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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8화

송예은은 고의로 제훈의 연락처를 차단한 게 아니었다.

지금은 왠지 차단하지 말걸,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예은의 기분이 느껴지자, 제훈의 표정이 점점 밝아졌다. 제훈은 빠르게 약상자를 정리하고 손을 씻더니 방 구조를 살피기 시작했다.

오피스텔은 큰 편이 아니었으나 전체적으로 깔끔했다. 구석구석 맞춤한 가구로 꾸민 오피스텔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제훈의 시선이 벽에 걸린 액자로 향했다. 누군가 그린 그림을 액자로 걸어둔 것 같았다.

그림 작가는 인물 스케치에 재능이 있으나 자세히 보면 전공으로 배운 느낌은 아니었다. 다만 이목구비를 아주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을 높이 살 수 있었다.

“그건... 제가 마음대로 그린 거예요.”

옷을 갈아입은 예은이 그림을 보고 있는 제훈을 보며 조금 부끄러워했다.

“그림에 재능이 있네요.”

제훈이 고개를 돌렸다. 예은과 눈이 마주친 순간 제훈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연한 노란색의 편한 원피스로 갈아입은 예은에게서는 나른하지만 부드러운 느낌이 풍겼다.

머리는 반쯤 마르고 반쯤 헝클어진 채로 어깨 위로 흐트러졌다. 피부는 조금 핑크빛이 돌았고 잡티 하나 없는 그 얼굴에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제훈은 가슴이 너무 뛰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아니에요. 그냥 취미일 뿐이에요.”

예은이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있는 예은의 시선이 조금 흔들렸다.

이제 그림을 배우고 싶었던 나이는 훌쩍 넘겨버렸다.

그래서 예은이 말을 돌렸다.

“제훈 오빠는 무슨 일로 이 밤에 찾아온 거예요?”

“얼굴이 보고 싶기도 하고 내일 저녁 약속을 잡으려고 온 겁니다.”

오피스텔로 오는 길에 강연이 제훈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가족 모임에 송청아, 나이란, 안택은 물론 전서안까지 참가한다고 했다.

이런 자리에 예은이 빠지면 섭섭했다.

너무 대수롭지 않게 건넨 말에 예은은 별생각 없이 물었다.

“어디인데요?”

“주소는 따로 보내줄게요.”

“아, 네.”

제훈이 예은의 머리카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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