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화

서예를 사랑하는 나명덕은 유명 서예가였고 그의 부인 문하은은 화가였다.

나명석은 학술을 사랑해서 오랜 시간 연구원에서 생활하며 수많은 논문을 써냈다. 그의 부인은 의사였고 유명 병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나준우는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아 의사가 되었다.

판사인 나명희는 이혜정 여사를 꼭닮아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녀의 딸도 엄마를 동경해서 판사가 꿈이었다.

나상준의 첫째 누나는 유명 피아니스트였고 둘째 누나는 고고학자였다. 이혜정 여사의 사업가 기질을 완벽히 물려받은 후대는 나상준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었다.

나희연은 집안의 도움보다는 스스로 성장하기를 바랐다. 승부욕이 강한 그녀는 혼자 힘으로 성과를 내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일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상준은 훌륭한 본보기였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나동석 회장의 조상은 장군 출신이었다. 그는 훤칠한 체격에 짙은 이목구비를 가졌으며 조상이 고위 관료 출신인 이혜정 역시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랬기에 그들의 자식들은 외형이나 능력적으로 어디 빠지는 것 없이 출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3세도 선조의 이러한 유전자를 물려받아 각자의 영역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 나상준이었다.

사실 나상준의 외모는 아버지보다 할아버지를 닮았다. 그는 190에 육박하는 훤칠한 키에 조각 같은 이목구비, 선이 분명한 입체적인 얼굴선을 가진, 전형적인 미남의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는 창가에 서서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그의 긴 속눈썹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제 용건을 말해봐.”

나희연이 눈을 곱게 휘며 말했다.

“영해만 부지를 구매했다고 들었어. 리조트에 들어갈 초목 공사 관련 사업은 나한테 좀 떼주면 안 돼?”

나희연은 조경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넓은 땅을 구입해 나무와 각종 식물을 재배하고 인테리어 전문가를 고용해서 여러 건설 사업에 참여하여 조경 인테리어를 해주고 이윤을 챙기는 쉽고 간단하지만 이윤이 많이 남는 사업이었다. 실제로 최근에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평소에 검은 정장만 고집하던 나상준이지만 오늘은 가족모임이라 비교적 편해 보이는 회색 코트에 캐주얼 바지를 입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비해 인상이 많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는 생글생글 웃고 있는 사촌여동생을 바라보며 무뚝뚝하게 물었다.

“시장가대로 진행하는 거지? 친척이라고 봐주는 거 없어.”

스스로 가문의 도움 없이 혼자 일어서겠다고 선언한 나희연이었기에 회사를 설립할 때도 자신이 모아둔 용돈만으로 창업하겠다고 했다. 가족들은 그녀가 순진하다고 비웃었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그녀는 현재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완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자수성가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녀의 가장 큰 우세는 그녀가 NS가 3세라는 점이었다. 다른 사람은 몇 달을 예약해도 얼굴 한번 보기 힘든 나상준이지만 가족이었기에 원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었다.

“그건 당연하지! 난 가족 우대 같은 거 바란 적 없다고!”

“그래.”

나상준은 이렇게 조르는 것 자체가 이미 우대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꺼내 허영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자세한 절차는 허 비서랑 합의 봐.”

나희연은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허영우의 번호를 저장했다.

그러고는 활짝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고마워, 오빠!”

“큰아빠!”

이때 예은이가 달려와서 그의 손을 잡았다.

“큰아빠, 큰엄마는 어디 계세요? 찾았는데 안 보여요.”

나상준은 고개를 들어 거실을 바라보았다. 아까까지 소파에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던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사랑스러운 조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예은이 뭐 하고 싶어? 큰아빠가 대신 놀아줄게.”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