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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따라와.”

문하은은 싸늘하게 한마디 던지고 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차우미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시어머니를 따라갔다.

시댁은 전형적인 전통식 궁전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기왓장 하나하나 신경을 썼고 목재도 은은한 나무 향이 풍기는 원목 자재를 사용했다.

시할머니는 원래 청주에서 잘나가는 재벌가의 딸이었으나 경제위기가 찾아오면서 가문이 몰락하여 당시는 아직 평범한 직장인에 불과했던 나동석과 결혼했다고 했다.

빗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차우미는 문하은을 따라 서재로 들어가 열린 창문을 닫았다.

방 안에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앉아.”

문하은이 먼저 자리에 앉고 차우미는 그녀와 조금 떨어진 소파에 앉았다.

“네가 우리 집에 시집온 지도 벌써 3년이 돼가는구나.”

문하은은 대대로 교수를 배출한 학자 가문의 출신이었다. 그녀가 나명덕과 결혼할 당시, 이혜정 여사는 이미 혼자 힘으로 NS그룹을 일으켜 세웠기에 그녀와 나명덕의 결합은 잘 어울리는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혜정은 돈보다는 자라온 가정환경을 더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이 집에 3년을 살면서 눈칫밥에는 이골이 난 차우미였기에 문하은이 자신을 따로 불렀을 때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자식 문제.

그녀와 나상준은 결혼한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아이가 없었다. 품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어머니였기에 3년 동안 심한 말 한번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눈치를 준 것도 사실이었다.

“네, 어머니.”

남 얘기하듯이 담담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시어머니 앞에서 차우미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문하은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더니 참았던 불만을 토로했다.

“처음부터 난 이 결혼 반대했다. 집안이나 학벌 어느 것 하나 우리 상준이에 비해 많이 떨어졌으니까. 하지만 어머님이 널 지목했고 상준이도 불만이 없다고 해서 가만히 있었어.”

“하지만 3년 동안 기쁜 소식 한번 없는 건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란 문하은이었기에 책망하는 말조차도 차분하고 부드러웠으며 목소리에서 전혀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차우미는 자신을 향한 시어머니의 불만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부관계는 원래 어려운 거라고 하지만 그녀와 문하은은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고부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 전에도 그랬고 결혼 후에도 시어머니는 그녀에게 가벼운 꾸중 한번 한 적 없었다. 가족행사 때 얼굴을 보는 것을 제외하고 갑자기 집으로 찾아오는 일도 없었다.

문하은은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시어머니라고 할 수 있었다.

차우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가문에 너무 미안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상준이 원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3년 동안 그녀는 그가 안심하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내조했다. 그러나 출산은 그녀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여태 초야도 치르지 않은 쇼윈도부부였다.

한달에 한번 모이는 자리였기에 밥만 먹고 돌아갈 수는 없었다. 식사가 끝난 후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나상준은 부모님의 예술가 기질보다는 이혜정 여사의 사업가 기질을 완벽하게 물려받았다. 그는 30대 초반에 이미 업계에서 인정하는 기업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관심을 끄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고 그의 사적인 생활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심지어 결혼발표까지 생략해서 그가 유부남인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셋째 오빠, 영해시 개발건에 대해 의논할 게 있어.”

나상준이 전화를 받으러 나온 사이, 나희연이 쪼르르 달려와서 그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손자손녀들 대에 와서 경영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나상준을 제외하면 사촌여동생인 나희연이 유일했다. 이혜정 여사는 손자손녀들에게까지 경영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재벌가지만 NS의 3세들은 비교적 선택의 폭이 자유롭다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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