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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제훈은 손을 들어 예은의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옅게 지은 미소와 반짝이는 검은색 눈동자, 등 뒤로 비치는 햇빛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올라가요. 또 연락할게요.”

예은이 고개를 끄덕이고 뚝딱거리며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예은은 층수를 누르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안에 한참을 갇혀있다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지 않자 그제야 알아차렸다.

거울에 비친 붉은 얼굴을 보며 예은은 크게 심호흡하고 손을 들어 얼굴을 비볐다.

‘이게 무슨 일이래. 정말 사람 마음 심란하게.’

머릿속에 울리는 또 연락하겠다는 제훈의 목소리에 예은의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

그러나 예은은 제훈에게 연락처를 주지 않았고 본인도 제훈의 연락처가 없었으므로 어떻게 연락할지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이 생각에 예은은 저도 모르게 자기 머리를 치며 후회했다.

예은이 심란해서 하는 한편 차 안에서는.

차로 돌아온 제훈의 옷깃을 강연이 냉큼 잡아당겼다.

“빨리 바른대로 말해요! 언제부터 우리 예은이를 마음에 뒀던 거에요?”

강연의 표정이 조금 날카로웠는데 마치 발톱을 드러낸 새끼 사자의 흉포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깊은 눈동자에는 흥분과 설렘이 드러났다.

제훈이 몸을 느슨하게 풀며 입꼬리를 올렸다.

“맞춰봐.”

강연은 급해 발만 동동 굴렀고 어쩔 줄 모르는 새끼 사자처럼 으르렁거렸다.

“그럼, 오늘 나를 데리러 온건 다 계획대로 움직인 거죠?”

“계획이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야.”

제훈이 덤덤하게 말했다.

“예은을 알게 된 지 얼마되지도 않았으니까.”

“설마? 혹시 설마?”

강연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설마 처음 만난 이후로 그다음 번에는 고백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제훈이 몸을 돌려 강연의 이마에 땅콩을 먹였다.

“정답.”

강연이 제 이마를 감싸며 앓는 소리를 냈고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배어났다.

“우리 불쌍한 예은이 저 무시무시한 악마한테 노려지다니. 너무 불쌍해 엉엉.”

제훈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고민도 없이 또 이마에 땅콩을 먹였다.

강연이 “와-”하는 소리와 함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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