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31 - 챕터 140
144 챕터
제131화
정미리는 아직도 온경준의 병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헛소리를 들었으니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동서, 아무리 그래도 신경 쓴 적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 우리 그이가 언제 도련님 일을 안 도운 적 있어? 도련님이 친 사고는 우리가 다 해결해 줬어. 그렇다고 해서 무슨 일만 있으면 찾아오는 건 너무했지.”“저희도 어쩔 수 없어서 이러는 거 아니겠어요.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 형님을 찾아오지 않고 이미 해결했을 거예요.”이렇게 말하며 장수희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엄마, 울지 마요. 다른 방법이 있을 거예요.”장수희의 딸이 위로했다. 정작 울고 싶은 사람은 정미리인데도 말이다.그동안 온경준 일가는 얼마나 많이 시달렸는지 모른다. 그리고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입도 뻥끗 안 하다가, 나쁜 일이 있을 때만 찾아오는 친척을 누가 달가워하겠는가?정미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정작 하지는 않았다. 온경준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동생인 온재준을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온재준 일가는 거머리와 같았다. 한 번 도움을 받고 나면 영원히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 20억 원을 빚지게 된 일도 그랬다. 무조건 버는 장사라고 투자하던 온재준은 정작 온경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이번 일로 그들은 집안이 망할 뻔했다. 크게 다툰 정미리와 온경준은 이혼 얘기까지 꺼냈다. 그래도 다행히 온지유가 해결해 준 덕분에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그러다가 장수희가 또다시 찾아온 것이다. 화가 치밀어 오른 온경준은 크게 넘어졌다가 손목이 골절했다. 그런데도 장수희는 뻔뻔하게 도움을 요구했다. 병실에 누워 있는 온경준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모습이었다.“도련님은 어디 있어요? 당사자는 어딜 가고 동서랑 딸을 보낸 거예요?”“재준 씨는 숨어 있어요. 요즘 같은 날 밖에서 돌아다니면 맞아 죽을 거예요.”장수희는 붉어진 눈시울로 말을 이었다.“재준 씨가 지난 일로 얼마나 미안해하는지 몰라요. 형이 자기를 위해 쓴 돈을 돌려주겠다고 그렇게 열심히
더 보기
제132화
“동서, 말조심해. 내 남편 몰골을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와? 도대체 우리를 어디까지 끌어내릴 셈이야.”정미리는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좋아요. 그럼 저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지난번의 20억은 어떻게 해결했어요? 지난번에도 그렇게 돈 없다고 잡아뗐잖아요. 우리 그이는 돈 마련한다고 장기 매매까지 할 뻔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돈은 갚았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죠.”장수희는 줄곧 그들이 어떻게 돈을 갚을 수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집에 돈이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아주버님, 그 돈은 어디에서 왔어요? 아버님이랑 어머님의 돈을 우리한테 말하지도 않고 빼돌린 거죠!”장수희는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이건 시부모가 돌아가고부터 줄곧 의심하던 것이었다. 지금도 물론 그들을 도와주고도 남을 돈이 있다고 믿었다.이 말을 듣고 온경준은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수희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야, 양심 없는 것! 지금 나를 의심하는 거예요?”온경준은 제대로 정신 차렸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마음이 생기면 이상한 것이었다.이러다가 온경준이 숨이라도 넘어갈 것 같았기에 장수희는 재빨리 타일렀다.“진정해요. 손에 깁스도 했잖아요.”온경준의 반응을 보고 장수희는 뒤늦게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약간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그냥 묻는 것뿐이에요. 의심한 거 절대 아니니까 화내지 마세요.”온경준은 가슴이 아팠다. 그는 이런 사람을 위해 딸을 팔았다. 이건 아마 죽을 때까지 후회할 일일 것이다.‘내가 지유한테 빚진 게 많아...’밖에서 듣고 있던 온지유는 대충 상황 파악이 되었다. 장수희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 것 같았다.그녀는 장수희를 좋아한 적 없었다. 무엇이든 꼬치꼬치 캐묻고, 아량이 작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이렇게 의심이 많고 질투가 심한 사람이 부탁하려고 자존심을 내려놓을 줄은 또 아네.’정미리는 온경준과 온재준이 우애 깊은 형제라는 것을 말한 적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더 보기
제133화
“너 어느 대학 출신이지?”“수도권은 돼요.”“미안한데 우리 회사는 명문대만 취급해. 수도권이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온지유는 딱 잘라서 거절했다. 온채린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그대로 일단은 억지 미소를 지었다.“근데 난 언니가 있잖아요. 언니가 도와주는데 학벌이 무슨 소용이에요.”“규칙은 규칙이야. 낙하산은 얼마 가지도 못하고 뒤떨어지게 되어 있어. 회사에서 괜히 명문대 출신을 요구할 것 같아?”온지유의 단호한 태도에 기분 나빠진 온채린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됐어요. 언니가 도와주기 싫어서 이렇게 말하는 거 모를 것 같아요?”“알면 됐어. 뭐든 도움받아서 할 생각하지 마.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거지보다 못한 인생이 될 테니까.”“도와주기 싫으면 싫다고 할 것이지, 사람 저주하는 건 무슨 경우예요? 엄마, 언니 좀 봐요!”모욕을 견딜 수 없었던 온채린은 눈시울이 빨개졌다. 그 모습이 속상했던 장수희는 당연히 온채린의 편에 섰다.“지유야, 넌 동생한테 그게 무슨 발 버릇이니? 동생 좀 챙겨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야? 남들 다 돕고 사는 세월에... 그래, 네 아버지랑 작은아버지도 그렇게 지내왔잖니. 한 가족은 원래 돕고 사는 거야. 혼자 잘나간다고 으스대지 마.”온지유는 눈빛 하나 안 변하면서 대답했다.“제가 언제 으스댔나요? 저는 감사할 줄도 모르는 사람을 도와주기 싫을 뿐이에요. 인사는커녕 제 아버지를 이렇게 만들어버렸잖아요.”“너...”장수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또다시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지유야, 너 지금 날 무시하는 거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이건 날 죽이는 것과 마찬...”그녀의 아우성을 듣기 싫었던 온경준은 바로 말을 끊었다.“됐고, 제수씨 집안일은 알아서 해결해요.”“안 돼요, 아주버님! 우리 그이 죽는 꼴 진짜 보고 싶어서 그래요?”이번만큼은 온경준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돌린 것을 보고 장수희는 더욱 언성을 높였다.“냉정한 인간들! 가족이 죽게 생겼는데
더 보기
제134화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여이현이었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면서도 그는 온경준의 침대 곁으로 걸어갔다.차가운 남자의 목소리에 모녀는 울음을 멈추고 머리를 돌렸다. 온지유는 그가 올 줄 모르는 듯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여기는 어떻게 알고 왔어요?”“병원장이 전화 왔어. 네 아버지가 입원했다고. 그래서 찾아왔지.”“아버님, 어머님, 안녕하세요.”깍듯하게 인사부터 한 그는 깁스한 온경준의 손을 바라보며 물었다.“이제 좀 괜찮으세요?”“손목 골절이라 며칠 쉬어야 한대요.”온지유가 대신 대답했다.여이현은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여긴 너무 시끄럽네요. 휴식하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으니까 VIP 병실로 가시죠.”“아니다, 이현아. 우리가 그럴 형편도 아니고, 여기에서 지내도 괜찮다.”온경준은 약간 못마땅한 눈빛으로 여이현을 바라봤다. 그대로 일단은 관심받는 처지이기에 말은 듣기 좋게 했다.“걱정할 것 없어. 약간 실금이 갔을 뿐이야. 지유야, 이현이 데리고 이만 나가 봐. 병실에는 네 엄마만 있으면 된다.”“괜찮아요. 시간 계산 다 하고 왔으니까요.”여이현은 아직도 VIP 병실로 옮기고 싶었지만, 온경준의 뜻을 존중해야 했기에 질문부터 했다.“이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정말 괜찮겠어요?”“그래. 말동무가 있어야 적적하지 않지. 혼자 있으면 답답해서 못 살 거야.”여이현도 이해는 되었기에 더 이상 권하지 않았다.곁에서 지켜보던 장수희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알기로 온경준에게는 자식이 온지유 한 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여이현이 온경준과 정미리를 대하는 태도와 온지유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봤을 때, 그녀는 별로 어렵지 않게 사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장수희는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지유야, 이쪽은 누구니? 네 남편이야?”속으로 답을 내렸던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왜 결혼할 때 나한테 알리지 않았니? 알렸으면 내가 용돈이라도 줬을 거 아니야.”그녀는 또 온경준과 정미리를 바라보며 말
더 보기
제135화
“형부.”온채린은 온지유에게 부탁할 바에는 여이현에게 부탁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저 한 달 후에 인턴 자리가 필요하거든요? 형부네 회사에 가서 해도 돼요? 그냥 그런 경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기만 하면 돼서 귀찮게 굴지는 않을 거예요.”장수희도 말을 보탰다.“그래.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다 지유 친척인데, 한 번만 도와줘. 그래야 애가 후에 좋은 일자리를 찾지.”온지유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는 여이현까지 이용하려는 그들의 뻔뻔함이 놀라울 따름이었다.그녀는 여이현을 바라봤다. 첫 만남에 안 좋은 인상을 남겼을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두 사람은 이런 귀찮은 일까지 도울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다.‘나만 귀찮아졌네.’온지유는 똑똑히 알았다. 장수희 일가를 절대 도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한 번이 있으면 두 번이 생기기 마련이다. 짜증 나는 와중에도 그녀는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숙모 진짜 그렇게 살고 싶어요? 이현 씨한테 뭐가 있든 다 이현 씨의 것이에요. 숙모를 도울 의무는 없다는 말이죠. 사람 난감하게 굴지 마시고 이만 가세요.”“우리가 너한테 부탁했니? 이현이한테 부탁했지. 아, 알겠다. 너 재벌가에 시집가면서 20억을 받았구나?”장수희는 또 온경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주버님도 그래요. 이렇게 좋은 사위가 있으면 우리한테도 알려줬어야죠. 진작 알았으면 골치 아프게 고민할 일도 없었을 텐데.”온경준은 지금처럼 낯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 정말이지 얼굴을 쳐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사람이 말이야, 정도가 있어야지! 우리 사위한테 뭐 하는 짓이야!”“아이고, 가족끼리 뭘 따지고 그래요. 한쪽이 힘들면 돕는 게 당연한데. 아주버님 재벌 사위의 용돈으로도 모자란 돈이잖아요. 별로 큰 일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 이현아, 맞지?”장수희의 질문에 여이현은 말없이 온지유를 바라봤다. 그녀에게 결정권을 넘긴 것이었다.만약 온지유도 도와달라고 하면 그는 두말없이 도울 것이다. 온씨네 일에 인색하게 굴 것은 없었기 때문이
더 보기
제136화
장수희 때문에 잔뜩 화났던 정미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훨씬 기분이 좋아졌다. 온지유만 잘 지내면 그녀는 세상에서 부러운 것이 없었다.두 사람의 사이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현이 말도 예쁘게 하는구나. 지유야, 봤지? 너도 이현이한테 잘 해줘야 해.”이 말을 듣고 온지유는 여이현을 힐끗 봤다. 그가 언제 정미리의 마음을 샀는지 궁금한 표정으로 말이다.여이현은 싹싹한 표정으로 정미리에게 말했다.“역시 어머님밖에 없어요.”“그럼.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다 네가 지유한테 얼마나 잘하는지 보아냈을 거야.”정미리는 이렇게 말하며 온경준을 바라봤다. 온경준도 기쁨과 슬픔이 섞인 눈빛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기쁜 이유는 온지유가 좋은 집안에 시집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슬픈 이유는 이 행복이 얼마 가지 못할까 봐 조바심이 나서였다.잠시 후 간호사가 와서 입원 수속은 끝났고 일주일 후에 퇴원할 수 있다고 알렸다. 여이현과 온지유는 잠깐 더 얘기하다가 떠났다.온경준은 두 사람의 시간을 빼앗고 싶지 않았기에 몇 번이나 재촉했는지 모른다. 온지유는 밖으로 나가면서 섭섭한 듯 말했다.“아빠는 번마다 이래요. 힘든 일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아요. 만약 제가 먼저 발견하지 않았다면 엄청 억울했을 거예요.”여이현은 온지유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이제 내가 있잖아. 아버님이 힘들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온지유는 묵묵히 여이현을 바라봤다. 장수희가 하는 말을 그도 전부 들었다는 생각에 수치심이 들었다. 집안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을 들키게 되었으니 말이다.이러다가는 여이현도 귀찮게 만들 것 같아서 그는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이현 씨는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요. 원래도 아빠만 마음먹으면 거절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전에는 마음 약해서 거절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거예요.”온경준도 당할 만큼 당했으니 더 이상 만만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여이현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주춤거리
더 보기
제137화
노승아가 맡을 수 있는 배역은 별로 많지 않았다. 여씨 가문의 파티에서 여이현이 대놓고 그녀를 내치는 바람에 체면도 깎이고 말았다.연예계의 특성상 그녀는 비웃음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또다시 여이현을 찾아갔다. 여이현은 무조건 그녀를 도와줄 것이고, 장차 그녀의 스폰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덕분에 그녀는 다시 바빠지기 시작했다.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온지유와 기 싸움할 시간도 없었다.온지유는 조용한 생활이 좋기만 했다. 애초에 노승아와 귀찮게 얽히고 싶지도 않았다. 괜히 얽혀 봤자 감정만 상할 것이기 때문이다.이윤정은 온지유의 곁에서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온 비서님, 이번에는 제가 틀렸어요. 그동안 했던 말에 사과할게요. 이제 더 이상 비서님이랑 대표님을 엮는 일은 없을 거예요.”“왜 갑자기 생각을 바꿨어요?”이윤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근데 대표님 말이에요. 유부남이면서 다른 여자랑 살림을 차린 거예요? 이걸 보니 대표님이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란 건 알겠어요. 죄송하지만 저 대표님이 온 비서님을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왠지 제가 온 비서님한테 못된 짓을 한 것 같네요. 아무리 잘난 대표님이라고 해도 문란한 남자는 절대 안 돼요.”이윤정은 고개를 내저으며 온지유가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온지유는 자료를 정리하며 대답했다.“윤정 씨 또 누구한테 헛소리 들은 거예요?”“헛소리 아니에요! 제가 직접 봤어요. 그날 그 여자, 비서님도 봤잖아요. 정말 매일같이 찾아오더라고요. 오늘 점심에도 올 거예요.”온지유는 생각에 잠겼다. 이윤정이 본 여자가 누구인지 바로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이때 그녀는 갑자기 별장에서 살고 있는 주소영이 떠올랐다.“대표님 아내분은 대표님이 밖에서 뭘 하는지 신경도 안 쓰나 봐요. 아니면 모르는 건가요? 아무튼 아내분도 참 불쌍해요.”이윤정은 약간 화가 난 듯 말을 이었다.“제가 만약 그런 상황에 부딪혔다면 도망가고 말았을 거예요. 저는 차라리 평범하더
더 보기
제138화
며칠 연속 주소영과 마주친 카운터 직원은 그녀가 정말 끈질기다고 생각하면서 말했다.“제가 확인해 볼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주소영은 기대를 갖고 얌전히 기다렸다.“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전화를 걸어 대답을 들은 직원은 주소영에게 공손하게 대답했다.“대표님은 회사에 계시지 않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세요.”‘매번 없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이번에 주소영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고 고집스럽게 물었다.“대표님한테 전화 한 번만 걸어주면 안 될까요? 소영이 도시락을 준비해 와서 기다린다고 해주세요. 저는 도시락만 전하고 떠날게요.”직원은 여이현에게 들이대는 여자를 많이 봐왔다. 주소영도 그중 한 명일 뿐이기에 당연히 내쫓으려고 했다.“대표님은 바쁘셔서 예약하지 않은 분을 만나지 않습니다.”“저는 남이 아니에요. 저는...”주소영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죄송합니다. 제 일을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직원이 다시 한번 경고했다.그러나 주소영은 이미 며칠이나 기다렸다. 그 며칠 동안 그녀는 마음 편히 별장에서 지낼 수 없었다.“그럼 제가 직접 찾아갈게요.”“안 됩니다.”지난번 주소영은 온지유의 이름을 빌려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이번에는 제 입으로 여이현을 만나러 왔다고 했으니 당연히 들여보낼 수 없었다.직원은 경비를 시켜서 주소영을 막았다. 주소영은 끝까지 손에 든 도시락을 단단히 들고 있었다. 여이현이 맛 보기 전에 망가뜨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그만해요.”경비에 둘러싸인 주소영을 보고 온지유가 말했다.“온 비서님. 이 여자분 또 왔어요.”주소영은 고개를 들어 온지유를 보자마자 구세주라도 본 듯이 외쳤다.“지유 씨.”그녀는 빠르게 온지유 곁으로 달려갔다.“이 사람들이 저를 못 들어가게 해요. 저는 그냥 대표님한테 음식을 드리려고 했을 뿐인데... 그래도 지유 씨가 와서 다행이에요.”주소영이 온지유와 친한 것을 본 직원은 침묵에 잠겼다. 물
더 보기
제139화
온지유는 들을수록 어이가 없었다.“괜히 착각하지 마요. 난 사실만 말했으니까요.”“그럼 지유 씨는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요?”주소영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온지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인정하는 거죠?”주소영은 자신의 직감을 맹신했다. 그래서 온지유가 여이현을 좋아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지난 세월 동안 여이현은 온지유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는 가능성이 없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온지유는 다른 여자가 여이현을 좋아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 듯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여이현이 스캔들이 적은 것도 이해가 갔다. 그사이에는 무조건 온지유의 방해가 있었을 것이었다.“지유 씨, 우리 공평하게 경쟁해요. 그래야 제가 졌을 때 납득할 수 있죠.”주소영은 진심 어리게 말했다.“만약 대표님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깔끔하게 물러날게요. 다시는 찾아오는 일이 없을 거라고 약속해요.”온지유는 웃음만 나왔다.“제가 정말 주소영 씨를 경쟁 상대로 본다고 생각해요?”“알아요. 지유 씨는 대표님 곁에 오래 있었으니 정이 들 수밖에 없었겠죠. 하지만 그건 남녀 사이의 정이 아니라 하급자가 상급자에 대한 정이에요. 저는 다 이해해요. 그러니 지유 씨도 저를 이해해 줬으면 해요.”주소영의 말 중에서 온지유가 상처받은 건 딱 하나다. 하급자가 상급자에 대한 정, 이 말에 그녀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그녀는 이를 너무 잘 알기에 한 번도 선을 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그녀인데도 지금은 약간 흔들렸다.주소영의 얼굴은 노승아와 아주 많이 닮아 있었다. 이윤정의 말대로 여이현은 정말 이런 타입의 여자에게 관심 있는지도 모른다.온지유는 마음을 다잡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아무도 슬픔을 보지 못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주소영 씨 당신은 쓸데없는 생각이 너무 많아요. 나를 가상의 적으로 삼지 마요. 만약 주소영 씨가 대표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더 보기
제140화
차는 금방 회사 앞을 떠났다. 점점 멀어지는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온지유는 주먹을 꽉 쥐었다.“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대표님과 아는 사이였던 거예요?”“저렇게 안고 갔는데 모르는 사이일 리가 없죠. 대표님이 저희 책임을 물으면 어떡하죠?”직원들의 말소리를 듣고 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우울해졌다. 그녀는 여이현이 여자에게 매정한 모습도, 다정한 모습도 전부 본 적 있다. 기준은 여이현이 그 여자에 대한 마음에 있었다.여이현은 노승아를 좋아한다. 그래서 자그마한 상처도 용납하지 못하고 당장 병원에 데려갔다. 주소영도 마찬가지다. 사고가 나기 바쁘게 그녀는 병원에 가고 있다.직원은 잔뜩 당황한 표정이었다. 자신 때문에 주소영이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직원은 온지유가 아직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다가갔다.“온 비서님, 만약 대표님이 책임을 물으시려고 한다면 대신 설명 좀 해주세요.”온지유는 정신 차리고 감정을 다잡았다.“사고는 우연히 일어난 거예요. 여러분이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대표님이 나중에 책임을 물으시면 제가 설명할게요.”“고마워요, 온 비서님.”직원들은 안심하며 말했다.온지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여이현이 주소영을 데리고 나간 지 10분도 안 돼서 사무실에는 온통 그 소식뿐이었다.사람들은 여이현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고 떠들어댔다. 그는 여전히 그런 타입의 여자를 좋아한다면서 말이다.온지유는 여이현이 어떤 타입의 여자를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노승아와 주소영은 어떤 유형인지, 그리고 자신은 그들과 얼마나 다른지 생각했다.‘언제쯤이면 나도 대표님의 취향이 되어서 사랑을 받을까?’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너무 순진하게 느꼈다.타고난 성격은 이미 정해져 있다. 성격을 바꾼다고 해도 잠깐의 관심만 가질 수 있을 뿐이다. 그럴 바에는 자신답게 사는 게 나았다.퇴근 후, 온지유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강태규를 찾아갔다. 온경준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뿐더러 정미리가 돌봐주고 있어서 가지
더 보기
이전
1
...
101112131415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