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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아무 감정도 섞이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말을 끊었다.

차우미는 멈칫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난 그런 뜻이 아니야. 상준 씨도 그럴 사람이 아니고.”

3년간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차우미는 그가 나쁜 남자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그를 그런 부류의 남자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차우미의 마음속에서 나상준은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차우미의 맑은 눈이 믿음으로 가득 찼다.

이 믿음은 3년 동안 쌓아온 믿음이었기에 쉽게 무너지지도, 쉽게 바뀌지도 않았다.

그러나 20분 전에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무슨 짓을 했다면 이 신뢰는 깨지고 말았겠지.

한순간에 깨진 믿음으로 차우미는 다시는 나상준을 믿지 못했을 거다.

나상준이 바라본 차우미의 눈에는 두터운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상준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그녀의 믿음을 깨뜨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나상준은 시선을 거두고 앞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너 지금 뭘 두려워하고 있는 거야?”

차우미는 방금 나상준이 냉담한 말투로 물었을 때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평온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지금 나상준의 말투는 아까처럼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듣기에는 질문처럼 들리는 그의 말이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그녀가 나상준을 무서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런 나상준의 모습에 차우미는 오늘 병원에서 그가 이젠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고 하겠다고 했던 말이 떠오르며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 졌다.

눈앞의 사람이 더 이상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고 무섭지도 않았다. 그들은 마치 친구처럼 차분하게 대화를 나눴다.

차우미는 이런 대화를 좋아한다.

차우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이미 이혼했어. 상준 씨도 상준 씨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나도 새로운 삶을 시작했어. 앞으로 상준 씨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할 거고 나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가정을 꾸릴 거야. 우리가 예전처럼 한 침대에서 자는 건 말이 안 돼.”

그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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