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26
526 챕터
제521화
눈을 감고 한참 있으니 눈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그는 실눈을 뜨고 서재의 불빛에 적응한 뒤 창밖에 내린 어두움을 바라봤다.밖은 고요했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안평 시가 고요해진 느낌이었다.'벌써 새벽이 됐나 보네.'일의 특성상 늘 야근을 해왔던 김온은 시간을 보지 않고 밖의 하늘만 쳐다봐도 지금이 몇 시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그는 시선을 거두고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정말 새벽 12시였다.“선배, 밤새지 말고 일찍 쉬어. 건강이 제일 중요해.”머릿속에 부드러운 말이 떠오른 김온은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지었다.예전의 김온은 시간을 상관하지 않고 일이 끝나야지만 휴식을 취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이럴 때면 그의 머릿속에 그녀의 목소리가 떠올랐다.그는 더 이상 일에 집착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그는 건강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한 평생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었다.그는 컴퓨터를 끄고 책상 위의 각종 서류를 정리한 뒤 서재에서 나가 욕실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욕실에서 나온 그는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원래 이 사건은 이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에요. 제가 차우미 씨의 사건을 맡은 뒤로 주혜미 씨를 조사해 봤는데 주혜민 씨는 말하기 어려운 사람인 것 같았어요. 주혜민 씨와 차우미 씨의 갈등은 나상준 씨에서 비롯된 거더라고요. 제 경험으로 여자들의 감정 문제는 매우 번거로운 사건이에요.”“특히, 주혜민 씨는 성격이 강하고 집안 배경이 있는 관계로 얼굴 깎기는 것을 싫어하죠. 그래서 차우미 씨와 끝까지 싸울 수도 있었고요. 그러나 이 일은 차우미 씨한테 유리한 일이었기에 어떻게 해도 주혜민 씨가 차우미 씨를 이길 수는 없었을 거예요. 이 점은 제가 확신할 수 있어요. 다만 과정이 비교적 번거로웠겠죠.”“하지만 공교롭게도 주혜민 씨와 차우미 씨가 갈등이 생긴 다음 날 주영 그룹에 불리한 사건이 터졌죠. 이 사건은 아주 엄중한 사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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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이영진 변호사는 사건의 원인과 이유 그리고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줬다.김온은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의 친척들과 친구 중에서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씨 가문은 크고 이름있는 가문이었기에 청주에 있는 가온 그룹과 나씨 가문은 종종 서로 왕래를 했다. 그렇기에 김온은 NS 그룹이 나상준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주영 그룹과 합작하는 회사가 다른 회사라면 몰랐겠지만 NS 그룹과 합작하고 있다는 걸 안 김온은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 생각이 났다.주영 그룹과 NS 그룹은 이제 막 합작을 시작한 게 아니라 예전부터 합작을 해왔었다. 그래서 이렇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NS 그룹에서 주영 그룹과 합작을 그만하자고 한 것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사업에서 이익을 내려 하지 손실을 입히려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니까.NS 그룹이 지금 지위가 매우 높은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마음대로 투자한 돈을 도로 거두어 드릴 수는 없었다.공교롭게도 차우미와 주혜민의 사건이 터진 후 주영 그룹의 안 좋은 소식이 터졌고, NS 그룹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영 그룹과의 협력을 바로 중단했다.이영진 변호사의 말을 들은 김온은 주영 그룹의 안 좋은 소식을 누군가 일부러 퍼뜨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합작하는 사이에 한쪽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한쪽도 반드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바로 한쪽과의 관계를 청산하거나 함께 해결해나가는 방법이 있었다.주영 그룹과 나씨 가문은 사이가 좋았다. 가온 그룹과 나씨 가문의 관계보다 더 좋았기에 NS 그룹에서는 주영 그룹을 도와주는 게 맞았다.NS 그룹에서 도와줬다면 주영 그룹은 바로 일을 해결했을 것이다.그러나 NS 그룹에서는 주영 그룹과의 관계를 청산하는 것을 선택했다.김온은 NS 그룹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주혜민과 나상준의 관계로 봤을 때 이런 상황에서 NS 그룹이 주영 그룹을 도와줘야 했지만 NS 그룹에서는 도와주지 않았다.NS 그룹은 무정하고 냉담했다.김온의 머릿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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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그는 잘 알고 있었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걸 동원해서 그 사람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그녀가 상처받는 것도 참을 수 없고 그녀가 억울해하는 것도 참을 수 없다. 그녀를 괴롭히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분노가 차오른다.소문처럼 나상준이 주혜민을 사랑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주영 그룹을 도와주는 게 맞았다.만약 차우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차우미의 앞에 서서 일을 해결해 주는 것과 같은 도리이다.그러나 이런 때에 나상준은 주혜민 앞에 나서서 그녀를 지켜주지 않고 오히려 멀리했다.특히 나상준에게는 도와줄 능력이 있었지만 도와주지 않았다.이 사실은 김온에게 한 가지 사실을 똑똑히 알려줬다. 나상준은 주혜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거였다.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 소문들은 어떻게 퍼지게 된 걸까?이영진 변호사에게 일에 대해서 자세히 들은 김온의 마음속에 불가사의한 생각이 떠올랐다.그건 보복이었다.주혜민이 차우미를 괴롭혔기에 주영 그룹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고 NS 그룹이 무정하게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며 모든 것이 차우미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생각이 떠오른 김온은 자신의 생각에 깜짝 놀랐다.그러나 김온은 곧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그럴 리 없어.’나상준이 차우미를 위한다고 해도 자신의 사업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는 없었다. 사업은 전쟁터와 같기에 생각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이 점은 김온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나상준은 차우미를 사랑하지도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들이 이혼한 상태였기에 나상준이 차우미를 위해서 이런 일을 했을 것 같지는 않았다.그러기에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김온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그의 마음속에 여전히 불안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김온은 차우미 맘속에 있는 나상준의 자리를 대체하고 싶었지만 이건 몹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시간과 경력은 지워지기 매우 어려운 것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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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회성.사우스 호텔 스위트룸.회성은 연해 도시로 다섯 시면 날이 밝았다. 잠들어 있던 모든 것이 서서히 깨어나며 도시도 북적거리기 시작했다.이 시각, 스위트룸 침실.담요를 덮은 차우미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깊이 자고 있었다.언제 닫혔는지 모르는 커튼 사이로 밖의 풍경은 보이지 않았지만, 빛이 두꺼운 커튼을 통해 방안으로 들어와 방안의 짙은 어둠을 몰아내고 사물을 어렴풋이 볼 수 있게 해줬다.나상준은 소파 앞으로 걸어가 몸을 숙여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사람을 안았다.어제 늦은 시간에 잠든 차우미는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나상준이 침대에서 내려오는 소리도 듣지 못한듯했고 심지어 안아도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그러나 몸이 붕 뜨니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것인지 자고 있던 그녀의 몸에 움직임이 있었다.불안한 그녀는 몸을 움직이며 손을 뻗어 뭔가를 잡으려 했다. 손에 뭔가가 잡힌 그녀는 힘을 주어 꼭 잡았다.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잡은 무언가의 온기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통해 그녀의 몸에 전해졌다. 깊이 잠들어 있던 그녀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났다.눈썹을 살랑이던 그녀의 눈이 스르르 떠졌다.눈앞에 들어온 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얼굴이었다. 잘생긴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짙은 눈썹은 한눈에 마음을 빼앗아 갈 것 같은 얼굴이었다.금방 잠에서 깬 차우미는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기에 나상준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몽롱한 두 눈엔 피곤이 가득했다. 아직 완전히 잠에서 깬 것 같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안고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품 안에 있던 차우미가 부드러운 손으로 나상준의 팔을 잡자 그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그녀는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어떠한 감정도 없었고 서로 마주 보고 있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는 멈춰 서서 차우미가 잠에서 깬 모습을 바라봤다. 반쯤 뜬 몽롱한 두 눈엔 평소에 있던 냉정함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를 답답하게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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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조금 더 자.”나상준은 낮은 목소리로 차우미에게 말한 뒤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는 샤워실로 걸어 들어갔다.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이었다. 아무 문제도 없어 보였다.차우미는 침대에 누워 침착하게 욕실로 걸어 들어가는 나상준을 멍하니 쳐다봤다.‘꿈이 아니야?’자신이 누워있는 자리가 전에 나상준이 누워있었던 자리인지 따뜻했다.나상준의 특유의 향기와 함께 열기가 그녀의 옷을 통해 몸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꿈이 아닌 현실인 게 느껴졌다.그렇다. 현실이다.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러웠던 차우미는 입술을 벌린 채 말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자연스럽게 잠에서 깬 것이 아닌 갑작스럽게 잠에서 깨어난 차우미는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머리가 매우 혼란스러웠다.‘침착하자, 차우미.’차우미는 두 눈을 감고 주위의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다.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차들의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가 차우미의 귓가에 선명히 들려왔다. 욕실에서 들려오는 쏴 하는 물소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시끌벅적한 소리에 차우미의 정신이 서서히 맑아졌다. 더는 머리가 혼란스럽지 않자 그녀는 눈을 떴다.이 시각, 차우미의 두 눈에 몽롱함은 보이지 않았다.차우미보다 일찍 깨어난 나상준은 그녀가 편히 쉴 수 있게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씻으러 들어간 나상준은 더는 휴식을 취할 것 같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컨디션이 어떤지 궁금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욕실을 바라봤다. 조금 전의 그의 목소리가 어젯밤보다는 확실히 좋아진 것 같았다.그러나 아직도 쉬어있는 목소리가 어젯밤 밥을 먹을 때와 비슷했다.조금 전 나상준의 팔을 잡았을 때, 어젯밤처럼 그렇게 뜨겁지 않았기에 그녀는 그가 열이 조금 내렸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확신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어젯밤에 먹은 약이 효과가 있었다는 건 차우미는 확신할 수 있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차우미는 시선을 거두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어젯밤에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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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옅게 웃으며 나상준을 바라봤다.“몸은 좀 어때?”나상준이 머리를 닦으며 샤워가운을 입고 걸어 나왔다.그는 샤워 가운을 단정히 입고 허리끈도 잘 묶고 있었다.그는 앞에 서서 자신을 향해 웃는 사람을 바라봤다. 그녀는 소외감과 낯선 사람에게 차리는 웃음이 아닌 그를 관심해 주는 모습이었다.그들 사이의 거리는 순식간에 아주 가까워 진듯했다.나상준은 차우미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은 더 이상 몽롱하지 않은 맑은 눈빛이었다.나상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가 낮은 목소리가 "응." 이라고 대답하자 차우미는 이내 웃으며 입을 열었다.“머리 말리고 옷 갈아입어. 난 가서 물 끓이고 있을게. 그거 마시면 목이 좀 괜찮아 질 거야.”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확실히 어젯밤보다는 많이 좋아져 있었다.말을 마친 차우미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침실을 빠져나갔다.나상준은 걸어 나가는 사람을 바라봤다. 그녀는 씻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흐트러짐 없이 깔끔했다.다만 평소 묶고 다니던 긴 머리를 묶지 않은 채 허리 뒤로 넘기고 있었다.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그녀의 어깨에 놓여 있었다.그는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차우미는 물을 끓인 뒤 컵을 씻었다. 그리고는 물을 식혔다.그녀는 침실로 들어가지 않고 물을 끓인 뒤 씻어 놓은 컵에 물을 두 잔 따르고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아침을 주문했다.아침은 먹어야 했다. 나상준의 몸 상태와 자신의 몸 상태로 봤을 때 반드시 담백한 아침을 먹어야 했다. 차우미는 물이 식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나상준이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아침을 주문하려 했다.나상준이 나오지 않자 차우미도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출근해야 했다.어젯밤 밥을 먹을 때 룸에서 말했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원래 그녀는 오늘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해결 방안을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지금 나상준의 몸 상태로 보았을 때 그를 데리고 병원에 한 번 가봐야 할 것 같았다.그래서 그녀는 오늘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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