다고 느꼈다.김온을 오해하지 않기를 바랐다.자신을 오해하는 건 상관이 없지만 김온은 떳떳했다. 자신 때문에 오해를 받는 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자신은 상관없었지만 온이샘의 명성에 문제가 생기는 건 참을 수 없었다.나상준의 검은 눈이 더욱 어두워졌다. 차가운 분위기마저 더욱 차가워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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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그건 책상위에 놓여있는 약봉투였다.그렇다. 그약은 그녀가 산적이 없는 약들이었다.멈칫하던 차우미는 약봉투에서 약들을 꺼냈다. 모두 감기약들이 었는데 처방약도 있었다.처방약은 병원에서만 살수 있었다. 약방에서는 살수 없는 약이었다.차우미는 흔들리는 마음으로 닫혀 있는 욕실 문을 바라봤다.약을 사서 이곳에 놓을 사람은 나상준밖에 없었다.어젯밤 차우미가 기침하는 것을 본 나상준이 약을 사러 병원까지 다녀왔었다.그녀는 그가 돌아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아니었다.그는 그녀의 약을 사러 갔던 거였다. 그래서 약을 사가지고 돌아온 그가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갔었다.물어보지 않아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수 있었다.그는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간 뒤에도 계속 그녀의 옆을 지키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옷을 갈아입지 못한거였다.이 순간 차우미의 마음이 약해졌다.어느새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일들이 머리속에 떠올랐다.그녀와 나상준이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그녀는 보름도 안되는 사이에 감기에 걸리고 토하고 설사를 하면서 괴로운 나날을 보냈었다.나상준은 그때 보름정도 출장을 떠나 있었고 돌아왔을 때에 그녀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녀의 상태가 예전과 다르다는 걸 나상준은 느낄 수 있었다.그는 그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돌아온 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의사가 왔다.그때 그녀는 의사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의사가 왜 왔는지 알수 없었던 그녀느 나상준에게 어디가 아픈지 물었었고 나상준은 그녀때문에 의사를 부른거라고 답했다.차우미는 그때의 느낌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했다.의외였고 믿기 어려웠으며 놀라우면서도 기뻤다.그랬다. 기뻤다.두 사람은 결혼전에 만나보고 결혼을 한거였지만 만남이 아주 적었다. 두 사람은 만나서 밥만 몇 번 먹은 게 다였다.그녀는 그와 매번 짧은 만남을 가졌다. 그가 바쁜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디가고 싶은 곳은 없는지 물으면 그녀는 매번 괜찮다고만 말했었다.그는 돌려 말하는 스타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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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그는 강요하지도 않고 그녀를 난감하게 하지도 않았으며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줬다.차우미는 나상준에게 첫눈에 반했었지만 첫 만남 이후로 그에게 실망했다. 한 번밖에 만나지 않았었기에 감정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별로 아쉬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그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나상준이 일 때문에 갑자기 자리를 떠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한동안 바빠서 연락이 안 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나상준은 그럼 만나보자고 말했고 그 둘은 그렇게 반년을 만났다.반년을 만나는 동안 나상준은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그녀를 보러 왔었고 그녀와 함께 밥을 먹었다. 그는 매번 안평으로 직접 그녀를 데리러 왔었고 예의 바르게 그녀 가족들의 선물도 챙겨왔다.그렇게 그녀는 점차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됐다.그는 입에 발린 말을 할 줄 몰랐고 예쁘게 말하는 것도 몰랐으며 자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남자에게는 없는 것들이 있었다.진지하고 예의 바르며 남을 존중할 줄 아는 훌륭한 가정교육과 인품을 갖추고 있었다.그는 한번 정한 것은 자신의 방식대로 앞으로 밀고 나아갔다.다른 사람들의 방식대로 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고 속에 숫자가 있었으며 침착하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으로 그녀를 안심시켰다.나상준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느끼지 못한 차우미는 그가 자신과 결혼하자고 할 줄 몰랐다. 하지만 그의 말에 그녀는 속으로 기뻐하며 승낙했다.차우미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것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건 기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 차우미는 매우 기뻐했다.그녀는 바라는 게 많지 않았다. 나상준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저 나상준과 결혼 전처럼 평범하게 지내면서 서로 존중하며 한평생을 보내도 좋을 것 같았다.그녀는 매우 만족했다.하지만 결혼 한 뒤에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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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차우미의 머릿속에 만약 그때 그런 소문이 없었다면, 만약 그때 자신이 물어봤다면 지금 이혼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금세 사라졌다.차우미의 눈빛이 유감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여전히 이혼을 했을 거다.나상준이 주혜민과 관계가 없다고 해도 차우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3년 동안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기에 그녀는 나씨 가문 아이를 낳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없는 결혼생활은 오래갈 수 없다.주혜민이 아니었다고 해고 나상준의 어머니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그들처럼 유명무실한 부부들은 언젠가 이혼을 하기 마련이다.머릿속에 떠올랐던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그녀의 웃음 속에서 사라졌다.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이혼을 했다고 하더라고 차우미는 그가 행복하기를 바랐다.차우미는 약 봉투를 내려놓고 뜨거운 물과 약을 준비해 놓은 뒤 핸드폰과 가방을 들고 떠났다.만약 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나상준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겠지만 지금은 이혼을 한 상태이기에 선을 넘지 말아야 했다.나상준은 해바라기 샤워기 아래에 서서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그녀는 바로 떠나가지 않고 떠나기 전 몇 가지 일들을 하고 떠났다.딸깍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선명하게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그는 일렁이는 검은 두 눈을 감았다.3년 동안 그녀와 결혼생활을 했던 그는 그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꼼꼼하고 예의 바르며 효심이 깊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었으며 평범한 걸 좋아했다.세상에 많은 사람이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정한 평범은 극히 적고 드물다.일생을 평온하게 보내는 사람은 더욱 드물 것이다.그리고 무수한 일들을 겪고 난 뒤에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차우미가 바라는 게 보기에는 큰걸 바라는 거 같지 않지만 사실은 엄청 큰 걸 바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그녀는 자신만의 표준이 있었고 만약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망설임 없이 떠나갔다. 그녀는 융통성이 없었다. 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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