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591 - Chapter 600
604 Chapters
제591화
훤칠한 키의 유남준은 입구 앞의 한 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 앞이 보이진 않지만 보디가드에게서 박민정과 에리가 이미 와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유남준을 발견한 박민정은 발걸음을 멈췄다.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그녀는 에리 앞에 섰다.“나 도착했으니까 먼저 돌아가.”그 말을 들은 에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다음에 봐.”에리의 차가 천천히 길옆에 섰다.그가 차에 올라탄 걸 확인하고서야 박민정은 돌아서 병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유남준 앞에 온 후 박민정이 입을 열었다.“나 이제 윤우 만나러 가도 돼요?”차가운 유남준의 얼굴은 그 어떤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시간이 몇 시인데. 윤우는 이미 잤어.”유남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박민정은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는데 벌써 열 시가 넘었다.에리와 곡에 관해 토론하느라 너무 몰입해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알겠어요. 그럼 내일에 보러 갈게요.”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그녀의 팔을 확 잡았다.“정말 아이를 걱정하는 거야? 아니면 걱정하는 척하는 거야?”박민정이 주먹을 꽉 쥐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그게 무슨 말인지는 네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유남준은 그렇게 박민정 곁을 스쳐 지나갔다.박민정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또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윤우를 못 만나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내 진심을 의심하다니. 열 달 품어 낳은 아이를 내가 왜 걱정하는 척하겠어?’박민정은 그와 싸우기도 귀찮아 먼저 병원에 돌아가서 쉬고 내일 아침 다시 윤우를 만나러 오기로 했다.박윤우의 옆 병실에는 유지훈이 입원해 있었다.하루 동안의 치료를 받은 그는 마침내 생기를 되찾았다.“엄마, 아빠, 다 그 재수 없는 놈 때문이에요.”이제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 유지훈은 바로 부모에게 일러바쳤다.최현아가 그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아들,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전에 박민정과 박윤우를 통해 그날에 있었던 일에 대해 들었지만 유지훈에게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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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뭐가 그렇게 급해? 아침까지 기다리기 그렇게 힘들어?”유남준이 물었다.박민정은 그의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았다.“남준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 나 윤우 엄마예요. 윤우를 만날 권리가 있다고요.”“내가 너무하다고?”유남준의 목소리가 갑자기 싸늘해졌다.“그럼 나와 윤우를 4, 5년 동안 떨어져 있게 한 것도 너무하잖아?”박민정의 가슴은 세게 내리쳐진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더니 말했다.“알겠어요. 기다릴게요. 점심에 다시 보러 오죠.”유남준은 그녀에게 다가가고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를 내뱉었다.“점심에 윤우를 본가로 데려갈 거야.”본가로 데려간다고?박민정은 갑자기 기억이 돌아온 그날, 유명훈과 고영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안 돼요. 윤우는 꼭 나랑 같이 있어야 해요.”“당신과 같이 있어야 한다고? 그럼 당신이 다른 남자와 연애하는 걸 윤우에게 보이겠다는 거야?”유남준이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박민정은 어안이 벙벙했다.‘다른 남자와 연애라니? 내가 언제 다른 남자와 연애했는데?’“그게 무슨 헛소리예요?”“변명할 시간에 휴대폰이나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거야.”유남준은 출근해야 했기에 더는 그녀와 싸울 시간이 없어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박민정은 깨어난 후 바로 윤우를 보러 올 생각에 휴대폰도 확인하지 않았다.휴대폰을 보니 조하랑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민정아, 너 에리도 알아? 두 사람 정말 너무 어울린다. 에리가 너보다 몇 살 어리지? 그럼 연하남이네. 대박, 너무 좋아...]박민정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리고 네이버를 켜자마자 1면에 뜬 사진을 발견했다.한 사진은 두 사람이 레스토랑 앞에 있을 때 찍힌 것이었다. 다른 한 사진은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병원에 돌아가는 길에 찍힌 듯했다.기사 타이틀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황당했다.‘톱스타 스캔들! 한밤중 유부녀와의 밀회, 그녀의 정체는?’클릭해 보니 에리와 박민정이 사귀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박민정이 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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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그렇게 많은 돈을 물어야 해?”에리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당연하지. 네가 그동안 번 돈은 기부했거나 흥청망청 써버렸지. 우리가 무슨 수로 갚아?”매니저가 한숨을 푹 쉬었다.에리는 매니저더러 잘 계산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 집을 팔아야만 위약금을 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그럼 집을 팔지, 뭐.”그에게 있어서 집이나 차와 같은 재산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장난하는 거야?”매니저는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에 에리와 광고 계약하려던 회사에 다시 연락했다.하지만 그 회사들도 기사를 접했기 때문에 에리를 모델로 쓰려고 하지 않았다. 이 일이 잘 해결되면 그때 다시 얘기해 보자고 했다.매니저가 IM 그룹에도 문의했는데 드디어 다른 대답이 나왔다.“3년 계약하면 우리 회사에서 에리 씨의 스캔들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전화를 받은 사람은 서다희였다.매니저는 에리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계약에 동의했다.IM 그룹에 대해 조사했는데 요즘 성장세가 워낙 엄청나 더 유명해질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었다.에리는 IM 그룹의 배후가 유남준인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매니저가 계약하기로 약속했다고 하니 그도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그럼 오늘 IM 그룹 한 번 가보자.”“알겠어.”에리는 귀찮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한편, IM 그룹 대표 사무실.서다희가 유남준에게 이미 3년 계약을 마쳤다고 알렸다.그 말인즉 에리는 IM 그룹 밑에서 3년 동안 일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차가운 얼굴을 한 유남준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았다.“언제 온대?”“오늘 오후에 온다고 합니다.”“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유남준이 물었다.“네, 잘 알고 있습니다.”에리가 겁도 없이 감히 박민정과 스캔들이 나다니, 죽으려고 작정한 거나 다름없었다.유남준은 분명 그가 인생에 회의감이 들 때까지 부려 먹을 것이다.다른 한편, 병원.박민정은 에리에게 전화해 자기가 직접 나서 해명할 필요가 있는지 물었다.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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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박민정은 어색한 마음에 다급하게 벨 소리 크기를 낮추려 했지만 실수로 휴대폰을 놓쳐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리고 하필 이때 조하랑이 보낸 음성 메시지가 연이어 재생됐다.[정말 에리랑 연애하는 거야? 나 일찍 알려주지, 엄청 만나고 싶었는데.][에리가 한 번도 연애해 본 적이 없다며? 순정 연하남이 유남준보다 몇백 배 나은지 몰라...]박민정은 허리를 숙여 휴대폰을 주우려 했지만 휴대폰은 좌석 밑에 끼어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그녀는 다급한 마음에 얼굴까지 빨개졌다.운전하고 있던 기사는 자기도 모르게 백미러로 뒷좌석을 바라봤는데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시선을 거두고 가림막을 내렸다.박민정은 겨우 휴대폰을 손에 넣은 뒤 음성 메시지를 껐다.유남준의 얼굴색이 한껏 어두워졌다.“그냥 작곡 얘기를 한 거라며? 연하남 좋아했어?”“다 오해라고 했잖아요.”박민정은 바로 조하랑에게 문자를 보냈다.[나와 에리 씨는 그저 업무 관계일 뿐이야. 어제도 그냥 작곡 얘기만 했어.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조하랑은 그제야 더는 캐묻지 않았다.차 안의 공기는 한껏 무거워졌다.박민정 창밖의 풍경을 바라봤는데 본가가 아닌 두원 별장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알아챘다.“우리 본가로 가는 거 아니었어요?”유남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두원으로 돌아가고 있어. 앞으로 윤우를 치료할 의사도 모시고 공부를 가르쳐줄 선생님도 모실 거야.”박민정은 거절할 수 없었다.“알겠어요.”그동안 박민정은 일로 바빴고, 또 윤우의 몸 상태 때문에 계속 윤우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었다.그 생각만 하면 박민정은 윤우에 대한 미안함뿐이었다.두원에 도착하고.윤우가 다른 차에서 내렸다. 박민정은 발견하자마자 그는 달려가며 말했다.“엄마.”박민정이 아이를 끌어안으며 고개를 쓰다듬었다.“몸은 좀 어때? 아직도 아파?”윤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제 괜찮아.”“그럼 다행이네.”유남준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봤다.바로 이때, 전화 한 통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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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최현아는 박윤우를 보자마자 바로 목소리를 낮추고는 어머니에게 말했다.“엄마, 바로 쟤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 같아 보여도 심보가 얼마나 못되었는데.”그 얘기를 들은 최현아의 어머니는 표독스러운 얼굴로 박윤우를 바라봤다.“네가 우리 지훈이를 해친 거야?”유지훈은 외할머니 옆에 앉아 있었다. 든든한 자기 편이 있었으니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박윤우를 바라봤다.‘자식, 감히 내 유씨 가문 후계자의 자리를 탐내? 꿈도 꾸지 마.’어젯밤에 최현아는 아들에게 박민정이 뒤를 봐주는 사람 없으니 앞으로 유씨 가문은 모두 그의 것이라고 했다.박민정은 박윤우의 손을 꼭 잡았다.“제가 그날 충분히 똑똑하게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할아버지, 제가 한 번 또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요?”유명훈은 지금 당당한 박민정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민정아, 엊그제 지훈이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잖아. 넌 당연히 윤우 입장에서 말했겠지. 오늘 지훈이가 그러던데 전혀 윤우를 때릴 마음이 없었다고 했어.”“그럼 두원 별장에는 왜 왔대요? 설마 윤우랑 놀려고 찾아온 건 아닐 테고.”박민정이 유지훈 가족이 하려고 했던 변명을 미리 말해 버렸기 때문에 그들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유명훈은 계속 유지훈의 편을 들었다.“애들은 싸워도 금방 잊어버려, 오래 안 간다고. 윤우와 다른 친구들 찾아가 놀려고 했겠지. 그런데 윤우가 뒷산으로 가게 해서 길을 잃었다잖아.”박민정은 이제 깨달았다.삼자대면인 줄 알았는데 이건 결국 유지훈의 편을 들기 위한 자리였다.박민정은 유명훈이 왜 이렇게 편파적인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유지훈은 갓난아이일 때부터 봐 왔던 손주이고, 박윤우는 이제 갓 만난 손주이니 유지훈을 더 예뻐하는 게 당연했다.“사돈, 보셨죠? 이제 저들은 할 변명도 없을걸요?”최현아의 어머니는 박민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바로 따져 물었다.“우리 지훈이 이렇게 된 거 책임져.”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남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뭘 원하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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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그리고 박윤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를 부른 거야?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거지 같은 놈이. 어디서 눈을 부라려? 우리 맞짱 뜨면 혼자 올 배짱은 있어?”“당연하지.”이 녹음 파일로 사건의 자초지종이 밝혀졌다.유지훈은 박윤우가 녹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최현아도 당연히 이를 생각하지 못했다.“다 가짜야, 다 가짜예요...”유지훈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유명훈을 보며 말했다.“할아버지, 저 거지 같은 놈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거지 같은 놈...녹음 파일에서도 유지훈은 이렇게 박윤우를 불렀었다.그래서 유명훈은 유지훈의 편을 들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사돈, 들으셨죠? 지훈이가 먼저 시비를 건 거네요.”최현아의 부모님은 외손주를 위해 일부러 유씨 가문 본가를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최현아의 아버지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녹음 파일로 뭐 설명할 수 있는데요? 저놈이 일부러 지훈이 얘기하게 하고 녹음했을 수도 있잖아요. 정말 무서운 놈이네요.”최씨 가문 사람들은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 기세였다.박민정은 이런 사람들과 잘 얘기해 보려고 한 게 후회되었다.“네 살짜리 애가 녹음 파일을 조작했다는 건 본인이 들어도 황당한 말 아닌가요?”박민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동서가 가르쳤을지도 모르잖아.”최현아가 바로 대답했다.지금은 그들은 박윤우뿐만 아니라 박민정까지 끌어내릴 생각이었다.박민정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하자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이어서 한 보디가드가 USB를 가지고 들어왔다.USB 안에는 그날 별장 문 앞에서 일어난 모든 화면이 담겨 있었다. 소리도 박윤우의 스마트 워치에서 녹음된 것과 똑같았다.그리고 이뿐만이 아니었다. 유남준은 보디가드더러 그날 운전기사와 최현아의 통화 내용을 재생하라고 했다.재생된 내용에 의하면 최현아는 분명 유지훈이 친구들 데리고 박윤우를 때리러 갈 걸 알면서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상황을 더 부추겼다.동영상이 끝나자 현장은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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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유남준은 그들과 더 얘기하는 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박민정에게 말했다.“이만 가자.”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죠.”두 사람은 윤우를 데리고 떠났다.유성혁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잘난 척하긴. 아직도 자기가 유앤케이 대표인 줄 알아? 웃겨.”그들은 자신에게 곧 어떤 폭풍우가 닥칠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돌아가는 길에 박민정은 진심으로 유남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윤우 편 들어줘서 고마워요.”“내 아들인데 당연히 지켜줘야지.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돼.”유남준의 목소리는 여전히 싸늘했다.박민정은 그가 단단히 화났다는 걸 느낄 수 있어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하지만 이때, 유남준이 또 물었다.“윤우가 유지훈을 뒷산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확신한 거야?”“윤우는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박민정이 대답했다.그녀에게 있어서 윤우는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순수한 아이였다.유남준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끝내 CCTV에 찍힌 뒷부분 영상을 박민정에게 보여주지 않았다.CCTV 뒷부분에는 박윤우가 유지훈을 뒷산에 데려간 후 급하게 떠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멀지 않은 곳에서 하품을 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유지훈을 느긋하게 바라본 모습이 담겨 있었다.평소 귀엽고 사랑스러운 윤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두원으로 돌아간 후.유남준이 업무를 보러 회사에 가려고 했는데 윤우가 몰래 그를 찾아왔다.“아저씨.”박윤우는 유남준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가 박민정에게 말해 자신이 그동안 엄마 앞에서 지킨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가 망가질까 봐 두려웠다.“무슨 일이야?”“엄마한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죠?”박윤우는 유남준의 표정을 살피며 그가 엄마에게 말했는지 말 안 했는지 추측하려고 했다.하지만 유남준의 얼굴은 평소와 똑같이 싸늘할 뿐이었다.“뭐라도 말했을까 봐 무서워?”유남준이 물었다.그 말을 들은 박윤우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엄마한테 아무것도 얘기하지 마세요. 시키는 일 모두 할게요. 제가 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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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유명 가수에게 발기부전약을 홍보하라고 하다니...그리고 대사도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오글거렸다.에리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저 회사 홍보 모델로 쓰는 거 아니었어요?”매니저도 광고 기획안을 보더니 말문이 막혔다.“죄송한데 뭔가 착오가 생긴 게 아닐까요? 에리는 글로벌 스타예요. 이런 광고를 받으면 앞으로 나락 갈 일밖에 없다고요.”어젯밤에 갑자기 스캔들이 터져 많은 광고 위약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절대 이렇게 섣불리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을 것이다.금테 안경을 쓴 서다희는 코웃음을 쳤다.‘겁도 없이 유부녀를 꼬신 사람이 회사 홍보 모델을 하려고 했던 거야?’“에리 씨를 위한 광고 맞아요. 지금 이런 광고밖에 할 수 없잖아요. 우리 회사 홍보 모델로 활동하면 오히려 우리 회사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죠.”에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게 무슨 말이죠? 일부러 장난치는 거죠? 저 그만둘게요.”에리는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서다희의 눈빛이 갑자기 싸늘해졌다.“그만둬도 돼요. 다만 위약금을 내야죠, 100억이에요.”서다희는 유남준의 비서실장으로서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지금 에리에게 가장 모자란 게 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스캔들이 터진 건 오히려 그들에게 행운이었다. 아니면 에리의 약점을 잡지 못했을 것이다.1000억?화가 치밀어 오른 에리는 다짜고짜 서다희에게 주먹을 휘둘렀다.서다희는 그의 주먹을 피하며 말했다.“에리 씨, 저 분명 경고했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세계 최고의 법무팀이 있습니다. 저한테 주먹을 휘두르면 내야 할 돈은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그렇다고 환갑이 넘은 아버지에게 돈을 대신 갚으라고 하지는 않겠죠?”서다희는 계약서를 챙기더니 게스트 룸을 나섰다.매니저는 씩씩거리는 에리의 팔을 잡아당겼다.만약 에리가 서다희를 때려 또 기사에 오른다면 다시는 연예계에 복귀할 수 없을 것이다.폭행, 유부녀와의 불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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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박민정은 거절하려 했지만 조하랑이 워낙 끈질기게 따라붙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저녁에 조하랑은 박민정을 데리러 왔다. 그녀의 얼굴에 아직도 붕대가 감겨 있는 걸 보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민정아, 얼굴은 좀 어때?”“많이 좋아졌어.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며칠 있으면 붕대를 그만 감아도 된대.”“그럼 다행이네.”그날 박민정이 얼굴을 긁힌 장면을 떠올리면 조하랑은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가자.”“알겠어.”박민정은 조하랑과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박예찬의 안부를 물었다.“예찬이는 어딜 가든 참 귀여움을 받는 것 같아. 오늘도 김 회장님이 예찬이를 데리고 모임에 나가셨거든. 걱정하지 마. 주위에 보디가드들이 지키고 있으니 예찬이는 완전 안전해.”조하랑이 말했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인 후 또 물었다.“하랑아, 내가 얘기했었잖아. 남준 씨는 이미 예찬이와 윤우의 신분을 알게 되었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예찬이를 찾으러 갈 거야.”조하랑도 걱정했던 문제라 잠깐 침묵을 지키고는 박민정에게 말했다.“김 회장님에게 잘 말해볼게.”김훈은 워낙 예찬이를 귀여워했다. 만약 아이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사라지면 그는 많이 서운해할 것이다.조하랑은 멀리서부터 모임 장소에 모여 있는 금융계 인사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약혼하면 이런 자리에 안 나와도 될 줄 알았는데, 계속 참석해야 한다네. 할아버님께서 그러셨어. 일하지 않아도 되지만 김씨 가문 며느리로서 이런 자리에는 계속 얼굴을 비춰야 한다고.”박민정은 김훈이 진심으로 조하랑을 예뻐하는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해졌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도 계속 수다를 떠느라 누군가가 그들에게 다가온 걸 눈치채지 못했다.“하랑 씨.”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조하랑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양복 차림의 강연우를 발견한 그녀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박민정이 그녀의 손을 잡고서야 조하랑은 정신을 차렸다.강연우는 복잡한 눈빛으로 조하랑을 바라보더니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 씨,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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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차가운 바람이 귓가를 스쳤는데도 유남우는 박민정의 팔을 잡은 손은 여전히 놓지 않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물었다.“그런 거야, 민정아?”유남우는 외국 병원에 있을 때도 머릿속엔 온통 박민정을 찾으러 갈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지금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니?게다가 그 사람이 자기와 똑같이 생긴 친형이라니?박민정은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몰랐지만 일단은 부인했다.“아니에요.”전에 박민정이 유남준과의 결혼을 결심한 건 사람을 잘못 알아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금 그와 다시 시작한 것도 두 아이 때문이다.박민정이 부인했지만 유남우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럼 나는?”어두운 밤이었지만 그의 입술은 부자연스러운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박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그만 내려놔요. 내가 미안해요.”“미안하다는 말 듣고 싶지 않아.”유남우는 팔을 들어 박민정의 뺨을 때릴 기세였다.이때 어디선가 뜬금없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유 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검은 코트를 걸친 김인우는 유남우를 빤히 쳐다보며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유남우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김인우 씨, 이렇게 오지랖 넓은 사람인 줄은 몰랐네요.”유남우의 목소리는 온화하지만 왠지 모를 음침한 기운이 느껴졌다.김인우도 그들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박민정은 그의 절친인 유남준의 여자일 뿐만 아니라 그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다.“다들 유 대표님은 남준이보다 성격이 좋다고 하던데 그렇지는 않은가 봐요.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이렇게 팔을 잡고 있으면 유 대표님이 형수님에게 선 넘은 행동을 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죠.”김인우는 일부러 ‘형수님’이라는 단오를 강조했다.박민정은 오늘 이미 연예인과 스캔들이 났었다. 만약 오늘 또 자기와의 스캔들이 나면 박민정은 분명 욕먹을 테니 유남우는 천천히 그녀의 팔을 놓아줬다.“민정아, 밖이 추우니까 오래 있지 마.”말을 마친 후 그는 김인우를 힐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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