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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문틈으로 두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와 서유의 귀에 들어갔다. 이승하의 말은 서유에게 큰 상처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서유는 인제야 자신이 이승하 마음속에 어떤 존재임을 깨달았다.

사실 지난 5년 동안, 그녀는 자기가 단지 이승하의 성욕을 채워주는 도구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이렇게 직접 확인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서유는 오른손을 들어 링거가 떨어지는 속도를 조절했다. 링거를 빨리 맞으면 병이 빨리 나을 것처럼 말이다.

주서희가 떠난 후 이승하는 거실 쪽을 쳐다보자 방문이 닫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갑자기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거실을 향해 빨리 걸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서유가 링거 맞는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손바닥만 한 얼굴에 큰 감정 기복이 없어 보였고 예전처럼 온순하고 얌전했다. 이승하가 들어오자 서유는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제야 이승하는 의심을 내려놓았다.

방금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크지 않아 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승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그녀의 침대 앞에 앉았다.

“좀 나아졌어?”

서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침묵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를 약간 어색하게 만들었다.

이승하가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자 서유가 끝내 먼저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제 가방 좀 찾아다 주시겠어요?”

서유는 가방을 로얄 호텔 연회장에 두고 내렸고 핸드폰 같은 개인 소지품은 다 가방에 들어 있었다. 정가혜가 자신을 찾지 못할까 봐 이승하에게 가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승하는 서유가 자기를 부르는 “대표님”이라는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비록 에전에도 “대표님” 혹은 “승하 씨” 라고 불렀지만 그때는 크게 소외감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헤어진 후 이렇게 부르니 이승하는 서유가 자신과 점점 멀어진다고 느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잡념을 뒤로하고 휴대폰을 꺼내 소수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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