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481 - 챕터 490
812 챕터
제481화
정가혜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매혹적인 웃음을 보였다.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에요.”상관없다고?늘 여자에게 다정하고 신사적이던 이연석의 얼굴은 먹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어둡게 변해버렸다.“정가혜 씨, 지금 날 도발하는 겁니까?”방귀 뀐 놈이 먼저 성낸다고 뻔뻔한 그의 모습에 그녀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연석 씨, 당신이 먼저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날 도발한 거잖아요.”“내가 왜 이러는 것 같아요? 당신이 주제 파악도 못 하고 날 거절했기 때문이에요.”분노로 가득 찼던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의혹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동안 이연석은 여자들을 많이 만났었지만 한 번도 그녀들에게 진심이었던 적이 없었다. 그의 성격이라면 헤어진 후 먼저 찾아와서 그녀에게 재결합을 청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 그는 술기운을 빌려 그녀를 안고 어린아이처럼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가혜 씨, 보고 싶었어요. 우리 헤어지지 말아요.”그녀는 그의 몸에서 나는 짙은 술 향기를 맡으며 그가 헛소리를 하는 줄 알았고 그가 진심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였다. 한참 의아해하던 그녀는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그가 진심이든 아니든 3일 동안 그는 정말 너무 심했다. 절대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연석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그에게서 벗어나고는 뒤돌아서서 문을 밀고 나갔다.쿨하게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그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복잡해졌다. 한편, 룸을 나온 정가혜는 매니저를 따라 하이힐을 신은 채 재빨리 위층에 있는 룸으로 향했다.“육성재 씨 온 지 얼마나 됐어요?”“방금 도착하셨습니다.”그녀는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서 버튼을 누르고는 매니저에게 당부했다.“하 매니저님, 방금 내가 육성재 씨를 내 남자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비밀에 부쳐야 할 거예요. 현장에 있던 사람들 아무 데서나 떠들지 못하게 입단속 잘 시켜요. 육성재 씨는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하 매니저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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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그녀는 포악한 기운이 온몸에 배어 있는 남자를 보고 있자니 어느새 스트레스가 가득 차올랐다. 문뜩 이승하를 처음 봤을 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비슷한 게 아니라 완전 똑같은 상황이었고 엄청난 카리스마에 압박감이 장난 아니었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매우 다른 점이 있었다. 이승하는 고귀함과 차가움이 몸에 배어 있었지만 육성재는 조울증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지금 이 순간, 아무 말도 없는 그를 쳐다보며 정가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였고 심지어 그의 앞에서조차 숨조차 쉬지 못하였다. 지난번 육성재가 이곳에 왔을 때, 웨이터가 술을 따르다가 실수를 하자 그는 바로 술잔을 깨뜨려 버렸었다. 그녀는 이 손님이 성질이 급하여 상대하기 어려운 손님인 걸 깨닫고 보고 급히 웨이터에게 물러나라고 하고는 직접 가서 그를 접대했다. 그녀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육성재는 이번에 다시 와서 특별히 그녀에게 접대해 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녀는 육성재가 자신에게 술을 따르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는 검은 눈동자를 치켜든 채 그녀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그의 거침없는 눈빛에 늘 침착하던 정가혜는 참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육성재 씨, 이곳은 정상적인 클럽이에요. 주류 서비스 외에 다른 장사는 하지 않는다고요.’다른 손님이었으면 아마도 이 말을 바로 내뱉었을 텐데 눈앞의 육성재는 그녀가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마음속으로 육성재한테 불만을 털어놓을 때, 그가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김초희를 알고 있나요?”낮고 둔탁하며 듣기 좋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김초희'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역시 그녀와 같은 여인을 육성재가 어찌 마음에 들어 할 수 있겠는가? 서유 정도가 되어야 그의 눈에 들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서유는 이승하의 여자이다. 육성재가 지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육성재를 바라보았다. “알아요. 무슨 일로 찾아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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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정가혜는 경호원들이 또다시 손을 뻗는 것을 보고 심장이 떨릴 정도로 긴장되었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그녀는 Y국에 있어요. 지현우 씨와 함께 있으니까 그녀를 찾고 싶다면 Y국으로 가요.”‘어디 한번 가서 지현우와 싸워봐. 둘 중 누가 이기는지 한번 보자고.’그녀의 말에 억누를 수 없는 엄청난 분노가 육성재의 검은 눈동자에서 터져 나왔.“ Y국에서 이미 돌아온 걸 알고 있어요. 그 여자가 처음 만난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고 그 장소가 바로 이곳이었죠.”그가 처음 이곳에 온 것도 정가혜한테 김초희의 행방을 묻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웨이터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올라 말을 꺼내지 못 하였다. 이번에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찾아왔다. 그런데 뜻밖에도 정가혜가 감히 자신 앞에서 시치미를 뗄 줄은 몰랐다.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인지?말을 마친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고 우람한 체격이 하이힐을 신고 그녀를 포위했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악한 눈으로 정가혜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가혜 씨,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윽박지르는 그의 모습에 놀라서 그녀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그가 그녀의 팔을 부러질 정도로 꽉 붙잡았다. “워싱턴에 있어요.”조금 반항적인 기질이 있는 그녀는 윽박지르면 윽박지를수록 더 그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 망망대해에서 바늘을 찾듯 어디 한번 찾아봐.육성재는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는 듯 정가혜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녀가 큰 눈을 깜박이며 그를 향해 유혹의 눈빛을 보냈다.뭐지?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진 그는 그녀를 뿌리치고 몸을 곧게 세우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 여자가 워싱턴에 없으면 난 돌아와서 당신 눈을 뽑아버릴 거예요.”그 말에 정가혜는 침을 꿀꺽 삼켰다.“항공편 기록 조사해 보면 알 거 아니에요. 그녀는 한 달 전에 이미 워싱턴으로 갔어요. 정말이에요.”그녀는 성격이 급한 육성재가 항공편 기록에 대해 조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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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평소에 쿨하고 제멋대로인 바람둥이 도련님이 이렇게 당황한 모습은 처음 본다. 설마 이 사람...“연석 씨, 왜 그렇게 신경 쓰고 긴장해요? 정말 날 좋아하는 건 아니겠죠?”그녀의 말에 그는 행동을 멈추고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 여자한테 마음이 생겼다니. 그럴 리가 있나? 3년이라는 세월, 함께 몸을 섞었던 사이라 그저 마음이 놓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여자들을 만났었는데 어떻게 이혼한 여자에게 마음이 갈 수 있겠는가? 그럴 리가 없다. “육성재는 우리 둘째 형의 원수예요. 그리고 당신은 내 전 여자 친구고. 그 사람과 얽히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납득할 수 없을 정도로 억지스러운 이유였지만 정가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바람둥이인 이연석은 그녀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고 이혼녀인 그녀도 그와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두 사람이 함께한 지난 3년은 그저 장난에 불과했을 뿐, 그 누구도 누구에게 신경 써서는 안 되는 사이었다. 정가혜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면 말고요.”그녀는 저 멀리 복도 끝에 서서 이연석을 기다리고 있는 안희연을 쳐다보았다.“안희연 씨는 투정도 많이 부리고 성격도 안 좋지만 그게 다 당신을 좋아해서 그런 거예요. 이왕 재결합한 거 잘 해줘요. 또다시 사람 갖고 놀지 말고. 여자한테 꽃 같은 시절은 얼마 안 되니까.”말을 마친 그녀는 이연석을 밀어내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을 쳐다보면서 이연석은 벽을 짚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한편, 서유는 디저트 가게에서 정가혜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몇 가지 구입한 뒤, 클럽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물건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음흉하고 악랄한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그 눈빛에 소스라치게 놀라던 그녀는 재빨리 눈을 내리깔고 옆으로 걸어갔다.“잠깐만요.”TV 속 성우의 목소리처럼 듣기 좋은 그 남자의 목소리는 마치 마력이 있는 것처럼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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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이승하는 서유를 꽉 끌어안은 동시에 차가운 눈빛으로 육성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를 잡은 손에 힘을 더 세게 주기 시작했다. 이대로 온 힘을 다한다면 육성재의 손목은 탈구될 수도 있게 된다.육성재는 잡힌 손을 뺄 수가 없게 되자 이승하를 죽일 듯이 바라보았다.“이승하, 죽고 싶은 건 너 같은데?”그는 자유로운 반대편 손으로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경호원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서유는 이승하가 혼자 온 걸 보고는 두려움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승하 씨, 난 괜찮으니까 얼른 가요.”그녀는 방금의 대화로 두 남자가 아는 사이고 원한도 꽤 깊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대로라면 혼자 이곳에 온 이승하가 불리할 수도 있다.이승하는 걱정 가득한 서유의 얼굴을 보더니 눈을 마주치며 그녀를 안심시켰다.“괜찮아, 걱정하지 마.”그 말을 끝으로 그는 긴 다리를 쭉 뻗어 이쪽을 향해 달려드는 경호원 한 명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구두 굽에 정확히 맞은 경호원은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서더니 곧이어 빨간 피를 토했다.그 뒤에 있던 경호원들은 상황을 보더니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 총을 꺼내 들었다.하지만 총을 꺼낸 순간 이승하는 육성재의 목을 잡고 단숨에 엘리베이터 문 쪽으로 밀어버렸다.쾅 하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지고 육성재는 손 쓸 틈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에 부딪혀 버렸다.목을 조른 이승하의 손에는 힘줄마저 서 있었고 잘생긴 얼굴에는 싸늘함만이 남아있었다.그는 육성재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감히 내 여자한테 손을 대?”뼛속까지 시린 듯한 그의 말에 주위마저 서늘해진 기분이었다.꼼짝도 못 하게 된 육성재는 얼굴에 핏빛이 돌면서도 눈은 질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이 새끼 당장... 쏴버려!”그 말에 경호원들은 이승하의 뒤통수를 향해 총을 겨눴다.줄곧 이승하의 품속에 있던 서유는 총이 보이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때 이승하가 그녀의 허리를 더 꽉 끌어안았고 서유는 그의 가슴 쪽에 얼굴을 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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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냉랭한 상황이 이어지던 그때 계단 쪽에서 이연석을 필두로 한 검은 양복의 경호원들이 줄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니 이내 육성재의 경호원들을 에워쌌다.“형.”이연석은 육성재가 이승하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사람들을 대동하고 이곳으로 왔다.하지만 도착해보니 역시 이승하는 이승하인 건지 홀로 여인을 안은 채 육성재를 제압하고 있었다.이에 이연석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이내 곧 죽을 것 같은 육성재에게 한마디를 했다.“육성재, 네가 형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육성재는 여전히 독기 가득한 눈이었다.“어디... 날... 죽여보던가!”그의 도발에 이승하가 천천히 손아귀의 힘을 가했다. 하지만 서유가 재빨리 이승하를 더 꽉 안고 말리는 덕에 불상사는 면할 수 있었다.이승하는 육성재를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러고는 이연석이 데려온 경호원이 건네준 티슈로 손가락을 마디마디 닦으며 버러지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육성재를 바라보았다.“프랑스로 꺼져. 그리고 다시는 내 눈앞에 띄지 마.”압박에서 풀려난 육성재는 숨을 거칠게 들이마셨다. 1분 정도 지나니 혈색도 천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만 그는 여전히 이승하를 분노에 찬 눈으로 보고 있었다.경호원들은 그의 병이 도질 것을 염려해 서둘러 부축해주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대표님, 참으세요. 이러다 들키겠습니다.”육성재에게 조울증이 있다는 사실을 들키게 되면 이승하가 그 약점을 파고들 수도 있다.육성재는 경호원의 손을 꽉 잡고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 냄새가 풍길 때야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가자.”그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서서히 닫힐 때쯤 육성재는 서유의 얼굴이 사진 속 여자와 일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김초희!”‘아니, 김초희보다는 이모를 더 닮았어. 이승하의 여자가 대체 왜 이모와 닮은 거지? 혹시 이모의 딸인가? 이모 딸은 분명 김초희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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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서유야, 너 괜찮아?!”정가혜는 아까 이연석과 얘기를 나눈 후 바로 사무실로 가 느긋하게 샤워했다. 그러다 이제 막 상 하의를 다 입은 찰나에 하 매니저가 들어와 서유가 트러블에 휘말렸다는 소리를 해 다급하게 이곳으로 뛰어왔다.정가혜는 많이 놀랐는지 하이힐이 아닌 슬리퍼를 신고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왔다.서유는 정가혜의 목소리에 서둘러 이승하를 밀어내고는 그녀에게 외쳤다.“나 괜찮으니까 넘어지지 않게 천천히 와.”정가혜는 서유 앞에 멈춰서 잠시 호흡을 고른 후 이곳저곳 훑어보며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너한테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서유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안심시켜 주었다.“괜찮아. 승하 씨도 있는데 뭐.”정가혜는 그제야 시선을 이승하에게로 돌렸다. 그녀의 눈에 비친 이승하는 지금 상당히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이승하는 지금 정가혜를 죽이고 싶으면서도 서유의 제일 친한 친구라 어쩔 수 없이 꾹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정가혜는 그의 표정을 읽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서유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내가 널 위해 VIP룸으로 준비해 뒀어. 분명히 마음에 들 거야.”이승하는 아까 클럽 앞을 지나가다 마침 서유가 앞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려 홀로 따라온 것이다.당연히 정가혜를 만나러 온 줄 알았는데 VIP룸이라는 말에 그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이승하는 서유의 다른 한쪽 팔을 잡아당겨 정가혜 옆에서 그녀를 떨어트려 놓았다.“여기 놀러 온 거야?”서유가 막 회사 사람들을 축하 파티 때문에 왔다고 하려던 찰나 정가혜가 그녀를 그에게서 다시 잡아당겼다.“서유야, 남자 모델은 몇 명 불러줄까?”‘흥, 감히 나한테서 서유를 뺏으려고 들어?!’그 말에 이승하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는 허리를 숙이더니 자신의 얼굴을 서유의 얼굴 앞으로 가져갔다.“남자 모델들과 놀 거야?”서유는 따뜻하다 못해 조금 뜨겁기까지 한 그의 숨결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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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셔츠 풀어줘.”이승하의 뜻은 그저 셔츠 제일 윗단추를 풀어달라는 뜻이었다.하지만 서유는 그와 닿으면 큰일 날 것 같아 고개를 돌리며 거절했다.“알아서 해요.”그때 이승하의 하반신이 조금 움직였다. 그리고 그 작은 움직임에 서유는 귀까지 빨개졌다.“휴, 풀어주면 나 바로 내려줘야 해요.”이승하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했다.서유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손을 들어 그의 셔츠를 매만졌다. 그렇게 세 개 단추까지 풀어주고 나니 풀어헤쳐 진 셔츠 사이로 그의 가슴이 조금 드러났다. 흰 피부에 쇄골까지 드러난 그의 모습은 지독하게 섹시했다.그리고 시선을 위로 올리면 숨 막힐 정도로 잘생긴 이승하의 얼굴이 보였다.서유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지금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보고 싶었어, 서유야.”이승하는 자신의 다리 위에 앉은 여자를 보며 이대로 그녀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유 역시 그의 말과 눈빛에서 그 의미를 알아채고는 애써 못 들은 척 화제를 돌렸다.“이제 내려줘요.”이승하는 놓아주지 않았을뿐더러 그녀의 허리를 감싸던 손을 천천히 위로 가져가더니 그녀가 방심한 틈을 타 자기 쪽으로 확 끌어안았다.그 탓에 서유는 그를 덮치는 듯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이대로 이승하가 가까워진 그녀의 입술을 탐하려는데 갑자기 관자놀이가 아파 왔다.고통은 계속 이어졌고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져 입술까지 하얗게 되어버렸다.이승하는 서유를 풀어주고 그녀를 서둘러 소파 옆에 내려놓더니 이곳에서 나가려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한걸음 떼려는 찰나 머리가 더 격하게 아파져 자신도 모르게 소파 쪽으로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승하 씨!”이승하는 마침 서유의 쪽으로 쓰러졌다.서유는 당황한 얼굴로 그를 꼭 끌어안더니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지난번 나이트 레일에서도 그는 이렇게 갑자기 쓰러졌었다.이승하는 사랑하는 그녀가 괜히 걱정이라도 할까 봐 창백한 얼굴로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난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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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심이준은 원래 금은방 사장님이 보내온 물건을 들고 서유에게 고마움도 전할 겸 한껏 자랑하려고 했었다.그런데 갑자기 이승하가 이곳에 나타날 줄이야. 이렇게 되면 이따 제대로 축하 파티를 즐길 수 없게 된다.심이준 뒤에 있던 디자이너들도 안으로 들어와 이승하의 얼굴을 보더니 얼굴에 걸렸던 웃음을 다 지워버렸다.그러고는 더 이상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고 서로서로 눈치를 봤다.“선배님, 먼저 들어가시죠.”선배라는 사람은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거절했다.“아니 아니, 후배님들 먼저 들어가시죠.”서유는 잔뜩 겁먹어 들어오지 못하는 디자이너들을 한번 보다가 다시 무서운 얼굴을 한 이승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먼저 나가 있을래요? 인사만 하고 바로 나올게요. 그리고 같이 병원 가요.”이승하는 고통을 참으려고 꽉 쥐던 손을 풀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져주며 답했다.“병원은 내일 가도 돼. 오늘은 네 옆에 있을 거야.”그는 말을 마치더니 냉랭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들어오시죠.”고작 다섯 글자일 뿐인데 디자이너들은 육식 동물을 마주한 초식 동물처럼 움찔거리며 이승하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소파에 앉았다.반면 심이준은 무슨 배짱인지 바로 이승하의 맞은편에 앉아 먼저 인사를 건넸다.“이 대표님께서 저희 축하 파티에 얼굴을 다 비추시고, 이거 너무 영광인데요?”그는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애써 괜찮은 척했다. 물론 속으로는 지금 당장 이곳에서 떠나라고 외치고 있었다.이승하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이는 듯 갑자기 손을 들어 자기 옆자리를 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심이준 디자이너, 이쪽으로 와서 얘기 좀 하시죠?”심이준은 자신을 한입에 삼켜버릴 듯한 그의 눈빛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제가 어떻게 감히... 얘기는 저희 사장님과 계속 얘기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 참, 매니저한테 맡긴 물건이 있는데 지금 가서 가지고 오라고 해야겠네요. 그럼 이만!”심이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후다닥 문 쪽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마침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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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취향에 맞는 거라니?심이준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유를 바라보자 서유 역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두 사람이 눈만 껌뻑이고 있을 때 소수빈은 화장을 예쁘게 한 남성 한 명을 안으로 들여보냈다.남자의 등장에 심이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려고 할 때 소수빈이 손을 들어 정확히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남자분 옆으로 가.”그러자 남자는 엉덩이를 요염하게 흔들며 심이준에게로 다가갔다.심이준은 털이 쭈뼛 서는 느낌에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얼른 소파에서 일어나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소파에서 일어서기도 전에 남자의 괴력에 의해 다시 소파에 앉혀지고 말았다.남자가 가까이 다가오자 순간적으로 역한 향수 냄새가 코를 찔러왔다. 심이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을 꾹 누르고 있는 남자의 손을 보며 경고했다.“손 안 치워?”하지만 남자는 손을 치우기는커녕 다른 한 손으로 심이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쓸어내리기 시작했다.“오빠, 난 오늘 오빠 거야. 우리 한번 재밌게 놀아볼까?”“재밌게 놀기는 무슨...!”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이번에는 심이준의 볼에 뽀뽀를 해버렸다.이에 심이준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렸고 천천히 눈을 크게 뜨더니 소리를 질렀다.“X발! 지금 어디에다가 입술을 들이밀어?!”한편 먼 곳에 앉아있던 디자이너들은 그 모습을 목격하더니 속닥거리며 웃어 댔다.“심이준 디자이너에게 이런 취향이 있었을 줄은 몰랐네.”심이준은 그 속닥거림을 들었는지 더욱더 거세게 소리를 지르며 남자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이딴 게 어딜 봐서 내 취향이라는 거야! 차라리 여자를 데려오라고!’서유는 이런 광경을 처음 목격했던 터라 눈을 반짝이며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사람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한창 재밌게 구경하는데 갑자기 커다란 남자의 손이 그녀의 눈을 가리고 낮게 속삭여왔다.“이제 가자.”서유는 잠깐 움찔하더니 이내 이승하와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저었다.“축하 파티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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