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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그녀는 혼수를 위해 필사적으로 일을 했지만 아무리 서둘러도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겨우 8장의 설계도만 마무리해서 심이준한테 건네줬다.

“얼른 가지고 가서 제출해요. 돈 받아오는 거 잊지 말고요.”

심이준은 책상에 앉아 사과를 먹으며 돈만 밝히는 서유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혀를 찼다.

“엄청 부자인 남자랑 결혼하게 되었는데 왜 이렇게 악착같이 돈을 벌어요?”

만약 그가 부잣집 여자한테 장가를 든다면 설계도는 고사하고 황금 펜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 덕 보고 잘 먹고 잘살 수 있는데 뭐 하러 설계도를 그려?

책상에 엎드려있던 서유는 다음 프로젝트의 자료를 넘겨보며 맥없이 입을 열었다.

“이준 씨, 혼수는 준비해야 할 거 아니에요...”

가족이 없는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위해 이것들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녀를 위해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했으니 그녀 또한 남부럽지 않게 혼수를 준비해 가고 싶었다.

멋지게 시집갈 생각에 서유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심이준의 호주머니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준 씨, JS 그룹에서 입금한 200억 말이에요. 이준 씨가 30%의 몫을 가져갔으니 지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것 같은데. 좀 빌려 줄 수 있어요?”

심이준은 바로 호주머니를 감쌌다.

“나한테 돈 빌릴 생각 하지 말아요. 나한테 부족한 건 돈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나처럼 가난한 사람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건 날 너무 과대평가한 거 아닌가요?”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손에서 사과를 낚아챘다.

“싫어요? 그럼 우리 집 사과 먹지 말아요.”

사과를 먹지 말라고 하면 귤을 먹으면 되잖아.

그의 손이 탁자 위에 놓인 과일 쟁반으로 향하자 그녀는 잽싸게 과일 쟁반을 들어 한쪽에 놓아두었다.

최근에 정가혜가 입양한 반려동물 퍼그는 서유한테 달라붙는 걸 좋아했다. 그녀가 과일 한 접시를 내려놓자 퍼그가 달려와 그 위의 과일들을 모조리 핥아버렸다.

귤은 껍질만 벗기면 그래도 먹을 수 있을 거야.

구역질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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