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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한편,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차우미는 박물관을 나서자마자 온이샘에게 먹고 싶은 걸 물었다.

멀리서 자신을 보러 온 손님이니 자신이 밥을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온이샘도 거절하지 않고 사주는 대로 먹겠다고 했다.

차우미는 그에게 가리는 음식은 없는지 확인하고 현지에서 유명한 한정식집으로 그를 데려갔다.

식당에 도착하자 그녀는 집에 전화를 걸어 친구랑 약속 있으니 조금 늦게 들어가겠다고 말씀 드렸다.

그녀가 전화를 끊자 온이샘은 그녀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네며 물었다.

“내가 괜히 와서 방해한 건 아니지?”

차우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부드럽고 예의 바른 성격은 여전했다.

온이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차로 입가심을 한 뒤, 차우미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안평까지 왔어? 무슨 일 있어?”

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볼일이 좀 있어서. 왔다가 네가 여기 있다는 얘기 들어서 얼굴이나 보려고 온 건데 내가 괜히 방해만 한 건 아닌지 몰라.”

차우미는 온이샘이 여기까지 자신을 찾아온데는 뭔가 용건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온이샘은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강서흔과 여가현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을 때, 온이샘이 중간에서 중재를 많이 해줬다고 들었다.

성격 까다로운 여가현마저 온이샘은 정말 괜찮은 친구라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자꾸 아깝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때 차우미는 아깝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도울 일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얘기해.”

차우미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바보 같이 착한 사람.

그녀는 모두에게 그랬다. 조용한 성격임에도 주변에 친구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온이샘은 이런 질문이 나올 거라 미리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그에게는 다행이었다.

“내가 요즘 어떤 식물을 연구하고 있는데 안평에만 자란다고 하더라고. 넌 안평 토박이니까 나보다는 잘 알 것 같아서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었어. 시간 괜찮을 때 나랑 산이나 들 같은 곳에 좀 다녀줄 수 있어? 나는 이곳 지리에 대해 잘 모르거든.”

차우미는 온이샘이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교수라는 건 알고 있었다. 나중에 해외로 출국했다는 소식만 들었는데 그 뒤로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희귀 식물을 연구한다고 했을 때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일주일에 두 번 쉬기는 하는데 주말이 아닐 수도 있어. 박물관은 주말에 사람이 몰리잖아. 그래서 격주로 돌아가며 당직을 서야 하는데 날짜 알려주면 내가 돌아가서 동료들과 상의해 볼게.”

그녀가 흔쾌히 동의하자 온이샘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참, 나 안평대학에 교수로 취직했어. 근처 지리도 잘 몰라서 너부터 찾아왔지 뭐야.”

“돌아가서 일정 체크해 보고 다시 시간을 맞추자.”

온이샘이 안평대학에 취직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하지만 선택은 개인의 자유였기에 이유는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마친 뒤, 식당에서 나왔다.

아직 해가 저물기 전이었다. 시간을 확인한 온이샘이 입을 열었다.

“그럼 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우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 좀 받을게.”

“그래.”

차우미는 핸드폰을 들고 구석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발신자는 뜻밖에도 예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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