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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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지난번에 이 남자 때문에 직장을 잃을 뻔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렸다.그 로펌은 그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찾은 직장이었고 지금까지 성징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노력과 피땀이 작용했다.만약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로펌을 나오게 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과 같았다.소은지는 처음부터 이 재벌가 도련님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자신의 이득만을 쫓으며 서민의 생계를 아무렇지 않게 짓밟는 이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그들이 사는 세상에는 평등과 존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더 혐오스러웠다.강이한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조형욱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대표님.”“이유영 지금 어디 사는지 당장 알아봐.”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조형욱에게 전해졌다.홍문동을 나간 뒤로 줄곧 소은지의 오피스텔에 같이 사는 줄로만 알았는데 또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그는 저도 모르게 해외 기사를 떠올렸다.소은지네 집에서 나갔다면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생각할수록 의심만 깊어졌다.잠시 후, 조형욱에게서 답장이 왔다. 유영이 순정동에 산다는 소식이었다.보고를 들은 순간 강이한의 분노가 폭발했다.“지금 순정동이라고 했어?”“네, 옮긴지 좀 된 것 같아요.”조형욱이 말했다.순정동 땅이 얼마나 비싼지, 강이한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곳에 저택을 구매하기 위해 수많은 인맥을 동원했는데도 구매하지 못한 땅이었다.그런데 유영이 순정동으로 이사했다니!대체 그 집 주인이 누굴까?“그 집 누구 명의로 되어 있어?”강이한이 이를 으드득 갈며 물었다.순정동 집주인의 신상은 여태 공개된 적 없었다.그래서 아무리 능력 좋은 조형욱이라고 해도 단기간에 알아내는 건 불가능했다.“당장 그것부터 조사해!”강이한이 차갑게 명령했다.전화를 끊은 강이한의 주변으로 싸늘한 냉기가 스멀스멀 풍겼다.대체 무슨 재주로 순정동에 들어갔을까?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그의 두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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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순정동.강이한의 차는 대문 앞에서 멈추었다. 청하시 최고급 별장 단지답게 경비도 삼엄하고 눈이 가는 곳마다 휘황찬란했다. 순정동 설계도면이 공개됐을 때, 수많은 재벌들이 구매하려고 줄을 섰었다.하지만 넓은 면적에 비해 지어진 별장은 고작 세 채에 불과했다.박연준의 차가 뒤늦게 대문으로 들어왔다.강이한은 차창을 통해 유영의 얼굴을 보았다.순간 그의 가슴이 차갑게 식었다.이 시간까지 박연준과 같이 있었던 걸까?그리고 이때, 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조형욱이었다.“말해!”“대표님, 순정동 주민의 개인정보는 워낙 꽁꽁 숨겨져 있어서 조사가 쉽지 않았어요. 다른 두 명은 알아낼 수도 없고 현재 확인된 입주민 중에 박연준 대표님이 있네요.”이로써 강이한의 추측이 확실해졌다.이 시간에 같이 돌아온 것 자체가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핸드폰을 잡은 그의 손이 하얗게 질렸다.“일단 알았어.”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강이한은 바로 유영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여자는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같이 돌아왔다는 건 같은 집에 산다는 의미일까?해외에 있는 남자는 그녀에게 포르쉐를 사주고 지금은 박연준과 같이 생활한다니!이게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사실 박연준의 저택은 단지 맨 안쪽에 있었고 유영의 저택은 중간 위치에 있었다.유영이 장난치듯 말했다.“우리가 이웃사촌일 줄은 몰랐네요.”비록 이웃이라고는 하지만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입주민 간에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들어가요.”박연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유영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출근할 때 같이 갈래요?”박연준이 차에서 내리는 유영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유영도 살짝 당황하며 걸음을 멈추었다.박연준과 같이 출퇴근하면 아주 편할 것 같지만 귀찮은 일들이 생길 위험성이 따르기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비서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요.”“그래요.”박연준도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차에서 내린 유영은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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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지금 생각해 보면 유영과 결혼할 때도 가족들의 반대에 이렇게 강하게 밀어붙였던 것 같았다.“이유영!”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실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영이 무심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당장 나와!”유영은 한숨이 나왔다.“나 지금 순정동 대문 앞이야.”유영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마치 바람난 마누라를 잡으러 온 남편의 말투였다.귀찮아질 것 같아서 거처를 숨기려 한 건데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다.유영은 이 남자가 외삼촌과 자신의 관계까지 밝혀내기 전에 이 관계를 끝내고 싶었다.“안 나오면 너랑 박연준 내일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나갈 거야!”유영이 말이 없자 남자의 성난 고함이 들려왔다.“그건 또 무슨 소리야?”여기서 왜 박연준이 나오지?전에는 소은지의 커리어로 협박하더니 이제는 대상을 바꿔 박연준이었다.“무슨 소리인지 몰라? 둘이 같이 들어가는 거 내가 다 봤어. 이유영, 당신 이렇게 헤픈 여자였어?”말할수록 강이한은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수화기 너머로 라이터가 딸깍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긴 숨소리가 들려왔다.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양이었다.얼마나 짜증이 났으면 저럴까 싶었지만 짜증 나는 건 유영도 마찬가지였다.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지금 나갈게.”왜 강이한이 이토록 이성을 잃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그녀가 박연준의 차를 타고 돌아오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순정동 입구.강이한에게서는 싸늘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10년을 사랑했던 여자였고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던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전혀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 같았다.10년 동안이나 그의 옆에서 연기를 했던 걸까?이게 그녀의 본모습일까?유영은 그와 멀리 떨어져서 차에 앉은 남자에게 말했다.“할 얘기 있으면 해.”“나한테 해명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니야?”강이한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그는 여자의 당당한 태도에 또 한번 화가 치밀었다.“우리 곧 이혼할 사이야. 내가 뭘 해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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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나랑 같이 살 때는 다 죽어갈 것처럼 하더니, 박연준한테 가면 인생이 편해질 것 같아?”유영은 착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는 세강의 며느리로 살면서 불행했던 그녀의 삶마저 그녀의 탓으로 돌리는 걸까?시어머니가 자신을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도 내 탓이라는 걸까?그의 가족들이 그들의 아이를 죽였는데 그것도 내 탓인 걸까?강서희가 볼 때마다 시비를 걸어댄 것도 내가 먼저 잘못해서 그랬다는 걸까?이 남자 옆에서 자존심을 굽혀가며 살아온 세월들이 갑자기 허무해졌다.겉보기에는 항상 유영을 지켜주려 했지만 사실 마음 속으로는 자신의 가족들 편에 서서 유영을 평가했던 게 아닐까?진영숙이 유영을 외부인 취급했지만 어쩌면 강이한도 한 번도 그녀를 진짜 가족으로 대하지 않았을 수 있었다.“난… 당신이 사는 세상에 적응하려고 최선을 다했어. 결국… 돌아오는 건 이런 거구나.”유영이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여자의 작은 얼굴에는 실망감과 싸늘함만 가득했다.강이한의 분노와 여자의 얼굴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난 당신과 살면서 한 번도 스스로 결정을 내려본 적 없어. 그때는 모두를 위해 내가 양보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유영이 계속해서 말했다.그녀가 바보라서 계속 양보만 한 게 아니었다.자신을 위해 사는 삶이 어떤 건지 그때는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그녀가 차갑게 뒤돌아섰다.등 뒤에서 남자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 바라는 대로 해줄게.”유영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덤덤히 대답했다.“고마워. 내일 법원 앞에서 봐.”결국 여기까지 와버렸다.이제는 마무리를 지을 때였다.지난 생의 아픔을 다시 경험하기 싫어서 먼저 이별을 택했지만 그가 알겠다고 하는 순간, 가장 아픈 건 그의 입에서 이별의 말을 듣는 순간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그들의 10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아주 잔인한 조건과 함께.강이한이 말했다.“망막 기증해 줘.”유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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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인지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분노에 그의 준수한 얼굴이 험하게 일그러졌다.그에게서는 진한 살기마저 풍겼다.“내일 아침 아홉 시, 법원 앞에서 만나.”그 말을 끝으로 유영은 홀연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강이한은 고집스러운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남자의 두 눈에 진한 아픔이 서렸다.그녀에 대한 실망감과 배신감이 뒤섞여 그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니면서도 그에게서는 멀어지려고 하는 그녀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그는 치미는 분노를 담배로 달랬다.다음 날.법원 앞에 도착한 강이한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유영을 보았다. 그녀는 오늘 깔끔한 오피스룩에 머리를 위로 올린 모습이었다.그는 그제야 그녀가 자신을 떠나도 잘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을 이루기까지 그녀가 한 일들이 혐오스러웠지만.강이한이 차에서 내려 다가오자 유영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들어가자.”평온하고 담담한 말투였다.강이한은 어두운 표정으로 과거에 사랑했던 그녀를 바라보았다.평생 지켜주고 싶던 여자인데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다.그는 길게 심호흡하며 감정을 갈무리했다.“이유영 나를 떠나서 얼마나 잘 사는지 두고 보겠어. 나중에 후회하며 나를 찾지나 마.”강이한이 분개한 얼굴로 말했다.박연준, 정국진 모두 좋은 남자라고 볼 수는 없었다.그녀가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들겠다면 말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심연을 마주한 순간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해졌다.유영은 담담한 얼굴로 그를 힐끗 바라보고는 비웃듯 말했다.“그런 날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그 사람들이 장님이 된 널 영원히 지켜줄 것 같아?”유영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조금이라도 남았던 그 미련조차 남자의 한 마디에 깡그리 사라졌다.유영은 덤덤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다.조금의 주저도, 미련도 없는 모습에 강이한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이혼 서류를 접수하는 절차는 단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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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유영은 강이한이 갑자기 생각을 바꿀까 봐 초조했다.오래 지속되었던 싸움이고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세강의 안주인이라는 자리는 그녀에게 족쇄와도 같았다. 여론의 질타와 비난이 그녀를 숨막히게 했다.그녀가 뭐라고 말을 하려던 순간 남자가 입을 열었다.“고민 끝났고 이대로 처리해 주세요.”그 말을 하는 그의 표정에는 더 이상 흔들림이 없었다.어쩌면 이혼이 서로에게 해방일 수도 있었다.지금 이 상태로 계속 지속하다가는 서로의 추한 모습만 계속 보게 될 것 같았다.법원에서 나올 때, 두 사람의 손에는 이혼 서류가 한 장씩 들려 있었다. 손잡고 혼인신고하러 왔을 때랑은 확연히 상반되는 모습이었다.그때는 이런 날이 올 줄을 알았을까? 그때는 서로에 대한 무한한 확신만 있었고 언젠가 헤어질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유영이 자신의 포르쉐로 향해 가자 강이한은 갑자기 갑갑함을 느꼈다.하지만 이제는 남남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면서도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다.그가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가며 말했다.“가자.”유영이 고개를 돌리고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딜 간다는 거야?”“병원.”강이한이 말했다.유영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잊지 마, 이혼하기로 한 조건은 망막을 기증하는 거야.”강이한이 차갑게 말했다.그녀가 그의 사랑을 거부한다면 처참하게 망가뜨릴 생각이었다.지금부터 더 이상 그녀에게 그 어떤 애정도 주지 않을 것이다. 남은 건 배신감과 복수심뿐.유영이 웃었다.예쁘장한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했다.“잠이 덜 깬 것 같네.”말을 마친 유영이 뒤돌아섰다.강이한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지금 날 가지고 논 거야?’그랬다. 이혼을 위해 그러겠다고 대답했을 뿐, 진짜로 실행에 옮길 생각은 없었다.지금의 유영은 그가 하자는 대로 다 하던 나약한 여자가 아니었다.강이한과 이혼한 유영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소은지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 파티도 약속했다. 소은지는 소식을 듣고 연차를 낸다며 서둘렀다.그들은 유영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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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그녀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유영을 바라봤다.그런 조건에 동의한 유영을 이해할 수 없었다.유영은 창백하게 질린 친구를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나도 놀랐어. 그런 유치한 조건까지 내걸 줄은.”지난 생에 한번 경험한 일이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그래서 주겠다고 했어?”소은지가 물었다.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제안을 거부했더라면 이혼 서류에 도장도 찍지 못했을 것이다.소은지는 이런 조건에 동의한 친구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사람이 시력을 잃으면 그때부터 암흑 속에 사는 건데 그걸 동의했다니!생각만 해도 속이 갑갑하고 울렁거렸다.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겠다고 했지.”“너 미쳤어?”“내가 정말 그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들어줬을 리 없잖아. 안 주면 그만이야.”“그러니까….”소은지는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유영은 조건에 동의했지만 그건 단지 이혼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었다.이혼 서류에 도장까지 찍었으니 그 말도 안 되는 약속은 번복하면 그만이다.그녀에게서 망막을 빼앗기 위해 이혼 서류에 사인했을 강이한을 보니 사람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처음부터 유영이 망막을 기증하기 위해서 이혼까지 거부했던 게 아닐까?세상에 이 사람보다 더 매정한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이미 매정하다는 말로 그를 형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그러니까 그냥 무시하면 된다는 거지? 그쪽에서 가만히 있을까?”“이혼까지 했는데 뭘 하든 내 알 바는 아니지. 무시하면 돼.”“정말 이대로 포기할 것 같아?”“산 사람의 망막을 뜯어내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건 위법 행위야.”유영이 웃으며 말했다.변호사인 소은지가 더 잘 아는 상식이었지만 친구의 일이다 보니 이성이 날아가서 그것까지 생각을 못했다.유영이 약속을 번복했다고 해서 강이한이 유영에게 소송을 걸 방법은 없다는 얘기였다.“너무 놀라서 그것까지 생각을 못했어.”만약 유영이 이혼을 위해 정말 그 제안에 동의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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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오후에 유영은 사무실로 나갔다.조민정이 정리한 자료를 가지고 그녀의 사무실로 왔다. 대충 검토하고 사인을 마치자 조민정은 서류봉투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이게 뭐예요?”유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지난번에 요구하셨던 병원 쪽 자료입니다.”“벌써 조사를 끝마쳤어요?”유영이 놀라며 말했다.“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없죠. 10억을 주고 진실을 밝혀냈으니 나쁘지 않은 거래였어요.”10억이나 나갔다는 말에 유영은 살짝 가슴이 아팠다.강이한과 결혼하고 이제는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절대 작은 숫자는 아니었다.서류에 적힌 진실을 마주한 순간, 유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네요.”예쁜 얼굴에 냉기가 스치고 지나갔다.거기에는 한지음과 병원 내부 관계자가 돈을 주고받은 입금 기록과 영상이 들어 있었다.한지음이 멀쩡하게 병원을 돌아다니는 영상이었다.유영은 이 영상을 본 강이한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척 기대가 됐다.한지음의 시력을 되찾아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했고 10년을 함께한 조강지처에게까지 마수를 뻗치려 했던 남자였다.그렇게 정성 들여 보살핀 여자의 추악한 이면을 마주했을 때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조민정이 물었다.“일단은 그냥 가지고만 있죠. 아직은 거기 신경 쓸 시간이 없어요.”최근 그녀는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넘쳐나는 의뢰를 처리하기도 바빴다.병원 쪽에서도 수상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진영숙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한지음의 손을 잡았다.“네가 고생이 많아.”“아줌마….”한지음이 울먹이며 말끝을 흐렸다.“네 오빠가 목숨을 바쳐 도와준 덕분에 우리 이한이가 살 수 있었어. 그때는 지석이가 고아인 줄 알고 아무것도 못해줬는데 이렇게 여동생이 멀쩡히 살아 있을 줄이야.”오빠 얘기가 나오자 한지음의 얼굴에 짙은 슬픔이 드리웠다.“다 지난 일인걸요.”“왜 진작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이한 씨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아줌마가 속상해하실 거라면서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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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그때는 한지음도 강이한에게 완전히 마음을 주지는 않은 상태였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그래서 갑자기 태도가 바뀐 진영숙을 보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조차 난감했다.“아줌마….”진영숙이 말했다.“걱정 마. 내가 다 해결해 줄게.”그녀는 한지음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한지음은 괜찮다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너무 먼 곳까지 와버렸다.‘아니야, 약해지면 안돼! 이유영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려면 아줌마 도움이 필요해!’한지음은 이혼으로 부족했다. 비록 강이한과 이혼했지만 유영은 여전히 활개치며 살아가고 있었다.그녀가 원했던 것은 이런 게 아니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강이한이 아니라 유영이 지옥으로 떨어지는 결말이었다.“감사해요, 아줌마.”한참 고민을 마친 뒤, 한지음이 말했다.진영숙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불쌍한 아이에게 온기를 전해주고 싶었다.이 세상에 가족 하나 없이 혼자 살아가는 불쌍한 아이였다. 유일한 혈육인 오빠는 강이한을 구해주려다가 죽음을 맞이했다.“솔직히 너를 양녀로 입양하고 싶지만 최근에 너도 알다시피 우리 가문에 대해 말이 많잖아. 지금은 시기가 아닌 것 같아.”한지음이 안타깝지만 세강의 이미지도 고려해야 했다.만약 지금 이 시점에서 한지음을 양녀로 들이면 세강은 또 온갖 여론을 몰고 다닐 것이다.“이해해요.”한지음이 말했다.“이한 씨도 그걸 걱정해서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던 것 같아요.”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들이 진영숙을 소외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강이한은 유영과 싸우느라 바쁘고 한지음도 모든 신경을 유영에게 쏟았다.하지만 진영숙은 그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더 애잔한 눈빛으로 한지음을 바라보았다.한지음의 병실을 나온 진영숙은 주치의를 만났다. 하지만 주치의는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라졌다고 했다.진영숙은 묻고 물어서 한지음이 처한 상황을 듣게 되었다. 망막 이식이 시급하다는 내용이었다.병원에서 나온 진영숙은 곧장 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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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진영숙이 탄식하며 말했다.“지음이한테 망막을 이식해 주는 조건으로 원하는 대로 다 줘. 지음이한테 시간이 얼마 없다고 들었어.”비록 강이한도 그런 결정을 내렸었지만 엄마의 입에서 그 말을 듣자 저절로 숨이 막혔다.유영이 멀쩡한 망막을 떼서 한지음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는 가슴이 아팠다.“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거예요.”강이한이 단호하게 말했다.전에는 그 역시 이런 식으로 유영에게 압박을 가했지만 사실 그녀가 시력을 잃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손을 뻗으면 끝없는 어둠이 펼쳐진 그런 세상에 산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 숨이 막혔다.서투르게 손을 뻗으며 주변을 더듬거리며 힘겹게 걷는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익숙하지만 안쓰러운 모습에 그는 저도 모르게 손발이 흠칫 떨렸다.‘아… 아니야! 최근에 피곤해서 환각이 보였나 봐!’비록 유영에게 많이 실망하고 배신감도 느꼈지만 그런 모습은 그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자존심 강한 그녀가 밥 먹는 것조차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그런 고통을 감당해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안 돼! 그렇게 되면 이유영은 차라리 죽는 것을 택할 거야!’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이 저릿하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진영숙은 아들의 이상한 표정을 보고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너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래? 땀 좀 봐!”집안의 온도는 적절했고 땀을 흘릴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강이한은 진지한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 생각, 포기하세요.”“이한아!”“제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거예요.”한지음에게 광명을 되찾아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그렇다고 유영을 시각장애인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진영숙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녀가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지금도 걔 편을 드는 거야?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이야? 걔가 최근에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다 잊었어?”이혼도 하지 않고 해외로 가서 늙은 남자랑 바람이 난 며느리였다.그것만 생각하면 진영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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