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흔은 여가현의 전남자친구였다. 차우미도 여가현을 통해 강서흔을 알게 되었다.온이샘은 강서흔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여가현이 데이트를 하면서 차우미를 자주 끌고 나갔기에 그녀와 온이샘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처음에는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차우미는 조용한 성격이었기에 온이샘과 단 둘이 접촉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대학 출신이라 선배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한때는 꽤 친하게 지냈었다.나중에 여가현과 강서흔이 헤어지면서 점차 연락이 뜸해지게 되었다.강서흔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바로 온이샘을 기억해냈다.그는 매너가 온몸에 배긴,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신사였다.차우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탄성을 질렀다.“이샘 선배?”차우미는 자신보다 몇 살 많은 온이샘을 오빠처럼 친근하게 생각했다.“우미 씨, 이제 퇴근하자.”옆에 있던 조각사가 공구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벌써요?”차우미가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다섯 시 다 됐잖아. 저거 봐.”차우미는 그제야 시간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간만에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갈래?”온이샘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제안했다.차우미는 이런 초대가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예전에는 친하게 지냈지만 3년이나 연락을 안 하고 지내던 사이인데 갑자기 같이 밥을 먹으려니 어색했다.하지만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그래. 잠깐만 기다려. 정리 좀 하고.”“천천히 해.”차우미는 공구를 깔끔하게 정리해 공구함에 넣고 작업대도 깨끗하게 닦은 뒤에야 핸드폰과 핸드백을 챙겨 나왔다.온이샘은 밖에서 조용히 그녀를 기다렸다.그는 큰 키에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훈남이었다.복도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잘생긴 미남이 이러고 서 있으니 저도 모르게 자꾸만 시선을 주었다가 그가 차우미에게만 시선을 주는 것을 보고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렸다.“가자.”“그래.”그렇게 두 사람은 같이 박물관을 나왔다.복도를 지나가면서 동료 직원들이 인사를 건네왔다.
한편, 그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 차우미는 박물관을 나서자마자 온이샘에게 먹고 싶은 걸 물었다.멀리서 자신을 보러 온 손님이니 자신이 밥을 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온이샘도 거절하지 않고 사주는 대로 먹겠다고 했다.차우미는 그에게 가리는 음식은 없는지 확인하고 현지에서 유명한 한정식집으로 그를 데려갔다.식당에 도착하자 그녀는 집에 전화를 걸어 친구랑 약속 있으니 조금 늦게 들어가겠다고 말씀 드렸다.그녀가 전화를 끊자 온이샘은 그녀에게 음료수 하나를 건네며 물었다.“내가 괜히 와서 방해한 건 아니지?”차우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아니야.”부드럽고 예의 바른 성격은 여전했다.온이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메뉴를 주문하고 차로 입가심을 한 뒤, 차우미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그런데 왜 갑자기 안평까지 왔어? 무슨 일 있어?”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볼일이 좀 있어서. 왔다가 네가 여기 있다는 얘기 들어서 얼굴이나 보려고 온 건데 내가 괜히 방해만 한 건 아닌지 몰라.”차우미는 온이샘이 여기까지 자신을 찾아온데는 뭔가 용건이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온이샘은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강서흔과 여가현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을 때, 온이샘이 중간에서 중재를 많이 해줬다고 들었다.성격 까다로운 여가현마저 온이샘은 정말 괜찮은 친구라고 칭찬할 정도였다.그러면서 자꾸 아깝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때 차우미는 아깝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내가 도울 일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얘기해.”차우미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바보 같이 착한 사람.그녀는 모두에게 그랬다. 조용한 성격임에도 주변에 친구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온이샘은 이런 질문이 나올 거라 미리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그에게는 다행이었다.“내가 요즘 어떤 식물을 연구하고 있는데 안평에만
네 살 꼬마인 예은이에게는 자유롭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있었다. 아이는 가끔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스마트 워치로 전화를 걸고는 했다.차우미는 난감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그래, 예은아.”“큰엄마!”앳된 목소리가 들려오자 차우미는 저도 모르게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예은이 밥 먹었어?”4월로 접어들면서 날씨는 점차 따뜻해졌다. 이곳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지만 봄의 따스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여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라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만물이 다시 소생하는 봄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예은이는 서혜지, 이혜정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었다. 옆에는 나상준과 나준우도 있었다.그들은 앞에서 걷고 서혜지와 예은이는 맨 뒤에서 그들을 따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해지자 서혜지는 저도 모르게 시할머니의 옆에 있는 나상준에게 시선이 갔다.4월의 가족모임에 차우미는 오지 않았다.결혼하고 지금까지 3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던 그녀였다.그런데 이번만큼은 예외였다.모두가 의아해했지만 나상준은 아무런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가족이지만 각자 말하고 싶지 않은 사정도 있을 수 있는 법이기에 아무도 그 이유에 대해서 꼬치꼬치 묻지 않았다.이혜정 여사도 답답했지만 마찬가지였다.어린 예은이는 차우미가 보이지 않자 나상준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물었다. 나상준은 그저 일이 있어서 못 온 거라고 대답했다.하지만 어른들은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어린 예은이는 속아넘어갔지만 그들은 아니었다.예은이는 차우미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생떼를 부렸다. 다행히 시할머니도, 나상준 본인도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하지는 않았기에 서혜지는 아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서혜지는 차우미가 가족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진짜 이유가 궁금했다.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어린 예은이는 그냥 목소리가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며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기뻐서 방방 뛰었다.“큰엄마, 너무 보고
나상준이 걸음을 멈추었다.그와 차우미는 거의 통화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가 바쁘다는 걸 알기에 무슨 일이 생겨도 그녀는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었다.그 역시 용건 없이는 그녀를 찾지 않았고 출장이 잦았기에 그들 사이에는 최소한의 소통도 별로 없었다.같이 3년을 살았지만 그는 차우미에게 별다른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그날 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이혼 얘기를 꺼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그녀의 목소리가 그렇게 부드러웠다는 것도 그때 처음 느꼈다.그녀는 그가 아는 다른 여자들과 조금 달랐다.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그녀의 목소리는 그와 평소에 대화하던 톤과 많이 달랐다.어딘가 생기가 넘치면서도 달콤한 목소리였다.마지막 날 차분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한창 집중하고 있던 찰나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전해졌다.그 목소리에서 그녀를 향한 걱정과 애정이 느껴졌다.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그런 감정이 담긴 목소리였다.그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그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예은의 손에 있는 스마트워치를 노려보았다. 꽃이 만개하던 날 출장 갔다온 자신을 기다리던 그날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창가에 서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저도 모르게 가슴이 욱신거렸다.그날도 그랬었다.주변이 조용해지고 사람들은 그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빴다.예은이마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독 이혜정 여사만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는 계속해서 걸었다.예은이는 큰 눈을 깜빡이며 큰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다가 수화기에 대고 물었다.“큰엄마, 지금 누구랑 있어요? 어떤 아저씨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누구예요?”아이의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귀에 전해지자 가족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온이샘의 품에 안긴 차우미도 인상을 찌푸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의 가슴에 코를 부딪히면서 묵직한 통증이 전해졌다.온이샘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
집으로 돌아온 예은이는 어른들과 인형놀이를 시작했다. 서혜지는 그 틈을 타서 나준우를 끌고 침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이게 무슨 상황이죠? 당신 다 들었죠? 아주버님 긴장 좀 하셔야겠는데요?”서혜지는 수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무척 궁금했다.나준우는 아내의 생각을 눈치채고 인상을 찌푸렸다.“당신 상준이 형이랑 형수님 일에 무슨 관심이 그렇게 많아?”“내가… 그랬나요?”서혜지는 그제야 자신이 너무 과하게 흥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냥 아주버님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면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사람 좋고 성격이 좀 까칠하지만 그래도 딴짓하는 게 아니라 일에 몰두하는 느낌이고. 아내로서는 참 걱정할 게 없고 든든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하지만 형님이 아깝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형님은 아주버님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아주버님은 너무 싸늘하시잖아요. 형님이 많이 서운했을 것 같아요.”“예전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사실 모든 부부가 우리처럼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아까 남자 목소리를 듣고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목소리만 들었는데도 상대가 형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꼈거든요.”“그래서 상준 아주버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았던 아내인데 누군가가 그런 아내를 좋아한다고 하면 어떤 느낌일지.”“어쨌든 아주버님이 조금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랄까요? 여자 때문에 흔들리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해야 하나?”뒤로 가면서 점점 주제 넘은 그녀의 발언에 나준우는 살짝 언짢았다.그는 아내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게 안 느껴지나?부부 사이에 제3자가 끼어들었다는 건 두 사람의 신뢰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것을 의미한다.그는 걱정됐다.부부는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며 차우미와 나상준을 걱정했다.그 시각, 서재.원목 자재의 책장이 줄 지어선 서재는 호화로우면서도 근엄한 분위기를 풍겼다.
박물관 동료들과 사이가 아주 좋았기에 차우미는 쉽게 스케줄을 조절할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들은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작업실 동료들은 거의 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라 차우미를 딸처럼 각별히 아꼈다.게다가 평소에 그들이 일이 있다고 했을 때 차우미도 흔쾌히 당직을 서주었기에 그들도 그녀 대신 당직을 서는 일이 당연하다고 말했다.온이샘은 다음 주 주말에 보자고 연락이 왔다.차우미도 동료들과 합의를 마쳤고 그렇게 두 사람은 다음 주 토요일에 근교에 있는 구현으로 가보기로 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금요일이 되었다.차우미가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가니 어머니가 저녁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고 아버지도 일찍 퇴근했다.공방은 열 시까지 운영하지만 따로 파트타임 직원을 썼기에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부지런한 아버지는 밥만 드시고 공방으로 돌아가고는 했다.그녀의 아버지 차동수는 이 일을 무척 사랑했다. 몇십 년을 공방에서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게 일상이지만 전혀 질리지 않는다고 했다.차우미는 그의 그런 우직한 성격을 닮았다.“어쩜 부녀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시간에 들어오니? 내가 저녁을 조금 늦게 준비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하선주가 반찬을 테이블에 올리며 말했다. 차동수와 차우미는 손만 씻고 주방으로 가서 그녀를 거들었다.잠시 후, 가족들은 오붓하게 식탁에 모여앉았다.“우미야, 내일 친구랑 몇 시에 나갈 거야? 엄마가 아침 준비할 테니까 그 친구한테 와서 아침 먹고 출발하라고 해.”차우미는 부모님에게 주말에 온이샘을 도와 근교에 다녀오겠다고 이미 얘기한 바 있었다.부모는 그 말을 듣고 흔쾌히 찬성했다. 어차피 딸만 원한다면 그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그들은 딸이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내릴 거라고 믿었다.차우미는 생각없이 일 저지르는 타입은 아니었다.그녀는 된장찌개를 한술 뜨며 대답했다.“아침 일곱 시에 출발하기로 했어. 차 막히기 전에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안평은 꽤 큰 도시였지만 많은
그런데 갑자기 이런 친구가 나타나 주니 두 사람은 딸을 밀어주고 싶었다.그리고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고 판단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차동수가 말했다.“엄마 말이 맞아. 여기까지 왔는데 아침도 안 먹이고 보내는 건 예의가 아니지.”차우미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이따가 문자해서 물어볼게.”그녀는 부모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미 돕기로 했으면 사소한 부분에도 신경 쓰는 게 당연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하선주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참 속이기 쉬운 단순한 아이였다.식사가 끝난 뒤, 차우미가 설거지를 돕겠다고 했지만 하선주는 빨리 친구한테 문자나 해보라며 그녀를 주방에서 밀어냈다.차동수도 맞장구를 치며 주방 일은 자기가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차우미는 두 분의 정성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로 가서 온이샘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녀는 교수인 온이샘이 언제 바쁘고 언제 한가한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문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나상준과 살 때도 통화보다는 문자를 선호하기도 했다.그녀는 문자를 보낸 뒤, 방으로 가서 내일 입고 갈 옷을 정리했다.그 시각 온이샘은 강의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하루 종일 논문을 수정하고 강의를 하느라 아직 저녁도 먹기 전이었다.진동음이 울리자 그는 곧바로 걸음을 멈추었다.[선배, 지금 바빠?]그의 입가에 저절로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그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그 시각 차우미는 온이샘이 바쁠 거라 생각하고 침실에서 옷장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녀는 한참 정리가 끝난 뒤에야 핸드폰을 확인했다. 온이샘에게서 문자가 두 개나 도착해 있었다.[안 바빠.][통화 괜찮아?]두 문자 사이에 시간 간격이 조금 있었던 거로 보아 그녀의 문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차우미는 30분이 훌쩍 지나버린 것을 확인하고 미안한 마음에 바로 답장을 보냈다.[미안해, 선배. 옷장 좀 정리하느라 문자 못 봤어. 지금 시간 괜찮아? 내가 전화 걸게.]
온이샘은 혹시라도 운전 중에 그녀에게서 답장이 올까 봐 줄곧 차에서 기다렸다.그러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 차우미에게서 답장이 오자 그는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나긋나긋하고 진지한 물음에 그는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집으로 오라고?’누군가를 좋아하면 당연히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법이다.당연히 그도 조만간 그녀의 가족을 만나야 한다.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그녀의 가족을 만나야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그는 잠시...... 어쩔 바를 몰랐다.온이샘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이런 고요함은 차우미에게 한 가지 문제를 깨닫게 했다. 이렇게 갑자기 친구를 집에 부르면 친구는 반드시 불편해할 것이라는 걸.누구나 다 여가현처럼 친구의 집을 자기 집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니까.“선배, 미안해. 내가 너무 갑작스러웠지? 마음에 두지 마.”“아니, 그게 아니라. 아침 식사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어. 그래, 내일 아침 7시 30분에 출발하자.”온이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자 그제야 차우미는 한시름 놓았다.“그래, 그럼 일 봐. 내일 아침 거의 도착한다 싶으면 문자줘. 내가 내려갈게.”“그래, 알았어.”전화를 끊은 차우미는 내일 아침 시간을 대략 계산하더니 부모님께 온이샘이 내일 아침 식사하러 올 거라고 말씀 드렸다.그 말에 부모님은 너무 기뻐 내일 아침 식사 준비를 위해 온이샘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하지만 차우미는 온이샘이 좋아하는 음식을 알지 못했다. 하여 그녀는 다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가리는 건 없는지.같은 시각, 차에 앉아 휴대폰을 들고 메시지를 확인하던 온이샘은 심장이 쿵쾅거렸다.그녀의 집으로 가는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하지만 무엇을 사야 할지, 어떻게 사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는 단 한 번도 이런 상황을 직면한 적 없었기 때문이다.곰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