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461 - 챕터 470
824 챕터
제461화
연지유의 눈 밑에는 자신감, 오만함 도발적인 웃음이 배어 있었다.시종일관 높은 곳에서 천하를 다스리던 남자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냉철함을 되찾았다. “깨끗이 처리해!”연지유는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 이승하가 다시 돌아와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을 줄 알았다.그런데 이승하는 잠시 의아해하더니 다시 처리하라고 명령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설마 이승하가 자기 큰 형을 조금도 개의치 않는 것일까?연지유는 믿을 수 없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 눈을 크게 뜨고 어릴 때부터 차갑지만 그녀를 도취하게 만든 남자를 죽어라 바라보았다.“너... 진짜 네 형 죽음에 대해 궁금하지 않은 거야?”이승하는 침착하게 장갑을 벗으면서 무릎을 꿇은 연지유를 차갑게 흘겨보았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난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어.”그 말은 즉, 연지유가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든, 아니면 헛소리를 하든 이승하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이승하의 지금 목적은 그녀를 해결하고 영원히 후환을 끊는 것이다. 그 외 다른 것들을 이승하가 충분히 찾아낼 수 있으니!일찍 이승하가 매섭고 악독하며 남에게 물러설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잔인함을 직접 보고 나니 연지유는 비로소 이 남자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이승하, 넌 절대 알아낼 수 없어. 그 과거는 나만 알고 있으니까!”계단 아래에 서 있던 남자는 그녀와 말다툼하는 것이 지겨웠는지 시선을 돌려 돌아섰다.그 결연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지유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눈 밑에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원한이 서렸다.“이승하!”“네 형이 날 얼마나 사랑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앞으로 무슨 낯짝으로 네 형을 만나려고?”“나랑 결혼하겠다고 잘 돌봐주겠다고 형이랑 약속했잖아? 설마 그 약속을 저버리는 거야?”이승하는 그 말을 듣더니 피식 웃었다.“형은 죽을 때까지 너만 생각했는데 넌 그 마음을 속였어. 그러고도 네가 형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어?”남자는 그 말을 내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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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2화
정가혜의 별장. 주서희가 서유의 맥을 짚고 나서야 이승하가 왜 기뻐하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주서희는 평온한 눈빛으로 서유를 보고 또 맥을 보면서 억지 웃음을 보였다.“장기적으로 약을 먹으면 확실히 아이를 갖기 어렵지만 제 한의학 수준을 믿어주세요.”주서희는 전과 의사로 서약, 한의학에 능통하며 난임 여자 환자도 많이 치료한 경험이 있었다.서유의 체질이 너무 약하고 큰 수술을 받아 지금도 약을 먹고 있어 확실히 더 까다로운 케이스였다.하지만 주서희는 자신의 한의학 의술로 서유의 몸을 잘 추스를 수 있다고 믿었다.서유는 그 말을 듣더니 자신의 손을 거두고 주서희를 향해 웃었다.“고마워요 서희 씨, 여기까지 직접 와주고.”서유가 막 별장에 돌아왔을 때 주서희가 곧바로 약상자를 들고 들어왔다.주서희가 찾아온 원인을 밝히자 서유는 그제야 이승하가 독단적으로 주서희에게 자신의 몸조리를 맡겼다는 것을 알았다.서유는 자신이 오랫동안 약을 먹어야 하는 몸이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임신이 어렵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주서희가 의사 가운을 벗을 겨를도 없이 헐레벌떡 달려온 것을 보고 거절하기도 미안했다.주서희는 처방전에 알 수 없는 약재 이름을 쓴 후 고개를 돌려 서유에게 말했다.“우선 한약으로 치료해 볼게요. 그때 가서 다시 대표님을 찾아가 임신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서유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이 빨개졌다. 치료를 끝내고 또 이승하를 찾아가 확인해야 한다니...주서희는 서유가 귀 끝까지 빨개진 것을 보고 일부러 더 놀렸다.“확인해 보지 않고서 어떻게 제 처방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요?”서유는 주서희처럼 엄숙하고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원장이 말을 이렇게 대담하게 할 줄은 몰랐다.서유는 탁자 위의 커피를 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한 모금 마셨다. 커피를 미처 삼키기도 전에 주서희가 또 입을 열었다.“실례지만 대표님과 워싱턴에서 잠자리를 가졌나요? 몇 번이나요?”한 모금 커피의 절반은 이미 목구멍으로 미끄러지고 나머지 절반은 입에 물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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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서유가 전화를 받자 맞은 편에서 심이준의 비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살아 있었어요?”서유는 방금 나이트 스위트룸을 떠난 후 심이준이 보이지 않아 그에게 전화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그녀는 심이준이 든든한 경호원들을 대동했으니 별일 없을 거로 생각하고 그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지금 심이준의 목소리를 듣고 서유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긴장해서 물었다.“이준 씨,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심이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괜찮아요. 다만 서유 씨는 이제 나한테 황금 슬리퍼 말고도 황금 오른손을 빚졌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요.”괜찮다는 그의 말에 서유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황금 오른손이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심이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아들을 필요는 없고 갚기만 하면 돼요.”서유는 ‘황금’이라는 단어를 지겹게 들었다.“그래요. NASA 프로젝트 자금을 받으면 황금가게 주인을 찾아 보내 줄게요.”서유가 승낙하자 심이준은 그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보내는 김에 왼손도 같이요. 대칭되면 보기 편하잖아요.”서유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네, 이준 씨가 원하는 건 이 제자가 다 드릴게요.”심이준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핸즈프리를 누른 후 의자에 기대어 편안하게 자신의 가슴팍을 만졌다.제자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다만... 시선이 사무실 문밖에 꼿꼿이 서 있는 최경욱에게 닿았을 때 그의 대칭적인 웃음이 곧 굳어졌다.“좋은 소식 두 개, 나쁜 소식 두 개가 있는데 뭐부터 들을래요?”서유는 생각 없이 대답했다.“나쁜 소식이요.”심이준은 흠칫 놀랐다. 그는 분명 좋은 소식을 먼저 말했는데 서유는 왜 그가 물어본 순서대로 대답하지 않을까?“그래요, 좋은 소식은 JS 그룹이 본사를 재건하는데 그 프로젝트를 우리 회사에 맡겼어요.”JS 그룹 본사는 아주 멀쩡했다. 그런데 재건이라니?서유는 눈썹을 찡그리고 심이준에게 물으려 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그에게 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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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4화
이승하가 직접 그들 회사에 와서 계약을 체결한다?심이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한편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이승하는 워싱턴에서 서유를 버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왜 또 찾아왔을까?설마 아직 서유를 못 잊어서 프로젝트를 통해 접근하려는 것일까?심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오른손을 바라보았다.아무래도 이 손이 탈골된 것이 이상했지만 뭐가 잘못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서유는 어두워진 스크린을 보며 미간에 의심이 가득했다.이승하는 왜 그녀에게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맡겼을까?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시 심이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준 씨, 이 프로젝트는 거절하는 거 어때요? 제 손에 아직 다른 프로젝트가 많아서 시간이 별로...”방금 최경욱을 떠나보낸 심이준은 그 말을 듣고 대칭적인 미소가 또다시 무너졌다.“다른 프로젝트는 서유 씨가 직접 답사할 필요 없어요. 다 나한테 맡기면 돼요. 서유 씨는 설계도만 책임져요.”서유가 무슨 말을 더 하려 하자 심이준은 ‘이미 상대방과 얘기를 끝냈으니 이렇게 하자’고 직격탄을 날렸다.서유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정가혜에게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걸었다.정가혜는 이연석이 미쳐 날뛰어 그녀를 3일 동안이나 사버려 이틀 동안 돌아올 수 없다고 했다.그러면서 서유에게 만약 서울에 돌아오면 먼저 이승하를 찾아가라고 했다. 그에게 급한 일이 있다면서 말이다.서유는 정가혜에게 자신은 이미 돌아왔고, 이승하도 만났다고 말하려 했지만 정가혜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서유는 할 수 없이 휴대폰을 접고 일어나 서재로 가서 두 번째 프로젝트의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펜을 놓았을 때는 이미 다음날 8시였고, 책상 위에는 초보적인 스케치만 있었다.서유는 정성껏 다듬을 겨를이 없어 펜을 놓고 욕실로 가서 한바탕 씻은 후 도면을 말아 올리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언니 회사는 2층 높이의 빨간 건물이었다. 외관은 프랑스식 건축 양식과 돔 디자인으로 아주 독특했다.서유는 회사에 도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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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서유는 커다란 사무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언니의 뜨거운 피가 끓어올랐는지 서유는 저도 모르게 심이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래층에서 차량 행렬이 도로를 달리는 소리가 났다. 코닉세그를 필두로 10여 대의 고급차량이 모두 문 앞에 멈추었다.검은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경호원들이 잇달아 차에서 내려 두 줄로 서서 회사의 좌우 양 끝에 서 있었다.코닉세그의 차에서 소수빈이 재빨리 차에서 내리더니 조수석 앞으로 다가와 문을 당겨 존귀한 신분의 남자를 모셨다.햇빛이 남자의 늘씬 몸매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비추어 더욱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 보였다.그림 같은 눈썹 아래의 맑은 눈동자는 사람의 마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평소 블랙 정장과 화이트 셔츠 차림의 그는 오늘 코발트블루 정장으로 바꾸어 입었다.맞춤 제작의 비싼 코발트블루 색은 남자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더 고귀하고 우아하게 만들었다.그는 완벽한 턱을 살짝 치켜든 채 2층 쪽을 바라보다가 기다란 손가락을 들어 안경을 살짝 밀었다.창문 앞의 서유는 남자의 이 동작을 보고 갑자기 ‘불량한 선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옆에 있던 심이준은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 이를 갈며 한마디 보탰다.“겉만 번지르르한 짐승!”서유는 고개를 돌려 의아해하며 심이준을 보았다.“저 사람이 왜 여기...”심이준은 탈구된 팔을 들어 아래층 남자를 가리켰다.“왜 왔겠어요? 당연히 여자 꼬시러 왔죠!”말을 마치고는 눈을 늘어뜨린 서유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피하지 말아요. 그 여자가 바로 서유 씨니까!”서유는 붉은 입술을 벌리고 반박하려다가 할 말이 없어 시선을 거두고 창문 옆을 떠났다.심이준은 고객 제일의 이념에 따라 ‘이승하는 계약 체결하러 왔다’고 간단히 설명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 맞이했다.방금까지 이를 갈며 말하던 심이준은 8명의 디자이너를 이끌고 대칭적인 미소를 지으며 이승하에게 다가갔다.“대표님, 이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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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이승하가 서유에게 다가가자 꼿꼿한 몸에서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흘렀다.서유는 그가 매우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긴장한 나머지 약간 뒤로 물러나 두 사람의 거리를 벌렸다.남자의 안경 밑 시선은 두 사람의 거리를 재며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서유가 무의식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자 남자는 또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갔다.그렇게 조금씩 뒤로 물러서다 보니 서유의 허리가 어느새 책상에 닿아 책상에 앉을 뻔했다.서유는 약간 위축된 듯 부드러운 턱선을 들어 이승하를 바라보았다.“당신...”이승하는 몸을 숙이고 그녀를 책상에 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유야, 나 계약하러 왔어.”서유는 다시 몸을 뒤로 젖히고 그를 내려다보았다.“그럼 계약을 체결해야죠. 이렇게 가까이 오면 어떡해요.”이승하의 입꼬리가 씩 올라가더니 그녀의 몸을 약간 더 눌러 서유의 귓가에 밀착했다.“더 가까운 자세도 우리는 시도해봤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노골적인 말과 매혹적인 호흡이 어우러져 서유는 귀가 따가워졌다.서유는 어색하게 고개를 돌린 후, 그를 힘껏 밀어내고 책상에서 내려 응접실로 돌아갔다.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김초희의 대표 신분으로 이승하에게 초대하는 자세를 취했다.“이 대표님, 앉으시죠.”그녀는 옅은 흰색 오피스룩에 깔끔한 단발머리를 했고, 밝고 흰 얼굴에는 지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이승하의 애틋한 눈빛이 그녀의 몸에 떨어져 당장 품에 안고 싶었지만 너무 성급해서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두려웠다.그는 서유를 품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으며 순순히 소파에 앉았다.이승하가 자리에 앉자마자 서유가 바로 낯선 사람 대하듯 말했다.“심 선생님, 여기 커피 부탁드려요.”심이준이 들어오면 그녀도 그렇게 난처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소수빈에 의해 벽에 눌리고 입이 틀어막힌 심이준은 그의 잘생긴 얼굴만 쳐다보며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소수빈도 마찬가지로 불쾌하게 그를 노려보았다. 만약 이 물건이 이승하를 방해할까 봐 두렵지 않다면, 그는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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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이승하는 미안하다고 말한 뒤 서유를 놓아 주고 옷깃을 여미고는 단정하게 앉아 입구 쪽을 돌아보았다.“소 비서.”안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수빈은 곧바로 심이준을 놓아주고 서류 가방을 들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심이준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이 서러움은 반드시 갚겠다고!그는 이를 악물고 맹세하고 따라 들어갔는데, 마침 서유가 헝클어진 옷을 정리하는 것을 보았다.심이준은 무의식적으로 벽의 벽시계를 쳐다보고는 서유의 귓가에 대고 주의를 주었다.“너무 빠른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 그래도 잠자리에 관련된 일인데.”서유는 하마터면 사레들 뻔했다.“그게 지금 무슨 소리예요!”심이준은 계속 서유에게 주의를 주려했지만 왠지 차갑고 뜨거운 시선이 자신의 왼손을 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심이준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마침 그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자신의 왼손을 노려보고 있었다.이승하가 자신의 손을 보는 눈빛이 어쩐지 낯익어 보였지만 어디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이때 소수빈은 이미 서류 가방에서 계약서 세 부를 꺼내 유리 탁자 위에 하나씩 놓았다.심이준은 기회를 빌려 왼손을 등 뒤에 숨긴 채 이승하를 향해 대칭적인 웃음을 지었다.“대표님, 계약부터 체결하시죠.”그리고 또 서유를 방패막이로 삼았다.“대표님, 어서 사인하세요.”서유는 심이준을 흘겨보더니 이승하의 맞은편에 앉았다. 계약서를 들고 위에 적힌 금액을 보고 어리둥절했다.그녀는 어이가 없는 듯 고개를 들어 이승하를 보며 말했다.“2천억 원이요?”겨우 설계도일 뿐인데 2천억 원은 너무 과장된 것 같았다.그 액수를 들은 심이준도 덩달아 소리쳤다.“얼마라고요? 2천억?”그는 달려들어 서유가 들고 있던 계약서를 빼앗아 떨리는 손가락으로 ‘0’을 하나하나 세었다.금액을 확인한 심이준은 서유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빨리. 어서 서명해요!”서유는 심이준을 상대하지 않고 이승하를 노려보았다.그와 신분이 대등하지 않다고 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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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8화
서유는 그들이 작품을 빌려 대회에 참석해 이득을 봤다는 사실에 조금은 걱정이 덜 되었다. 하지만...그녀는 고개를 돌려 다시 이승하를 쳐다보았다.“아직 프로젝트가 많이 남아 있어서 그렇게 빨리 디자인 원고를 넘기지 못할 것 같아요.”그는 손을 들어 안경을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얼마든 상관없어. 난 기다릴 수 있으니까.”그윽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서유는 이내 시선을 피하고 펜을 들었다. 그녀가 사인하려는 찰나, 이승하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서유의 이름으로 사인해.”펜을 들고 있던 그녀의 손이 잠시 멈추었고 그녀는 의아한 눈빛으로 이승하를 바라보았다.“세계적인 디자이너는 김초희예요. 난 아직 신인이고요.”“내 이름이 적힌 작품을 가지고 대회에 나간다면 상을 받을 수 없을 거예요.”게다가 서유는 이미 3년 전에 죽은 사람이었다.이승하는 겹쳐있던 늘씬한 다리를 내리고는 몸을 곧게 펴고 앉아 서유의 단발머리를 어루만졌다.“착하지. 내 말 들어.”그는 여자 친구를 달래듯 서유를 달래고 있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심이준은 서유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황이 불편하기만 했던 서유는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그의 시선을 피하고는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잠시 후, 사인을 마친 그녀는 손도장을 찍고 회사 날인까지 마친 뒤 계약서를 소수빈에게 건네주었다. 눈치가 빠른 소수빈은 계약이 성사된 걸 축하하는 의미에서 그녀와 이승하에게 서로 악수를 나누라고 제안했다. 그런데 이때, 심이준이 먼저 왼손을 내밀었다.“이 대표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소파 위에 앉아 있던 남자는 짙은 속눈썹을 내리드리우며 싸늘한 눈빛으로 심이준의 왼손을 쳐다보았다.그의 눈빛에 심이준은 몸을 살짝 떨었고 내민 손을 거두지 않는다면 왼손도 오른손 신세가 되고 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약서를 다 쓴 후, 더 이상 앉아 있을 이유가 없었던 이승하는 조용히 서유를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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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심이준은 빠른 걸음으로 위층으로 올라와 흥분된 표정을 지으며 서유를 향해 달려갔다.“자그마치 2000억이에요. 이렇게 큰 계약을 성사시켰으니 축하 파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 말에 서유는 고개를 돌려 심이준을 쳐다보았다.“어떻게 축하하고 싶은데요?”그는 팔짱을 낀 채 턱을 괴고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정고졸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아가씨가 나이트 레일의 아가씨보다 더 예쁘다고 하던데요. 우리 그쪽 클럽으로 가서 신나게 놀아요.”그런 그의 모습에 서유는 피식 웃으며 장난쳤다.“심이준 씨, 선생님이 이러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심이준은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반박했다. “틀렸어요. 난 선생님이 아니에요. 난 뭐 사람도 아니죠. 난 그저 고급 동물일 뿐이에요.”그 말에 서유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핸드폰을 꺼내 정가혜에게 전화를 걸어 고급 룸을 예약했다. 마침 NASA에서 자금이 입금된 후, 심이준이 회사 재무팀을 통해 그녀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였기 때문에 회사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돈 걱정 없이 신나게 놀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뭔가 생각이 떠오른 그녀는 심이준을 향해 물었다. “회사 사람들은 우리 언니 본 적 있을 거잖아요. 혹시 문제 되는 거 아니에요?”그녀의 말에 심이준은 손을 저었다. “초희 씨는 Y국에 오래 머물고 있었고 거의 귀국한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회사 사람들은 전부 내가 나중에 모집한 사람들이고요.”서유는 그제야 한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모레 저녁으로 약속 잡아요.”어젯밤에 밤새 설계도를 그리느라 잠을 자지 못해서 많이 피곤했다. 게다가 정가혜의 클럽을 이연석이 3일 동안 통째로 빌렸기 때문에 그 기한이 끝나야만 룸을 예약할 수가 있었다. 그녀는 심이준이 별다른 의견이 없자 책상 위의 원통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두 번째 프로젝트 설계도에요. 스케치만 한 상태이고 나머지는 이준 씨한테 맡길게요. 언니가 맡은 다른 프로젝트들도 최대한 빨리 답사 부탁드려요. 빨리 마무리했으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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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0화
그녀는 이승하가 일부러 이러는 것이라고 의심하며 이를 악문 채 그를 노려보았다.“당신은 손 없어요?”귀끝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나 좀 도와줘.”서유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작은 손을 뻗어 그의 안경을 벗겨주려 했다. 안경을 벗기자마자 그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그녀의 붉은 입술에 입맞춤을 두 번 하더니 이내 미친 듯이 그녀를 탐하기 시작했다. 키스를 하면서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몸을 자신에게 밀착시켰고 간드러진 호흡이 전해졌다. 그녀는 두 손을 그의 가슴에 대고 힘껏 그를 밀어냈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두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숨이 막힐 때까지 키스를 하고나서야 그가 아쉬워하며 품에서 그녀를 놓아주었다. 수없이 그녀의 입술을 맛보았지만 늘 탐하고 싶었고 충족되지가 않았다. 이 여자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서유를 쳐다보며 그는 이번 생에는 그녀가 아니면 안 된다는 강한 집착의 눈빛을 드러냈다. “핸드폰 이리 줘봐.”화가 잔뜩 치밀어오른 그녀는 핸드폰을 달라는 말에 신경도 안 쓰고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그가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내가 잘못했어. 그만 화 풀어. 응?”말로 여자를 달래는 것이 서툰 사람인지라 목소리를 낮추고 부드럽게 말하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녀는 분노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내 핸드폰은 왜요?”이승하는 손을 뻗어 그녀의 단발머리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이리 줘봐. 곧 알게 될 테니까.”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핸드폰을 건네받은 그는 잠겨있는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비밀번호는?”서유는 비밀번호를 그에게 알려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다시 핸드폰을 빼앗아 그가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고는 고개를 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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