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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손을 들어 샤워기를 잠근 뒤 나상준은 샤워 가운을 입었다.

이번에 그는 샤워 가운을 단정하게 입은 뒤 허리띠를 조여 매고 젖은 머리로 나왔다.

나상준이 여전히 대답이 없자 차우미는 초조해졌다.

종래로 급해 하지 않던 차우미였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조급해졌다. 그녀가 입술을 벌리고 다시 말하려 할 때 물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차우미는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

‘들은 건가? 안에 있는 건가?’

마음속의 조급함이 조금은 사라졌다. 차우미가 바로 입을 열었다.

“나와 함께 병원에 가자. 의사 선생님께 가서 진찰받고 약을 처방받자. 어젯밤에 상준 씨가 나를 병원에 데려다줬었잖아. 그래서 난 벌써 나았어. 오늘은 내가 상준 씨를 병원에 데려다줄게. 상준 씨도...”

딸깍하고 문이 열렸다.

차우미는 마저 하지 못한 말을 삼키며 그렇게 욕실에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얼굴에 있던 홍조도 보이지 않았고 무서우리만치 튀어나왔던 핏줄도 보이지 않았으며 두 눈에도 무서움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차우미는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상준 씨...”

“씻어.”

나상준은 이 말만을 남겨놓고는 차우미를 지나쳐 나가 드라이어를 들고 머리를 말렸다.

이내 윙윙거리는 드라이어 소리가 차우미의 귓가에 들려왔다. 차우미는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이건... 약을 잘못 먹은 건가? 아니면... 괜찮은 건가?’

차우미는 나상준이 변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기분은 그들이 만나면 만날수록 더욱 강해졌다.

그는 더 이상 예의 바르고 다가가기 어려운 나상준이 아니었다. 다가가기 쉽고 기분을 훤히 파악할 수 있는 그런 나상준이었다.

‘그에게서 어떻게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지? 분명히 같은 사람인데 느낌이 전혀 다르단 말이야.’

예를 들자면 예전에는 지금처럼 크게 아플 때면 바로 의사를 부르는 게 정상이었다. 지금의 나상준은 정상인 것 같았다. 허약하지도 않고 무기력하지도 않았으며 차우미를 지나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녀의 도움 없이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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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지기
ㅋㅋㅋ 차암내 .난또 이런전개는 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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