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강연은 미소를 머금고 대본을 읽기 시작했다.옆의 조혜영은 원망 가득한 표정으로 서안을 바라보았다.서안은 강연을 해칠 뿐만 아니라 조혜영의 앞길도 캄캄하게 만들었다. 조혜영은 돌아가서 바로 아티스트 보호 대책을 세울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그리고 감독이 이 조건을 받아들일지도 의문이었다.“감독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작품에 출연하겠다고 약속하면 받아들일 거예요.”그 말을 들은 조혜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그래 전서안이 누구야? 최상급 배우+ 영화 탑급 배우잖아. 전서안이 출연만 하면 뜨지 못하는 작품이 어디 있어? 전서안이 출연만 했다 하면 매번 신기록이잖아.’첩보물 영화감독이 강연을 탐탁지 않게 본다고 해도 서안이 이런 조건을 건다면 어떻게든 허락할 것이다.뭐가 어찌 되었든 상대는 서안이었다.옆의 김성재는 침착하게 안경을 고쳐 쓰고 덤덤하게 감독님에게 연락했다.자신이 모시는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김성재가 제일 잘 알고 있었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대본을 읽어 내려가는 강연의 얼굴은 흥분에 붉게 물들었다.이 영화 제목은 “스파이”였다.스토리는, 전쟁 속 상대 진영으로 두 명이 스파이로 들어가 임무 수행을 하다가 꼬리가 밟히고 의심스러운 열 명을 한곳에 모아 자백을 받아내는 것으로 시작된다.스파이는 적군의 감시와 고문 속에서 동료들의 배신을 받고 그 상황에서도 정보를 넘겨줄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영화는 바로 이 10일 동안, 적과 아군의 생과 사의 대결, 인성의 예측불허와 복잡함을 담았다.강연이 맡고 싶어 하는 주인공 배역은 바로 적군의 진영에 5년간 몸을 숨긴 스파이였다.다양한 신분을 가지고 있는 배역이라 단계마다 변화를 주어야 했다.적군에서 몸을 숨기고 있을 때는 남편 때문에 기생집에 팔려 가는 비운의 여자이자, 적군의 여상사에 의해 구출되어 유명한 칼잡이가 되는 캐릭터였다.예쁘고, 방탕하고, 살인에 한 치의 망설임이 없다. 이게 바로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이었고, 사실은 희생정신이
도전이라는 건 성장하고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강연은 대본을 끌어안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혜영 언니, 감독님이랑 오디션 잡아줘요. 내 신분이 아닌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고 싶어요.”강연은 연기를 전공하고 많은 연기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 비하면 경쟁력이 많이 달렸다.강연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캐릭터에 푹 빠져 몰입감 있게 풀어내는 것이었다.“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백연주를 연기할 때 정말 그 시대에 빠져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강연의 말에 조혜영은 기쁘기도 하고 의외라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뭐야? 마음 접은 거야?”조혜영의 반응에 강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조혜영은 강연이 실력으로 절대 배역을 따낼 수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아니, 시도라도 해보고 말해야죠.”그래서 대충 말을 얼버무렸다.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뭐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말을 아끼는 게 좋았다.서안이 강연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서안은 언제나 강연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응응.”강연이 활짝 웃으며 서안의 품에 안겼다.그때, 밖에서 “펑”하고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문이 열리고 세훈과 세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강연이 서안의 어깨에 기대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세윤이 바로 발을 동동 굴렀다.“이것들이!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공공장소에 무슨 짓거리야?”“무슨 짓이라니?”서안이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강연은 바로 눈을 치켜떴다.‘세윤 오빠는 대체 뭐라는 거야!’“아무것도 아니니까 상관하지 마요.”“뭐 상관하지 마? 어머니랑 아버지가 집에 계신 데 굳이 강연을 불러내야겠어? 정말 간땡이가 부은 모양이구나?”세윤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강연을 서안 옆에서 끌어내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저 녀석이 널 괴롭히지는 않았고? 갑자기 널 불러내서 뭘 한 거야?”“세윤 오빠...”강연은 화가 나기도 했으나 이 상황이 웃기기도 했
세윤도 화가 나서 으르렁거렸다.“송이야 너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 지금 부모님을 화나게 하는 건 우리한테 너무 가혹한 일이잖아. 우리 나이란이 얼마나 겁이 많은데 내일 연회에 오지 않겠다고 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오빠는 내가 아니라 이제 나이란밖에 생각하지 않는 거야?”“내가 언제!”유치한 두 사람이 이 자리에서 당장 싸울 기세를 보이자 세훈이 다급하게 말렸다.“됐어. 다들 그만해.”그리고 강연에게 말했다.“어머니는 괜찮으신데 아버지가 많이 화가 나셨어. 감당할 자신은 있고?”“화를 내는 게 다행인 거예요.”강연이 ‘흥’하며 말했다.“속에 꾹꾹 누르고 있다가 내일 안택 오빠랑 우리 서안 오빠에게 분출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거란 말이에요. 우리 서안 오빠가 그런 대접을 받는 걸 눈 뜨고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서안 오빠한테 잘해주지 않으면 이 딸은 도망이라도 갈 것이다, 라는 포부를 보여준 거예요!”오래간만에 어린 티를 내는 강연을 보니 세훈은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그만해. 네 옅은 속셈을 부모님이 모를 리가 없잖아. 데리러 올 때 전서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어.”세훈이 서안을 보며 말했다.“널 위해 거짓말을 꾸미느라 고생했을 텐데.”그 말에 서안은 되려 마음이 편해졌다.처음부터 속일 생각이 아닌, 강연이 장난을 친 것이라는 인식을 주는 게 오늘 목적이었다. 일을 작게 만들어 강연이 처벌을 받지 않게 하려고 서안은 고민했었다.그리고 강씨 가문 사람들은 강연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그러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자, 이제 대본 챙겨서 돌아가 천천히 읽어봐.”서안이 강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네가 준비되면 감독님과 오디션 약속 잡을게.”그 말에 김성재의 입꼬리가 꿈틀거렸다.‘나만 죽어가는구나.’‘혹시 강연 씨가 계속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영화는 계속 스탠 바이하고 기다려야 하냐고!’“응, 걱정하지 마. 빠르게 준비해 볼게.”강연이 고개를 숙여 조혜영과 김성재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네.”서안은 바로 열일 모드에 돌입했다.다른 한편, 강씨 저택에서.집으로 돌아온 강연이 맞서야 하는 건 부모님의 심문이었다.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버지 강현석의 심문이었다.소파에 앉아 있는 강현석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만 좀 더 진중해졌으며 인상이 전보다 온화해 보였다.하지만 그 온화함을 지금은 찾아볼 수가 없다.강현석은 한 손에 신문을 들고 아무런 표정이 담기지 않은 얼굴로 강연을 쳐다보았다.“아빠...”강연의 애교에도 강현석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아빠 화 풀어요, 네? 자꾸 화내면 늙는다고 그러잖아요.”강현석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이 손에 쥔 신문만 점점 더 세게 그러쥐었다. 어느새 이마에도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는데 아마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강연이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아빠 자꾸 화내다가 못생겨지면 엄마가 아빠 버리면 어떡해요?”“감히?”강현석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하더니 신문을 홱 내려놓았다.“뭐라고?”뒤로 도예나의 의아함을 담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자 강현석은 바로 신문을 주어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그럴 수도 있겠어.”“...”‘이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은 뭘까?’“아빠 솔직하게 말할게요. 오늘 나를 집에 가둔 것에 화가 나서 도망간 게 맞아요. 하지만 서안 오빠는 이런 날 다독여 집으로 보내줬어요. 앞으로 일도 열심히 하라고 응원도 해주고요.”“지금 잘못을 깨달았고 충분히 반성하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도 알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엄마랑 아빠랑 그만 화내면 안 돼요?”“그만 화내고 계속 잘생긴 아빠로 남아주면 안 돼요?”계속 이어지는 애교 공세에 강현석이 넘어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정말 반성했어?”강현석이 강연을 바라보며 물었다.강연은 도예나가 건네준 예쁘게 깎은 사과를 한입 베어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반성 많이 했어요. 다시 안 그럴게요!”강연은 사과를 우물우물 씹으며 말했다.“아빠 저 연기 선생님 찾아주시면 안
이 비보에 강연은 눈물이 앞을 가렸다.역시 아버지를 당해낼 방법은 없었다.하지만 강연은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이러한 이유로 강연은 더 빠르게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정상에 서게 된다면 서안에 대한 믿음도 더 커질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 된 건 서안이었다. 망부석이 아닌 망처석이 될 운명이었다.강연은 서안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다.잠시 침묵하던 서안이 예상과는 달리 긍정적인 대답을 보였다.“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길어.”그 말에 강연은 갑자기 없던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새로 찾은 연기 선생님과 학구열을 불태웠다.다음날, 강씨 가문 연회.강씨 형제들은 자신의 반쪽과 함께 참석했다.강현석과 도예나의 시선은 쌍쌍이 등장한 아이들을 향했다.송청아는 우아하고 아름다웠으며 진중한 세훈과 완벽한 한 쌍으로 보였다. 나이란은 귀엽고 활동적이었는데 털털한 성격의 세윤과 아주 잘 어울렸다. 송예은은 차가운 인상과는 달리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제훈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차갑기로 소문이 난 제훈이 다정하게 예은을 다독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세 쌍의 커플은 강현석의 마음에 쏙 들었다.그 뒤로 보이는 건 보배 같은 두 딸을 채간 안택과 전서안이었다. 강현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다들 앉지요.”강현석이 도예나와 함께 중간 자리에 착석했다.남은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자리에 착석했다.강씨 세 형제는 안택과 서안을 구경이라도 난 듯 바라보았다.자신의 보물인 동생을 채갔으니 세 형제 역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송청아와 인사를 주고받던 강현석과 도예나의 시선이 안택과 서안을 향했다.안택은 온화한 성격을 가졌고 피아노를 연주하던 그 분위기에 사람들의 호감을 쉽게 샀다.비록 강씨 가문 사람들은 예외였지만.수아가 먼저 안택에게 프러포즈를 한 사실을 알고 나서는 강씨 가족은 뒷목을 잡고 쓰러질뻔했었다. 서안이 수아의 옆을 얼마나 오래 지켰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중
칠흑같이 어두운 밤.도씨 가문의 별장 뒷집 창고에서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창백한 얼굴에 핏기가 싹 가신 마른 입술을 한 도예나의 불룩 나온 복부가 한차례 수축하더니 하체에서 빨간 핏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임신한 지 여덟 개월밖에 안 됐는데, 왜 낳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지…….'설마 조산인가?'8개월 차 조산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녀는 일분일초도 지체하지 않고 손발을 동시에 사용하여 문 앞으로 기어가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렸다."주씨 아저씨, 제가 곧 아이를 낳을 것 같아요. 제발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문밖에는 사오십 대 중년 남자가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큰 아가씨, 아가씨께서 아버지도 모르는 아이를 가졌는데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병원으로 데려가 망신을 살 것 같아요? 시끄럽게 굴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도예나는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렸다.8개월 전, 그녀는 호텔에서 기자들에게 불미스러운 사진을 찍혀 도시 전체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로 되었던 것!하지만 곧이어 그녀는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는 그녀를 창피하다고 여겨 낙태를 강요했다!그러나 낙태하기 일 초 전, 그녀는 갑자기 몸을 뒤집어 병상에서 벗어나 그 길로 도망쳤고 자신이 죽을지언정 아이를 낙태하고 싶지 않았다.그러자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를 이 작은 방에 가두고 될 대로 되라고 내버려 뒀다.그녀는 꼬박 8개월 동안 감금됐었고 단 한 발짝도 이곳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주씨 아저씨, 제발 부탁드릴게요, 제 아이 좀 살려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거예요…….""주씨 아저씨,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지속적인 진통에 도예나의 애원하는 목소리도 점차 작아졌다.그러나 문 앞을 지키는 사람은 마치 아무것도 못 들은 것처럼 태연자약하게 담배를 피워 댔다.도예나의 하체에서 피가 이따금 쏟아져 나오면서 그녀의 치마를 적셨
도예나는 아픔을 참으면서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고개를 숙여 하체를 바라보니 핏물로 적신 치마 아래에는 두 아기가 보였다.아기는 온몸이 핏물로 뒤범벅된 채 작은 주먹을 움켜쥐며 목청이 찢어질 듯 울고 있었다.바로 그녀의 아이였다. 그것도 쌍둥이!하지만 도예나가 기뻐할 겨를도 없이, 아이들은 갑자기 울음을 그쳤다.두 아이의 얼굴은 호흡곤란으로 청자색을 띠고 있었다."아가, 무서워하지마, 엄마 여기 있어……."그녀는 가슴이 바짝 타들어 가는 마음으로 벌벌 기어가 아이를 품에 안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도설혜의 발이 그녀의 손등을 세차게 밟았다."언니, 정말 재주가 좋네. 쌍둥이를 낳다니."아이들을 바라보는 도설혜의 눈빛에는 음산함으로 가득 찼다."그런데 정말 아쉬워. 이 두 아비 없는 아이들은 명이 짧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태어난 지 몇 초 만에 다른 세상으로 가버렸네.""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내 아기들은 죽지 않았어!"도예나의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손을 뻗어 아기의 얼굴을 한번 만져보고, 작은 엉덩이도 가볍게 두드려 보고 싶었지만 손이 아기의 부드러운 몸에 닿기도 전에 하녀 한 명이 들어와 차가운 얼굴로 바닥에 있는 두 아기를 들어 올렸다."둘째 아가씨, 이 두 죽은 아기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요?"도설혜는 두 아이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만약 죽는다면 도예나가 슬픔에 잠긴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매우 통쾌할 것이고, 물론 이 두 아기가 살아 있어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두 자식을 데리고 도예나는 평생 떳떳하게 살지 못할 테니.도설혜의 시선은 무심코 두 아이에게로 향했다.그러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이 쌍둥이는 생김새가 완전히 똑같았는데, 오랜 시간의 영양실조로 작은 얼굴은 피골이 상접하고 얼굴선이 다 드러날 정도로 바싹 말라 있었다.하지만 이 두 얼굴을 보니, 괜히 성남에서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천하무적 대마왕 강현석이 떠올랐다.곧이어 한 가지 사실
도예나는 죽은 아이들을 위해 슬퍼할 겨를도 없이 핏물로 범벅 된 바닥에 누워 다시 찾아온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너무나도 익숙한 통증. 바로 아까 아기를 낳기 전에 느꼈던 진통이다…….그녀는 손으로 복부를 만지더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설마, 뱃속에 또 아이가 있는 건…….'도예나의 눈동자는 갑자기 휘둥그레 커졌다.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급히 힘을 주자 피가 다시 흘러나왔다.찢어지는 느낌이 한차례 밀려와 기절할 것 같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지탱하고 있었기에 도예나는 버틸 수 있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절대 기절하면 안 된다는 것을.만약 그녀가 의식을 잃으면 배 속의 아기는 질식하여 죽을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혀끝을 깨물며 정신을 부여잡았다."우와아앙!"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도예나의 서글픈 눈동자에서 갑자기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힘겹게 상반신을 일으켜 아래를 봤다.두 아기!그녀는 믿기 힘들게도 네 쌍둥이를 임신했다!어쩐지 그녀의 배는 놀라울 정도로 컸었고 그녀의 식욕은 날이 갈수록 더 커졌다!원래 네 명의 아기였다, 그녀는 어떻게 아기를 넷씩이나 잉태했을까…….하지만 앞서 태어난 두 형제는 이미 이 자리에 없었다…….도설혜만 제때 두 형제를 병원에 데려다준다면 그 두 아기도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도예나는 오랫동안 아꼈던 도설혜가 이토록 미웠던 적이 없었다.8개월 전 이곳에 갇혔을 때, 그녀는 자기를 집안의 수치로 여겨 갇혀 있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인제야 이 모든 것이 음모라는 것을 알았으니.도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빼앗기 위해 도설혜가 이 정도로 눈이 돌았을 줄이야.그녀는 도씨 가문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도예나는 억지로 힘을 짜내 몸을 지탱하고 두 아기를 향해 다가갔다.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다.두 아기는 온몸이 피범벅이었지만 전혀 그들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가릴 수 없었다.이들이 바로 그녀의 소중한 보물들이다. 그녀는 목숨을 걸고 반드시 이들을