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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눈앞의 이승하는 그 말을 듣더니 눈빛이 더욱 차가워지고 어두워졌다.

서유는 그런 이승하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아 서둘러 고개를 돌려 김시후에게 말했다.

“우리 가자.”

김시후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훨씬 좋아졌다.

그들의 어떤 사이이든 상관없이 지금 이 순간 서유가 자신을 선택해 줬으니, 이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

김시후는 무거운 마음을 정리하고 서유를 꼭 끌어안은 뒤 말 한마디 없이 이승하를 지나쳐 갔다.

이승하는 고개를 돌려 서유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드리워진 지울 수 없는 암울함은 그녀를 꿰뚫을 것만 같았다.

서유는 빠르게 눈을 내리깔며 그의 뜨거운 시선을 피하려고 했지만 이승하가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뼈마디가 분명한 그 손은 엄청난 힘으로 서유를 김시후의 품 안에서 빼냈다.

서유는 끌려가게 되자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게 되었다.

다쳤던 등이 바닥에 쓸리면서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팠다.

그러나 서유는 아픈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팔을 뻗어 흘러내린 겉옷을 주우려고 했다.

하지만 손이 옷자락에 닿기도 전에 이승하가 그것을 차버렸다

그리고 곧이어 몸이 따뜻해지면서 검은색 코트가 그녀를 꽉 감쌌다.

그 코트는 아주 커서 노출된 두 다리까지 덮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옅은 향기에 서유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서서히 고개를 들어 자신 앞에 서 있는 이승하를 바라보았다.

잠깐이지만 서유는 그가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연히 김시후에게서 그녀를 빼앗다니, 그들의 사이를 누군가 눈치챌까 두렵지 않은 것일까?

“이승하 씨!”

김시후는 서유를 거칠게 대하는 이승하의 모습에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는 이승하가 어떤 신분인지도 고려하지 않고 그에게 주먹질하려 했다.

조금 전, 서유의 옷이 흘러내렸을 때, 이승하가 데려온 경호원들은 몸을 돌렸었다.

그러나 김시후에게서 깊은 적의를 감지한 그들은 즉시 몸을 돌려 그를 막았다.

김시후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스무여 명의 경호원을 혼자 상대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그는 곧 바닥에 제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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