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491 - Chapter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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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1화
'이 사람이 왔다고?'하성우는 말을 하려고 하다가 자신의 입에 아직 삼키지 않은 음식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까먹고 그만 사레가 들렸다."콜록콜록!"그의 기침 소리가 나자, 차우미를 포함한 모두가 그를 보았다. 그 절도 있고 침착한 힘의 소리를 들은 차우미는 나상준이라는 것을 알았다.문이 열리자 팔에 양복 점퍼를 걸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고, 그녀는 속눈썹이 흔들리며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빨갛지도 희지도 않고 평소와 같았다.평소와 다름없이 조금도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차우미는 전에 그들이 통화했을 때 그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리고 눈앞에 서 있는 차가운 사람을 보고 그녀는 입술이 살짝 움직이며 말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그녀가 말을 하기 전에 하성우의 기침 소리가 그녀의 사색을 끊었다.차우미는 하성우를 보았다. 하성우는 등을 돌린 채 휴지로 입을 막고 있었는데 그의 옆에 앉은 하 교수의 비서가 그가 사레에 걸린 것을 보고 서둘러 그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하성우는 얼굴이 붉고 귀가 빨개졌다. 그가 먹은 음식에 마침 고추가 들어있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입구에 서 있는 나상준은 문이 열리면서 룸 안으로 시선을 옮겼고, 한눈에 하 교수의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을 보았다.차우미는 그를 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기 전부터 말이다.마치 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차우미가 그를 보고, 그는 그녀를 보며 서로 마주 보았다. 나상준은 그녀가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뭔가 불편한 건 없는지, 이상한 건 없는지 찾고 있는 것 같았다.나상준은 이렇게 관심해 주는 거, 신경 써 주는 것에 약한 편이다. 그런데...기침 소리가 이 시선을 끊었다. 나상준은 그 기침을 해서 목까지 빨개지면서도 이쪽을 바라보려 하는 사람을 보며 걸어 들어왔다.나상준이 들어오자 비서가 다시 종업원에게 식기를 가져오라고 했다.차우미 옆자리에 앉은 진정국은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상준이 여기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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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그녀는 마치 무언가를 연구하는 듯 나상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집중하여 그를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아주 웃겼다.음식을 주문하러 갔다가 마침 돌아온 하성우가 그런 차우미의 모습을 보게 됐다.그는 눈썹을 치켜뜨고 눈을 깜빡거리며 차우미와 나상준의 모습을 번갈아 봤다.이 사람은 자기 생각을 아주 잘 감추는 사람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아주 평온했다.나상준은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옆 사람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듯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하성우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푸 하하거리며 마치 무슨 매우 웃긴 일을 본 듯이 기쁘게 웃어댔다.그가 웃는 소리에 차우미가 멈칫하며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니 그는 나상준과 자신을 번갈아 보며 배꼽을 잡고 웃고 있었다.하성우의 모습을 본 차우미는 그가 무엇 때문에 웃는지 순식간에 알아차렸다.자신이 나상준을 빤히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하성우가 박장대소한 거였다.하성우에게 있어서 이런 일은 아주 재미난 일이었다.차우미는 고개를 숙이고 숟가락을 들고 국을 마셨다.비록 하성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웃음에 그녀는 자신이 나상준을 너무 빤히 바라본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무의식적으로 귀가 새빨개진 차우미는 더는 나상준과 하성우를 바라보지 못했고 그런 차우미의 모습을 본 하성우는 더욱 환하게 웃었다.“형수, 상준이를 3년이나 봤는데 아직도 충분히 보지 못한 거야?”이런 상황을 보고 가만히 있을 하성우가 아니었기에 그는 바로 차우미를 놀렸다.나상준은 갑작스러운 하성우의 웃음에도 그를 쳐다보지 않고 말없이 차를 마시고는 찻잔을 내려놨다. 그러고는 고래를 들어 맞은편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가볍게 찻잔을 돌렸다.하성우의 웃음에 룸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가 왜 웃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하 교수도 자신의 손자가 또 무슨 사고를 칠 가 봐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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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그럼 날 보지, 설마 널 보겠냐?”하 교수는 손자를 꾸지람하려던 것을 멈추고 나상준을 바라봤다.그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상준에게는 매번 하성우에게 대처할 방법이 있었다.나상준은 입담이 좋은 사람도 아니었고 웃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으며 말을 길게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나상준의 말은 무게가 있었고 하성우의 말은 사람은 안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찻잔을 만지며 여유롭게 말하는 나상준의 말투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순식간에 웃음을 터뜨렸다.하성우의 장난에 아무런 말도 못 하고 난감해하는 차우미를 보며 나상준이 차우미 편을 들어줬고 나상준의 말에 하성우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담담한 나상준의 눈빛에 하성우는 잔뜩 겁을 먹었다.하성우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한껏 기가 죽은 채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며 웃었다.“허허, 그래 널 봐야지. 당연히 널 봐야지.”‘또 까불었네. 참을 수가 없었어.’하성우가 잔뜩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때 하 교수가 입을 열었다.“상준아, 쟤 좀 잘 가르쳐라. 쟤가 좀 매를 버는 스타일이야. 네가 마침 회성에 있으니 날 대신해서 재를 좀 교육해 줘.”나상준이 하 교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네, 아저씨.”하성우는 말문이 막혔다.분위기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종업원이 금방 만든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가져오자 모두 계속 음식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눴다.사람들도 더 이상 차우미를 쳐다보지 않았기에 그녀의 얼굴 홍조도 서서히 사라져갔다.그녀는 국을 마시면서 사람들이 나누는 일적 얘기를 듣다 뭔가를 느낀 듯 자신 옆에 앉아 있는 나상준의 밥그릇을 바라봤다. 밥그릇의 밥이 그대로 있었다. 처음 자리에 앉았을 때 그 모습 그대로 수저를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차우미는 고개를 들어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를 마신 그는 찻잔을 내려놓고 사람들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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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차우미가 나상준의 그릇에 음식을 놓아주자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나상준의 눈길이 밥그릇에 향했다.가장 신선할 때 딴듯한 산나물은 셰프의 손을 거쳐 먹음직스러운 음식으로 재탄생했다. 색상도 예뻤다. 기름진 산나물이 새하얀 쌀밥 위에 올려져 남다른 색채를 뽐냈다.밥은 더 이상 단조롭지 않았고 산나물도 평범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함께 있는 모습이 아주 잘 어울렸다. 마치 천생연분처럼 떨어지면 안 되는 듯한 모습이었다.나상준은 찻잔을 내려놓고 젓가락을 집어 들고는 산나물과 함께 밥을 먹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바로 그녀 옆에 있었기에 그녀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그가 밥을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예를 들면 지금처럼 말이다. 차우미는 나상준을 쳐다보지 않았지만 그가 밥을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차우미는 한 시름 놨다.비록 두 사람은 이혼했지만 차우미는 여전히 나상준이 아픈 게 싫었다. 그녀는 그가 건강하기를 바랐다.나상준에게 채소를 집어 준 뒤로 차우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았다.그가 왔을 때 그녀는 거의 배가 부른 상태였다. 국도 마셨겠다 그녀는 더 이상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었다.나상준이 밥을 먹자 차우미는 더 이상 나상준을 신경 쓰지 않고 사람들의 얘기에 진지한 모습으로 귀를 기울였다. 다만…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함을 느낀 차우미는 나상준의 밥그릇을 바라봤다. 원래 그대로였다. 나상준이 몇 입 밖에 먹지 않은 듯했다. 차우미가 집어준 채만 먹고는 먹지 않은 모습이었다.차우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뭐야, 음식이 입에 안 맞나? 아니면 입맛이 없어서 내가 집어준 채소만 먹고 먹지 않은 건가?’차우미는 그가 왜 밥을 먹지 않은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가 밥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금 뒤에 먹겠지 하고 생각했다.차우미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더는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한참 뒤에도 나상준이 밥을 먹지 않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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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나상준은 후자였다.차우미는 하성우가 바라보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오늘 그녀의 마음은 업무 아니면 나상준에게 있었다.나상준이 자신이 집어 준 음식을 먹는 것을 본 차우미는 뭔가 눈치를 챘다. 그녀는 마음이 떨려왔다. 그가 다 먹는 것을 본 차우미는 그에게 국을 떠 줬고 나상준은 그녀가 준 국을 마셨다.그렇게 나상준은 차우미의 보살핌 아래 밥을 다 먹어 치웠고 사람들도 나상준과 차우미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며 아끼는 모습을 본 하종원은 부러우면서도 기뻤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하성우를 바라봤다. 하성우를 보니 순식간에 머리가 아파 났다.‘상준이를 좀 봐라, 와이프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 저놈은 애들처럼 맨날 먹고 놀기나 하고. 어휴.’배시시 웃으며 차우미와 나상준을 바라보고 있던 하성우는 하종원의 눈길을 느끼고 그를 쳐다봤다. 한심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하종원의 눈빛에 하성우는 멍해졌다.‘왜 저러시지?’마치 구제 불능이라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하성우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하종원은 화가 났다.‘됐다, 됐어. 똑똑한 손자 놈은 왜 다 남의 집 자식인 건지.’하종원은 하성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사람들과 계속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나상준이 밥을 다 먹은 뒤 젓가락을 내려놓고 휴지로 입을 닦는 모습을 보며 차우미는 그가 잘 먹었다는 것을 알았다.차우미도 시름을 놓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이제야 다른 생각 없이 사람들의 말을 잘 들을 수 있었다.원래는 밥을 다 먹은 뒤에 평소처럼 일 얘기를 했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다들 회의실에서 토론하는 것처럼 토론하고 있었고 토론하고 있는 주제도 달랐다.“이 물건은 아주 중요한 물건이야. 이건 아주 큰 일이기에 자료도 반드시 잘 찾아봐야 해. 우리 쪽에서도 요 두 날째 자료를 확인해 봤지만 진행이 엄청 느려.”하종원이 요 며칠 사이에 겪은 문제점들에 대해서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고 진정국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 후세 사람들과도 관계가 있기에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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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우렁찬 하성우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차우미에게 쏠렸다. 하종원이 입을 열었다.“우미야, 그래 네 생각은 어떠냐?”하종원의 목소리에 차우미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모두 그녀를 주시하며 그녀의 의견을 기다렸다.한참을 생각하던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저는 우리가 잠시 일을 멈추고 자료를 찾는 팀과 조각의 대략적인 범위를 찾는 팀으로 먼저 나눠야 한다고 봐요. 대략 적인 범위가 나오면 조사를 하는 것도 더욱 쉬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하종원과 진정국이 그녀의 말에 동의했고 진정국이 입을 열었다.“확실히 우리 쪽에서 자료를 찾는 게 효율이 너무 낮아요. 속도도 느리고. 전 우미의 말에 동의합니다.”하종원은 차우미의 말에 동의하며 그녀를 바라봤다.“정국의 말이 맞아. 우미의 건의가 아주 좋았어.”말을 마친 하종원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여러분의 의견은 어떤가요?”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우미의 말이 맞습니다.”“제가 보기에도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젊어서 그런지 머리가 우리보다 빨리 돌아가네요. 차우미의 생각이 아주 좋습니다.”모두들 차우미의 말에 동의하자 하종원은 웃는 얼굴로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손에 찻잔을 들고 눈을 내리깐 채 아무 말이 없었지만 듣고는 있었다.차우미를 바라보는 하종원의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그는 자애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우미야, 다른 생각도 있으면 말해 봐. 모두들 듣고 토론하게. 지금 저녁 시간이어서 모두 시간이 있어.”고개를 숙인 채 한참 생각하던 차우미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지금은 이것밖에 생각이 안 나요. 자세한 건 제가 돌아간 뒤에 한 번 생각해 볼게요.”생각이 나지 않는 걸 생각해 둔 게 있다고 말하는 차우미가 아니었다. 그녀는 솔직했다.차우미는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한 해결방안을 생각해 낼 수 없었기에 돌아간 뒤 요 며칠 사이에 나눴던 토론과 자료들을 근거로 대비하고 분석하며 더 괜찮은 해결방안을 생각해 보려 했다.역사 문화가 전승되는 일은 하루아침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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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상준 씨가 감기에 걸린 것 같아.”차우미가 확실하지 않다는 말투로 말했다.백 퍼센트 확신이 없으면 확실하게 말을 하지 않는 차우미였다.차우미의 말을 들은 하성우는 멍해졌다.“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나상준이?”하성우는 무슨 황당한 말을 들은 사람처럼 멀지 않은 곳에서 하종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나상준을 바라봤다. 줄곧 건강하던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니 믿기 힘들었다.‘말도 안 돼.’그리고 하성우가 오늘 나상준을 주의해 본 바에 의하면 아픈 기색이 전혀 없이 멀쩡했다.‘상준이가 아픈걸 차우미는 어떻게 알았지?' 상준이가 자신이 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차우미에게 말했나?’눈을 깜빡이던 하성우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엄살 부리고 있네. 그런 게 아니라면 차우미가 상준이를 챙겨줄 이유가 없잖아. 대박, 정말 대박이네.’보아하니 나상준이 그날 밤 하성우가 했던 말을 들은 것 같았다.차우미가 강하게 나오는 걸 싫어하기에 빛을 보게 되는 그날까지 천천히 부드럽게 다가가기로 한 듯했다.하성우는 나상준이 아프다는 말을 믿지 않는 듯한 눈치였다. 예전에 차우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한참을 생각하던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상준 씨, 목소리가 이상해.”나상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하성우의 표정이 굳었다.그러나 차우미의 말을 들은 하성우는 이내 엄숙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형수 말을 듣고 보니 진짜 그러네.”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하성우가 엄숙한 목소리로 말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차우미는 하성우가 오버한다고 생각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나상준이 정말 감기에 걸렸다면 일에도 영향을 미칠 게 뻔했다. 나상준은 일에 대한 열정이 큰 사람이었기에 몸이 불편하다고 해도 일을 하러 갈 사람이었다. 일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될까 봐 차우미는 걱정이 되었다.차우미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하는 모습을 본 하성우는 웃고 싶었다.‘너무 잘 속는 거 아니야?’하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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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형수, 집에 있는 꽃을 오래 보면 신선한 느낌이 없어진다는 거 알아. 그러나 집 꽃의 아름다움은 절대 들꽃이 대체할 수 없어.”하성우는 나상준의 좋은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친구니까 돕는 게 당연했다.마치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사람을 바른길로 안내하고 있는 듯한 하성우의 말에 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성우 씨 말이 맞아. 들꽃보다 집 꽃이 좋지. 그러니까 성우 씨, 나연 씨에게 잘해 줘.”그녀의 말을 들은 하성우는 멍해졌다. 그는 금세 뭔가 생각이 난 듯 허벅지를 치며 말했다.“어머, 내 기억력 좀 봐. 남의 일에만 신경 쓰다가 나의 일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잖아.”그는 차우미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하성우가 차우미를 잡아 끌 때 그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하종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나상준이 담담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성우는 재빨리 차우미를 놓아주며 입을 열었다.“형수, 이쪽으로 와.”그는 차우미에게 손을 대지 못하고 손짓하며 그녀에게서 한 발짝 떨어졌다.잔뜩 놀란듯한 하성우의 표정을 보면서 차우미는 의아했지만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듯한 하성우의 표정을 보고는 그를 따라갔다. 그와 한 발자국 떨어져서 선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무슨 일 있어?”조금 전 나상준의 무서운 표정을 본 하성우는 그녀에게 더는 다가가지 못했다.나상준은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었다.차우미의 물음에 하성우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입을 열었다.“나연이가 내일 돌아오겠대. 형수, 형수도 알다시피 나 요즘 일 때문에 놀지도 못하고 엄청 바빴잖아. 그런데 나연이는 내가 노는 줄 알고 이번에 돌아오겠대. 내일 나 대신 증인 좀 서줘. 나연이한테 말 좀 잘 해줘.”간절하게 말하는 하성우의 모습에 한참을 고민하던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하성우.”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차우미의 모습에 하성우가 긴장하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응, 형수.”하성우는 놀기를 좋아하며 길들이기 어려운 야생마와 같았고 심나연은 뜨거운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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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하지만 난 있는 그대로만 얘기할 거야. 성우 씨를 대신해서 거짓말 같은 건 하지 않을 거야.”하성우는 차우미가 동의 할 줄 알았지만 이렇게 많은 말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조용히, 평온하게 말하는 그녀의 말이 하성우의 마음에 와닿았다.하성우는 말없이 조용히 있었다.하성우의 진지한 표정을 본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소중히 생각할지 아니면 그만할지, 잘 생각해 봐.”말을 마친 차우미는 원래 서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끊임없이 달리는 차들을 바라봤다.모든 사람이 사랑을 좇고 있다. 하지만 사랑에는 많은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구속, 자율,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야 한다. 만약 그러지 못하면 요괴가 이 기회를 틈타고 들어와 널 집어삼키고 어렵게 얻은 사랑과 소중한 것들을 빼앗아갈 것이다.그러면 모든 게 사라지겠지.그녀는 평상시에는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았지만 하성우가 심나연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소리 했다.좋은 것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잃은 다음 후회를 해봤자 그때는 이미 늦었다.하지만, 많은 사람은 잃은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곤 한다.그녀가 늘 조심하며 자신을 단속하는 것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고통 속에서 후회하기 싫어서였다.다행히도 그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후회를 해본 적이 없었다.앞으로도 그녀는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잘할 것이다.나상준은 멀지 않은 곳에서 하종원과 얘기를 나누며 때때로 차우미를 바라봤다.하성우와 말을 마치고 돌아온 차우미는 평온한 눈빛으로 원래 자리에 서서 오고 가는 차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바라봤다. 달빛 아래 가로등이 길을 밝히고 있었고 차들 소리와 사람들 말소리가 소란스러웠지만 그녀는 조금도 영향받지 않는 듯 그렇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녀는 그녀 자신으로 살아갔다. 그녀가 어떤 사람이면 영원히 그대로 변하지 않고 말이다.나상준과 얘기를 끝낸 하종원이 걸어와서 차우미를 보며 웃었다.“우미야, 난 이만 먼저 가볼게.”하종원의 말을 들은 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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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갑자기 기침을 하는 나상준을 보며 차우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그녀는 나상준의 기침 소리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 몇 달, 심지어 일 년 안에 그의 기침 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좁은 공간에서 그가 기침했다.여덟 시가 넘은 밤은 어두웠다. 도시의 불빛이 이 밤을 밝혀주고 있었다. 차 안에는 불을 켜지 않았지만 밖의 불빛이 비춰들어 왔기에 차우미는 나상준의 표정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기침을 한 탓인지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차우미가 입을 열었다.“어디 불편해?”그녀가 관심하며 물었다. 만약 나상준의 기침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묻지 않았겠지만 들은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나상준은 뒷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모습이 많이 아픈 것 같았다.차우미의 말이 귓가에 들려왔지만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말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많이 아파 보였다. 아까 밥을 먹을 때부터 아픈 것 같았지만 그가 밥을 남기는 사람도 아니었고 사람들 앞에서 그녀가 집어준 음식을 먹지 않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았기에 먹고 싶지 않아도 먹은 듯했다.지금은 옆에 다른 사람들이 없기에 나상준도 아픈 내색을 비췄다.생각하던 차우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프면 병원에 가자.”차우미는 이랬다. 자신에게 잘해주면 똑같이 잘해줬다.차우미도 심장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자신만의 철칙이 있었고 결코 무정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따뜻하며 보답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나상준은 여전히 말없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잠들었는지 차우미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했다.그러나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지 않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사람이 아플 때면 확실히 말하고 싶지 않다.차우미의 미간이 더욱 구겨졌다. 그녀가 나상준을 알고 난 이후 나상준이 이 정도로 아파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많이 심각해 보였다.그는 자신의 감정을 줄곧 드러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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