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윤구주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홀로 부성국으로 쳐들어갔다.윤구주는 부성국의 순찰함 세 대를 박살 냈을 뿐만이 아니라 부성국 군대를 단번에 쓰러트렸다.전투가 끝이 난 후 그는 부성국 땅을 밟고서 부성국을 향해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지금, 이 순간부터 화진 어선은 그 어떤 제약 없이 자유롭게 이 근방을 항해할 거다. 의의 있으면 나를 찾아오도록!”그 사건 이후 남경 연해의 백성들은 윤구주를 신으로 모셨다.특히 어민들은 자신들을 지켜준 윤구주를 사랑해 마지않았다.갑자기 연해 포격 사건을 들먹이는 정태웅을 향해 윤구주가 의문 섞인 눈길을 보냈다.“그런데 갑자기 그 일은 왜 꺼내는 건데?”정태웅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은설아 씨의 본가가 남경 연해 쪽이랍니다.”“호오?”윤구주는 꽤 놀란 듯 흥미로운 얼굴을 했다.“그리고 5년 전에는 아직 학생이었다고 하네요.”“그런데 그 일이 나를 좋아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조사에 따르면 은설아 씨 아버지가 부성국 쪽의 압박을 받았던 어민 중 한 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와중에 저하가 연해의 백성들을 구제해줬으니 얼마나 감사했겠어요. 은설아 씨도 그 사건을 기점으로 저하를 몰래 숭배하고 좋아했다고 합니다. 아직 학생이던 시절 머리맡에 ‘구주왕’이라고 써 붙여두기까지 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 사모해 마지않는 남자가 저하라는 것은 모르고 있다고 합니다.”정태웅은 연애 얘기에 잔뜩 흥분한 사춘기 남자애처럼 키득거렸다.윤구주는 은설아가 그때의 그 어민 중 한 명의 딸일 줄은 몰랐다.“저하,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기묘하지 않습니까?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저하를 갑자기 이렇게 만나게 된 것 말입니다. 이건 하늘도 돕는 겁니다. 그러니까 얼른 저하의 여자로 만드세요. 매일매일 저하만 생각하는 여인이 가엽지도 않으세요?”정태웅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구주는 옆에 있던 책으로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한 번만 더 그딴 헛소리 하면 그때는 꼬맹이한테 너 손봐주라고 할 거야.”
“은설아 씨, 사인 해주세요.”“저와는 같이 셀카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가족들한테 은설아 씨 봤다고 자랑하게요.”“저는 셀카가 아니어도 돼요. 가까이에서 사진만 찍게 해주세요.”이른 아침, 은설아가 방에서 나가자마자 백화궁의 여자들이 몰려와 사진과 셀카를 부탁하기 시작했다.요 며칠 크게 바쁜 일도 없었기에 은설아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사인도 해주고 같이 셀카도 찍어주었다.“은설아 씨는 어쩜 예쁜 데다가 착하기까지 해요? 나는 연예인들이 모두 도도하고 차가울 줄 알았어요.”“그러니까요. 역시 톱스타는 다른가 봐요.”“그보다 은설아 씨 솔직히 한번 말해봐요. 연예계 쪽에서 대시 많이 받죠? 어떤 남자 연예인들이 들이댔는지 얘기해줘 봐봐요, 네?”가십거리에 눈이 초롱초롱해진 그들을 보며 은설아는 미소를 지었다.“그렇지도 않아요.”“에이, 솔직히 이런 미모를 어떤 남자가 가만히 놔둬요. 연상은 물론이고 연하들도 잔뜩 노리고 있을 것 같은데.”“그런데 아무나 만날 수는 없지. 들이대는 사람은 많아도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을 수도 있잖아.”“하긴 그것도 그래. 겉만 멀쩡하지 속은 썩어버린 인간들이 많으니까. 그래도 다들 비밀리에 잘만 사귀던데?”은설아는 여전히 웃으며 그들의 대화를 듣기만 했다.하지만 확실히 그들의 말처럼 연예계에는 겉만 멀쩡한 사람들이 많고 힘든 순간에 은밀하게 스며드는 유혹도 많다. 그런 유혹들은 다 뿌리치고 고결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그러나 은설아는 달랐다. 그녀는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 그 흔한 스캔들 하나 없었다.본디 그런 유혹에 잘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고 제일 큰 이유는 그녀에게는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은설아 씨는 지금 남자친구 있어요?”“남자친구는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대박, 누군데요?”“말해봐요. 대체 어떤 남자가 우리 은설아 씨 마음을 홀라당 가져가 버렸는지 알고 싶어요!”은설아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제가
은설아는 이 사진의 존재를 알게 된 후 1억이라는 거금을 들여 사진을 사들였고 그 뒤로는 줄곧 몸에 지니고 다녔다.사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애정이 가득 쏟아져나왔다.은설아는 소파에 앉아 한참이나 사진을 바라본 뒤 천천히 자신의 심장 쪽에 가져다 댔다.그 누구도 톱스타인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남자가 구주왕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또한, 그 누구도 그녀가 그 남자를 위해 여태 순결의 몸을 간직했다는 사실을 모른다.오직 그 남자를 만나기 위해 다른 남자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하지만 그녀가 마음속에 품은 남자는 이미 죽어버렸다.그녀가 감상에 젖어 있던 그때, 휴대폰 알림음이 들려왔다.휴대폰을 집어 들고 알림을 확인해보니 회사에서 수십 통의 메시지가 날아왔다.메시지들의 내용은 모두 은설아의 대외 활동 정지에 관한 것이었다.그것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던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서남에서 일어난 일을 천음에서 알았나 보네. 활동 정지라... 뭐 상관없어. 연예인 못하게 되면 다른 살길을 알아보면 될 일이니까.”은설아는 마지막 메시지까지 확인한 뒤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때,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그녀는 노크한 사람이 사인이나 셀카를 원하는 여성 팬인 줄 알고 문을 열었다.끼익.하지만 방문이 열리고 눈에 들어온 사람은 팬들이 아닌 윤구주였다.“어머... 안녕하세요.”은설아는 조금 놀란 얼굴로 일단 인사를 건넸다.“안으로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네? 네네, 그럼요. 들어오세요.”은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그를 방안으로 모셨다.윤구주는 그녀의 걸음을 따라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방이 좀 어지럽죠? 하하... 참, 커피로 드릴까요, 아니면 차로 드릴까요?”윤구주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제가 이곳으로 온 건 은설아 씨와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예요.”“그러시구나. 앉으세요.”은설아는 예쁘게 웃으며 소파를 가리켰다.소파에 앉은 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힐끔 바라보았다.조막만 한 얼굴
“그러다 부성국 순찰함이 공격을 해왔죠.”은설아는 윤구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런데 그 사건은 갑자기 왜 묻는 거예요?”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확인할 게 있어서요.”“확인할 거요? 그게 뭔데요?”은설아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혹시 구주왕이라고 아세요?”구주왕.이 세글자가 들려오자 은설아는 몸을 흠칫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시는데요?”윤구주는 여전히 미소만 지은 채 별일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별건 아니고 그냥 궁금할 뿐이에요. 대답하고 싶지 않으면 못 들은 거로 해요.”은설아는 잠깐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분의 명성은 어릴 적부터 잘 알고 있었어요. 그리고 전 그분을 숭배하고 또 존경해요.”“그래요? 실제로 만난 적은 없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존경하게 된 거예요?”“네, 실제로 만난 적은 없어요. 존경하게 된 계기는 그분이 저희 부모님을 구해주셨거든요. 우리 엄마 아빠뿐만 아니라 남경 연해의 모든 어민들과 백성들에게 그분은 구세주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남자로 태어나면 군에 입대해 화진을 지키는 삶을 살며 여자로 태어나면 구주왕에게 시집 가 은혜를 갚는다는 말도 있을 정도예요.”은설아의 진지한 말에 윤구주는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해댔다.세상에, 이건 또 무슨 소리라는 말인가!“진짜예요. 저희 쪽 사람들은 그분께 정말 많이 감사하고 있어요. 물로 저도 그중 하나고요.”구주왕의 얘기를 하는 은설아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아마 마음속 깊이 존경심을 품고 있기에 가능한 모습일 것이다.“그리고 저는 그분 사진도 간직하고 있어요. 지금도 지니고 있고요. 혹시 보실래요?”자신은 진심이라는 것을 어필하듯 은설아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윤구주는 그녀의 말에 조금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구주왕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요?”“네!”“하지만 제가 알기론 그분은 사진 같은 거 안 찍는 거로 아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사진이 있을 수 있죠?”
그녀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조금 신기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고작 이 사진 하나 갖겠다고 그런 거액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은설아는 사진을 바라보며 감성에 젖은 얼굴로 말했다.“이 사진을 손에 넣고 난 뒤로는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어요.”윤구주는 씩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녀는 지금 사진의 주인공을 바로 앞에 두고 사진 속 남자만 그리워하고 있다.게다가 얼굴이 나온 사진도 아니고 고작 뒷모습만으로도 이렇게나 애틋해 하고 있다.물론 그는 자신이 바로 구주왕이라는 사실을 밝힐 생각은 없다.윤구주는 고개를 들어 은설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렇게나 자신을 좋아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측은지심이 들었다.“그분의 얘기를 꺼내시는 건 혹시 은인님도 저처럼 그분을 존경하고 있기 때문인가요?”은설아는 예쁜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이에 윤구주는 소리 내 웃었다.“뭐 그렇죠.”“역시 은인님처럼 좋은 분이라면 그분을 존경하실 줄 알았어요. 그리고 은인님도 그분 못지않은 히어로세요.”윤구주는 그 말에 또다시 하하 웃었다.“저기 은인님...”은설아가 뭐라 얘기하려는 그때 윤구주가 갑자기 그녀의 말을 끊었다.“은인님 말고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저는 윤구주예요.”“그럼 앞으로 구주 씨라고 부르면 될까요?”“네.”그는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때 은설아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은설아의 얼굴이 금세 굳어버렸다.그녀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그녀가 속해있는 매니지먼트 회사 사장인 장철민이었다.“저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요.”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은설아는 소파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네, 사장님.”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한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설아, 너 미쳤어? 좀 뜨고 나더니 눈에 뵈는 게 없어진 거야? 어떻게 감히 천음 엔터와 척을 질 수 있어?! 게다가 사람까지 고용해서 탁시현 사장을 죽였다며?! 빌어먹을, 너 때문에 우
말을 마친 윤구주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이만 가볼게요. 쉬세요.”그는 뒤돌아서 은설아의 방을 나갔다.은설아는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저 뒷모습, 어디서 많이 봤는데... 그래 사진!”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았다.윤구주의 뒷모습과 사진 속 남자의 뒷모습은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될 만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비슷해... 왜 비슷하지...?”은설아는 두 남자를 겹쳐보며 심장이 아까보다 더 거세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설마 구주 씨가...”그녀는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머리를 세차게 저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분은 이미 죽었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은설아!”은설아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켜며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려고 애썼다.“하지만 구주 씨도 나에게는 히어로잖아...”그녀는 윤구주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누군가의 개인 별장.큰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해당 별장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무척이나 화려한 외관을 가졌다.별장 마당에는 개인 전용기가 세워져 있고 별장 주위에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질서정연하게 서 있다.그리고 별장 안 메인 거실에서는 누군가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다.온몸이 피범벅이 된 남자 한 명이 바닥에 무릎 꿇은 채 누군가에게 빌고 있다.“회장님, 살려주세요!! 도련님의 죽음은 정말 저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은설아는 그저 저희 회사 소속 연예인일 뿐이고 그 여자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남자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몸을 덜덜 떨며 맞은 편에 있는 남자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맞은 편에 앉은, 마치 호랑이 같은 아우라를 내뿜고 있는 남자는 바로 천음 엔터의 회장이자 탁시현의 아버지인 탁천수였다.그는 연예계를 자기 손안에 쥐고 입맛대로 휘두르는 그런 남자였다.그리고 그런 남자의 유일한 아들이 서남에게 죽임을 당했다.아들 바보라 불리는 그가 이에 분노하지
명재경의 가슴팍에는 아직 그때의 상처가 남아있었다.그는 탁천수에게 예의를 갖춰 허리를 숙였다.“내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말해봐.”“도련님은 서남의 한 놈이 쓴 술법에 당한 겁니다.”“서남?”“네, 회장님.”명재경은 그날 미향각에서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보고했다.윤구주가 탁시현의 무릎을 꿇리게 한 것도 모자라 화염을 일으키는 술법으로 온몸을 불타오르게 해 탁시현이 재 한 줌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는 것을 들은 탁천수는 바로 앞에 있는 테이블 위에 주먹을 내리꽂았다.그러자 견고해 보였던 테이블이 단번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그놈 정체가 뭐야?”명재경은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그놈은 상당한 실력자이고 무예와 법술을 모두 익힌 대가의 경지에까지 오른 놈입니다. 저도 그놈의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처까지 얻은 거고요.”탁천수는 명재경이 향문에서 온 법사라는 것과 탁시현이 거금을 들여 데려온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런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니 심기가 뒤틀려버렸다.“그래서 내 아들이 죽은 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뜻인가?”“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제 말은 그놈을 처리하려면 저보다 더 강한 제 사부님 정도의 고수가 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제가 지금 당장 향문으로 떠날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제가 바로 저희 사부님을 모셔오겠습니다. 사부님이라면 그놈 따위 한 방에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명재경의 다급한 말에 탁천수는 분노를 조금 가라앉히고 말했다.“그래. 향문에 다녀오는 것을 허락하지. 그리고 나는 나대로 그놈을 처리하겠다. 이 탁천수가 처리하지 못하는 놈은 없어.”탁천수는 뒤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말했다.“지금 당장 다크 사이트에 수배령을 내려. 내 아들을 죽인 그놈과 은설아라는 계집을 잡아 오면 현상금으로 2천억 달러를 주겠다고 해.”2천억 달러!난생처음 들어보는 듯한 숫자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명재경조차
「애도하라! 애도하라!」화진의 모든 서버는 묵념하며 구주왕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강성시의 한 해변가.비키니를 입고 완벽한 몸매를 드러낸 소채은이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으로 묵념하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었다.“갑자기 뭐야?”“벌건 대낮부터 무슨 애도람?”“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애도한다고?”“아, 미치겠네. 어떤 사람이 죽었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인 거지?”핸드폰 화면을 5분동안 뚫어져라 지켜보고나서야 소채은은 헤드 메세지를 클릭했다.빨간색으로 적힌 몇글자가 소채은의 눈에 들어왔다. 대형 사이트의 홈페이지마다 헤드라인으로 걸려 있었다.「구주 군신이 어제 10개 나라에서 온 강자의 연합공세로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습니다.」「이 전쟁으로 파란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었고 망망대해에 시체가 떠올랐습니다.」「이 전쟁은 한 사람이 한 군을 이끌고 10개 나라의 백만 군사를 온힘을 다해 격파한 전쟁이었습니다.」각 대형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보며 소채은의 앵두같은 입술이 동그랗게 오무려졌다.‘구주 군신? 할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시던 무패의 전설 아니었나? 그런데 전사했다니.’“그래서 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있구나. 이 무패의 전설이 죽은 거였어?”이 “구주 군신”의 사망 소식을 조금 더 검색해보다가 소채은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구주왕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고 화진의 레전드 히어로가 맞았다.하지만 소채은과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시끄러운 일도 아직 다 해결하지 못했다.소채은은 바닷가에 누워 집안 일을 고민했다. 그러자 절세의 미모에 걱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따르릉!”그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소채은은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친구였다.“여보세요?”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친애하는 소채은 아가씨, 도대체 요즘 어디를 싸돌아 다니길래 연락이 안되는 거야?”“란이야, 왜? 나 지금 옛 본가에서 휴가 중인데.”소채은이 음료수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