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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1화

소준섭의 얼굴은 투명할 정도로 하얗게 변했고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기억들이 그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주서희, 난... 네가 날 좋아했다는 걸 몰랐어. 그날 밤, 난 네가 다른 남자를 따라가는 줄 알았고.”

횡설수설하며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한 발 앞으로 다가가 주서희를 끌어안으며 지난날의 일들에 관해 설명하려 하였다.

그녀의 자궁을 제거하지 않으면 그녀는 죽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싶었고 그가 사람을 보내 그녀를 황량한 들판에 버린 것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소준섭 씨, 외국에 있는 10년 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아요? 당신을 미워하면서 억지로 버텼어요. 당신이 날 사랑하게 만들고 당신에게 복수할 거라고 매일 수없이 다짐했었죠.”

10년을 계획한 일이었고 바로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던 소준섭은 눈앞에 있는 여인이 멀게만 느껴졌다.

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눈에서 그에 대한 사랑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고 그녀는 위장조차 하지 않았다.

‘서희가 정말 나한테 복수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동안 다정했던 그녀의 태도, 사랑한다는 그녀의 말은 전부 가짜였다.

찢어지는 듯한 아픔이 그의 사지를 옥죄었고 숨이 멎을 정도로 가슴이 아팠다.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그는 창백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었다.

“성공했네...”

그녀가 원하는 대로 그녀는 그의 마음속에 들어오게 되었다.

앞으로 주서희라는 여자를 다시는 떼어낼 수 없을 것 같다.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뒤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는 손을 들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는 자신을 부축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정가혜와 서유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못 볼 꼴 보여줘서.”

정가혜와 서유는 고개를 저으며 손을 내밀어 주서희를 안았다.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녀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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