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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차우미는 평소에 SNS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녀의 핸드폰은 가끔 카톡으로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것을 제외하고는 SNS에 일상을 기록하거나 친구의 SNS를 탐방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여가현이 자신의 이혼 사실을 SNS에 대대적으로 광고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안평으로 돌아온 그녀는 부모님에게 이혼 사실을 간략해서 설명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이혜정 여사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자신은 말하지 않았지만 나상준이 알아서 설명할 거라고 답했다.

그녀가 친정 식구들과 상의하지 않고 이혼한 뒤에 사실을 알린 것처럼 나상준도 그렇게 처리할 거라 믿었다.

그 뒤로 노부부는 더 이상 딸을 추궁하지 않았다. 그저 너만 행복하면 된다고 위로를 해줬을 뿐이었다.

사실 딸의 결혼 상대가 NS그룹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의 부모님은 이 결혼을 별로 찬성하지 않았다. 가정 환경이나 모든 면에서 그들과 사는 세상이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집안 환경이 많이 차이가 나는 결혼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차우미는 그들이 애지중지 키운 외동딸이었다. 비록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사랑으로 딸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그들은 그녀가 좋은 집안에 시집가는 것보다 진심으로 아껴줄 사람을 만나기를 바랐다.

그래서 결혼 전에도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만 원하지 않으면 이 결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한 적 있었다.

그때 차우미는 결혼을 원한다고 답했다.

그녀는 나상준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그의 재력을 보고 한 결혼이 아니라 그를 좋아했기에 결혼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오래 몸담은 직장을 버리고 고향과 멀리 떨어진 청주에 시집가서 나상준만을 위한 현모양처로 살았지만 그녀는 후회나 불만 따위는 없었다.

그녀가 이혼하고 의기소침해할까 걱정한 그녀의 부모님은 해외여행이나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차우미는 담담히 거절하고는 평소처럼 행동했다.

부모님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그녀가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자 딸이 그와의 관계를 완전히 정리했다는 것을 알았다.

딸이 이미 내려놓았으니 부모님도 더 이상 걱정 안 하기로 했다.

차우미의 할아버지는 현지에서 유명한 조각사였다. 전에는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펼쳤는데 나중에는 그 기술을 차우미 아버지에게 전수했고 아버지가 또 그녀에게 기술을 전수했다.

물론 이 모든 건 그녀가 조각에 흥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여자의 몸으로 목재를 조각하는 일은 다칠 위험이 컸지만 그녀가 진심으로 좋아하니 부모님은 조건 없이 지지해 주었다.

나상준과 결혼한 뒤로 그녀는 조각을 포기하고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출근 시간이 짧아 집안일을 하기 편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속박에서 풀려났으니 그녀는 다시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그녀는 현지 목공예품 박물관에 취직했다.

집에서도 공방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집이 아닌 밖에서 일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그녀가 결혼 전에도 몸담았던 그 박물관이었다.

미리 연락해서 사정을 설명했기에 차우미는 고향에 돌아온 바로 다음 날 박물관을 방문하고 그 이튿날부터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2주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에 흘러갔다. 모든 게 평화로웠다.

“여기 윤회라는 글자 좀 새겨주실 수 있나요?”

봄바람을 닮은 부드러운 목소리가 창가에서 들려왔다. 시선을 따라 가보니 하얗고 섬세한 손에 나무 조각상 하나가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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