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은 절대 안돼: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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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조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유선우가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하듯 바라보았다.“지금 바로 B시로 가서 처리할게. 너한테 영향 주지 않도록 이번 일 꼭 묻을게.”조은서의 눈동자가 희망을 잃은 듯 힘없이 바닥을 향했다.한참이 지나서 그녀가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어떻게 묻어요? 무려 10만 리트윗인데. 어떻게 묻냐고요!”유선우는 손을 꽉 쥐더니 떠났다.백아연이 벌인 일은 조씨 가문과 YS그룹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만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YS그룹의 주식은 오늘 당장 하한가로 떨어질 수 있다.유선우가 극장의 출구로 걸어갔다.그가 참지 못하고 뒤돌아 조은서를 보았으나, 조은서는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스포트라이트 아래에 선 그녀는 그토록 연약하고 쓸쓸해 보였다.조은서가 극장 책임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혼자 있고 싶은데. 그래도 돼요?”그녀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던 책임자가 얼른 대답했다.“당연히 됩니다. 얼른 여길 정리할 테니 얼마든지 계세요. 우리 극장은 오후 6시에 마감합니다.”조은서가 낮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인사했다.사람들이 모두 극장을 떠난 후, 조은서는 다시 바이올린을 들고 눈을 감은 채 마스네의 을 연주했다. 이는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던 곡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여름밤이면 어머니는 어린 은서를 껴안고 가볍게 흥얼거리곤 했다. 그리고 어머니의 따스한 품에서 은서는 달콤한 잠을 청했다.흘러나오는 바이올린 소리에 우울함이 담겨있다. 힘을 너무 세게 준 탓에 현이 끊어져 버렸다...조은서는 바이올린을 천천히 내려놓았다.같은 자리에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조승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 번을 다시 걸어서야 통화가 연결되었다.서로가 말이 없다.전화 속에서 들려오는 가쁜 숨결이 아버지가 이 일을 알고 있음을 알려주었다.조은서의 목이 메왔다.“아빠. 죄송해요.”한참을 침묵을 지키던 아버지가 30여 초가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목멘 소리가 나왔다.침묵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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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B시로 돌아온 조은서는 공항에서 차를 몰고 바로 산소로 향했다.초겨울의 찬 바람이 살을 에는듯하다.블랙코트를 입은 그녀가 한 손에 어머니가 생전 좋아하던 데이지꽃을 들고 서 있다. 어머니의 웃는 얼굴을 응시하며 찬 바람을 아랑곳 하지 않고 꿋꿋이 서 있다.어머니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기억 속의 어머니는 부드럽고 다정한 사람이었고 아버지와 무척 사이가 좋았다. 저녁 무렵 진이 정원에 차 경적이 울리면 어머니는 그녀를 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아버지를 맞이했다. 아버지는 먼저 어머니와 가볍게 입을 맞추고 그녀를 품에 안고 묻는다.“우리 은서 아빠 보고 싶었어?”“보고 싶었어요!”“오빠 하교하면 아빠랑 같이 데리러 가고 싶어요!”“오케이! 그럼 엄마 그림 그리는 거 방해 하지 말고 같이 데리러 가자!”...어린 은서는 검은색 캠핑카에 앉아 뒤차 창을 통해 어머니를 바라본다. 어머니는 어깨에 숄을 걸친 채 정원에 서 있다. 곁에는 매화나무 한 그루가 예쁘게 꽃을 피웠고 어머니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짓고 있다.눈물 한 방울이 속절없이 떨어졌다.조은서는 허리를 숙여 데이지꽃을 어머니의 묘비 앞에 내려놓았다.그녀는 생각했다. 이른 봄이 오면 이곳에 매화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겠다고. 이제 겨울이 다시 오면 어머니가 그녀를 안고 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릴 것이다...*저녁 무렵 그녀는 별장으로 돌아왔다.그녀가 돌아온 것을 본 고용인이 긴장된 표정으로 다가왔다. 말투도 몹시 조심스러웠다.“사모님 돌아오셨어요? 주인님께선 회사에서 전화하셨어요...”조은서는 유선우와 관련된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계단을 오르려다 걸음을 멈추고 낮게 말했다.“집에서 안 먹을 거니 제 저녁밥은 준비 안 해도 돼요. 수고하세요.”고용인이 영문을 몰라 멍하니 서 있었다.조은서는 2층으로 올라가 큰 캐리어 하나를 끌고 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렇다. 유선우와 별거할 것이다.아직 그를 떠나 생활할 능력이 안 된다고 할지라도도 그와 동침하고 한 지붕 아래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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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빠져나가려는 그녀가 힘껏 유선우의 얼굴을 꼬집었다.얼마나 세게 꼬집은 건지 금방 멍이 들었다.잠시 후 조은서의 스타킹이 벗겨져 침대 끝머리에 던져졌다...유선우가 입술을 맞댄 채 연인처럼 중얼거렸다.“절대 가게 두지 않을 거야! 난 백아현 좋아한 적 없어. 근데 나도 말할 수 없는 사정이란 게 있다고. 우리 전에 행복했었는데...”조은서의 검은색 머리칼이 흰 침대 시트에 늘어뜨려졌다.단정하게 입었던 옷이 마구 흐트러졌다. 나약한 몸은 저항조차 할 수 없다.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유선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제발 절 강요하지 마세요.”그의 눈동자가 깊어졌다.“뭐?”조은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우린 아직 공적으로 부부 사이죠. 선우 씨도 스캔들이 생기는 건 원하지 않겠죠? 더 이상 절 강요한다면 어떤 미친 일을 저지를지 몰라요. 내일, 모레, 혹은 일주일 후에라도 유씨 가문 대표가 아내에게 배신당한 뉴스가 B시 전체에 퍼져요. 대중들은 당신의 그 내연녀 뉴스보다 아내한테 배신당했는지 여부가 더 궁금할 것 같은데요. 그럼 당신의 비즈니스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당신은 또 어떻게 나가서 비즈니스를 논하겠어요?”유선우는 화내지 않고 되레 웃었다.“그런 건 누가 알려줬어? 아니면 혼자 터득한 건가?”조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유선우의 눈을, 표정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그제야 유선우가 그녀를 풀어주었다. 그렇게 자신을 싫어하는데, 더 이상 강요하면 정말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지훈이나 허민우를 찾아가 작당할 수도 있었다.정말 독하기에 그지없다.청출어람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이제 그를 놓을 수 있게 된 걸까. 어느 쪽이든 유선우에게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다.그가 몸을 일으켜 침대 옆에 서서 태연하게 말했다.“보내줄게. 근데 이혼은 안 돼. 너도 더 이상 날 조급하게 만들지마.”유선우에게서 풀려난 그녀는 무사히 떠날 수 있었다.이때에야 그녀는 두 다리가 나른해져 힘이 빠졌음을 느꼈다.유선우는 침실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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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고용인이 다시 위층으로 올라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주인님, 진 비서 오셨습니다.”유선우가 다이아반지를 들고 빤히 바라보며 대답했다.“아래층에서 기다리라고 해줘요.”진 비서가 1층 거실에 앉아있다.올 때 이미 고용인으로부터 조은서가 별거하겠다고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소식에 기뻐할 줄 알았으나 그녀는 기쁘지 않았다.유선우는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는 다소 지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가며 물었다.“얼마나 급한 일이길래 집까지 와서 말해?”말을 마친 그가 식탁 앞에 앉아 밥을 먹었다.혼자 먹으려니 왠지 쓸쓸한 기분이 들어 입맛이 별로 없다.진 비서 역시 어쩔 수 없이 온 것이었으므로 그녀는 한참을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그 일이 있고 난 뒤 아현 씨가 만나고 싶어 했지만, 연락도 받지 않으시고 만나주지도 않으셔서 병원에서 또 손목을 그엇답니다. 피를 많이 흘렸다고...”국을 뜨던 유선우가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히 대답했다.“몸이 그런데 더 흘릴 피가 있어?”그의 말로부터 백아현이 그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아낼 수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대응할지 물어보려 할 때 유선우가 국을 마시고 말을 이었다.“잘됐네. 나도 마침 백아현한테 물어볼 게 있어.”가볍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폭풍전야 같았다.진 비서는 감히 숨도 크게 내쉬지 못했다....밤 10시, YS 병원 최고급 VIP 병실.창백한 얼굴의 백아현이 힘없이 침대에 누워있다. 손등에는 바늘이 꽂혀 수혈 중이었고 백아현의 어머니가 시중을 들며 위로하느애썼지만 백아현은 여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다.문이 열리고 유선우가 걸어들어왔다.검은색의 클래식 정장은 유난히 냉담하고 차가워 보였고 백씨 모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그가 문 옆에 서서 진 비서를 향해 몸을 돌려 말했다.“어머님 모시고 나가줘. 둘이 얘기할 거야.”백아현의 어머니는 싫은 눈치였지만 결국 나갔다.병실 문이 닫히자 내부는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백아현의 앙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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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유선우가 조은서를 좋아한다. 그가 조은서를 의식한다.백아현이 갑자기 미친 듯이 악을 썼다.수혈하던 바늘을 뽑아버려 마른 손등에 피가 줄줄 흘렀다. 그러나 백아현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온통 분개한 얼굴로 쏘아댔다.“선우 씨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선우 씨의 결혼 상대는 나였어요! 선우 씨, 당신은 그 여자가 단순히 그 사고를 설계했다고 생각해요? 아니? 그 여자가 벌인 일은 많고 많아요! 그 여자는 나를 저속한 남자와 결혼하도록 했어요. 그 남자는 가정폭력범이었다고요. 죽도록 패는 가정폭력범! 전에 죽도록 맞아서 하혈했을 때,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늦어버려서 자궁을 떼어낼 수밖에 없었어요. 난 영원히 아이를 가질 수 없어요. 이제 불구가 된 거라고요. 그런데 조은서, 이 유씨네 사모님이란 사람은 온실 속 화초처럼 당신한테 예쁨 받고 있어요. 제가 질투하고 배 아파하는 게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누려야 할 걸 그 여자가 대신 누리고 있다고요! 유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는 이름도 원래는 내 것이었다고요!”말을 끝낸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었다.그가 또 중얼중얼 덧붙였다.“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해.”유선우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는 몸을 돌려 창문을 열어 밤바람이 병실의 피비린내를 환기하도록 했다. 뒤에 있는 백아현이 찬 바람에 심하게 기침했지만 유선우는 상관하지 않았다.그는 월계수를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100억 줄 거고, 외국에서 치료할 수 있게 할 거야. 너든 네 부모든 B시엔 다시 오지 마.”유선우는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났다.그가 병실을 나올 때 백아현은 침대에 앉아 울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잠시 후, 진 비서가 들어와 수표 한 장을 그녀에게 건넸다.백아현 몸을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선우 씨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진 비서가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 “3년간의 결혼생활 동안 아내에게 열렬히 사랑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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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다음날 이른 아침, 유선우는 회사로 가려던 참이었다.고용인이 이르길 누각에 누군가 두 가지 물건을 보내왔다고 했다.유선우는 소매 단추를 풀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물건은 어디에 있어요?”고용인이 정교한 종이상자 두 개를 들고 왔다. 고용인이 2층으로 옮겨주려 하자 유선우가 말했다.“제가 할게요.”그는 상자를 들고 2층으로 올라와 조심스레 열었다.그 두 물건은 복원을 거쳐 깨끗해졌지만 조은서가 당시 썼던 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일기장의 반은 조은서가 열심히 쓴 글이 적혀 있고 반은 백지장이었다.유선우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그 글들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의 표정은 부드러웠다. 이 글들을 보면 마치 은서가 18살 그때처럼 그를 열렬히 좋아하는 것만 같았다.그 사진을 한참을 보다가, 벽에 걸어두었다....3일 후, 조은서는 접대 자리에서 유선우를 만났다.그녀는 임도영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후원을 건의하려 했다. 와인 두 잔을 마신 후 상기되어 화장실에서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 조금 나은가 싶었지만 여전히 조금 불편했다.오늘 밤 계획은 실패할 것이 분명했다...조은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유선우의 부인이므로 절대 체면 세워줄 수 없다는걸. 그들이 별거한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어떻게 유선우를 개의치 않고 그녀의 음악회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화장실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거울에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유선우였다.두 사람의 시선이 거울 속에서 교차했다. 그의 단정한 옷차림과 늠름한 모습은 초라한 차림의 그녀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조은서는 금색 수도꼭지를 잠그고 떠나려 했다.얇은 손목이 그의 손에 잡혔다.그가 조은서를 확 끌어안는 바람에 그녀의 얼굴이 유선우의 재질 좋은 양복 외투에 닿게 되었다. 옷에서 드라이클리닝 섬유유연제 향과 옅은 담배 냄새가 섞여 코를 간지럽혔다.“놔요!”조은서가 낮게 말했다.그러나 유선우는 놔주지 않았다. 그리곤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샴페인 색의 실크 셔츠에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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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조은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괜찮아요. 그냥 조금 상기돼서.”그녀가 임도영의 손에 있는 외투를 받았다.“저 먼저 갈게요!”임도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었다.“제가 데려다줄게요.”조은서는 그에게 다른 해야 할 일이 남았음을 알고 있었다.“도영 씨도 술 마셨으니 똑같이 택시 불러야 할 거 아니에요. 저는 괜찮아요. 그리고 후원에 관한 일은...”임도영이 그녀를 향해 웃어 보였다.“에이. 그건 걱정하지 마요. 저랑 김재원이 있는데 뭘 걱정해요. 괜찮으면 저 들어가 있을게요. 이따가... 다른 일이 있어서.”그도 참 강경하다.백아현이 음악의 꿈을 포기한 이후 그는 단 한 번도 유선우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조은서는 감격했고 코트를 입고 임도영과 작별 인사를 했다.1층으로 내려온 이후.마침 택시 피크 타임이었으므로 조은서는 약 30분을 기다려서야 택시에 오를 수 있었다. 택시를 오를 때쯤 얼굴은 이미 얼어있었다.주차장, 검은색 벤틀리 차 안.유선우가 차에 앉아 조은서가 차를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두 가느다란 다리를 달달 떨었고 차가운 바람에 코트를 연신 여몄다... 그리고 이따금 초조하게 핸드폰을 보았다.이것이 진정 조은서가 원하던 삶이란 말인가?캠핑카도 기사도 없이 다른 사람과 술을 마시며 접대하고 웃는 얼굴로 눈치 보고... 그를 떠나고 조은서는 정말 행복한가?유선우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그는 진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김재원 쪽에 자금이 필요한 데가 있는지 알아봐. 그리고 은서 차 은서한테 가져다줘.”진 비서가 즉시 알아보겠다고 대답했다.이튿날 유선우의 대표 사무실에서, 유선우가 문서를 확인하고 있다.이때 진 비서가 문을 밀고 들어와 일정표 한 장을 책상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이것은 다음 해 김재원 씨에게 있을 32번의 음악회 장소 예정지가 표시된 지도입니다. 예정되었던 후원이 취소되면서 자금이 아주 부족합니다. 예상으로는 적어도 400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그리고...”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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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조은서도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매우 태연했다.유선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조은서가 받았고, 전화 속에서 유선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내려.”그를 바라보며 조은서가 담담하게 말했다.“선우 씨, 우린 이미 별거했어요. 내가 누구랑 왕래하든 선우 씨가 상관할 바 아니에요. 이제 당신 때문에 일부러 친구와 멀리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민우 씨 어머님 생신이어서 밥 먹으러 가는 거지, 바람 피우는 게 아니라고요.”“허민우가 너 좋아하는 거, 너도 알잖아!”“그게 어때서요? 백아현도 당신 좋아하잖아요. 그건 괜찮고요?”...조은서가 전화를 끊었다.차 유리를 사이에 두고, 그가 조은서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보았다. 얘기 도중 백아현의 이름이 나와서 그런 건가?맞은 편의 허민우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가속 페달을 밟기만 하면 두 차는 부딪힐 것이다.허민우의 차가 유선우의 차를 보기 좋게 긁으며 지나갔다. 그 순간 찢어질 듯한 마찰음이 귀를 강타했다.유선우는 종래로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하물며 상대가 허민우인데 어떻겠는가.그러나 조은서가 그 차에 있었다.그는 조은서가 다칠까 봐 두려웠다.검은색 벤틀리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고, 유선우 역시 뒤로 물러나 조은서를 떠나게 두었다. 차가 스쳐 지나갈 때 유선우가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조은서를 붙잡으려는 듯 했지만 결국 잡지 못했다.좋아해...이 세글자가 오랫동안 메아리쳤다. 그러나 들은 사람은 유선우 한 사람뿐이다.조은서는 가죽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멍하니 있다.눈에 눈물이 조금 고여있다.허민우가 백미러를 보고는 조은서를 힐끗 보며 작게 말했다.“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어때? 유 대표 이렇게 다른 사람 신경 쓰는 건 처음 보는데...”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지라 허민우는 유선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유선우는 아까 같은 상황에서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다.그런데도 사랑하지 않는다니.이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허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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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9화
조은서는 그가 이보다 더한 짓을 할까 봐 담담하게 말했다.“가요!”그제야 유선우가 그녀를 놓아주었다.조은서가 허민우와 작별 인사를 했고 허민우는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시간 나면 놀러 와. 엄마가 널 보고 싶어 해.”조은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유선우를 보지도 않고 곧장 검은색 벤틀리 차 옆으로 갔다. 그리고 조수석 문을 열고 차에 탔다.유선우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선 뒤 그녀를 따라 차에 올랐다.차는 빠르게 자리를 떴다.허민우는 어머니가 내려와 그의 옆에 올 때까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정주현이 아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엷게 웃었다.“어쩐지 그 아일 좋아하더라니.”허민우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엄마, 근데 늦었나 봐요.”정주현이 아들의 팔을 잡고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그럼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놔. 그리고 은서가 힘들 때 도와줘.”*유선우의 차가 빠른 속도로 달렸다.5분쯤 후, 차는 인적이 드문 한 도로변에서 끽 소리를 내며 멈추었다.얌전히 앉아있던 조은서가 입을 열었다.“오늘 민우 씨 어머님 생신이어서 퇴근하는 길에 데리러 온 것뿐이에요. 오해하지 마세요.”유선우가 어둠이 내린 창밖을 보며 대답했다.“나한테 해명하는 거야? 아니면 내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두려운 거야?”조은서는 솔직했다.“무슨 짓 할까 봐 그래요!”유선우가 담배 한 개비를 찾아 입에 물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기도 전에 다시 꺼버렸다. 이후에는 안전벨트가 풀렸다.그가 다가와 조은서의 어깨를 눌렀다.그가 조은서의 눈을 응시하며 낮고 가볍게 말했다.“그럼 허민우 좋아해? 걔랑 하는 거 상상해 봤어?”조은서가 그의 뺨을 때렸다.유선우는 그녀의 반응을 예상한 듯 피하지 않았다. 조금 전의 물음은 고의적인 도발이었다.차 안의 분위기가 미묘하다.조은서는 다투기 싫어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차 손잡이를 잡으려는 순간 유선우가 문을 잠가 버렸다.유선우가 몸을 의자에 기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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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0화
YS 그룹의 꼭대기 층.진 비서가 가볍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대표실에서 유선우가 문서를 확인하고 있다. 멀끔히 차려입은 정장은 더 귀티가 났다.인기척을 들은 유선우가 고개를 들었다.“일은 어떻게 됐어?”진 비서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금방 김재원 조수와 만나 물었는데, 절대 우리 쪽 후원은 받지 않겠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답니다.”유선우가 의자에 몸을 기댔다.한참 동안 넋을 잃은 듯하던 그가 가볍게 말했다.“알겠어. 일단 나가봐.”어두워진 그의 표정을 보고 진 비서가 급히 문을 닫고 나갔다.사무실에 적막이 가득 찼다.유선우가 주머니에서 다이아 반지 하나를 꺼내 묵묵히 응시했다.조은서는 그가 보낸 차도, 투자도 받지 않고 있다... 진이정원도 싫단다. 이제 그와 백아현 사이의 관계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유선우는 그저 그를 떠나고 싶어 한다. 그녀는 필요 없으니 환심을 사려고 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미 헤어진 사이라고.그러나 유선우는 그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그는 조은서를 사랑했다. 그녀를 옆에 두고 싶었다. 그는 둘이 이런 참담한 결말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그는 낮부터 밤까지 온종일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었다.진 비서가 들어와 문서를 정리할 때 유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1년 반 전 은서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한 적이 있어. 그 의사 찾아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줘.”진 비서가 어리둥절하더니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사모님이 좋아하지 않으실...”유선우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럼 알지 못하게 해.”진 비서는 감히 말을 보태지 못하고 즉시 분부대로 처리하러 갔다. 한 시간도 안 되어어 YS 그룹의 회의실에 돈을 적지 않게 받은 의사가 최고급 팀을 구성하여 조은서에 관한 자료를 PPT로 만들어 발표했다.액정 모니터 속의 푸른 빛이 유선우의 조각 같은 얼굴을 비췄다,그의 곁에 선 진 비서가 PPT 속의 조은서의 얼굴을 보고 있다.진 비서가 그의 곁에 서서, 덧니 하나를 드러낸 조은서의 청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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