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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쿨럭!”

여가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먹던 커피를 뿜었다. 그녀는 황당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연신 기침했다. 차우미는 서둘러 그녀에게 티슈를 건넸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여가현은 정신을 차리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혼? 갑자기 잘 나가다가 웬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네가 상준 씨랑 이혼하겠다고?”

“우미야, 나 너무 혼란스러우니까 넌 집에 가서 찬물에 샤워 좀 하고 정신 똑바로 차린 뒤에 다시 나한테 연락해.”

“아… 아니지! 이혼하더라도 우리 로펌은 절대 안 돼. 난 네 법률 대리인이 될 생각 없어 난 못해! 잘가, 멀리 안 나간다!”

여가현은 커피를 뿜어 엉망이 된 책상을 휴지로 닦으며 손을 휘휘 저었다.

차우미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도 동의한 일이야.”

여가현이 멈칫하더니 속을 꿰뚫어 보려는 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차우미를 노려보았다.

차우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같이 지낸지 3년이야. 하지만 난 그 사람 마음을 돌리지 못했어. 이대로 시간 끌어봤자 서로에게 좋을 게 없어. 그래서 이혼하려는 거야.”

“그래서 상준 씨가 바람이라도 피웠니?”

여가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우미의 표정 변화를 자세히 살폈다.

차우미가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아니. 그 사람은 정직한 사람이야.”

“그럼 왜? 설마 갑자기 어느 날 눈을 떠봤더니 이혼이 하고 싶어졌다는 황당한 소리는 하지 마. 네 마음이 어떤 건지 내가 너보다 더 잘 아니까! 사실대로 말해.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여가현은 차우미와 초등학교부터 함께한 20년지기 친구였다. 그녀보다 차우미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랬기에 차우미도 다른 로펌으로 가지 않고 이곳을 선택했다.

차우미는 친구에게조차 거짓말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가 조금 전 했던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

하루 아침에 갑자기 그에게 실망해서 떠나려는 건 아니었다.

차우미가 안쓰러운 한숨을 토해내며 말했다.

“우린 3년 동안 한 번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어.”

여가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여러 가지 이유를 예상했지만 이런 이유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뭐라고? 스킨십을 아예 안 했다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바깥에서 일하고 있던 다른 동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여가현은 다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차우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귓속말로 말했다.

“확실해? 이건 애들 장난 아니야.”

차우미는 호들갑을 떠는 친구를 보며 실소를 터뜨렸다.

“아마 난 예전부터 이혼을 예상했을지도 몰라. 아니면 그 사람이 마음에 품은 여자가 돌아와서 내 생각이 변했는지도 모르고. 어제 시어머니가 나한테 그러시더라. 3년이나 같이 살았는데 왜 아직도 임신 소식이 없냐고. 그때 깨달았어. 이런 식의 관계는 오래 못간다는 걸.”

“그 사람은 효자야. 내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절대 안 꺼냈을 거야.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어.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 이제 떠날 때가 된 거지.”

“이혼 서류 작성 좀 해줘.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맨몸으로 나올 거야. 난 그 사람과 나,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대로 조용히 각자 갈 길을 가고 싶어.”

차우미는 마지막 순간까지 불만 한번 드러내지 않고 차분했다.

여가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3년이나 같이 살면서 아내를 털끝도 안 건드렸다는 건 사랑이 아예 없다는 것말고는 해명할 길이 없었다.

한 여자가 이런 유명무실한 혼인관계를 3년이나 유지해 온 것도 기적이었다.

“알았어. 내가 도와줄게. 넌 충분히 더 좋은 남자 만날 수 있어.”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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