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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절대 안돼
이혼은 절대 안돼
작가: 장니움

제1화

조은서는 확신할 수 없었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는 두 개의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건가?

유선우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 그의 애인이 셀카 한 장을 보냈다.

아주 젊은 여자였는데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비싼 옷들을 입고 있으니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선우 씨, 생일 선물 고마워요.」

조은서는 눈이 아플 때까지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녀는 유선우 곁에 여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이런 여자일 줄은 몰랐다. 마음이 아픈 외에, 남편의 취향을 알게 되어 놀랐다.

그녀는 미안하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유선우의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등 뒤에서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선우가 물기에 살짝 젖은 채로 나왔다. 새하얀 샤워 가운은 선이 분명한 복근과 가슴을 가려주고 있었는데 더욱 섹시해 보였다.

“언제까지 볼 거야.”

그는 조은서 손에서 핸드폰을 뺏고 그녀를 힐긋 보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

유선우는 아내에게 불륜을 들켜서 미안하다거나, 마음이 찔린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조은서는 그런 유선우의 태도가 그의 경제 수입에서 온다는 것을 알았다. 조은서는 결혼 전에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지만 지금은 그저 유선우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사는 가정주부니까.

조은서는 그 사진으로 따지고 들지 않았다. 따지고 들 수 없었다.

나가려는 유선우를 본 조은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선우 씨, 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유선우는 천천히 벨트를 매고 조은서를 보며 작게 웃었다. 아마도 아까 침대에서 가냘픈 목소리로 반응하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 모양이었다.

“또 하려고?”

이건 사랑이 아닌 그저 관계일 뿐이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아내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실수였을 뿐이고, 어쩔 수 없이 한 결혼이니까.

시선을 거둔 유선우는 침대맡에 놓인 파테크 필리프 시계를 손에 차며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

“오 분 정도밖에 없어. 운전기사가 밑에서 날 기다리고 있고.”

조은서는 그의 목적지를 눈치채고 어두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선우 씨, 나도 나가서 일하고 싶어요.”

나가서 일을 한다고?

유선우는 시계를 손목에 차고 몸을 돌려 조은서를 보았다. 그러다가 호주머니에서 수표를 꺼내 숫자를 적고 조은서에게 건네며 얘기했다.

“집에서 전업주부를 하는 게 좋지 않아? 일하는 건 당신한테 안 어울려.”

말을 마친 그는 바로 떠났다.

조은서는 자존심도 버리고 그를 쫓아가며 얘기했다.

“힘든 건 괜찮아요. 저도 일하고 싶어요. 저 바이올린도 켤 줄 알고...”

유선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조은서는 그저 온실 속에서 자란 꽃이었다. 금지옥엽으로 자랐으니 사회에서 일을 하기에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을 들어 시계를 본 유선우가 얘기했다.

“시간이 됐어.”

유선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조은서는 그런 유선우를 잡지 못해 그저 문을 열고 나가려는 유선우를 향해 물었다.

“토요일에 아버지 생신인데, 시간 돼요?”

유선우가 잠시 멈춰서서 얘기했다.

“그때 가서 보지.”

문은 가볍게 닫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몇 분 후, 고용인들이 올라왔다.

그들은 두 사람의 사이가 별로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저 주인의 말을 전할 따름이었다.

“주인님께서는 H시에 며칠 머무르다 오실 예정입니다. 그쪽에 중요한 일이 생겼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주인님의 세탁물을 가져왔는데, 사모님께서 직접 씻으실 건가요, 아니면 세탁소에 맡길까요?”

조은서는 소파에 그대로 꿇어앉았다.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그녀가 얘기했다.

“내가 직접 할게요.”

유선우는 세탁소의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선우의 모든 옷, 정장 외투와 코트까지 포함해서, 모두 다 조은서가 직접 씻고 다림질을 한 것이었다.

게다가 유선우는 다른 요구도 많았다.

유선우는 밖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고 침실이 어지러운 것도 용납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은서는 요리를 배웠고 정리하는 방법도 배웠으며 꽃꽂이 등 많은 것을 배워 점점 완벽한 전업주부로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인생은 유선우 뿐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유선우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고개를 떨군 조은서는 그 수표를 쳐다보았다.

작년, 조은서의 친정은 풍비박산이 되었다. 오빠는 고소를 당해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아버지는 병환에 시달려 한 달에 2천만 원 정도의 치료비가 필요했다. 매번 집에 돌아갈 때마다 심정희는 조은서가 가져오는 돈이 적다고 나무랐다.

“유선우는 YS의약의 대표야. 몸값이 몇십조는 된다고. 은서, 너는 그런 사람의 아내잖아. 선우의 것이 곧 네 것이야.”

조은서는 씁쓸하게 웃었다.

유선우의 것이 어떻게 그녀의 것이 되겠는가.

유선우는 조은서를 사랑하지 않는다. 평소에도 차갑게 대한다.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은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육체적인 관계만 있었다. 게다가 유선우는 조은서가 그의 아이를 임신하는 것도 싫어했기에 매번 피임약을 먹으라고 얘기했다.

‘약을 먹어야 하네.’

조은서는 약병을 찾아 약 한 알을 꺼내 삼켰다.

약을 삼키고 그녀는 작은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두꺼운 일기책이 있었다. 안에는 18살의 조은서가 짝사랑하는 유선우에 대해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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