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511 - 챕터 520
530 챕터
제511화
나상준이 이런 모습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줄 몰랐던 차우미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반응하며 입을 열었다.“깼어?”손에 들려 있던 약을 내려놓은 뒤 허리를 굽혀 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상준 씨 열나는 것 같아. 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해열 시트를 붙여줬으니 열은 내렸을 거야. 어디가 아픈지 나에게 말해주면 내가 먹어야 약들 챙겨줄게.”차우미는 마치 의사가 된 듯 부드럽고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맥을 짚어 주는 것만 빼고 말이다.나상준은 자신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진지한 얼굴과 눈빛을 하고 있었고 심지어 가슴 아파하는 것도 같았다.그녀가 가슴 아파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나상준의 눈빛이 움직였다.“목이 불편해.”나상준이 말하지 않아도 차우미는 전보다 더 갈라진 그의 목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다.그의 갈라진 목소리는 마치 그가 아닌 다른 사람 목소리 같았다.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어떻게 불편한데? 목이 타는 느낌이야? 아니면 아픈 느낌? 아니면 간지러워?”“아파.”차우미는 바로 이해가 됐다. 그녀는 계속 이어 물었다.“다른 곳은 어디 불편한 곳 없어?”나상준이 그녀를 바라봤다.“머리 아파.”차우미의 찌푸려졌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그리고?”“힘이 없어.”“그리고?”“말하고 싶지 않아.”“...”긴장하던 차우미는 나상준의 마지막 대답을 듣고 멍해졌다.만약 하성우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빵 터졌을 것이다.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나상준의 말에 말이다.차우미는 입술을 벌린 채 나상준을 바라봤다. 차우미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고 농담은 더더욱 없었다. 차우미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알았어. 약 챙겨줄게.”말을 마친 그녀는 일어나서 약을 가지러 갔다.나상준은 소파에 앉아 차우미가 진지한 모습으로 약을 신중히 고르는 모습을 바라봤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나상준은 이런 말들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더욱이 의사 면허증도 없는 사람한테 약 처방을 받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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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차우미는 약을 숟가락에 놓고 그에게 먹인 뒤 컵을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나상준은 물을 마셨다. 약이 뜨거운 물과 함께 목구멍을 넘어 위 속으로 들어가니 뜨거운 열기가 몸에 피어올랐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단숨에 물을 들이켜는 모습을 보며 한 시름 놨다.약을 먹었으니 괜찮아 질 거다.차우미는 사실 나상준이 약을 먹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다. 병원에도 가지 않겠다는 나상준이었기에 걱정이 됐다.하지만 협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차우미의 눈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녀는 컵을 씻은 뒤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어느덧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나상준이 쉬어야 할 시간이었다.차우미는 나상준 앞으로 걸어갔다.“일어날 수 있겠어?”나상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차우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이곳에서 자면 불편할 거야. 춥기도 하고. 침실에 들어가서 자면 내일이면 많이 괜찮아 질 거야.”나상준의 심장이 끓는 물처럼 뜨거워졌다. 그의 눈동자도 이글거리는 것 같았다.그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부축해줘.”이 말은 아무 문제 없었다.그가 지금 아프기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차우미가 그를 부축해줘야 하는 게 당연했다.“알았어.”차우미는 나상준의 손을 잡아주려 했다. 이때 자신이 나상준을 담요로 꽁꽁 덮어놓은 사실이 떠올랐다.그러나 나상준은 전처럼 가만히 차우미가 잡아주길 기다리지 않고 일어나 앉은 뒤 손을 내밀었다. 차우미는 이내 그의 손을 잡고 그를 부축했다.나상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벌려 차우미의 허리에 손을 올리며 순간적으로 차우미를 끌어안았다.딱딱한 그의 가슴에 부딪힌 차우미는 그의 가슴이 더는 차갑지 않고 뜨거운 것을 느끼고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표정을 회복했다.왜냐하면 그가 그녀에게 의지하며 대부분의 체중이 그녀에게 쏠렸기 때문이다. 무거움에 차우미는 순식간에 똑바로 설 수 없었다.“잠... 잠깐만 기다려. 내가 먼저 똑바로 설 때까지 기다려줘.”나상준이 차우미에게 기대자 차우미는 지탱할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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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상준 씨, 상준 씨 먼저 앉아. 그 다음...”차우미는 조심스럽게 나상준을 부축하여 침대 앞까지 갔다. 그녀가 몸을 돌려 그를 먼저 눕히려 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발이 붕 뜨더니 중심을 잃고 침대에 넘어졌다.이때, 그녀의 허리를 감은 손과 함께 나상준도 그녀를 따라 침대에 쓰러졌다.눈앞이 빙빙 돌았다. 차우미는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벌린 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나상준 위에 엎드려 있었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너무 놀란 나머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몰랐다.나상준은 침대에 누워 자신 위에 엎드려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원래는 빨갛던 그녀 얼굴이 방금 너무 놀란 나머지 하얗게 질려있었다.그녀는 입술을 벌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눈에는 놀라움과 망연함이 역력했다.그녀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나상준은 말없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허리에 감은 손에 여전히 힘주고 있었다.차우미는 허리를 조이는 힘에 순식간에 움츠러들었다. 마치 새장에 갇힌 새처럼 다시는 빠져나갈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가슴을 졸이며 정신을 차렸다.차우미는 그제야 자신이 나상준 위에 엎드려 있다는 것을 알고 당황해하며 입을 열었다.“미안해... 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차우미는 나상준 위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나상준이 다시 팔에 힘을 주자 그녀는 순식간에 나상준 위에 다시 엎드리게 됐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지... 지금 뭐 하는 거지?’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차우미의 눈이 조금 전보다 더욱 커졌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도 차우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 의아함, 당황스러움, 불안함과 무서움이 연달아 스쳐 지나갔다.“조심해.”말을 마친 나상준이 차우미의 허리를 꽉 누르고 있던 팔을 풀자 차우미도 긴장을 내려놓으며 표정이 부드러워졌다.나상준의 조금 전 행동이 순식간에 그녀를 무섭게 만들었다.어젯밤 나상준이 취해서 그녀를 안았을 때도 그녀는 무서워했다.차우미는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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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차우미가 나상준의 위에서 움직이자 침대에 누워있던 나상준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그는 이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자신 위에 있는 사람을 보며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그는 정인군자처럼 차우미가 자신의 위에서 무얼 하든 혼란스러워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그의 마음과 달랐다.나상준은 차우미가 자신을 잡고 자신의 몸에서 내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자신의 몸과 맞닿았지만 그녀는 정직하고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차우미는 침대 앞으로 와서 나상준의 다리를 침대에 놓아준 뒤 슬리퍼를 벗기고 섬세하게 이불을 덮어줬다.그녀의 마음은 더없이 깨끗하고 눈빛은 더없이 순결했지만 그는 아니었다.지금 나상준이 차우미를 보고 있는 눈빛에는 소유욕과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그의 사냥감이었고 그는 그녀를 잡아먹고 싶었다. 뼈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이상한 점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고 무서운 눈빛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그가 아직 베개를 베고 있지 않음을 발견했다.그래서 차우미는 그의 머리를 들고 베개를 놓은 뒤 그가 편안하게 베개를 베고 자도록 하였다.침대 앞에 서 있던 사람이 갑자기 나상준을 향해 다가가자 향기가 그의 코끝을 자극했다. 나상준의 눈에 이내 그녀의 깊은 가슴골이 보였다. 부드러워 보이는 백옥같은 피부였다.이 순간 나상준의 몸이 팽팽해지면서 팽창된 통증이 그의 몸에 퍼졌다.그가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나가.”허스키하면서도 무거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귀에 들려왔다. 차우미는 가슴을 졸이며 고개를 숙이고 나상준을 바라봤다.그녀는 여전히 나상준 앞에 서서 손에는 베개를 잡고 있었다. 지금 고개를 숙이자 그와의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그녀의 숨결이 그의 얼굴에 닿았고 그의 숨결도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뜨거운 호흡이 서로 맞닿으며 침실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변했다.나상준의 모습에 깜짝 놀란 차우미는 침실 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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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으로 차우미는 가슴이 조여왔다.그녀가 구매한 약들은 보통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모두 평범한 약이었다. 그러나 만사에 절대적인 것은 없기 때문에 나상준이 먹을 수 없는 약이 있었던 게 아닌지 생각했다. 약을 먹기 전엔 이러지 않았지만 약을 먹은 후에 이렇게 되니 차우미는 당황스러웠다.아마도 약을 잘못 먹은 게 틀림 없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무서워할 겨를도 없이 바로 돌아갔다.다행히 방금 문을 닫고 나오지 않았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만약 문을 닫았다면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방으로 들어온 그녀는 즉시 침실로 향했고 침실에 들어선 그녀는 멍해졌다.나상준이 침대에 없었다.이불은 한쪽에 걷혀 있었고 전에 침대에 누워있던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지?’차우미는 텅 비어있는 침대를 보여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그러나 얼마 안 지나 쏴 하는 물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차우미는 정신을 차리고 침대 왼쪽에 있는 드레스룸에서 가까운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욕실이 있었다.침실에 욕실이 있었는데 욕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안에서 쏴 하고 들려오는 물소리가 나상준이 안에 있음을 차우미에게 알려줬다.‘지... 지금 샤워하는 건가?’눈앞에 나상준이 조금 전까지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이 떠오른 차우미는 의아했다.‘병원에 가야지 왜 욕실에 들어간 거지? 상준 씨가 왜 저러지?’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욕실 앞으로가 문을 두드렸다.“상준 씨, 아까 내가 준 약 먹고 몸이 불편한 거 맞아?”평상시 같으면 차우미는 절대로 욕실 앞에서 문을 두드리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욕실 안. 차가운 물이 그의 머리와 몸을 적셨고 뜨겁던 몸이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했다.그는 두 손을 허리에 놓고 고개를 숙인 뒤 눈을 감고 찬물에 몸을 맡겼다.조금 전, 그는 그녀를 자신의 몸 아래 눕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그녀도 재빨리 도망을 갔었기에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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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손을 들어 샤워기를 잠근 뒤 나상준은 샤워 가운을 입었다.이번에 그는 샤워 가운을 단정하게 입은 뒤 허리띠를 조여 매고 젖은 머리로 나왔다.나상준이 여전히 대답이 없자 차우미는 초조해졌다.종래로 급해 하지 않던 차우미였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조급해졌다. 그녀가 입술을 벌리고 다시 말하려 할 때 물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차우미는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들은 건가? 안에 있는 건가?’마음속의 조급함이 조금은 사라졌다. 차우미가 바로 입을 열었다.“나와 함께 병원에 가자. 의사 선생님께 가서 진찰받고 약을 처방받자. 어젯밤에 상준 씨가 나를 병원에 데려다줬었잖아. 그래서 난 벌써 나았어. 오늘은 내가 상준 씨를 병원에 데려다줄게. 상준 씨도...”딸깍하고 문이 열렸다.차우미는 마저 하지 못한 말을 삼키며 그렇게 욕실에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얼굴에 있던 홍조도 보이지 않았고 무서우리만치 튀어나왔던 핏줄도 보이지 않았으며 두 눈에도 무서움이 보이지 않았다.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상준 씨...”“씻어.”나상준은 이 말만을 남겨놓고는 차우미를 지나쳐 나가 드라이어를 들고 머리를 말렸다.이내 윙윙거리는 드라이어 소리가 차우미의 귓가에 들려왔다. 차우미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이건... 약을 잘못 먹은 건가? 아니면... 괜찮은 건가?’차우미는 나상준이 변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이런 기분은 그들이 만나면 만날수록 더욱 강해졌다.그는 더 이상 예의 바르고 다가가기 어려운 나상준이 아니었다. 다가가기 쉽고 기분을 훤히 파악할 수 있는 그런 나상준이었다.‘그에게서 어떻게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지? 분명히 같은 사람인데 느낌이 전혀 다르단 말이야.’예를 들자면 예전에는 지금처럼 크게 아플 때면 바로 의사를 부르는 게 정상이었다. 지금의 나상준은 정상인 것 같았다. 허약하지도 않고 무기력하지도 않았으며 차우미를 지나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도움 없이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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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그래서 그녀는 나상준 옆을 지키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았다.나상준은 침대에 누워서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검은 두 눈을 감았다.방으로 돌아간 차우미는 씻고 나와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잠옷이 아닌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으로 갈아입은 뒤 두꺼운 외투를 챙겨 나상준의 방으로 갔다.그녀는 방문을 닫고 침실로 가서 나상준을 바라봤다.그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표정이 그가 잠들었을 때의 표정이 아니었다.그러나 차우미가 들어왔음에도 그는 눈을 뜨지 않았다. 그의 표정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열이 내렸는지 그의 이마에 손을 대어보던 차우미는 다시 나가 해열 시트를 가져온 뒤 나상준의 이마에 붙여줬다.나상준은 두 눈을 감은 채 차우미를 쳐다보지 않았다. 차우미는 그에게 해열 시트를 붙여준 뒤 다시 그의 안색을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불편한 곳 있으면 나에게 말해.”말을 마친 차우미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물었다.“물 마실래?”“응.”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며 차우미의 눈에 웃음이 감돌았다.그가 요구하는 건 좋은 거였다. 나상준이 협조를 하고 있다는 걸 설명했다.차우미는 나가서 컵에 물을 한잔 따랐다. 그녀는 뜨거운 물을 호호 불어 식힌 뒤 가지고 들어갔다.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차우미가 물을 건네자 그는 물을 반 컵 정도 마시고는 침대 옆 서랍장 위에 올려놓았다.“내가 할게.”나상준의 손에서 물컵을 건네받던 차우미는 그의 손과 맞닿았다.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깜짝 놀라며 겁을 받아 들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올라와.”물컵을 가지고 나가려던 차우미는 그의 말을 듣고 멈춰 섰다.‘올라오라고? 무슨 뜻이지?’차우미는 나상준의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나상준은 의아해하는 차우미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침대에 올라오라고.”“...”깜짝 놀란 차우미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그녀는 침대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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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아무 감정도 섞이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말을 끊었다.차우미는 멈칫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야, 난 그런 뜻이 아니야. 상준 씨도 그럴 사람이 아니고.”3년간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차우미는 그가 나쁜 남자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그런 부류의 남자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차우미의 마음속에서 나상준은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차우미의 맑은 눈이 믿음으로 가득 찼다.이 믿음은 3년 동안 쌓아온 믿음이었기에 쉽게 무너지지도, 쉽게 바뀌지도 않았다.그러나 20분 전에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무슨 짓을 했다면 이 신뢰는 깨지고 말았겠지.한순간에 깨진 믿음으로 차우미는 다시는 나상준을 믿지 못했을 거다.나상준이 바라본 차우미의 눈에는 두터운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상준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그녀의 믿음을 깨뜨릴 수 없을 것 같았다.나상준은 시선을 거두고 앞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럼 너 지금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차우미는 방금 나상준이 냉담한 말투로 물었을 때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평온하게 대답했다.그러나 지금 나상준의 말투는 아까처럼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듣기에는 질문처럼 들리는 그의 말이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그녀가 나상준을 무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이런 나상준의 모습에 차우미는 오늘 병원에서 그가 이젠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고 하겠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며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 졌다.눈앞의 사람이 더 이상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고 무섭지도 않았다. 그들은 마치 친구처럼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다.차우미는 이런 대화를 좋아한다.차우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상준 씨도 상준 씨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나도 새로운 삶을 시작했어. 앞으로 상준 씨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할 거고 나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가정을 꾸릴 거야. 우리가 예전처럼 한 침대에서 자는 건 말이 안 돼.”그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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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지금 이 순간의 나상준은 정말 위험해 보였다.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긴장했지만 이내 긴장이 풀렸다. 그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 누군가가 그녀 앞에서 자신을 모함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화를 내는 것 같았다.왠지 모르게 웃음이 터진 차우미의 눈이 휘어졌다.“그럼 상준 씨는 재혼하지 않을 거야? 상준 씨 이렇게 젊은데 무조건 결혼 할거잖아. 인생이 얼마나 긴데. 상준 씨도 좋은 사람 많이 만나게 될 거고 마음에 드는 사람 있다면 자연스럽게 결혼 할거잖아.”차우미가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마치 어른이 아이를 달래는 듯한 인내심 있는 말투 말이다.나상준이 아파서 그런지 차우미는 지금 나상준에게서 진실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피와 살이 있고 감정도 있으며 아무것도 아닌 말 한마디에 불쾌해하며 심지어 화도 냈다.차우미는 진짜 나상준과 친구가 된 것 같아 편안했다.나상준은 차우미에게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차우미는 웃고 있었다. 진지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그녀는 무책임하게 웃고 있었다.석양을 담은 듯한 차우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나상준은 그런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내가 다시 결혼한다고 해도 그 상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너야.”차우미는 멍해졌다.순간 당황한 차우미는 더는 웃지 않았다. 심지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다시 결혼한다고 해도 나랑 한다고?’그의 말이 차우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차우미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나상준의 말 한마디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차우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으며 심지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도 몰랐다.나상준은 깜짝 놀라며 멍해 있는 차우미를 바라봤다. 나상준의 눈에 차우미가 전에는 본 적 없었던 수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나상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침대에 누운 뒤 눈을 감았다.차우미는 가만히 서서 침대에 누워있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자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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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궁금한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이성적인 나상준의 말이 차우미의 귓가에 똑똑히 들려왔다.침대 머리에 서서 불을 끄려던 차우미는 나상준의 말을 듣고 멈칫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알았어.”나상준은 방금 차우미가 한 말이 쓸데없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쓸데없는 말이 아닌 사실이었다.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르다. 특히 이런 사소한 면에서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더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어볼 것이 있다면 오해가 생기지 않게 물어보려 했다.요 며칠 나상준과 대화를 나눈 차우미는 기분이 좋았다. 그들은 지극히 소소한 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나상준도 이런 일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도 그녀와 이야기하기를 원했다.방안의 불이 꺼지면서 커튼을 치지 않은 창문 사이로 도시의 불빛이 비춰 들어왔고 방안의 모든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차우미는 밖의 불빛에 의지해 소파로 걸어간 뒤 소파에 누웠다.침대를 마주하고 누운 차우미가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상준 씨, 불편한 곳 있으면 나 불러. 내가 여기서 밤새 지켜줄게.”“응.”나상준의 대답을 들은 차우미는 완전히 마음이 놓이며 평온해졌다.그녀는 싸우는 것과 경쟁을 싫어했다. 그녀는 이성적으로 소통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점이 나상준의 생각과 똑같았기에 차우미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처음으로 만난 사람이 그였다. 그래서 현재를 포함한 3년 동안 그들은 평화롭게 지낼 수 있었고 모든 일을 잘 해결할 수 있었다.차우미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이 순간, 그녀는 몸과 마음이 느긋해졌다. 어두움과 조용함이 방안을 감싸자 졸음이 몰려왔다.온종일 바삐 돌아쳤고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다. 차우미는 안심하고 잠을 청했다.나상준은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있었다. 움직이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소파에 누운 차우미가 잠이 들자 모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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