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 Chapter 471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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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남자는 대화창을 내려보다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내가 걱정돼?”나른하고 매혹적인 그의 목소리는 일부러 그녀를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 서유는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기만 했다. 그윽한 눈동자에 붉은 핏줄기가 다 사라졌지만 여전히 옅은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얇은 입술에 그녀의 립스틱이 더해져 본연의 색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잘생긴 얼굴은 여전히 창백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서유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그가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그 사람만의 특유한 향기가 몰려오자 서유는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고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등이 차창에 부딪히자 깔끔하게 다듬어진 손끝이 그녀의 뺨을 살짝 스쳐 지나가더니 창문에 내려앉았다. 남자는 그녀를 감싸 안으며 고개를 숙였다.“대답해.”잘생긴 얼굴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그녀는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그의 눈빛과 마주쳤다. 반짝이는 별빛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므리고 있던 그의 얇은 입술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나 괜찮아. 걱정하지 마.”청량하고 힘찬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떨어지자 마치 마력을 지닌 것처럼 복잡했던 그녀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가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 후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그가 그녀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서유는 손을 뻗어 워싱턴에 있을 때처럼 그의 뺨을 어루만지고 싶었지만 그에게 다가가던 찰나 갑자기 용기가 나지 않았다.이때, 손을 거두려는 그녀를 보고 그가 잽싸게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그의 볼에 살며시 가져다 댔다. “서유, 두려워하지 마.”그를 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그를 사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말고 그와 다시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그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랑을 줄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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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의미심장한 그녀의 대답에 서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설명하기도 전에 주서희의 입에서 그녀를 더 난감하게 만드는 말이 튀어나왔다. “서유 씨, 걱정하지 말아요. 대표님은 아주 건강하세요. 두 분이 아이를 갖는 데는 전혀 문제없어요.”아이 때문에 지금 이러는 게 아니잖아. 그녀가 신경 쓰이는 건...서유는 고개를 들고 자신을 감싸고 있는 이승하를 쳐다보다가 안색이 굳어진 그의 모습에 하려던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그는 전화를 끊고 그녀에게 핸드폰을 돌려준 뒤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더니 그녀를 놓아주고는 똑바로 앉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정가혜의 별장 쪽으로 향했다. 달아올랐던 차 안의 분위기는 사라져 버렸고 남자의 쓸쓸한 모습만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녀는 그를 슬쩍 훔쳐보았고 그 순간 그가 갑자기 핸들을 잡고 있던 손을 떼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길로 가느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손바닥을 가로질러 다시 깍지를 꼈다. 꽉 잡은 두 손을 보며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한 손으로 운전하고 있는 그를 쳐다보았다. “승하 씨...”“당신은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야. 꼭 그럴 거라고.”이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은 좀 전에 그녀에게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오는 모습과는 달리 그녀를 마주할 용기조차 없어 보였다. 서유는 힘줄이 불끈 솟을 정도로 손을 꽉 잡고 있는 그의 손등을 내려다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그래요. 그럴 거예요.”그 말에 굳어졌던 그의 잘생긴 얼굴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내 아이 말이야.” 그는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강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서유는 그의 여자이고 그녀의 아이는 그의 아이일 수밖에 없다.그녀는 그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리고 쏜살같이 뒷걸음치는 창밖의 경치를 쳐다보았다.대답이 없는 그녀의 모습에 그녀를 잡고 있는 그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잠시 후, 차 안에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나한테 남자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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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어두컴컴한 가로등 아래 아름다운 몸매의 남자가 가녀린 여인을 껴안고 미친 듯이 그녀에게 진한 키스를 퍼붓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턱을 치켜들고 그의 거친 키스를 받아내며 맑은 눈으로 그를 담담하게 쳐다보았다.“승하 씨.”그가 살짝 입술을 뗀 틈을 타 그녀는 있는 힘껏 그를 밀어냈다.“뭐 하는 거예요?”눈빛이 희미해진 그가 그녀의 말을 듣고 들끓는 욕망을 가라앉혔다.“미안해.”그는 감싸고 있던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에서 손을 떼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서 몸을 휘청거렸다. 다행히 등 뒤에 차가 세워져 있어서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차에 기대었다.며칠 동안 지속된 두통에 그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관자놀이를 문지르려 했다.시선이 눈앞의 여인에게 닿는 순간 허공에서 잠시 멈칫하던 손이 다시 그녀의 단발머리로 향했다. 엄청난 고통을 참으며 그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차는 당신한테 준 거니까 다시 가져가지 않을 거야. 지금 타고 싶지 않으면 나중에 운전하고 싶을 때 운전해.”말을 마친 그는 재빨리 차 열쇠를 꺼내 그녀의 손바닥에 놓아주었다.“먼저 갈게. 당신도 일찍 쉬어. 내일 데리러 올게.”데리러 오겠다는 이유에 대해서 그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힘겹게 몸을 이끌고 뒤돌아서서 별장 반대편 쪽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걸어가더니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탄 그는 재빨리 진통제 한 병을 꺼내 진통제 몇 알을 먹었다. 잠시 후, 진정을 되찾은 후에야 비로소 눈을 뜨고 차창을 통해 여전히 차 앞에 우두커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인을 쳐다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이 떠오른 그는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트렁크 열어봐.]위장을 잘한 것인지 서유는 그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였고 그저 자신이 차를 받지 않을까 봐 그가 빨리 자리를 뜬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 자리에서 서서 그를 쳐다보며 어떻게 차를 돌려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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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현재 NASA 프로젝트의 자금이 입금되었기 때문에 그녀는 대략 20억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고 그 정도면 심이준에게 진 신세를 갚기에는 충분했다.그동안 심이준의 세심한 가르침이 없었다면 그녀는 이렇게 빨리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유는 컴퓨터를 켜고 건축에 관련된 각종 앱와 동영상을 클릭하여 공부하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전공했던 그녀는 이 앱들을 예전에 배운 적이 있었고 몇 번만 복습하면 예전의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았다. 지금은 프로젝트를 빨리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에 스케치만 그렸지만 나중에 언니의 프로젝트들이 다 마무리가 되면 그녀도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맡아야 했다. 때문에 스케치부터 후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한 번 진행해 보아야만 모든 단계를 더 빠르고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녀는 10시까지 공부를 하고 눈을 보호하기 위해 제때 컴퓨터를 끄고 침실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 아침,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서유는 잠에서 깼다. 잠결에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이승하한테서 온 문자였다.[일어났어?]이불 속에 틀어박힌 서유는 몸을 뒤척이며 엎드려서 그에게 답장을 보냈다. [깼어요.][9시에 데리러 갈게]아직 9시가 안 된 것을 확인하고 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시 잠을 청했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서유 씨, 주서희 선생님 오셨어요.”어쩔 수 없이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야만 했다.“아주머니, 서희 씨한테 거실에서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세요.”노현정은 짧게 대답한 후 자리를 떴고 서유는 이내 이불을 젖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르게 씻고 난 뒤, 그녀는 흰 셔츠와 청바지로 갈아입고는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를 반쯤 묶어 올렸다. 거울에 비친 깔끔하고 산뜻한 그녀의 얼굴은 더 귀여워 보였다. 그녀는 가볍게 립스틱을 바르고 황급히 아래층 거실로 내려갔다. 주서희는 그녀가 내려온 것을 보고 손에 든 약상자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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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별장 입구에 한참 서 있던 그녀는 이승하의 차가 자신의 앞에 멈춰 서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차창이 내려오고 햇빛이 차 안으로 쏟아지면서 그의 각지고 정교한 이목구비가 눈앞에 드러났다.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고개를 돌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람한 체구로 서유를 몸에 감쌌다.선글라스 너머, 눈을 내리깔고 있는 그의 눈동자에는 매력적인 그녀의 모습이 비쳤다. “당신... 오늘...”그는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정말 예뻐.”그녀는 손을 뻗어 귀를 막고 손등으로 그의 뜨거운 숨결을 가렸다.“말할 때마다 가까이 다가오지 말래요?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남자는 얇은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머리 많이 길었네.”멀지 않아 허리까지 내려오는 그녀의 긴 머리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그때까지 자신이 그녀의 옆에 있기를 바랐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그녀를 끌고 가더니 차 문을 열고 그녀를 차에 태운 뒤 트렁크에서 꽃다발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화려한 핑크 장미를 보고 그녀는 고개를 들어 꽃을 들고 있는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어제 선물했었잖아요.”그는 꽃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앞으로 매일 한 다발씩...”앞으로 그가 살아 있는 한 매일 한 다발씩 그녀에게 꽃을 선물할 생각이다.그녀는 한참 동안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가 건네는 꽃을 받았다. 꽃을 품에 안은 채 그녀는 선글라스를 끝내 벗지 않는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눈 왜 그래요?”아직은 여름이 되기 전이라 햇빛이 그리 강하지 않아서 운전할 때 선글라스를 낄 필요가 없는데 그가 이리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니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 말에 이승하는 그저 담담하게 대답했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눈이 빨갛게 됐어. 당신이 보면 놀랄까 봐.”그녀는 꽃을 들고 있던 손을 살짝 움켜쥐었고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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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그는 서유를 데리고 주얼리 코너로 가서 그녀한테 마음에 드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그녀가 거절하자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점원에게 다이아몬드 액세서리 신상품을 별장으로 보내라고 당부했다. 점원은 서유를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깍듯하게 대답했다.“네, 대표님.”주얼리 코너에서 끌려 나온 서유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차도 주고 꽃도 주고 액세서리도 주고 이젠 옷까지 선물하는 건 아니겠지?그녀의 예상대로 이승하는 그녀를 데리고 명품 샵으로 향했고 이번에는 그녀한테 의견조차 묻지 않고 바로 점원들한테 포장하라고 했다.옷과 신발 그리고 가방들을 포장하느라 정신이 없는 점원들을 보며 서유는 머리가 찌근거렸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크리스털 하이힐을 신겨주는 남자를 보며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이런 것들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거예요?”이승하의 성격으로는 절대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뒤에서 그한테 함부로 막 가르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신발을 들고 있던 그의 손이 잠시 멈추었고 그가 짙은 속눈썹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이연석한테서 배웠어.”숨을 들이마시던 그녀는 허리를 굽혀 선글라스를 낀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다음부터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믿지 말아요.”갑자기 다가온 그녀에게서 핑크 장미의 향긋한 향이 풍겨왔고 그녀의 바디 향과 함께 그의 콧방울에 은은하게 스며들었다.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볼에 전해져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짜릿했고 그는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붉은 입술에 떨어졌고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기억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녀는 선글라스에 가려진 남자의 눈빛을 알 수 없었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남자의 귀 끝을 발견하게 되었다. 잠시 흠칫하던 그녀가 상반신을 일으키려는데 그가 갑자기 그녀의 턱을 치켜들고 그녀의 붉은 입술에 뽀뽀했다. 옆에서 여러 켤레의 신발을 들고 있던 점원은 그 광경을 보고 흥분된 표정을 지으며 동료들에게 눈짓했다.[빨리 봐,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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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이승연은 서유를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고 이미 서유를 만났으니 눈치껏 자리를 피했다. 그녀의 우아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잔뜩 긴장하고 있던 서유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전부 박하선처럼 그녀를 경멸하고 무시하며 심지어 악담을 퍼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승하의 큰누나가 이렇게 온화하고 점잖은 분일 줄은 몰랐다. 그녀한테서 도도하고 까칠한 면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진정한 재벌가의 일원으로 교양이 있고 보고 듣고 배운 것이 많아 시야가 넓은 명문가의 자제다운 모습이었다. 이승하는 고개를 숙이고 품에 안긴 여인을 향해 물었다.“언제쯤이면 나랑 같이 우리 집안 행사에 참석할 거야?”서유는 맑은 눈망울을 들어 잘생긴 그의 얼굴을 응시하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말했다.“나중에요.”지금의 그녀는 그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와 함께 이씨 가문의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아무 말도 없이 손을 내밀어 쇼핑백을 받아쥐는 그녀를 보고 그는 그녀가 동의했음을 알아차렸다. 이승하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몸을 밀착시킨 뒤 그녀의 턱을 치켜올렸다. “기다릴게.”그의 품에 안겨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안 가요?”옅은 미소를 짓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장미처럼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구름과 안개가 걷힌 뒤의 밝은 달처럼 환해 보였다. “난 당신의 웃는 모습이 좋더라.”가볍게 오므리고 있던 입술이 은은한 곡선을 그리며 즐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풀고 그녀와 깍지를 낀 채 백화점을 떠났다. 서유는 쇼핑만 하고 나면 끝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는 그녀를 데리고 바닷가로 왔다. 푸른 하늘이 바다와 연결되고 수면에 반사되어 맑은 푸른 빛을 띠었고 멀리서 바라보니 끝이 보이지 않았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머리가 찰랑거렸고 저 멀리 갈매기가 모래사장 위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훤칠한 남자가 가녀린 여인을 이끌고 조용히 모래사장을 걷고 있었다. 햇빛이 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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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그의 제안에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카메라를 다시 켜고 서유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버튼을 누르기 전에 그는 품에 안긴 그녀를 살짝 꼬집었다.아픔이 전해져 그녀는 엉겁결에 고개를 젖히고 옆에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고 그녀가 미처 묻기도 전에 그가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같은 시각, 그가 기나긴 손가락으로 촬영 버튼을 눌렀다. 그저 평범한 사진 한 장을 원하는 줄 알았는데 그가 원하는 게 이런 사진일 줄은 몰랐다.핸드폰을 거두는 그를 보며 그녀는 급히 발끝을 세우고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파란 하늘 아래서 달콤한 키스를 나누던 두 사람, 그녀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삭제하고 다시 찍어요.”그는 삭제 버튼을 누르려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이내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밥 먹으러 가자.”그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휴게소로 향했고 서유는 그의 양복 주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따가 밥 먹을 때, 그가 재킷을 벗으면 핸드폰을 몰래 빼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핸드폰 비밀번호를 모르고 있다.“비밀번호는 당신 생일이야.”남자는 그녀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거침없이 대답한 뒤 핸드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서유의 시선은 핸드폰을 따라 그의 허벅지 쪽으로 향했고 그녀는 몰래 사진을 삭제하려고 했던 마음을 순식간에 접었다. 이승하는 그녀를 데리고 4층 높이의 개인 선박에 올라탔다. 외관은 하얗고 넓고 럭셔리했고 내부는 깨끗하고 심플했다. 배 위에 있던 직원은 두 사람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급히 그들을 안내하여 꼭대기 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호화롭고 풍성한 음식들이 정교한 식탁 위에 차려졌고 그 옆 창밖으로 웅장한 바다가 펼쳐졌다. 두 사람이 앉아서 식사할 때, 배가 천천히 출발하였고 은백색의 물보라가 뱃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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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2층 침실로 올라와 보니 불이 켜지 않는 상태였다. 그녀는 어두운 불빛을 빌려 아래층에 멈춰 있는 코닉세그와 차에 타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반쯤 내려온 차창 너머로 그가 핸드폰을 들고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열었고 그가 보내온 것은 해변에서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삭제하지 말고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어.]추억이라... 왜 추억이지?그녀는 답장을 보내려다가 그의 프로필 사진이 갑자기 그녀의 사진으로 바뀐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그는 또 문자를 보내왔다.[사랑해, 잘 자.]서유는 몇 초 동안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잘 자요.]다음 날 아침, 서유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가 보낸 핑크 장미를 받았다. 그날은 그가 아니라 소수빈이 장미를 가지고 왔다. “서유 씨, 오늘 대표님께서 중요한 미팅이 있으셔서 제가 대신 왔습니다. 서운해하지 말아요.”그녀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 사람한테 고맙다고 전해주세요”소수빈은 짧게 대답하고는 차에 올라탄 뒤 이승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침대에 누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남자는 소수빈의 말에도 입을 열지 못하였다. 그는 손가락을 떨며 전화를 끊은 다음 간신히 손을 내밀어 진통제를 집어 입에 넣었다. 한편, 서유는 프랑스어 학원에 가서 하루 종일 수업을 듣고 나와 심이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두 사람은 클럽에서 만나기로 하였고 서유는 음식을 대충 챙겨 먹고 미리 정가혜의 클럽으로 향했다. 3일 동안 누군가가 통째로 빌린 클럽에는 아직도 손님이 있었다. 정가혜는 허리를 굽혀 술을 따른 뒤, 두 손으로 잔을 들어 그늘진 곳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연석 씨, 이건 우리 투 해븐에 남은 마지막 좋은 술이에요. 한번 맛봐요. 여전히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나도 이젠 방법이 없네요.”예쁜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눈 밑에는 피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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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갑자기 얼굴에 뿌려진 와인의 차가운 기운에 정가혜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지만 움츠러들지 않았고 여전히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고 낭패한 모습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매우 연약해 보였고 쓸쓸해 보였고 힘없는 아이 같아 보였다. 늘 당당하던 정가혜가 이렇게 혼자 힘없이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이연석은 갑자기 마음이 아팠다. 그는 안희연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재빨리 거두고는 책상 위의 휴지를 잡아당기려 했다. 바로 이때, 정가혜가 그보다 한발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휴지를 몇 장 뽑아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와인을 닦고 난 뒤,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턱을 치켜올렸다.차가운 그녀의 시선이 안희연을 넘어 이연석에게로 떨어졌다. “이연석 씨, 이제 끝났어요.”그녀가 말한 것은 서비스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연석은 두 사람 사이가 끝났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약간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정가혜의 손목을 잡아당기려고 했다. 그러나 손이 닿기도 전에 그녀가 맥주 한 병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맥주병을 몇 번 흔들더니 이빨로 깨물었고 안에 있던 맥주가 순식간에 튀어나왔다.정가혜가 갑자기 왜 맥주를 따는 것인지에 대해 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갑자기 얼굴에서 차가운 기운이 전해졌다. 그녀는 건방진 자세로 입에 물고 있던 병뚜껑을 뱉고는 소파에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맥주를 퍼부었다.“3일 동안 당신들 비위 맞추느라고 엄청 힘들었네요. 이젠 시간 다 됐으니까 역할을 바꿔야죠.”맥주는 레드 와인보다 더 자극적이었고 얼굴을 맞으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던 터라 안희연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정가혜를 향해 소리쳤다.“천박하기는. 당장 멈추지 못해요?”차갑게 피식 웃던 정가혜는 그들에게 맥주를 끼얹으면서 웨이터에게 계속해서 술을 오픈하라고 지시했다.“오늘 아주 제대로 맥주 목욕을 시켜줄 테니까 머리까지 잘 씻기는지 한버 두고 보자고요.”지난번에 서유와 영상 통화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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