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해지: 놔줘요 대표님의 모든 챕터: 챕터 501 - 챕터 510
804 챕터
제501화
소준섭의 얼굴은 투명할 정도로 하얗게 변했고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이 그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주서희, 난... 네가 날 좋아했다는 걸 몰랐어. 그날 밤, 난 네가 다른 남자를 따라가는 줄 알았고.”횡설수설하며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한 발 앞으로 다가가 주서희를 끌어안으며 지난날의 일들에 관해 설명하려 하였다. 그녀의 자궁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녀는 죽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싶었고 그가 사람을 보내 그녀를 황량한 들판에 버린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소준섭 씨, 외국에 있는 10년 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요? 당신을 미워하면서 억지로 버텼어요. 당신이 날 사랑하게 만들고 당신에게 복수할 거라고 매일 수없이 다짐했었죠.”10년을 계획한 일이었고 바로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소준섭은 눈앞에 있는 여인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눈에서 그에 대한 사랑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고 그녀는 위장조차 하지 않았다. ‘서희가 정말 나한테 복수하고 싶었던 거구나...’그동안 다정했던 그녀의 태도, 사랑한다는 그녀의 말은 전부 가짜였다.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그의 사지를 옥죄었고 숨이 멎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그는 창백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었다. “성공했네...”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녀는 그의 마음속에 들어오게 되었다. 앞으로 주서희라는 여자를 다시는 떼어낼 수 없을 것 같다.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뒤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손을 들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그녀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는 자신을 부축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정가혜와 서유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못 볼 꼴 보여줘서.”정가혜와 서유는 고개를 저으며 손을 내밀어 주서희를 안았다.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녀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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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주서희와 소준섭 사이의 원한은 소수빈의 어머니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부산에서 가정이 있는 남자들만 꼬시는 여인으로 유명했었다.그녀는 소수빈을 임신한 뒤 안방을 차지했고 소준섭의 어머니는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 불과 다섯 살이었던 소준섭은 어머니가 뛰어내리는 것을 직접 목격하게 되었고 그날 그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떨어졌고 그의 얼굴에 피가 튕겼었다. 그 이후로 순하고 착했던 소준섭은 성격이 많이 변하였고 어린 나이에 이불에 쌓여있는 소수빈의 목을 조를 생각까지도 했었다. 소준섭이 아이를 죽일까 봐 걱정되었던 그녀는 소수빈을 이씨 가문으로 보냈고 절친한 친구였던 집사에게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나쁜 여자인 것 같긴 해도 그녀는 부모를 여인 조카를 데려와 직접 돌보고 가르쳤었다.그렇다고 해서 좋은 여자는 아니었다. 그녀는 소준섭에게 자신의 아들이 되라고 강요했고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라고 강요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소준섭은 아버지에게 호되게 맞았었다. 나이가 어렸던 소준섭은 그녀의 상대가 아니었고 풀리지 않는 마음속의 원한을 전부 주서희에게 쏟아냈다. 주서희와는 상관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죽이려고 하면서도 그녀를 구하려 했다. 이렇게 반복되는 원한 속에서 그와 주서희는 지금까지 얽히고설키는 관계로 지내왔다. 한편, 모든 것이 어머니의 잘못임을 알고 있던 소수빈은 부산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어머니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주서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승하를 따라 작전을 펼치고 있던 그때, 반쯤 죽어있는 주서희를 만나고 나서야 그는 사촌 여동생이 소씨 집안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는 이승하에게 주서희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그 후 주서희를 해외로 보냈다. 그대로 끝이 날 줄 알았는데 소준섭이 아직도 주서희한테 매달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소준섭은 오랜 세월 이렇게 지내오면서 주서희를 놓지 못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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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주서희의 과거를 알게 된 서유는 밤새 잠을 잘 자지 못하였고 아침에 일어나니 개운하지가 않았다. 핸드폰을 확인한 그녀는 평소 이 시간대에 늘 영상통화를 했던 이승하가 오늘은 소식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마음이 불안했던 그녀는 용기를 내어 통화버튼 눌렀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 옆으로 다가갔고 창밖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잠깐 넋을 잃고 말았다. 그날, 그녀는 정가혜와 함께 주서희를 보러 병원에 갔었고 학원에 가서 수업도 듣고 서재에서 설계도도 그리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이승하는 하루 종일 전화 한 통이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들고 대화창을 응시하며 밤새도록 기다렸지만 그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새벽쯤, 결국 잠이 들어버린 그녀는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 꿈 속의 장면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이승하가 차가운 얼굴로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간 모습은 똑똑히 기억났다. 그녀는 쫓아가서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눈을 붉히며 그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게...”그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그녀의 손을 밀쳤다.“난 정말 노력했었어. 내 목숨까지 당신한테 다 바쳤다고. 더 이상 당신을 쫓아갈 힘이 없어. 우리 이제 그만해.”그 자리에 서서 차를 타고 떠나가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얼굴을 가린 채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꿈에서 깨어난 그녀는 답답한 가슴을 누르며 침대 머리맡에 기댄 채 한참 동안 마음을 가라앉혔다. 워싱턴, 이제 막 정신이 든 이승하는 벽시계의 시간을 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켰고 서유한테서 영상통화가 온 걸 발견하고는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차에 탄 후, 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는 그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한편,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있던 그녀는 걸려 온 그의 전화를 보고 당황했던 마음이 차츰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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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그가 붉게 물든 눈빛으로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이번 생에는 더 이상 당신 아프게 안 해.”그가 그녀의 턱을 치켜들고는 그녀의 붉은 입술, 눈, 뺨, 턱에 입을 맞추었다.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다루듯이 부드럽고 섬세하게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를 껴안고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붓던 그가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속삭였다.“사랑해.”설레는 마음에서 깊은 사랑까지,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모든 용기를 다 해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쫓아다녔다. 마음을 다시 열고 이 남자를 받아들였을 때, 그녀는 한 남자의 지극한 사랑을 느끼게 되었고 그 사람만의 특별한 사랑을 깨닫게 되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느낌을 경험하게 되었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함이었다. 힘에 부쳐 잠이 들려고 하는 그녀를 보며 남자는 계속 그녀를 달랬다.“한 번만 더 해, 응?”그녀는 싫다는 말 한마디만 내뱉고는 그를 밀치고 돌아서서 그의 베개를 껴안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녀를 더 원했지만 그는 차마 그녀를 깨우지 못하였고 간신히 욕망을 참으며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잠든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몸을 돌려 자신의 품속으로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에 그의 눈가에는 애틋한 미소가 번졌다. ‘서유, 당신과 평생을 약속했으니 당신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살아남을 거야. 당신이 내 목숨을 원하지 않은 한, 그 누구도 날 당신의 곁에서 데려갈 수는 없어. 지옥의 저승사자라고 해도 날 끌고 갈 수 없을 거야.’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다음 날 오전이었다. 그녀는 남자의 품에 꼭 안겨있었고 고개를 숙이자 남자의 탄탄한 복근이 시선에 들왔다. 시선을 점점 아래로 내리던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녀가 잠든 후에 그가 무엇을 했는지, 뜻밖에도...그녀는 몸을 살짝 비틀며 그를 떼어냈고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던 찰나 그의 넓은 손바닥에 허리가 눌렸다.“조금만 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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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그의 꼬임에 넘어간 그녀는 그가 자신을 데리고 뭔가를 보여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는 자신의 뜨거워진 그곳으로 향하더니 그녀의 목덜미에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때? 재미있지?”방금까지 얼굴을 붉히던 사람은 그였지만 지금은 그녀가 원래의 얼굴색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빨갛게 달아올랐다.“아니요. 별로예요.”그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럼... 쓸 만은 해?”서유는 붉은 뺨을 가린 채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보았고 수많은 별이 총총히 모여 있는 그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동자 안에는 온통 그녀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의 따뜻한 눈빛은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불어와 사람을 쉽게 빠져들게 만들었다.잘생긴 얼굴에 옅은 미소가 서서히 피어올랐고 긴 눈매가 살짝 휘어졌다.우아하고 기품이 흘러넘치는 그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그녀의 귓가에서 야한 소리를 늘어놓는 남자와는 도저히 연상시킬 수가 없었다. 그녀가 시선을 거두며 손을 놓으려 하자 그가 그녀를 힘껏 눌렀다.“이번에는 당신이 나 좀 도와줘야지?”이런 일에서 항상 밀렸던 그녀는 용기를 내어 발끝을 세우고 그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싫어요.”달콤한 향기와 짜릿함이 그의 귓가에서 전해졌다. 전율이 귓가를 스쳐 온몸으로 퍼졌고 그가 몸을 살짝 떨었다. 짙은 눈을 내리깔고 도발하는 여인을 바라보는 그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그럼 내가 도와줄게.”남자는 허리를 굽혀 그녀를 번쩍 안아 부드러운 소파 위에 올려놓고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이승하 씨.”“응?”“그만 해요.”알았다는 소리는 하면서도 그는 결국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남자는 그녀의 뒤통수를 감싼 채 그녀의 붉은 입술에 바짝 다가섰다.“내 이름 불러줘.”온몸을 떨고 있던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이승하 씨...”그는 그녀의 허리를 톡톡 치며 눈빛이 흐릿한 여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옛날처럼 날 불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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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소문난 바람둥이인 이연석이 조만간 안희연과 헤어질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헤어질 줄은 몰랐다. 그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내가 실연당하게 한 것도 아닌데 왜 날 찾아온 거야? 어이가 없네.’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비틀거리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짙은 술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자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코를 꼬집었다.“가까이 오지 말아요. 어우 술 냄새.”그러나 그는 기어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 위에 받치고는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두었다. 그는 아이처럼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칭얼댔다.“당신 때문에 안희연과 헤어지게 된 거예요.”그 말에 정가혜는 눈을 흘겼다.“도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 거예요? 토할 데가 없으니까 일부러 나한테 온 거죠?”그녀는 뾰족한 손톱을 들어 그의 관자놀이에 대고 세게 찔렀고 이내 그의 머리가 그녀의 어깨에서 미끄러졌다. 그 기회를 틈타 그녀는 그를 밀어냈고 인사불성이 된 이연석은 그녀의 손길에 몸을 휘청거리더니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펑’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뒤통수가 별장 입구의 화분 가장자리에 부딪혔다.곧이어 도자기 조각이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사방으로 흩어졌고 그 광경에 정가혜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그러나 그는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하였고 맑고 깨끗한 두 눈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나 좀 일으켜줘요. 더러워...”아무 일도 없는 듯한 그의 모습에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혼자 일어나요. 그리고 빨리 돌아가요. 나한테서 이러지 말고.”늦게 전해진 고통에 그는 한참 동안 머뭇거렸고 그 고통이 점차 뇌신경으로 전달되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뒤통수를 만졌다. 미지근한 액체가 손에 닿자 그는 손바닥을 펴고는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피가 나는지 좀 봐줘요.”손에 가득 찬 피를 보고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서둘러 그를 부축하면서도 그에게 재수 없는 인간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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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3일 동안 당신이 날 어떻게 모욕했는데요. 난 절대 잊을 수 없어요. 그만 돌아가요.”그 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향했고 그에 대해 아무 미련이 없는 듯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쿨하게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그는 가슴이 아팠다. 술기운을 빌미로 상처를 빌미로 그녀의 집에 있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미안하다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을 그는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였다. 이씨 가문의 별장, 저녁을 먹은 후 이승하는 서유의 손을 잡고 뒷마당으로 향했다. 각양각색의 꽃들로 만발했던 정원은 이제 핑크 장미만 남게 되었고 코를 찌르는 장미의 향기가 가슴속에 스며들고 콧방울을 파고들었다.그녀는 꽃향기를 맡으며 끝없이 펼쳐진 핑크빛 꽃바다와 별빛 가로등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찡해졌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남자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문자보다 여기가 더 좋지?”그의 말에 로맨틱했던 분위기가 와장창 깨져버렸다.“방금은 일부러 날 놀린 거죠?”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손가락을 들어 뒤에 있는 하인에게 손짓했다.“가위 좀.”하인은 재빨리 가위를 가져왔고 가위를 건네받은 남자는 꽃밭으로 들어가 장미 열한 송이를 잘랐다.그는 세심하게 가시를 제거한 후 그녀에게 꽃을 건네주었다.“오늘은 아직 당신한테 꽃을 선물하지 않아서...”그녀가 손을 뻗어 꽃다발을 건네받자 그가 말을 이어갔다.“열한 송이 꽃, 한평생이라는 뜻이야.”그녀는 허리를 굽히고 꽃밭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남자를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이런 건 또 어디서 배운 거예요?”옅은 미소를 짓던 그는 그녀의 말에 아무 대답도 없이 손만 뻗어 계단에 서 있던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그는 그녀를 안고 꽃밭을 가로질러 정원 한가운데 있는 작은 정원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는 흔들 의자에 그녀를 올려놓은 뒤 한쪽 무릎을 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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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그녀는 치맛자락을 잡고 있던 손을 떼며 입을 열었다.“생각 좀 해볼게요.”그의 눈빛에 당혹감이 가득 차 있었다.“얼마나?”그녀는 천천히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아랫배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이혼 도장을 찍었던 것도 상관이 없었고 신분 차이가 나는 것 또한 상관이 없었다. 노력하면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만큼은...거대한 명문 가문의 권력자로서 어떻게 아이를 갖지 않을 수 있겠는가?세상 사람들이 수군대는 건 신경 쓰지 않더라 하더라도 집안 어르신들의 반대가 엄청 심할 것이다. 깊은 생각에 잠긴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보름 정도만 시간을 줘요.”몸조리를 하는 약을 먹고 나면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주서희가 그랬었다. 요 며칠 동안 여러 번의 잠자리가 있었으니 보름이 지나서 아이가 생겼는지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시간이 오래되면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 보름은 너무 길어.”애틋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를 보며 그녀는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서 한발 물러섰다.“그럼 열흘만요.”이승하는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밤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예쁘장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마음이 설렜다. 그는 한참 동안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확인한 후 그에게 답을 주려고 했던 그녀의 마음을 깨닫게 되었다.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린 그는 턱을 치켜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이 아이를 가질 수 있든 없는 난 꼭 당신이랑 결혼해야겠어.”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깍지를 끼고는 막무가내로 말했다.“당신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결혼할 생각이야.”그 말을 들은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결국은 당신 멋대로 할 건데, 열흘 정도 기다려주는 건 괜찮잖아요?”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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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한편, 서유가 프랑스어책을 들고 학원을 나오자 양복에 넥타이를 맨 사람들이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수업이 끝나면 경호원을 보내겠다고 했었기에 그녀는 자신을 데리러 온 이승하의 사람들인 줄 알았다. 그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자 앞장서 있던 흉터남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와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서유 씨, 혹시 김씨라는 사람 알아요?”김씨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그녀는 책을 안고 몸을 떨었다. 예전에 이승하는 김씨의 정체가 노출되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했었다. 근데 이 남자가 어찌 김씨를 알고 있는 걸까? 그녀는 손바닥을 움켜쥐고는 마음을 가라앉힌 뒤, 일부러 경계에 찬 표정을 지었다.“당신 누구예요? 내 이름은 어떻게 알아요?”남자는 당연히 그녀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신분인지 알려주지 않았고 그저 차갑게 대답했다.“그 사람을 알고 있는지 없는지만 대답해요.”마음속으로는 몹시 당황했지만 그녀는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쪽은 내 질문에 대답도 안 하는데 내가 왜 당신의 질문에 대답하는 거예요?”그녀가 귀찮았던지 남자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전에 경찰서에 신고한 적이 있었죠? 그때 경찰서에 남긴 이름이 김씨, 내 말 맞죠?”그 말에 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전에 내가 경찰에 신고해서 김씨의 정체가 들통난 건가?’그녀는 책을 움켜쥐고 당황하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거듭 자신을 타일렀다.“생각났어요.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난 이미 김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과 합의를 봤고 돈도 받았어요.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고 했는데 경찰에서는 왜 사건을 취소하지 않는 거죠?”흉터남은 반쯤 깎인 눈썹을 찡그리더니 수상쩍게 물었다.“김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요? 어두운 밤의 김씨가 아니고요?”서유는 흉터남이 경찰서에서 자세한 자료는 받지 못한 채 김씨의 이름만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순진한 얼굴로 흉터남을 쳐다보며 아무 말이나 뱉어냈다. “그래요. 유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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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한편, 부산에 있는 남자는 이 뉴스를 보고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사진 속에서 그녀의 앞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뒷모습만 보아도 그가 평생 뼛속 깊이 새겨둔 여자라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그녀의 결혼 소식이 들려올지도 모르겠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자는 담장 밖의 푸른 하늘과 흰구름을 올려다보았다. 그토록 따뜻하고 화창한 햇빛이 쏟아지지만 그는 왜 항상 춥기만 한 것인지...그 추위가 넝쿨처럼 그의 몸을 휘감고 있어 밤새도록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뒤에 있던 김태진과 김민정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담요를 가져와 그의 다리를 덮어주었다.“대표님, 서유 씨를 찾아갈까요?”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고 깨끗한 소년의 향기가 풍겨왔다.“누구도 그녀를 방해해서는 안 돼.”이번 생에서 그가 죽든 살든 그녀한테 알리는 걸 원치 않았다. 그저 그녀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잠에서 깨어난 서유는 비몽사몽인 상태로 고개를 돌려 이승하를 쳐다보았다. 마침 그는 침대 끝에 기대어 앉아 한 손으로 관자놀이를 주무르고 있었다.정신이 든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매일 약 챙겨 먹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왜 아직도 그렇게 아픈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에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잠깐씩 아픈 거야. 별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얼굴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아파하는 그를 보고 그녀는 얼른 몸을 곧게 펴고는 손을 뻗어 부드럽게 그의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눈앞의 여인을 쳐다보며 그는 간신히 아픔을 참았다.“워싱턴에 며칠 출장 가야 해. 열흘 뒤에 다녀와서 나랑 같이 F국으로 가.” 그가 F국으로 가서 프러포즈를 할 거라는 걸 눈치챈 그녀는 내심 기뻤다. 그러나...그녀가 이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NASA 프로젝트는 이미 이윤재 씨한테 맡기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왜 또 당신이 출장 가는 거예요?”그녀의 말에 흠칫하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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