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471 - Chapter 480
530 Chapters
제471화
그녀는 떠나갈 때도 소리 없이 조용히 떠나갔다.그의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마음을 빼앗긴 나상준이 어떻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김온이 도화선이었다. 모든 사실을 들추어낸 도화선 말이다.습관도 아니고 중요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나상준은 그저 자신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녀와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그녀가 적합해서였다. 하지만 왜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가 적합한지에 대해서 그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여자를 만나보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없었다.차우미를 만난 그는 차우미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할머니께서 여자애가 한 명 있는데 사람이 아주 좋다고 말씀하셨다. 성격 좋고 조용하며 부드럽고 얌전한 데다 가정교육도 잘 받아서 효심이 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식과 교양이 있고 예절이 밝은 집에서 자란 아이라며 한번 만나보라고 하셨지만 강요는 하지 않았다.만약 여자아이가 괜찮다면 쭉 만나보라고 하시면서 결혼까지도 생각해보라고 하셨었다.할머니는 명문 규수인 신씨 가문의 딸이었는데 만약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지 않았다면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결혼을 한 뒤 자식들과 손주 손녀들을 정성껏 가르쳤다. 지금 나씨 가문이 방대해진 것도 다 할머니 덕이었다.할머니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나상준은 차우미를 만나보기로 결정했다.오랜 시간 사업을 해왔던 나상준은 날카로운 눈썰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첫눈에 차우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봤다. 그는 한눈에 그녀가 결혼하기에 적합하다고 확신했다.하지만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한 번만 보고 결정할 수는 없었다.나씨 가문 며느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그녀와 한 번의 만남을 가진 뒤로 계속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갔다.그녀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간단하고 침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한 뒤 그녀와 결혼하려 했다.나상준이
Read more
제472화
호텔을 나선 차우미는 택시를 타고 정주에 소속해 있는 경찰서로 향했다.차에 오른 뒤 한참을 생각하던 그녀는 변호사에게 도착하면 알려달라는 문자를 보냈다.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변호사에게서 답장이 왔다.[네.]변호사의 답장을 본 차우미는 진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호텔과 경찰서 사이의 거리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다. 시간이 걸렸기에 주혜민의 일을 처리하고 돌아오면 오후 업무시간에 늦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진정국 아저씨에게 말해야 했다.예전에 차우미는 휴가를 거의 신청하지 않았었다. 안평에 있을 때에도 그렇고 청주에 있을 때에도 아주 가끔 휴가를 맡았었다.하지만 회성에 온 뒤로 그녀는 빈번히 휴가를 신청했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휴가를 벌써 몇 번이나 신청했는지 모른다. 그녀는 아저씨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미안했다.“차우미구나, 그래 몸은 좀 어때?”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진정국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관심이 가득했다.“많이 좋아졌어요. 오후 업무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처리를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업무를 시작할 것 같아요. 미안해요. 아저씨, 제가 최근에 휴가 신청을 너무 많이 했어요.”미안한 마음이 든 차우미는 아저씨에게 사과했다.“그런 말 하지 않아도 돼. 아저씨가 너에게 미안하구나. 너에게 회성에 오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네가 다치지도 않고 병에 걸리지도 않았을 텐데. 내가 너희 부모님을 뵐 낯이 없어.”차우미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아저씨, 부모님에겐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 감기에 걸렸을 뿐 별 다른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저 진짜 괜찮아요. 회성에 온 것도 내가 오겠다고 해서 왔으니 아저씨와는 상관없는 일이예요.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세요.”그녀가 회성에 온건 나상준의 말에 동의해서 온 것이지 아저씨와는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아저씨가 자책하는걸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진정국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네가 어른스러워서 사람들을 걱정시키는 일이 없었는데 회성에 온 이후로
Read more
제473화
나상준은 차우미가 챙겨 놓은 약을 먹지도 않고 만지지도 않았다.20여 분 동안 짐을 챙긴 나상준은 손에 캐리어를 들고 나왔다.그는 망설임 없이 방문을 열고 떠나갔다....영소시.차우미와 통화를 마친 김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차우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말하지 않았기에 물어보기가 조금 그랬다.한참을 생각하던 온이샘은 차우미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문자를 보내려 했다.하지만 이 얘기는 자신이 늘 해오던 얘기였기에 더 말하면 잔소리처럼 들릴까 봐 생각을 접고 문자를 보내지 않았지만 걱정이 되었다.회성에는 그녀의 친척도 없었기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이틀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도 회성의 일을 마무리 짓고 안평으로 돌아갈 것이고 김온도 안평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김온은 마음속의 불안을 조금 내려놨다.그는 조금 뒤에 일은 잘 처리됐는지 차우미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온이야, 집에 들어가 쉬어. 엄마가 조금 뒤에 돌아가서 짐 정리해줄게.”김온의 외할머니께서 중환자실에서 나왔기에 가족들 모두 한시름 내려놨다.자손들도 일하러 갈 사람들은 일하러 갔다. 특히 진문숙이 외할머니를 잘 돌볼 수 있었기에 김온 같은 자손들은 병실에 더는 남아있을 필요도 없었고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김온은 사람들과 함께 외할머니를 보통 병실로 옮긴 뒤 병실을 나와 차우미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핸드폰을 들고 병실과 멀지 않은, 병실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서 있었다.진문숙은 핸드폰을 들고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걱정하고 있는 김온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했다.아들에게 마침내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것 같았다. 진문숙도 그 여자를 본 적이 있었는데 매우 마음에 들었다.기다리기만 하면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릴 것 같았다.그녀는 아들이 빨리 결혼하기를 기대했다.만약 둘이 결혼한다고 하면 진문숙은 반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진문숙은 김온 앞으로 걸어가서 웃음 띤 얼굴로 자애롭게 말했다.그녀는 요 며칠 병원에 있으면서
Read more
제474화
진문숙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전화 받아. 엄마는 이만 가볼게.”말을 마친 진문숙은 병실로 돌아갔다.보아하니 진문숙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돌아가 봐야 할 것 같다는 말을 하러 간듯했다. 아들이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회성에 가지고 갈 물건들을 준비해줘야 했다.차우미의 부모님과 친척들 그리고 아들이 동료들에게 나눠줄 선물을 준비해줘야 했다.김온은 진문숙이 빠르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어머니의 활력있는 모습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었다.그는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강서흔.”김온은 전화를 받으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어디야? 병원이야? 나 너에게 할 말 있어.”강서흔의 무기력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큰 타격을 받은 듯한 목소리였다. 김온은 그런 그의 목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며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 있어?”“그런 건 묻지 말고 내 말에 먼저 대답해줘. 너 병원에 있어?”“응. 지금 집으로 돌아가려고. 왜, 무슨 일인데?”김온은 멈췄던 발걸음을 내디디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서 버튼을 눌렀다.“그럼 병원 입구로 와. 입구에서 기다릴게. 할 말 있어.”강서흔이 진지하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김온은 무슨 일이 있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그래. 지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이야. 금방 내려갈게.”“응.”전화를 끊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김온이 있는 층에 멈추었다.김온은 핸드폰을 치우고 걸어 들어갔다.어젯밤에 강서흔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까지만 해도 강서흔은 기뻐하고 있었다. 여가현이 이젠 자신을 배척하지도 않고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며 말이다.강서흔은 신이 나서 한참을 그렇게 떠들어 댔었다.김온은 차우미가 여가현에게 무슨 말을 했기 때문에 여가현이 변한 거라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여가현의 변화가 말이 되지 않았다.여가현이 강서흔을 배척하지 않는 건 좋은 일이었다. 친구로서 기쁘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Read more
제475화
강서흔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김온은 강서흔을 잘 알고 있었다. 놀기 좋아하는 것 같아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는 여가현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매번 여가현과 헤어지면 김온에게 달려와 울곤 했다.한 남자가 한 여자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고 말하면 모두 믿지 않을 수 있겠지만 사실이다.강서흔은 여가현을 떠나지 못했다.이런 강서흔의 모습을 보고 있는 김온의 마음도 무거웠다.친구에게 문제가 생기니 김온의 마음도 좋지만은 않았다.김온은 강서흔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여가현이 뭐라고 했는지 나에게 자세히 말해봐. 내가 도울 수 있으면 도울게.”김온의 도움이 절실했던 강서흔은 여가현이 했던 말을 그에게 빠짐없이 말했다.“여가현은 날 좋아한대. 몇 년 동안 날 잊은 적도 없대. 나와 다시 시작할 수는 있지만 가족들에게 말하지 말래. 우리가 뭐 빛을 보지 못하는 그런 관계도 아닌데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래. 우리 부모님이 반대해도 나와 함께 하겠대. 그런데 결혼하지는 않겠대. 결혼하지 않고, 등기하지 않고, 결혼식도 올리지 않고 그냥 나와 함께 하겠대. 예전처럼. 만약 애가 생기면 애도 낳고 부부 사이에 해야 할 모든 일을 나와 함께하겠대. 그런데 결혼만은 안된대. 나 어떻게 해야 하냐?”“난 여가현이랑 결혼하고 싶어. 여가현이 나에게 시집왔으면 좋겠어. 난 여가현이 드레스 입은 모습도 보고 싶고 그녀 손에 내가 직접 반지도 끼워주고 싶어.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을 할 수 없어. 나 너무 괴롭다...”이 말을 내뱉는 강서흔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김온은 멍해졌다.김온이 보기에 이 일은 나쁜 일이 아닌 좋은 일이었다.자신과 비하면 이미 아주 좋은 일이었다.여가현과 강서흔은 종이 한 장이 없을 뿐 예전처럼 연인 사이로 지낼 수 있었다.이것도 아주 좋은 일이었다.하지만 김온은 차우미와 언제쯤이면 함께 할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김온은 그런 강서흔을 보며 부러웠다.하지만 강서흔은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운
Read more
제476화
강서흔은 여태껏 여가현과 결혼하지 않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일찍이 여가현과 결혼하고 싶었다. 꿈에서라도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고 싶었다.하지만 오늘 여가현의 말은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진정으로 그녀와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여가현에게 마땅히 줘야 할 것들을 못 주게 된 그는 너무 괴로웠다.여가현은 자신의 말대로 하든지 아니면 완전히 연락을 끊던지 그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그녀가 자신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고 느껴졌다.만약 놓친다면 다음은 없을 것 같았다.그녀는 그에게 잘 생각해본 뒤 답을 달라고 했다.그래서 여가현은 퇴원을 했지만 그는 아직 여기에 남아있었던 거였다.여가현이 제시한 두 가지 조건을 그는 모두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여가현과 정정당당하게 함께하고 싶었다. 남몰래 만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김온의 말을 듣고 난 강서흔의 마음에 답이 생겼다.그는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 남몰래 만난다고 해도 함께하고 싶었다.강서흔은 여가현을 사랑했다.여가현은 강서흔의 부모님께서 허락하지 않을 걸 알고 있었지만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말할 수도 없었지만 상관이 없었다.그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좋았다.그녀라고 왜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싶지 않겠는가? 그녀도 허락받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생각을 바꿀 순 없었다. 그날 차우미가 말했던 것처럼 그녀는 자기 자신을 억울하게 만들고 있었다.그런 그녀와 강서흔도 함께하고 싶었다.무조건 그녀와 함께해야만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그녀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그는 그녀와 함께 늙어가고 싶었다.연로하신 부모님은 언젠가 그를 떠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었다.이 시각, 강서흔은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그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파왔다.강서흔은 견고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고 김온을 바라봤다.“나 알갓같아. 온이야, 고마워.”그는 손으로 김온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나 먼
Read more
제477화
비슷한 나이 또래인 주혜민 쪽 변호사와 이영진 변호사는 세련되어 보이는 양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주혜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주혜민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갔다.만약 주혜민이 왔다고 해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주혜민의 성격에 이곳에 온다면 차우미를 조롱하면서 그녀를 난감하게 할 게 뻔했다.주혜민이 오지 않는 것도 지극히 정상이었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되었으니 주혜민에게도 좋은 점이 없었다. 변호사에게 모두 맡기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부민준 변호사가 걸어오자 이영진 변호사가 그에게 차우미를 소개했다.“부 변호사님 이쪽은 제 의뢰인이고요, 차우미라고 해요.”부민준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우미를 바라봤다.“차우미 씨, 반가워요. 저는 주혜민 씨 변호사인 부민준이라고 합니다. 부 변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차우미는 주혜민의 변호사가 자신에게 깍듯하게 대할 줄 몰랐다. 부 변호사는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 것 같지 않았다.차우미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부 변호사님 반갑습니다.”차우미와 부 변호사가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이영진 변호사가 팔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바라봤다.“안에 들어가서 얘기 나눌까요?”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네.”부민준 변호사도 동의했다.그렇게 그들은 사건을 맡은 담당 형사한테로 갔고 자리에 앉기 바쁘게 부민준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어떻게 된 내용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차우미 씨께서는 제 인뢰인의 사과를 받고 싶으신 게 맞나요?”차우미는 처음부터 주혜민의 사과를 제외하고는 원하는 게 없었다.그러나 주혜민은 사과하지 않고 배상만 하겠다고 했기에 문제가 생겼다.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 보니 해결이 되지 않았다.주혜민은 지금 이 자리에 오지 않았지만 주혜민의 변호사가 주혜민을 대표했다.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한참을 생각하던 부민준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제 의뢰인께서 바쁜 일로 하여 이 자리에 오지 못하게 되었습니
Read more
제478화
“두 날 전에 해결했어야 했는데 제게 일이 있었어요. 제가 갑자기 회성을 떠나야 하는 바람에 어제로 미뤘었는데 어제 제가 경찰서로 왔을 땐 아무도 없더라고요.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는데 오늘 아침까지 연락 한 통 없으셨잖아요.”“진심으로 이 일을 처리하고 싶다면 제게 전화라도 한 통 해서 상황을 설명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셨잖아요. 주혜민 씨는 이 일을 처리할 맘이 없는 거죠?”차우미는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직설적으로 내뱉었다.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평온했으며 분노나 불쾌감은 담겨있지 않았다.“주혜민의 태도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그리고 그녀의 뜻도 잘 알고 있고요. 주혜민의 성격으로 봤을 때 절대로 사과할 일이 없어요. 사과문도 작성했을 리 없고요. 그래서 말인데요. 부 변호사님 이거 주혜민의 뜻 아니죠?”차우미는 확고한 눈빛으로 확신하며 말했다.부민준도 그런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 의뢰인은 사과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 어제 차우미 씨가 돌아온 뒤 제가 의뢰인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제 의뢰인은 이 일을 이렇게 빨리 처리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 왜냐하면 차우미 씨께서 일부러 일 처리를 미룬 거라 생각하시거든요. 이 부분은 제 의뢰인이 확실히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차우미 씨에게 사실대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차우미 씨께서 너무 기분 나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주혜민 씨가 저를 오해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이해도 합니다. 그러면 오늘 사과문은?”부민준이 대답했다.“제 의뢰인이 아닌 주영 그룹에서 보낸 사과문입니다. 저는 주영 그룹에서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변호사 중 한 명입니다. 제 의뢰인이 차우미 씨 사건에 대해 말했을 때 저는 바로 달려와서 처리하고 싶었지만 제 의뢰인과 차우미 씨가 오해가 있어서 처리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상사한테 어제 상세하게 보고를 했더니 상사가 주영 그룹 임원에게 보고했
Read more
제479화
차우미는 대기업에서 출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대기업 형세를 잘 모르고 있었다. 주영 그룹 상황도 잘 알지 못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네, 사과받을게요. 하지만 2천만 원은 받지 않겠습니다.”주영 그룹이 주혜민을 대표하여 성의껏 사과를 표하고 있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다만 그녀는 진심 이외의 것은 원하지 않았다.잘못을 깨닫고 사과를 했으니 차우미는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고 사과를 받아줬다.“이 이천만 원은 그날 밤 주혜민 씨가 차우미 씨에게 입힌 정신적 손해 보상금입니다. 우리 주영 그룹에서 차우미 씨에게 주는 보상금이니까 거절하지 말고 받아주세요.”부민준이 예상했던 것처럼 차우미는 거절했다. 부민준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차우미는 사리에 밝고 도리를 따지는 사람이었다.차우미가 거절을 한다고 해도 2천만 원은 차우미에게 줘야 했다.차우미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주혜민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지만 주혜민을 대신해서 보낸 주영 그룹 사과는 받을게요. 하지만 2천만 원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 짓죠.”말을 마친 차우미는 이영진을 바라봤다.사과문을 다 보고 난 이영진도 아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상대방이 진심으로 이 일을 처리하려는 것 같았다. 이영진은 차우미를 바라본 뒤 부민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부 변호사님, 성의는 감사합니다만 2천만 원은 받지 않겠습니다. 제 의뢰인께서 사과를 받아 들인 하고 하니 이 일은 이쯤에서 아름답게 마무리 짓죠.”이영진을 바라보고 있던 부민준의 시선이 차우미에게로 향했다.“차우미 씨, 상사분께서 정신적 피해 보상금을 무조건 드리라고 하셔서 제가 제 상사랑 잠시 통화를 해도 괜찮을까요?”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부민준은 핸드폰을 들고 걸어 나갔다. 부민준이 걸어 나가는 것을 본 이영진이 차우미에게 말했다.“사과문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위에 주영 그룹 주 회장님의 도장도 찍혀있고요. 주영 그룹
Read more
제480화
경찰서를 빠져나온 차우미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차우미가 떠나자 어쩔 방법이 없어진 부민준은 다시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달한 뒤 이영진 변호사와 함께 뒤 일을 마무리 지었다.반 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둘은 차우미의 말대로 일 처리를 끝마쳤다. 양쪽 모두 만족해했다.이영진 변호사와 부민준 변호사는 악수한 뒤 헤어졌다.부민준이 차에 올라탄 지 얼마 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꺼내 보니 주혜민이었다.주혜민이라고 폰에 저장되어 있는 이름을 본 부민준은 몇 초 지나서 전화를 받았다.“네, 주혜민 씨.”“너 지금 어디야?”“저 지금 경찰서에서 나와 금방 차에 올라탔습니다.”“지금 당장 차에서 내려!”명령조로 말하는 주혜민의 말투에 부민준이 일 초 정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네.”부민준이 차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승용차 한 대가 부민준 앞에 멈춰 섰고 킬힐을 신은 주혜민이 차에서 내려 그를 향해 걸어갔다.폭풍우가 몰아치기 전 징조였다.부민준은 씩씩거리며 걸어보는 주혜민을 향해 걸어갔다. 주혜민 앞에 다다르자 주혜민이 손을 휘둘렀다.“짝!” 하는 소리와 함께 주혜민의 손이 부민준의 얼굴에 떨어졌고 부민준의 고개가 돌아갔다.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주혜민은 아주 세게 그의 뺨을 때렸다.“누가 너보고 이렇게 하라고 했어? 내가 미루라고 말했지? 왜 내 말대로 하지 않았냐고! 너 귀먹었어? 네 월급 누가 주는데? 너 이 사건 당장 다시 처리해! 차우미가 신고할 수 있으면 날 신고하라고 해.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고!”말도 안 되는 헛소리가 부민준의 귓가에 들려왔다. 부민준은 고개를 돌려 주혜민을 바라봤다. 예쁘장한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져있었다.부민준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주혜민 씨, 저는 주 회장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제 일 처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주 회장님께 전화를 드리시기 바랍니다. 주 회장님께서 다시 처리하라고 하시면 다시 처리하겠습니다.”“너!”주혜민의 눈이 분노로 새빨개졌
Read more
PREV
1
...
4647484950
...
53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